리더의 역사 공부 - 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저술했던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말했다. 오늘날 이를 일컬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표현한다. 그가 말한 대로 신흥 강국과 패권국의 충돌은 역사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어 왔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과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영국의 대립 등이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알아두는 것은 중요하다. 언제 또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역사의 연구』의 저자 영국의 역사가인 아널드 J.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는 독자적인 문명사관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유기체적인 문명의 주기적인 생멸이 역사이며 또, 문명의 추진력이 고차문명의 저차문명에 대한 '도전' 과 '대응'의 상호 작용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스 이후 쇠퇴하였던 역사의 반복성에 빛을 부여함으로써 고대와 현대 사이에 철학적 동시대성(同時代性)을 발견하고 역사의 기초를 ‘문명’에 두었다. 이로써 토인비는 19세기 이후의 전통 사학에 맞서 새로운 역사학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대체적으로 서양에서는 투키디데스로부터 시작해 토인비에 이르러 역사학의 전형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동양의 역사관도 결은 조금 다르지만 명쾌하게 역사를 보는 입장을 정리하고 그에 따른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이미 기원전 시대부터 역사 서술의 정확한 사관을 세웠다. 사마천과 그의 저서 『사기』이다. 위대한 역사가 사마천은 ‘술왕사(述往事), 지래자(知來者)’라고 했다.

‘지난 일을 기술하여 다가올 일을 안다’는 역사의 미래 예견력에 대한 통찰이다. 사마천은 중국 고대사를 이 같은 사관에 입각해 기록한 최초의 역사서 『사기』를 저술했고, 불세출의 통찰력과 날카로운 안목을 보여주었다. 이로써 『사기』는 기전체라는 형식에 바탕을 둔 정확한 기술과 투철한 역사관으로 동양 역사 서술의 기본이 되었다. 특히 행간 행간에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문학서이자 학문의 전 분야를 아우른 백과전서이다.

이런 점에서 정치를 하든 기업을 경영하든 각계각층의 리더는 반드시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 더욱이 지식이 해방된 집단지성의 시대에서 역사 공부는 특정한 사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리더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한층 더 심화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책을 읽는 자가 성공한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과거 속에 미래가 있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저자의 주장이 큰 설득력을 갖고 다가온다.



이 책 『리더의 역사 공부』는 김영수 저자가 지난 10년 동안 이런저런 매체에 기고했던 글과 이번 책을 위해 새로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존의 원고를 다듬고 현 상황에 맞게 일부 바꾸었다. 총 97꼭지의 글들이 모두 칼럼 형식이다. 주로 사마천과 『사기』의 정신과 내용을 많이 다루고 있다.

사마천의 생각을 빌려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향해 자성을 촉구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길게는 10년, 짧게는 1년 전의 글인데도 시사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정말이지 역사의 진전은 참 더디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거나 후진할 수는 없다. 몇 사람이 바뀌었을 뿐 적폐세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준엄한 역사 평가와 심판은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수행하고 넘어가야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각계각층의 리더들, 세상을 바른 쪽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 사마천과 『사기』의 정신을 추구하는 사람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바로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역사는 그 자체로 뒤끝이다' 편에서 명장 악비를 모함해 죽게 만든 간신 진회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것은 독자에게 큰 보람이다. 얘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정확히 잘 알지 못했던 악비에 대한 이야기다. 그 당시 진회는 악비를 죽이고 떵떵거리며 살았을 테지만 나중에 사람들이 그 부부의 철상을 만들어 악비의 무덤 앞에다 무릎을 꿇려놓았는데, 그걸 보는 자손들이 얼마나 고통이었을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악비의 충(忠)이 어리석은 것이라 말하는 이들도 그 당시도 있었을 텐데 그가 무조건 강경 대응만을 고집하느라 송나라 백성들이 크게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백성들은 끊임없이 악비를 칭송했다. 이유는 그의 '충'이 조정이나 권력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조국과 백성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진회는 왕이나 자신의 안락만을 위한 것이었기에 외면당하고 악비를 영원히 응원하는 걸 백성들이 선택했다는 이야기이다. 사마천의 사기가 전하는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도 이 부분은 생각할 게 많아진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던 백성들은 이미 높은 이들의 선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 시대가 지나면 인간은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을 수 있지만 긴 역사에는 망각이란 게 없다. 망각이 없는 역사의 기록과 기억이 생각보다 무서운 일일 수밖에 없다. 오늘날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우리 현대사에 이름을 남기는 정치인으로 남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특히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에는 모두 97꼭지의 칼럼 형식의 글들이 들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언론 등 사회 각 방면의 여러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통일성과 일관성이 없었다. 이번에 원고를 정리하면서 독자들을 위해 편의상 다음 일곱 개 큰 범주(주제)를 설정하여 그에 맞는 꼭지들을 배치했다. 이 일곱 개의 주제가 갖는 의미를 간략하게 소개해둔다.

1. 역사는 기록(記錄)이 아니라 기억(記憶)이다

이 범주에는 주로 역사의 기능과 역사가의 자세 등을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는 이제 역사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모두가 역사를 쓰는 시대다. 특히 정치인, 지식인, 언론의 말과 글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시대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 말과 글을 수시로 소환하여 바로바로 판단하고 심판을 내린다.

집단지성 시대에 역사는 이제 더 이상 기록물이 아니라 다수의 기억이 되고 있다. 이 기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필요할 때 언제든 소환되어 증언하고 증명하고 판결한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적폐의 주범으로 지목된 언론 문제도 함께 짚어 보았다.

2. 옳은 길은 한 번도 편한 적이 없었다

이 범주에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리더와 공직자들의 자세를 주로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남긴 인물들에게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백성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공직자들의 확고한 공사 분별의 자세와 멸사봉공의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혁명보다 어렵다는 개혁의 문제를 다룬 글도 몇 꼭지 실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다름 아닌 개혁이기 때문이다.



3. 백성이 부유해야 나라도 부유해진다

이 주제는 춘추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자 경제 전문가였던 관중(管仲)의 기본 철학인 ‘부민부국(富民富國)’이란 네 글자를 풀이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부국강병(富國强兵)’ 논리에 억눌려 왔다. 이 국가적 폭력논리에 기생하여 대기업과 재벌들이 정치와 결탁했고, 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심화되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른 최저임금, 기초 생활 등과 같은 어젠다를 역사 속 사례들과 비교해 보았다. 성장과 분배의 문제 등 예민한 주제들이 적지 않다.

4. 권력(權力)은 힘을 나누는 것이다

권력이란 단어에서 ‘권(權)’은 저울추다. 물건의 무게를 달 때는 그 무게에 맞는 저울추를 사용한다. 따라서 권력의 정확한 뜻은 ‘힘을 고르게 나눈다’는 것이다. 권력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을 다양한 사례로 살펴보았고, 아울러 리더십 문제도 다루었다. 아무래도 이 부분의 비중이 가장 클 수밖에 없었다.

5. 언격(言格)이 인격(人格)이다

2020년 4.15 총선거의 승부를 가른 여러 요인들 중 하나를 꼽으라면 필자는 맨 먼저 ‘말’을 꼽겠다.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의 세계, 정신세계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이런 점에서 말은 글보다 그 사람을 더 잘 나타낸다. 따라서 모든 말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평소 소신의 표출이다. 실수로 포장하고 변명할 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이 ‘말의 격’, 즉 ‘언격(言格)’이 곧 ‘인격(人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목격하고 체험했다. ‘언격’은 인문학 소양에서 나온다. 인문학의 기본은 문사철((文史哲)이며, 역사는 인문학의 핵심이다.

역사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 하나, 자신보다 지적으로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에 대한 막말과 비난의 본질도 새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시기와 질투였고, 그 뒤에는 탐욕이 웅크리고 있었다.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남을 해치게 된다. 시기와 질투를 극복하는 길은 끊임없는 자기수양과 자아성찰, 그리고 공부다. 삐뚤어진 지식인들과 갈 데까지 간 언론들을 염두에 둔 글들이 있다.



6. 좀 알자, 중국

여기에는 주로 중국 지도자들의 언행과 인문학적 소양 및 리더십을 다룬 글들이 포함되어 있다. 바람직한 한중관계를 정립하고, 한 단계 더 진전된 관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 지도자들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몇 꼭지 다루어 보았다. 이와 함께 중국의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글도 있다. 우주굴기, 우주강국으로 떠오른 중국 우주 프로젝트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을 짚어 보았다. 진시황을 다른 측면에서 조명한 글도 한 편 있다.

7. 지식이 해방된 시대

마지막 범주와 주제는 지식이 해방된 집단지성의 시대를 과거 역사 속의 번득이는 지혜들과 견주어 보기 위해 마련했다.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옛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통찰했는지, 또 그런 통찰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밖에 흥미로운 사회적 주제들이 함께 마련되었다.

이 책의 독창적인 특징은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가 거듭되면서 기록된 현상들이 되풀이됨을 보여주는 데 있다. 따라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의 삶에는 언제나 위기와 기회가 따른다. 그것을 판단해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 자체가 삶인지도 모른다. 어렵고 힘들다고 극복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방법만 사용하다보면 늘 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진다. 그러기에 되풀이되는 역사를 또 기록하는 것 아닐까. 이 책의 모든 꼭지마다에 명언명구가 하나씩 딸려 있다. 저자는 여기에다 ‘일침견혈(一針見血)’이란 네 글자를 달았다. ‘침 한 번 찔러 피를 보다’는 뜻으로 흔히 ‘정곡을 찌르다’는 말과 통한다. 단번에 핵심을 움켜쥔다고 풀어도 될 것 같다. 『후한서(後漢書)』[곽옥전(郭玉傳)]이 그 출전이다. 해당 글의 핵심을 짤막한 명언명구로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된다.



저자 : 김영수


이 책의 지은이 김영수는 지난 31년 동안 사마천(司馬遷)과 《사기 (史記)》, 그리고 중국을 연구하고 22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차례 이상 탐방해온 사마천과 《사기》에 관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이다. 저자는 지금도 사마천과 중국의 역사와 그 현장을 지속적으로 답사 하고 미진한 부분을 계속 보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번에 펴낸 《리더의 역사 공부-사마천, 우리에게 우리를 묻는다》 는 저자가 오랜 동안 〈사마천 컬럼〉에 연재한 100여 꼭지 글을 7개 의 주제로 관련 도판 자료와 함께 엮었다. 각 꼭지 주제마다 쉽게 풀 어쓴 《사기》 속의 적절한 예화들은 《사기》 마니아는 물론 《사기》에 대해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지적 감흥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리더와 앞으로 리더가 될 분들을 위한 훌륭한 역사 공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완역 사기》 시리즈를 비롯하여 《역사의 등 불 사마천, 피로 쓴 사기》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1 : 사마 천, 삶이 역사가 되다》 《절대역사서 사기- 사마천과 사기에 대한 모든 것 2》가 있다. 또한 《사마천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난세에 답하다》 《사마천, 인 간의 길을 묻다》 《사기의 경영학》 《사기의 리더십》 《사기를 읽다》 《사마천과의 대화》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나를 세우는 옛 문장 들》 《1일 1구》 《36계》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 《백양柏楊 중국사 1, 2, 3》 등 50여 권이 있다. 영산 원불교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 사마천학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집필과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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