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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2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2권을 읽기 시작했다. 테마파크에 합류하기로 한 수혁의 이야기가 이어질 거라는 독자의 예상을 깨고, 처음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1권을 다시 찾아 대충 훑어본다. 왜 갑자기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지? 아, 이거 7권짜리 대하소설이지! 비로소 아직 이야기의 전개가 끝나지 않았는데... 독자의 조급성을 가라앉히고 다시 천천히 읽어나간다.
이번에도 테마파크나 도마와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군사작전 이야기이다(2권 후반부에서 테마파크와의 연관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군대 이야기, 그것도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특전사의 비밀스런 작전 이야기라 상당히 흥미진진하다.(군대 용어가 나오면 남자 독자들은 재미있어 하지만 여성 독자들은 에이~ 하고 넘어가 버릴까 괜히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제대한 지 20여년 되어서 군대 용어도 많이 바뀌었겠지만 편제가 바뀐다든지 명칭이 바뀐다든지 하면 국민들에게도 다 알려져 알고 있지만 복무한 주특기가 다른 데다 최첨단 군사 장비들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인지, 가공의 무기인지 조금 의아해하긴 하다. 그러나 작가의 치밀성은 군대를 안 간 사람이 책을 놓치게 놔주지 않는다. 건축 설계도 등을 직접 그린 건축미술가 출신이라니...
군사 작전 관련 이야기, 훈련 이야기 등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니 크게 거슬리지 않지만 저자는 친절한 설명을 기술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읽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사실 군사작전 이야기나 군사 용어 등은 몰라도 상관없다. 소설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저자가 기술해 놓은 것일 뿐이다.
곧 뒤이어 스티글리츠 회장과 헨리 유가 나누는 이야기와 제주도에 내려간 수혁이 테마파크를 세우기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2권 마지막 부분에서 드디어 군 작전과 테마파크와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작전 지역에서 가져온 돌에 관한 궁금증을 남긴 채 마무리된다.
2권에서 가장 강하게 받은 인상은 얘기를 너무 장황하게 끌고 가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줄거리의 전개를 늦추지 않는다. 조바심도 나고 읽을수록 만만치 않은 소설이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와 관련해 스티글리츠 회장과 헨리 유가 나누는 이야기나 수혁과 이안이 나누는 테마파크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을 읽는다기보다는 전공 서적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한-미 합동 공중강습작전 ‘오퍼레이션 나이트 고스트’. 한국군 특전부대 야간기습침투 표적지점-동굴진지의 마지막인 비밀창고. 그 장소의 진실은? 그곳에서 공군CCT 대원 성준모는 무언가를 발견하는데…. 붉게 빛나는 아름다운 홍옥석! 펠드스파홀딩스로 자리를 옮긴 수혁. “드림밸리사 디자이너들과 함께 월트 디즈니 문법을 벗어난 혁신적인 테마파크를 디자인해라.” 갑자기 떨어진 헨리 유의 명령으로, 푸른 제주에서 새로운 테마파크를 궁리하지만 쉽사리 해결되진 않는다. 한편 미란의 사랑은 다가오고 수혁은 갈등에 빠진다.
그러나 저자가 자세하게 기술하면 기술할수록 점점 더 소설 속으로 빠져드게 하는 매력이 있다. 대하소설로의 면모를 보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2권의 내용은 사건의 전개보다 세밀 묘사에 치중한 느낌이 강하다. 중간 중간 너무 전문적인 용어가 나와 읽어나가기에 다소 걸림돌도 있지만 저자를 믿고 찾아서 확인하지 않고 읽으면 언젠가는 용어에 익숙해지고 사건의 줄거리도 손에 잡힐 듯하다. 아주 생소한 것은 밑에 달아놓은 저자의 주석만으로도 충분하다. 2권을 끝나는 시점에선 저자와 독자의 머리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자가 앞으로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하려고 세밀한 묘사에 치중하나를 생각하다보니 미리 예측해보는 것도 재미를 더할 것 같아서다. 매우 차분한 마음으로 2권을 덮는다.
앞으로 남은 5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테마파크를 둘러싼 이야기는 도마의 이야기와 어떻게 연결될까? 수혁이 그려낸 테마파크의 새로운 모습은 과연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까? 무엇보다 그렇게 비싼 입장료를 내고 테마파크에 간 사람들은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정말 궁금해진다.
군사작전과 훈련에 대한 이야기와 수혁과 헨리 유 사장의 제주도 테마파크 비즈니스에 대한 기초작업 이야기가 드이더 실체로 드러나고 작전 지역에서 가져온 돌에 대한 의문을 남긴 채 2권의 여정은 마무리된다. 기대감을 가졌던 향단고택과 도마와의 관련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새로운 방향으로 소설이 전개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소설의 주 무대가 테마파크인 걸 보면 작가의 테마파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된다. 더욱이 저자는 건축미술의 전공 아닌가. 사전 지식이라 할 저자의 약력이 독서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 있어 미리 읽지는 않지만 이 소설은 처음 대하는 작가이고 그림도 직접 그리는 건축가라니 아마 소설 구성이나 첫 구상 단계부터 예술성과 치밀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테마파크에 가까이 온 것 같다.
현실적 상황으로 드러나기까지는 아직 무수히 많은 난관이 존재하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작가의 이력에 어울리는 테마파크의 존재를 생각하면 꽤나 멋진, 어쩌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테마파크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막연하지만.
“난 드림밸리(Dream Valley)사에 있는 디자이너들을 모조리 다 한국에 불러 합숙을 시키면서, 완전히 새로운 테마파크를 생각해 내게 할 결심이야. 새로운 것, 혁신적인 것, 한 번 구경한 사람은 반드시 다시 오고 싶어서 좀이 쑤시는 것, 월트 디즈니를 넘어서는 것, 그게 내 꿈이자, 반드시 이뤄내야 할 목표일세. 이런 내 마음을 자네가 가장 잘 이해해 줄 거야. 그렇지?”
"예, 그렇습니다."
"그래 맞아 자네가 앞장서야 돼. 걔네들을 모두 제주도 현지에 합숙시키고 해내야 돼. 현지의 실제 입지 지역을 수시로 보면서, 그리고 이 한국의 정취도 맛보면서, 정말 대단한 디자인을 해야 되네. 그러니 자네는~"(p. 74)
“Hey Guys! 한국 친구들. 고생 많아. 나는 USSOCOM* 소속 알렉산더 스티븐슨(Alexander Stevenson) 대령일세. 귀관들과 같이, ‘오퍼레이션 나이트 고스트’를 진행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네. 여기는 네바다주, 모처에 위치한 USSOSTC**이네. 자네들은, 여기서 우리들과 향후 4주 동안, 모든 상황에 맞추어진 훈련을 실시하고, 아프간-파키스탄 국경 지대, 즉 북 와지리스탄에 투입될걸세. 나는 귀관들의 건승을 믿네. 한국 친구들. 우리 같이, 한번 잘해 보자고."(p.102)
*USSOCOM : 미합중국 특수작전사령부
**USSOSTC : 미합중국 특수전 과학화 전투훈련장((저자 주)
“자연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차원이 아니고, 조경과 건축이 같이 결합되어 인간이 자연에게 인위적 상징을 부여하면서, 보다 높은 차원으로 같이 나아가고 흔연히 돌려준다는 의미를 내포(內包)하고 있네. 바로 한국 정원과 고건축을 한 범주 안에 묶어 버리는 거지. 그런 후에 ‘환원(還元)’이란 개념을 붙여 보는 거라네. 어떤가, 내 생각이? 이런 생각들을 평소에 하고는 했지. 좋지 않은가?” 스티글리츠 회장은 동의를 구하는 듯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헨리 유를 쳐다보았다.(p. 149)
“이걸로 가는 거야! 이만큼 새로 만들기도 쉽지 않아! 모든 건 만들기 나름이야! 이제부턴, 다른 컨셉 스케치들을 보면서 품평해 보자고. 이 친구, 진땀 좀 나게 말이지. 핫하하하.” 마크 페린의 말에 다섯 명의 로컬 디자이너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자 다른 데를 쳐다보며 딴전을 피워 댔다. 수혁의 제주테마파크 개념도가 일단 수용된 것은 확실해 보였다. 수혁은 자신이 그린 컨셉 스케치들을 가지고 다음 순서를 밟아 나갔다. 로컬 디자이너들은 이제, 그의 설명을 꽤 열심히 듣는 눈치를 보이고 있었다.(p. 248)
정 하사가 손에 쥐어 주는 것을 받아 들고, 성 중사는 무슨 소린가 싶어 들여다보았다. 순간, 험준한 산맥 사이를 뚫고 나와 여명의 시작을 알리는, 호박 색깔 같은 부드러운 여린 햇살 한 조각이, 헬기의 창문 너머로 대원들의 윤곽을 도드라지게 하기 시작했다. 성 중사는 자세히 보고 싶어, 정 하사가 건네 준 그 조그만 돌덩어리를 햇살에 비추어 보았다. 선홍색(鮮紅色) 표면을 가진 별도의 조각들이 두 군데 정도 돌덩어리 속에 박혀 있었다. 돌덩어리 자체는 평범해 보이는 갈색과 연한 회색빛의 불투명한 재질이었다. 돌덩어리에 햇살이 비추어지니, 선홍색 부분들에서 붉은 광채가 번지듯 흘러나왔고 전체를 불사르듯 찬란히 물들여 갔다. 블랙호크의 강한 진동으로, 핏빛 광채는 떨리는 잔상을 남기며 성 중사의 눈으로 들어왔다.(p. 260)
뭐 어떻게 하겠는가! 어차피 하윤정이가 어디 가나 감내해야 할 인생의 축복이자, 가시이다. 다만 저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몰고 온 파문이 오늘 하루로 한정되기만을 바랐다. 하윤정도 미란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아무 소리 없이 버스에 올라탔다. 이 두 여자는 중문단지에 있는 호텔에 여장을 풀어 놓고 있었다. 이래저래 미란이를 부른 덕분에, 수혁은 썩 유쾌하게 오늘을 자신의 의지대로 요리하지는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퍽 신경 쓰고 준비했던 것인데..... 아들 자신의 사생활은 희생하고 있지 않은가! 마음이 찜찜했다.(pp. 296~297)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