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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 성숙하게 나를 표현하는 감정 능력 만들기
전미경 지음 / 지와인 / 2020년 11월
평점 :
뜬금없는 얘기지만 독자는 칼 구스타프 융을 존경한다. 얼마 전부터이다. 올해 갑자기 몰아닥친 '코로나 팬데믹' 영향인지 출판계는 '심리학'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확한 통계를 독자로서는 알 수 없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의 거의 절반이 사람의 심리, 감정, 마음을 다루고 위로하는 에세이를 비롯,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존경 받는 칼 구스타프 융에 관한 서적도 굉장히 많이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외국 출판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외국에서 호평 받는 심리학 관련 서적이 번역돼 나오는 바람에 독자도 이쪽 분야에 대한 무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관련 서적들을 조금 열심히 읽었다. 이 때문에 심리학이나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이 심리 안정에 도움을 주는 이유에서 많은 책들이 출판돼 나왔을 것으로 무식한 독자는 추정한다.
융에 관한 번역서 몇 권을 읽어본 독자로서는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을 창시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환자 치료 신념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그를 의사로서 존경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의사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해본 것도 사실 얼마 안 된 일이다.
우리나라 의사나 심리학자 대부분도 칼 융을 환자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사려 깊은 의사이고 심리학자라고 인정하는 것 같다. 최근 책들에 따르면 융은 틀에 박힌 방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을 경계했으며 개인에 대한 개별적 이해가 필요함을 주장했다. 권위보다는 환자를 생각했고 환자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다면 다른 학파의 방법도 개의치 않았다. 오로지 환자를 위해 사랑과 정성을 다한 노력만 그의 관심사였다. 독자가 칼 구스타프 융을 존경하는 이유다.
이렇게 최근 쏟아져 나오는 정신의학, 심리학 관련 서적들의 주요 용어는 대략 다섯 가지로 보인다.(정확한 통계가 아닌 독자의 느낌으로) 심리, 정신, 감성, 이성, 감정이 그것이다. '마음'은 순우리말로 책의 저자들이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하도록 많이 쓰였다. 때로는 감성의 뜻으로, 또 이성이나 감정의 의미를 대신하기도 했다. 에세이든 학문적 연구 서적이든 이 다섯 가지 용어에 대한 사전적 설명은 분명히 해두고 책을 읽는 게 도움이 될 듯해 독자가 임의로 사전적 용어 풀이를 미리 한다.(단, 저자에 따라 일부 용어를 혼동해 쓰기도 하고, 엄격히 구분해 쓰기도 한다.)
1. 감성 :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 [철학] 용어로 사용될 때는 이성(理性)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외계의 대상을 오관(五官)으로 감각하고 지각하여 표상을 형성하는 인간의 인식 능력을 말한다.
2. 이성 :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시켜 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다. [철학] 용어로서는 진위(眞僞), 선악(善惡)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 혹은 칸트 철학에서, 선천적 인식 능력인 이론 이성과 선천적 의지 능력인 실천 이성을 통틀어 이르는 말. 좁은 의미로는 감성, 오성(悟性)과 구별되어 이데아에 관계하는 더 높은 사고 능력을 말하기도 한다.
3. 심리 :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 심리학이란 생물체의 의식 현상과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전에는 형이상학 안에 포함하여 생각하였으나 오늘날에는 실험 과학의 경향을 띠고 있다. 발달 심리학ㆍ변질 심리학 따위의 여러 갈래로 나누며, 군사ㆍ산업ㆍ교육 따위의 실생활에 널리 응용한다.
4. 정신 /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을 말하며, 마음의 자세나 태도를 뜻하기도 한다. ((주로 일부 명사 뒤에 쓰여)) 사물의 근본적인 의의나 목적 또는 이념이나 사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철학]에서는 우주의 근원을 이루는 비물질적 실재를 의미한다. 만물의 이성적인 근원력이라고 생각하는 헤겔의 절대적 정신이 대표적이다.
5. 감정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이 책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 저자는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의 동물이라고 전제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힘든 건 바로 ‘내 감정’이다.
어떤 날은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은데, 다음 날은 바로 감정의 회오리에 휩쓸려 일을 망친다. 일상의 대화부터 사회적 관계까지 좌지우지하는 감정 역량의 문제. 이제 생각보다 기분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자는 게 저자의 집필의도다.
우리에게 ‘진짜 자존감과 가짜 자존감’이 무엇인지 알려준 전미경 저자의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를 통해 14가지 감정 능력의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순간 ‘욱하는’ 일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래된 묵은 이유가 있다.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고, 오랜 상처로부터 회복하게 만드는 감정 능력의 힘. 누구 앞에서나 자신 있는 사람이 되는 수업을 시작하자.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14가지 감정 능력의 비밀을 모두 하나씩 하나씩 밝히고 있다. 어떤 감정은 어떤 상태에서 발전되며 어떻게 치료, 치유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독자들이 읽고 이해해 실천할 수 있게 쉬운 말로 풀어쓴 셈이다. 저자는 수련의 시절부터 본인이 가진 지극한 내향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환자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자존감, 감정 능력 등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2030들의 문제를 그들 세대의 가치관으로 열린 태도로 이해하는 치료자로 평가받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세 가지 제목의 실례를 적시한다. 의사이자 중독정신의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치료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14가지 유형의 감정 이상 현상을 분류하고 이에 대한 치료나 치유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분명히 밝히고 있다.
"많은 심리학 도서가 ‘부정 감정도 당신의 감정이기에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런데 ‘싫은 것을 소중하게 여기기’는 어렵습니다. 누구도 화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이 화를 내는 감정 또한 소중하다’고 말해주면, 그 순간에 위로는 될지라도 해결책은 얻을 수 없습니다."
「에필로그_최종 목표는 나의 자유」 중에서
[1.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일까] 정체성으로서의 감정 이해하기
감정의 회오리에 휩쓸려 일을 망친다. 남들과 다른 포인트에서 갑자기 감정이 올라온다. 왜 그런 걸까. 감정은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니라, 나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감정 능력이 중요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오롯이 한 개인으로 존중받기를 바라는 우리의 욕망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가족, 친구, 동료,
선후배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상대와 동등하게 소통하기를 원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기를 원하고, 이것이 억압될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1. 왜 세상에서 제일 다루기 어려운 건 나 자신일까」 중에서
[2. 생각이 다르다고 마음까지 다치는 이유는] 상황과 기분 분리하기
아무리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가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으면 아무 일이 없을 수도 있다. 생각이 다르다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무엇이 상처를 주는 걸까.
"이런 일에 섭섭하다는 티를 내는 것도 이상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이해하고 넘어가자니 나만 바보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두 사람과 정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들은 아니었던 걸까? 친구라면 적어도 누구를 섭섭하게 만들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잘못된 행동을 한 건 친구들인데, 왜 내가 속상해야 하는 걸까?’"
「2. 생각이 다르다고 마음까지 다치는 이유는」 중에서
[8. 가끔 내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 나의 기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나만 불행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의 사연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내가 관심을 받고 싶은 걸까?
“그 친구는 항상 하소연을 길게 해요.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짜증이 나요. 처음에는 위로도 해주고, 이런저런 조언도 해줬어요. 어떨 때는 너무 좋은 일이 생겼다며 마구 자랑하다가 어떨 때는 갑자기 울기도 해요.” 주변에서 숱하게 접하는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일도 잘하고 능력이 좋은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자기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은 경우입니다.
「8. 가끔 내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 중에서
[13. 외로울 순 있어도 무기력해지기는 싫다면] 소속감에 목매지 않기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옅은 외로움이 있다. 사람들과 같이 있다가도 문득 무기력해진다.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외로움을 다른 말로 바꾸면 저는 ‘내 세계가 줄어드는 기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외로움을 없애는 법은 ‘남의 세계를 갖다 붙이는 일’이 아니라 ‘내 세계를 확장하고, 다른 세계와 연결하는 것’일 겁니다. 나의 세계를 오히려 침범하고, 내 세계의 자율성을 해치는 방식으로는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13. 외로울 순 있어도 무기력해지기는 싫다면」 중에서
오늘날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신입 사원과 부장님 사이에 ‘감정 소통’이 안 되는 게 회사의 가장 큰 일이고, 울먹이는 한 친구를 이해 못 하면 ‘인간 관계’ 전체가 모두 엉망이 된다. 이처럼 감정의 문제가 중요해진 이유는 점점 더 오롯이 한 개인으로 존중받고 싶은 욕망이 커지고 있기 때문. 과거에는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소통하기를 원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물어보자. 내 기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가?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달라도 마음 상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감정을 키우지 않을 수 있는가? 나쁜 일을 겪어도 계속 곱씹지 않을 수 있는가? 당연히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행동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이유는 뭘까. 감정은 나의 정체성과 관련이 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한순간 ‘욱하는’ 일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오래된 묵은 이유가 있다.
『솔직하게, 상처 주지 않게』는 놀라운 감정 능력의 비밀을 알려준다. 현대 심리 이론을 바탕으로 감정을 타당화하기, 1차 감정과 2차 감정을 구분하기, 외상 후 성장하기, 도구적 정서 활용하기 등 14가지 감정 역량을 키우는 책. 감정은 결국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일이다. 이제 비로소 ‘나’다운 인생을 시작해보자.
이 책은 인간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감정’의 문제를 파고든 책이다. 그는 흔히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는 데에만 집중하는 오류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감정 능력을 키울 때, 내면 깊은 곳에서 자신감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타인과 공감하는 리더십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성 안드레아 병원, 제주 한라병원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천안에 있는 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있는 저자는 청각장애우 환자들을 위한 수화 진료, 인도 뉴델리 현지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카리 초등학교를 직접 설립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책 내용은 이 같은 치료 경험과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한 치유의 말로 가득차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