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1 - 시간을 넘어온 손님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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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慶余年) : 오래된 신세계』란 제목으로는 어떤 소설인지 알 수 없었다. 한자 몇 자 안다고 뜻하는 바를 해독할 길이 없었다. '오래된 신세계'라는 옆에 붙은 어구로 어렴풋이 판타지 소설의 냄새를 맡았을 뿐이다. 이유는 사실 중국소설을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더 정확할 듯싶다. 제법 두툼한 책을 펼치자마자 나오는 지도는 가상의 나라이지만 중국 한복판(중원 동남쪽)에 해당하는 나라이며 북쪽에 있는 북제와 힘을 겨루는 상태에 있다고 보여진다. '시간을 넘어온 손님'은 이 책의 제목이자 상1권의 제목이다. 차례를 읽고서야 이 책이 모두 6권(상1, 2/중1,2/하1,2)으로 이루어졌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전쟁소설이며 영웅소설, 무협소설임을 한참 읽고서야 알 수 있다.

사실 이 책이 유명해진 것은 잘 쓴 작품이어서겠지만 중국의 전 국민들이 모두 보고 즐길 정도로 인기 있는 화제의 드라마 원작 소설이다.

출판사 측도 '삼국지'가 '매트릭스', '서유기'가 '반지의 제왕'을 만났다고 평가할 정도로 재밌고 스케일 큰 소설임을 자랑한다. 특히 해리포터 이후 전 세계 독서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판타지 소설임을 강조하고 케케묵은 무협소설이 아님을 강조한다. 실제로 이 책은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로 방영돼 굉장한 인기 드라마가 됐다고 한다.





무협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독자에게도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다. 두툼한 두께의 여섯권의 분량으로 만들어진 책이니만큼 얽히고설키는 극적 관계도 흥미를 유발시킬 것 같다.

이 소설은 소재도 신선하고 현대에 사는 불구의 젊은이가 옛날 무협 시대로 돌아가면서 성장하는 스토리이다. 책의 첫 장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당시 지도가 나와 있다. 또 당시 세계관에 대한 설명과 등장 인물간의 관계도도 덧붙였다. 서서히 대하소설의 면모가 드러난다. 엄청난 무대를 배경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책은 드라마로 제작하는 빈도가 잦다. 우리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사람이 있어 드라마를 끌어가는 극적 요소가 충분하기에 그럴 것이다.




더욱이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식물인간인 주인공이 무협세계의 1살 어린 아이로 모든 기억을 가진 채 돌아간다는 설정은 너무 신선하기도 하고, 쉽게 떠올려지지는 않지만 소설의 상상력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흥미로움이 점점 고조되는 맛에 책을 쉽게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문체도 간결해 옛날 무협지와 우리나라의 단편소설을 읽는 느낌에 술술 읽힌다. 활자도 넉넉한 것으로 선택해 책장 넘기는 재미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설정도 전생의 기억이 후세로 와서 열등감에서 성장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도 재밌다. 처음 느꼈던 무겁고 두터운 역사소설의 중압감은 쉽게 벗어났다. 두꺼운 책에 대한 부담감 없이 되려 너무 빨리 넘어가는 속도감에 아쉬울 정도였다.





주인공 판시엔은 앞서 언급한 대로 중증근무력증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는 환자이다. 그가 자신의 호흡이 끊기는 걸 느끼면서 다른 세계로 간다.

그 세계에서 정신은 온전히 어른이였지만 몸은 갓난아이로 태어나서 시작한다. 현대에서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살수들에게 추격을 당하는 장면이 묘사도 뛰어나다. 그러나 역시 주인공 주위엔 조연이 있다. 잠시 우쥬라는 남자가 대나무 광주리에 넣은 판시엔을 등에 업은 채로 살수들을 가볍게 물리치면서 휠체어에 탄 남자와 만난다.

휠체어 남자는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판시엔의 엄마와 사이가 좋고, 감사원의 원장이다. 그둘은 판시엔을 놓고 누가 키울 것인지 이야기한다. 둘이 의견차로 싸우는 모습도 우리가 보기엔 유치한 수준이어서 실소하게 한다.

“어린이에게 젖을 먹이고, 글자를 가르치는 일을 네가 할 수 있다는 건가? 네가 사람 죽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뭔데?”

청년은 기분이 나쁜 기색도 없이, 메고 있던 대나무 광주리를 새털처럼 가볍게 밀어 올리며 대꾸했다.

“절름발이, 너도 살인만 할 줄 안다.”

“‘나의 주인’이 오면, 곧 그아이를 어찌할 지 결정한다니까! ‘나의 주인’ 외에 누가 이 알 수 없는 온갖 위험에서 그 아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거야?!”




결국 ‘담주’라는 곳에서 키우기로 결정 났고, 판시엔은 어느덧 4살이 된다. 애어른처름 자신은 사생아이고, 언제 누구에게든 목숨이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 기척 없이 판시엔의 방에 몰래 들어오고, 그는 자신을 죽이려는 살수인 줄 알고 그를 기절시킨다. 나중에 그가 판시엔의 사부 페이지에이다.

“너 확실히 여섯 살 맞느냐?”

“철이 일찍 드는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지만 틀린 말이다. 그는 어린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이미 머리는 현대에서 넘어온 능글스런 아저씨이기 때문이다. 애답지 않게 진기가 넘쳐 흘렀고, 사납기까지 하다. 더욱이 시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파헤치거나(결국 토하긴했지만) 모든 게 너무 어른스러워보인다. 페이지에는 독에 대해 모든걸 전수 해주고 떠난다.

그후로 7년이 지나고 집사가 도련님이라고 부르면서 하대를 하고, 판시엔의 하녀를 건드린다. 그리고 판시엔이 집사를 혼내고 가르친다.




“경전을 읽었다는 것이 사람을 때리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야. 내가 비록 하인들을 학대한 적 없다만, 오늘 네게 귀족 자식이 주인행세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알려줄 수 있어서 기쁘기 한량없구나.”

“난 너 같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너는 아마 내가 사생아라는 내 신분을 잊은 거야. 그래. 내가 사생아라 하자. 그래도 난 아버지의 아들이고, 너를 때릴 수 있지. 그런데 너는 나를 때릴 수 있니? 내가 때리면 때리는 대로 넌 그냥 받아들이고 참아야 하지. 웃을 테면 웃어 봐. 아니면 내 할머니나 징두로 가서 아버지 둘째부인에게 울면서 일러바쳐. 근데 알아둘 게 있어. 이 후원에 다시는 못 들어와. 내가 네 꼴도 보기 싫으니까.”


첫번째 암살시도가 벌어진다. 음식에 독을 넣은 것을 바로 알아차린 판시엔은 얼른 토해내고, 독의 출처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이미 죽은 주인. 암살하려는 한 사람이 있었지만 결국 판시엔의 손에 죽게 된다. 16살 되던 해에 우쥬에게 어머니에 대한 사실을 듣게 된다. 어머니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고 막대한 부를 13살 때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죽고 난 뒤 국가의 내고에 돈이 환수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쥬는 어머니는 빛이 나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오쥬는 상자를 내밀지만 어떠한 무계나, 타격에도 절대로 부숴지지 않는 상자라고 한다. 그의 말처럼 상자는 단단하고 견고했다. 그것을 열기 위해선 열쇠가 필요하다. ‘징두’에 있다는 말에 판시엔은 징두로 가는 것은 ‘바람’이 아닌 ‘의무’가 되었다. 상자를 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징두로 가야 한다. 어릴 적 헤어진 판뤄뤄와도 만날 수 있는 징두.




징두에 들어서자마자 철이 덜된 판스져와도 만난다. 매번 울 때마다 가서 엄마를 찾는 판스져. 그리고 뤄뤄와의 만남. 그리고 판시엔은 징두에서 약간의 활약을 남기기도 하면서 점점 황제와도 대면하게 된다. 그는 열쇠를 얻기 위해 장선생을 모신 회장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술을 마시고 시선에 등극한다. 장공주는 장선생을 이용해 범한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당하고 나라에서 쫒겨나기까지 한다.

드라마로 방영됐다니 비교하면서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물론 책으로 읽는 상상력에 흠이 되겠지만. 오히려 책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읽기에 충분한 소설이다. 읽는 내내 긴장감에 숨도 죽여가며 읽을 정도로 몰입도 최고의 소설이다.


저자 : 묘니


1977년생. 중국 1위 장르소설 작가. 중국의 대표 장편소설 작가 김용 이 후 가장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집필한 작품들은 저자만의 독특한 세계관속에 갖가지 사건들을 알차게 구성하였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갈등속에서 한줄기 목표로 끊임없이 달려가는 맛이 그의 소설속에 잘 녹아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주작기〉, 〈경여년〉, 〈장야〉, 〈택천기〉, 〈간객〉. 그의 작품 대부분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중국에서 80억뷰가 넘는 조회수를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최근 자신의 마지막 장편 소설 〈대도조천〉을 마감했다.


역자 : 이기용


경복고, 서울법대 졸업. 중국에 관심이 많다. 중국의 부상에 한국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중이다.

'문화'를 화두로 떠돌다 '묘니'와 친구가 되었다. 영화와 출판에 관심 있다. 〈경여년〉 외에 〈장야〉 등 묘니 작품을 우선 번역할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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