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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돈 - 금융 투시경으로 본 전쟁과 글로벌 경제
천헌철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10월
평점 :
경제강국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의 경제 전망은 밝지 못한 지금이다. 서구나 미국에 비해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 세계의 모범국가처럼 회자되지만 우리의 삶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더욱이 휴전으로 총탄이 오가지는 않지만 대치하고 있는 북한은 핵무기로 옥쇄작전을 펼치고 있어 늘 전쟁 위협이 잔존하고 있다. 이념과 경제 등에서 북한을 압도하지만 핵무기는 비대칭 전략무기여서 경제력만으로는 북한과 일대일 전쟁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무의미하다. 정부의 평화, 경제 협력의 노력도 미국과 중국이 끼어들면 남북 문제가 아니라 세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쉽게 진척되지 않는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쟁은 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막대한 재화의 소실을 가져온다. 이것은 전쟁의 겉면이다.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해 모든 전비를 충당한 전쟁은 없다. 화폐의 발행이나 국내외 차입으로 전쟁을 치른다. 여기서 중앙은행이나 금융기관이 개입한다. 전쟁은 금융의 진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작용된 구조가 금융시장의 형성과 제도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현대적 개념의 이자를 주고 전쟁 비용을 조달하는 방식은 르네상스 시기의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고, 그 이후 큰 규모의 전쟁에서 다양하게 변화ㆍ발전해 왔다. 그러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전개되는 내밀한 움직임, 특히 돈의 흐름은 쉽게 알아채기는 어렵다.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든 전쟁 충돌을 피하고 평화 통일을 이루려는 우리 정부의 정책 지향성은 겉돌고 있는 형국이다.
이 책의 1부는 전쟁의 전개와 함께 금융 비사, 금융의 역사를 바꾼 사건과 사기, 돈의 부메랑 등 전쟁과 관련된 금융 안팎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영국과의 전쟁에 패배한 금융적 측면의 원인은, 프랑스는 정복지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전비로 삼았고 영국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전비로 삼았다는 데 있다. 결국 이 전쟁은 금융 시스템 간의 전쟁이었으며 이후 영국의 금융 시스템은 세계를 장악하게 되었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전쟁 수행 국가는 자국에 있던 적국의 자산을 서로 몰수했다.
이런 행위는 국내 금융에서는 있을 수 없는 위험이다. 이런 일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국가 위험이 결정된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법과 규범이 갖추어져 있고 집행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국제금융센터를 구축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전쟁과 금융은 서로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2부는 국가 수출금융 지원 체제의 탄생,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근대 글로벌 경제와 금융의 역할, 글로벌 금융 지원의 환경과 변화 등을 살펴보고, 각국 민간 부문의 금융 발달 정도와 금융 환경 수준을 반영한 국가 주도의 금융 지원 형태가 진화하는 모습을 담았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요소와 대안을 모색하면서 몇 가지 경쟁력 화두를 제시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 강대국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으로 세계 경제를 장악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유럽은 국가가 중심으로 경제적 민족주의를 내세워 산업을 보호하고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들을 시행했다. 그리하여 관세 전쟁이 시작되었고, 수입 쿼터와 수출 승인제가 도입되었으며, 산업을 국유화했고, 전략 산업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지원했다. 보호무역이 확산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영국은 자유무역의 흐름을 회복하려 했다. 영국은 1919년 실업자를 구조하고 파괴된 수출을 재건하기 위해 수출신용보증부(ECGD)를 설립했다. 국가 수출금융 지원 체제로서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대공황의 영향을 받은 선진국들은 무역과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공적 수출신용기관을 발족시켰다.
1,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은 세계 은행가로서의 지위를 상실했고 미국이 그 지위를 이어받아 팍스아메리카 시대가 도래했다. 전후 도입된 브레턴우즈 체제로 자본의 이동이 통제되었지만 공적 수출신용을 통해서 자본의 이동이 가능했다.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공적 수출신용 분야에서 국제적 규범과 질서를 구축하면서 전 세계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은 주로 1, 2부에 들어 있다.
용병으로 군대가 조직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은 나를 지키는 병사가 되는 시대는 지금 시점에서 본다면 이해가 안 가는 점 투성이다. 하지만 이런 형태 역시 전쟁이라는 거대한 물자가 필요한 이벤트에서 어떻게 금융을 움직일까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해결책으로 등장한 사례다.
금융이 전쟁을 통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은 나폴레옹의 반격 워털루 전쟁에서 등장한다. 지금까지도 금융계를 지배한다는 로스차일드 가문이 제대로 돈줄을 쥐는 시대의 탄생이다. 영국 정부의 승인 아래 이들이 부지런히 돈을 움직였고 웰링턴 연합국은 승리하게 된다.
프랑스가 운영하던 세금에 의한 전쟁비용 조달은 더 이상 금융이라는 신무기에 먹히지 않았다. 앞서 말한 대로 이 과정에서 로스차일드 가는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고 이후 숨은 권력자로 탄탄대로를 구축했다.
1차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독일에게 가혹할 만한 배상금을 요청했던 부분은 결국 인과응보라는 결과로 돌아온다. 역사의 아이러니기도 하다. 물론 승자의 입장에서는 자기들도 들어간 비용이 있으니 한몫 단단히 잡고 싶었겠지만 쥐구멍을 만들어 놓고 쥐를 몰아야 한다는 기본을 망각했다. 에펠탑을 배경으로 나치의 리더들의 모습을 찍은 유명한 사진을 보면 유럽의 강대국으로서 프랑스가 어떤 모멸감에 빠졌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상처는 지금도 사실 회복되지 못했다. 1조 마르크로 오렌지 2~3개를 살 수 있는 수준의 인플레이션이라니 독일 국민들이 겪었을 1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은 그야말로 엄청났으리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히틀러라는 화가출신의 어설픈 정치가가 카리스마로 온 독일을 집어삼킨 힘의 원천이다. 돈은 이렇듯 때로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 때로는 살아남기 위해 전쟁을 불사하게 만든다.
최강의 발트함대가 시행착오로 먼 길을 돌아와 맞붙은 덕에 일본에게 대패하게 된 러일전쟁, 참 웃기지도 않는 전쟁이었지만 어쨌든 전쟁 주머니가 얄팍했던 일본은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하고 포츠머스 조약으로 게임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경제의 규모가 뒤졌던 일본은 이 상황에서 약속 받은 전쟁보상금을 받지 못했던 대목은 흥미롭다. 경제적 독립성과 규모가 전쟁의 결과조차도 뒤바뀌는 상황을 만든다는 데 집중해야 한다. 1차 대전 독일과는 정반대의 대목이어서 그렇다.
강대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하면 국제공조방식으로 위기에 대처한다. 이 이야기는 결국 강대국이라는 울타리에 속하지 않는 국가들은 언제든지 금융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우리가 1997년,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금융 위기를 맞은 바 있다. 한국은 우리의 금융 건전성이나 미래가능성은 마음만 먹으면 한방에 괴멸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약하기만 존재였다. 그 이후 다시 새로 시작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한 두 차례의 금융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지금은 경제, 문화, 방역 등의 성공적인 정착으로 아직까지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시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샴페인은 와인이 될 때까지 숙성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는 이른바 경제 강대국들의 힘에 휘둘리고 있고 대외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몇 조를 투자한 중국에서 '사드 배치'를 이유로 트집이 잡혀 쫓겨난 국내 그룹사도 우리는 착잡한 심경으로 봐야만 했다.
저자에 따르면 금융이 전쟁의 승패를 갈라놓듯, 현대 금융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국가적 체력은 금융을 이해하고 많은 국민들도 이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필요하다. 어린이들부터 금융을 가르치는 방법도 좋지만, 국가는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거짓뉴스 생산을 그만하고 생산성 높은 금융과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실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IMF 발발 시점처럼 일본이 언제든지 등에 칼을 꽂는 상황이 되어도 스스로 독립적인 자생이 가능한 실력을 키우기 위해 똘똘 뭉쳐야 한다.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우수한 기술 위주의 탄탄한 성장, 자율경쟁과 연구개발 두가지 방향성에서는 해외사례로 봐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취약한 산업구조상에서 백 번 맞는 주장으로 보인다. 문제점은 이런 주장이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되어 왔지만 개선이 안되고 위기가 되풀이되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 편향 경제구조는 개선과 개혁을 하겠다고 한 지 20년도 넘었지만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2차, 3차... 끝없이 이어지는 하청 구조와 갑질문화, 기술 빼앗기 등 국가가 손댈 부분조차 목소리만 높이지 여전한 실정이다. 이젠 개선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자체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보이는 돈을 만들어 놓지 않는다면 언제 강대국의 음모 속에 많은 국민들이 도탄에 빠지고 그 한 번의 치명타는 결코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각 경제 주체들이 자각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위기 상황은 경제 구조의 변화를 가져온다. 위기를 불러일으킨 원인을 규명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위기 이후의 상황에서 언제나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다고 한다. 언론 보도를 유심히 보면 각종 지표들이 빈부 격차의 심화를 해년마다 알린다. 보수 정권이나 진보 정권이나 빈부 격차 해소에는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보수는 안 해서 어렵고, 진보는 해도 안 되는 문제다. 그렇다면 금융 위기에 버금가는 세계적 충격인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이후의 상황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전쟁을 치르기 위해 찍어 낸 돈이 전쟁이 끝난 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역사적 사건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일자리가 더욱 고갈되어 가는 현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의 경제ㆍ금융은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국제경제 및 금융을 규정하는 질서와 규범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글로벌 경쟁력이 꺾이고 있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데 더해 미국 등 선진국의 견제를 받게 되면 한국의 미래는 그리 낙관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경제 지식도 별로 없고, 큰돈도 벌어본 일이 독자는 어쩔 수 없이 이 책에 의존한다.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일본·미국의 ‘문화로부터 배운다’, 부족한 민간 부문을 보완하여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자’, ‘스스로 노력하는 기업을 도와주자’ 등을 경쟁력 화두로 제시한다.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디지털로 연결하여 글로벌 강자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이 주장에 동의한다.
K-POP, 한류, K방역 등 우리가 세계에서 인정 받는 분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에 귀 기울여 본다.
누구나 돈을 벌 때는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액수를 정해놓고 돈을 벌지는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만큼의 돈을 갖다줄지 아무도 모르고 실제 자신이 정하는 목표액이 있다할지라도 목표대로 성공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이고, 모든 가치의 척도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뭘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우선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거기에 인간의 본초적인 '욕망'이 합쳐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될 뿐이다. 일본이 한참 잘나가던 80년대 미국인들은 그들을 경멸하며 '경제 동물'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인간적인 양심이나 여타 환경은 돌보지 않고 앞서 표현한 대로 돈 버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국인들은 동물이라는 비아냥을 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괴물에게 먹힐까봐 전전긍긍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그런 비아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부자의 "나 돈 없다" 식의 엄살 같은 조소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지금 이 책 『보이지 않는 돈』은 결국 역사의 굴곡을 이끌어간 돈의 힘과 점점 치밀해지는 돈을 다루는 기술,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돈을 주무르고 이용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서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자가 포스트 코로나를 앞두고 거시경제에 어떤 변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목표를 지향하고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청할 만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