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후의 부부, 플라이시먼
태피 브로데서애크너 지음, 오세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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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결혼 자택 등을 포기하는 '오포세대'가 우리 나라 청춘들의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시대다.

코로나로 취업 문제가 잠시 당면 문제의 뒷전으로 밀렸지만 여전히 미취없 청춘들은 당장 먹고 살 일이 더 걱정이다. 수십, 수백 군데 이력서를 내고, 면접도 보지만 청년 취업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세계적 팬데믹 상황으로 방역이 우선이어서 취업 문제는 얼굴도 못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그나마 선제적 방역으로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이 상황이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는 실정이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 중이고, 일부 국가에서는 3차 임상실험을 끝내지 않고도 환자에 투여하고 취약계층부터 독감 백신을 맟추고 있다. 독감과 코로나의 관계를 모르는 일반 국민들은 정부 방역당국의 조치에 따르는 수밖에 별 뾰족한 수가 없다.

청년은 결혼을 꺼리고 결혼 안정기라는 중년의 나이로 넘어가는 사람들의 이혼은 오히려 늘어나는 기현상도 보인다. 수입이 없어져 생계가 막막해질 정도로 경제적 압박이 심해서일까. 그러나 막상 이유를 찾아가보면 대개 예전의 이혼 부부와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고 한다. 결론은 코로나와 결혼, 이혼은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다는점이다.







미국은 우리와 상황이 달라서인가? 보도를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등 동양권보다 서양 사회에서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는 상상도 못할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희생자도 수십 만 명에 이르고 백만 명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결혼 14년이 넘었는데 특별한 이혼 사유가 없는 것 같은데 별거, 이혼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가 별거나 이혼 사유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왜 늘어나는가?

사회학자들은 중년의 부부 위기는 대개 삶의 이유가 충분하게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자주 부딪치는 부부 갈등 문제를 풀지 못하고 결국 '사랑 이후의 부부'로 남는 일을 선택하려 한다.

이혼이 이렇게 설득력 있는 이유를 갖지 못한 채 흘러가면 결국 사회문제를 일으킬 것이 명백하다. 인구 문제, 의학 발달에 따른 고령화 문제. 모두 국가가 위기를 느끼긴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이 소설은 결혼과 이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 현대의 인간관계를 섬세히 관찰했고 유머로 풀어 쓴 작품이다.

대학 시절 사랑에 빠져 결혼한 뒤 14년 넘게 결혼 생활을 해오며 사랑스러운 딸과 아들을 둔 토비와 레이철 플라이시먼 부부. 이들이 이혼 수속을 밟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혼을 하기로 결심한 걸까? 작가는 이 소설 속에서 사랑과 결혼, 부부의 갈등과 위기 등을 고찰한다. 직장 생활과 결혼 생활,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뇌하고 방황하는 인물들을 통해, 종종 폭소를 터뜨리게 하면서도 결혼 생활의 실존에 관한 통찰력 있고 마음을 울리는 시대의 초상을 그려낸다.





미국 뉴욕시에 있는 병원에서 간의학 전문의로 일하는 토비 플라이시먼. 그는 레이철과 이혼 절차를 밟으며 자녀 해나와 솔리를 공동으로 양육한다. 별거 후 토비는 심리 치료를 받으며 악몽과 같았던 결혼 생활에서 회복하려는 한편, 돌아온 싱글로 온라인 데이팅 앱에 빠져 여러 여자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철이 새벽에 그의 집에 두 아이를 데려다 놓고는 사라진다. 토비는 레이철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려 애쓰면서 병원에서는 위중한 환자들을 진료하고, 데이팅 앱에서는 여자들이 만나자고 연락을 해오지만 아빠로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그는 과거의 기억들을 더듬으며 그의 결혼이 어디서부터 어긋난 것인지 알아내려 한다.

대학 4학년 때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져 결혼한 토비와 레이철. 의사로, 에이전시 직원으로 일하며 아름다웠던 결혼, 꿈같은 신혼 생활 뒤 임신과 출산을 겪고, 두 아이를 양육하며 점차 중산층에서 부유층으로 사회적 상승을 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세월이 지나 어느 덧 서로에 대한 배려는 사라지고 두 사람 각자 상대방에게 원하는 요구만 남아 있다. 서로에 대한 갈등과 분노, 증오가 심화되어 부부 상담도 시도해보지만 결국 이혼을 하기로 합의한다. 소설의 화자는 대학 시절 토비와 친구가 된 기자 출신 리비이다.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 둘 중 누구의 잘못이 더 큰 것일까?




리비는 토비와 레이철 부부의 결혼 이야기, 여전히 싱글로 지내는 친구 세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통해 사랑과 결혼, 맞벌이에 육아를 병행하는 부부의 모습을 여러 각도로 조명한다. 이 시대에 여성으로서 겪는 현실, 직장 생활과 자녀 양육 사이에서의 번민,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와 가족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관한 실존적 고민들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유머와 풍자가 가득하면서도 동정심이 가득한 시선으로 인물들의 삶을 그리며, 인생의 의미를 통찰력 있게 담아낸다.


토비와 레이철은 1학기가 끝난 직후인 6월 초에 헤어졌다. 거의 1년에 걸친 과정의 결말, 아니, 어쩌면 14년 전 그들의 결혼식이 끝난 직후부터 시작된 과정의 결말이었을지도 몰랐다. 그것은 누가 그것을 바라보는지, 또는 어떻게 그것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다. 이혼으로 끝나는 결혼은 처음부터 그렇게 될 운명이었을까?(p. 23)


한 사람이 모든 산소를 독차지하고 있는 결혼에는 두 사람이 설 공간이 있을 수 없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아이들 학교에서 전화가 올 때 받아야 했다. 두 사람 중 하나는 아이들의 백신 접종 기록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했다. 둘 중 한 사람은 염병할 설거지를 해야 했다.(p. 94)


아내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불안과 걱정으로 정신적인 고문을 받으면서도 아이들에게는 그런 기미를 보이지 않기 위해 미소를 지어 보이는 한편, 마치 모든 것이 다 잘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여자와 섹스팅을 하고 있다니, 그는 자신이 얼마나 미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p. 174)






아내는 최고의 애인이나 영원한 애인이 아니다. 그녀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다. 그녀는 네가 너 자신을 재료로 해서 함께 만든 존재다. 그녀는 너 없이는 아내가 될 수 없고, 그래서 그녀를 미워하거나 배반하거나, 네가 그녀와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해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너의 괴사한 손가락을 욕하는 것과 같다.(p. 395)


또한 이혼은 건망증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그런 모든 혼란이 있기 이전의 순간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며, 사랑에 빠진 순간들을, 떨어져 있는 것보다 함께 있는 것이 더 특별하다고 깨달은 순간들을 망각하는 것이다. 결혼은 그런 순간들을 기억하며 봉사하며 살아간다.(p. 495)


부부의 위기를 다룬 소설과 드라마, 영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엄청나게 많다. 대개 서양 쪽에서 만든 영화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에게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얼마 전 모TV에서 방영한 '부부의 세계'는 종합편성 TV의 한계를 딛고 시청률을 지상파 방송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이 드라마에서 관심을 갖고 그려내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일부 부부들의 얘기지만 전폭적인 인기를 받은 것은 분명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중년에 들어서는 부부들은 권태스러울 만큼 충분히 살았다는 점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 전편을 다 보진 못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단어 '불륜'이 모티브가 된다. 내용도 진부한 내용이다. 다만 심리 표현을 잘해 그쪽에 신경을 쓴 듯한 의지가 여러 곳에서 보인다.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한울타리 안에서 같이 살게 되면 더 잘 살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참고 살고, 애들 때문에 살고, 아직도 상대를 믿기 때문에 살고...






저자 : 태피 브로데서애크너(TAFFY BRODESSER-AKNER)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기자로, 〈GQ〉 〈ESPN 매거진〉 등 여러 매체에 글을 써왔다. 이 책 《사랑 이후의 부부, 플라이시먼》은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출간 뒤 2019년 전미비평가협회 존 레너드상, 2020년 영국 도서상 데뷔작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고, 2019년 전미도서상, 카네기 메달상, 2020년 여성소설상 후보에 올랐으며, 2019년 뉴욕공립도서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올해 최고의 책 TOP 10,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영미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찬사를 받았다.


역자 : 오세원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공군 통역 장교로 복무했으며, 금융업계에 근무 중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 윌리엄 앤 매리 대학교 MBA를 마쳤고, 현재 녹색기후기금(GCF)에서 근무 중이다. 옮긴 책으로 《제임스 서버》 《랭스턴 휴스》 《펭씨네 가족》 《당신 없는 일주일》 《시인들의 고군분투 생활기》 《뜻밖의 회심》 《퓨처 누아르》 《청춘을 위한 기독교 변증》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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