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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
김은희 지음 / 젤리판다 / 2020년 3월
평점 :
저자는 책 읽을 시간조차 내기 쉽지 않은 상태로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어떻게 엄마들의 귀에 꽂힌 공감의 언어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오로지 실력과 노력, 남다른 열정이 요구되는 사회 시스템 아래서 엄마로 일하고 사랑하고 돈 벌고 견디고 기억하고 기록하며 책을 낼 수 있었을까.
독자는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한 부분보다 그 점이 더 궁금하다. 또 이런 시스템의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공감과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이 간다. 이 책은 서른아홉, 뒤늦은 사춘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치열하게 보낸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에는 대기발령도, 인수인계도 없는 육아, 이른바 ‘독박육아’에서 ‘함께 성장하는 육아’로 거듭나기까지 울고 부딪치며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가득하다. 나아가 육아를 통해 나를 알아가고 일상에 감사하며 가장 자연스러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까지 그려낸 데 대해 독자로서 감복한다.
오랫동안 헤맸어도, 지금 길을 잃은 것처럼 보여도, 끝내 새로운 길을 찾아낼 단단하고 용기 있는 이 시대 워킹맘, 전업맘, 모든 여성에게 이 책을 바친다는 독자의 뜻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 '마음껏 사랑하되, 너무 애쓰지 말기를' 독자도 따라 해본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 것』은 제목처럼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표지와 제목만 얼핏 보아서는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맞히기 어렵다.
책을 들춰보거나 책 소개글을 접하고 나서야 아이에 대한 엄마의 사랑, 즉 양육의 이야기다. 호텔리어로 15년간 일을 한 김은희 저자는 워킹맘과 전업주부로서의 육아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모두 경험했다. 15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워킹맘과 전업맘을 동시에 살아본 저자가 아이 양육에 대한 경험담을 솔직하게 쓴 에세이다.
그렇다고 저자는 육아에 대해 모르는 게 없는 척, 육아전문가인 척 허세를 부리진 않는다. 스스로 ‘육아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믿음이 오히려 좋은 엄마 콤플렉스를 만들어 자신만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워킹맘들은 어려움이 많으리라는 것은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가리지 않고 체험을 통해 알 것이고, 심지어는 남성들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낄 것이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서로 다른 성격의 일을 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고, 이게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부담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 여성가족부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적 뒷받침도 하고 있다지만 모든 워킹맘에게 혜택이 다 돌아가는 단계는 아닌 듯하다. 이 같은 정책 시행은 몇 년 전부터의 일이어서 아직 정착되진 않았을 테니 일부 혜택만 받아도 다행이지만.
'쉬어가더라도 멈추지는 말자'는 소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엄마가 체질이 아닌 자신을 타인(곧 아이)을 위해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했다고 말한다. 누구나 나 자신을 아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져야 할 숙제다. 우리는 늘 타인을 관찰하고 판단하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눈치채고 그에 맞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런데 나 자신을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일에 과연 얼마나 시간을 할애하고 있을까? 그래본 적은 있을까? 독자는 자성하게 된다.
독자는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고 같은 취미를 즐기는 것을 좋아하고,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의 필요한 부분을 최선을 다해 채워주려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의 사람이다. 그러나 이른바 '자아성찰'엔 그다지 힘을 쏟지 않았다. '그냥 생긴 대로 산다'가 잘 통해서일 게다. 독자가 학교 생활 이후 읽은 책들도 문학, 인문학, 대인관계 분야의 책이 주류를 이룬다. 그것도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굳이 자아성찰을 하게 하는 철학서나 정신분석학, 심리학 분야의 책은 피했다기보다 '어렵다'는 이유로 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나를 알고, 또 인정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어려운 문제지만 삶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내 삶에서만큼은 내가 중심이고 나답게 살기 위한 첫번째 관문인 것 같다. 독자로서 저자에게 한 수 배운다.
저자는 자녀가 두 명이라고 한다. 첫째를 잘 챙겨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책에서 많이 보인다. 아마 워킹맘으로서 양육에 대해 몰라서 그랬을 것 같다. 엄마라는 것을 처음 해본 사람은 누구나 서툴 것이다. 자신의 엄마에게 배우고, 또 책이나 미디어 영상, 친구나 동료로부터 배운다 하더라도 막상 자신이 엄마가 되었을 땐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배운 대로 들은 대로 해서 잘한다면 대화나 가르침의 대상이 안될지도 모른는 일이다. 누구나 주변에서 "나는 나쁜 엄마"라는 말을 한 사람을 많이 봤을 것이다. 대개 자식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표현이다. 독자는 남성이지만 그런 표현을 한 사람을 많이 봐왔다. 듣다보면 대개 '나쁜 엄마'라는 표현은 '나는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한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다. 세상에 '나쁜 엄마', '좋은 엄마'가 따로 있을까. 저자는 이를 슈퍼맘 콤플렉스에 걸린 거라고 말한다. 좋은 엄마,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슈퍼맘 콤플렉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자.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는 엄마라면 이미 충분히 훌륭한 엄마 아닌가? 그저 아이 탓만 하거나 자기반성이 없는 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는가?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진심은 충분히 이 세상의 엄마들에게 충분히 공감된다.

책에서는 숨통 트이기라는 번외 부분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공감되는 것이 많다. 독자가 요즘 가장 많은 생각하고 또 직장 동료들에게 많이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집에 많이 있어보니 비로소 가족이 보이더라'는 말이다. 아이와 배우자가 비로소 자세히 보임을 느낀다. 지금까지의 일상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이르러서야 느꼈다는 게 부끄럽지만 그만큼 집에의 부재를 증명하는 명백한 고백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고백성사 하는 마음으로 이 얘기를 많이 꺼냈더니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 철들어 가나?'는 비아냥 섞인 농담도 건네 왔다. 또 '때가 이미 늦은 거라네, 이젠 집에 자네가 없어도 살 수 있는 상태라는 반중이라네'라는 말도 들었다. 내 삶의 울타리 안에 있는 식구들이 그동안 안 보였던 것은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기 성찰과 반성, 새삶에 대한 각오도 생긴다. 이 책을 읽다 느낀 엄청난 수확이다. 그땐 왜 몰랐을까.
사실 모르는 게 아니라 더 큰 관심이 늘 '밖'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를 되돌아본다. 분명 잘못된 점을 발견하다. 새롭게 살 것을 다짐한다. 새로운 삶은 원래 나다운 삶이다. 결국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는 생각을 깊은 사색 끝에 찾아냈다. 이 책의 덕분이다. 저자의 솔직한 얘기에 공감하고, 독자 스스로를 돌아본 계기다.
지금도 직장에선 관리자의 위치에 있지만 덕분에 코로나 상태로 유급 상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가족에 대해 그토록 치열한 사색을 해본 적이 없다. 이 책이 계기를 마련해 주었고, 내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의 행복이 내 삶의 행복이란 평범한 진리에 한 걸음 다가선 것 같아 즐거운 집콕 생활을 하는 중이다.
저자는 요즘 떠오르는 '미니멀리즘'을 육아에 적용해 보라고 조언한다. 미니멀리즘의 첫 번째가 비워내기인 것처럼 심플 육아의 첫 단계도 '마음 비워내기'이다. 완벽한 나도, 완벽한 아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마음 비워내기의 시작이다.
비워내는 것이 끝났다면 두 번째 단계, 지금 나에게 집중하기를 실천해보자. 내 삶에 있어서 내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에도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적용해보자. 희생하지 말고 함께해보자.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는 나의 한계 설정하기이다. '엄마에게 대기발령이 없다'와 일맥상통하는 얘기이다. 심플 육아의 핵심은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여 나의 휴식 또는 충전시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멋진 말이지만 말보다 행동이 더 멋지다. 독자는 '나는 나를 위해 하루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하는가'를 자문해본다. 잘 생각나지 않지만24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아직 사색의 단계로 들어가지 못한 화두를 꺼낸 말에 그쳤다. 올 가을엔 이 점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생각해볼 참이다. 열심히는 살아왔지만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되돌아보려는 것이다.
저자는 이밖에도 업글 맘이 되기 위한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바로 홈짐, 경제공부, 독서이다. 책읽기는 관심도 많고 실제 조금 읽는 편이다. 절대 시간은 많은 편이 아니라서 '조금'이라고 표현하지만 다른 부문에 쓰는 시간보다는 많다. 매일... 운동도 좋아했지만 나이 먹어가면서 자연 운동보다는 책 읽는 게 더 좋아진 것 같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삶에 변화를 일으킨 7가지 지혜에 관해 얘기한다. 간단 명료한 7가지가 가슴에 속속 들어와 새겨진다. 저자가 깨달은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핵심 포인트만 독자에게 주려는 것 같다.
저자 : 김은희
대한민국 최초 워킹맘 컨설턴트, 워킹맘 디렉터 멘토. 척박한 가정환경 덕분에, 별 제약 없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자유롭게 자랐다. 고등학교 졸업 전 이르게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학력차별을 실감하고 대학진학을 결심한다. 이후, 관광경영학을 전공하고, 삼성동 소재 특급호텔에서 호텔리어로서의 두 번째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별다른 고민 없이 엄마로 산 지 7년, 좌충우돌하다 보니 서른아홉이었고 뒤늦게 엄마라는 존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했다. 전업맘도 워킹맘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들로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그 때, 불쑥불쑥 찾아드는 질문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게 주어졌던 역할들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누구인 거지?’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군분투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겁 없이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누가 뭐래도, 내 인생은 내가 만든다》 공동저서를 시작으로 작가로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그녀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담아 일, 육아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로 이번 책을 준비했다. 2년간의 고민을 담은 이 책을 계기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엄마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버(giver)로서 대한민국 최초 워킹맘 컨설턴트를 자처한다. 사랑하되, 애쓰지 말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