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 - 맥락적 근거로 파고든 한글 탄생 비밀 이야기
최시선 지음 / 경진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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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를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이런 전차로 어린백성이 니르고저 할빼이셔도 마참내 제 뜻을 능히펴지 못할놈이 하니다 내 이를 어여삐 녀겨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사람마다 수비니겨 날로쓰매 편아케 하고저 할 따라미니라.

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 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使於日用耳.

(국지어음 이호중국 여문자불상유통 고우민 유소욕언 이종부득신기정자다의 여위차민연 신제이십팔자 욕사인인 이습 사어일용이).


이것이 그 자랑스럽고 유명한 훈민정음 반포의 어제 서문이다. 고등학교 때 "시험에 잘 나오니 무조건 외워라"는 국어 선생님의 엄명에 따라 죽자사자 외웠다. 이 때문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부분이 들리면 따라 외울 수 있을 정도다. 그리 길지 않고 뜻이 분명해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한 개의 문장이란 사실도 뒤에 안 사실이고 이 서문이 단순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고, 글의 흐름이 순해서 물 흐르는 듯해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평은 한 소설을 통해 알게 됐다. 한글로 풀어쓴 해례본은 왕이 힘 없고 못 배운 백성을 위해 새 글자를 만들었으니 누구든지 쉽게 배워 날마다 익혀 자신의 뜻을 제대로 밝힐 수 있다고 적었다. 당시 세종대왕이 백성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담은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세종이 학문이 깊고 백성 사랑이 넓다고 하지만 글자를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일부 집현전 학사들과 공주 등이 도왔다는 것은 그때 배운 사실이다.

조정 대신들의 반대와 중국의 경계를 뚫고 새 문자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후에 사극이나 역사 소설 등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세종의 뜻을 받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러다 영화 '나랏말싸미'가 상영되면서 신미대사라는 스님이 있었다고 해 혼란이 왔었다. 그러나 학계의 정설이나 역사적 근거(실록)가 부족해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과연 훈민정음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책 『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의 최시선 저자는 탄생의 비밀에 대해 가져온 의혹이 더 짙어졌다. 영화 '나랏말싸미'를 보고 난 이후다. 저자는 직접 해답을 찾아나섰다. 저자는 수필작가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장이다. 단번에 수십 권의 책을 사고, 인터넷을 뒤지고 밤잠을 설쳐가며 훈민정음에 파고들었다고 한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 들어가 관련 자료를 내려 받아 틈나는 대로 읽었다는 것. 시작일 뿐이다. 세종25(1443)년 12월 30일 기사에 딱 한 번 창제 사실이 나온다. 앞뒤가 잘려 나간 채 달랑 57자의 한자가 전부다.

왜 그랬을까? 그 중요한 새로운 문자의 창제 사실을 그렇게 간단하게 알렸을까?

저자는 훈민정음을 공부하면서 놀랄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훈민정음 비밀코드 15가지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나랏말싸미 중국에 달아….’로 시작하는 〈세종어제서문〉은 정확히 108자다. 이것은 약과다. 이외에도 알 수 없는 코드가 널려 있다. 이는 다빈치 코드가 아니라, 한글 코드다. 누가 이를 심어놓았을까? 저자는 그가 바로 신미대사일 것으로 확신한다.



영화 <나랏말싸미>의 한 장면. 신미대사와 세종.(독자임의채택)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신미대사가 자료를 분석해 직접 써보고 있다.(독자임의채택)


"나 역시 최근에 '나랏말싸미'란 영화를 보고 나름 충격을 받았다. 단순한 픽션인가 아니면 근거가 있는 진실인가? 영화 속에서 한글을 만든 이들은 신미와 그의 제자들이었다. 우리 교과서에 배운 집현전 학사와 세종이 아니었다. 매우 혼란스러웠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혼자서 만들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천재이고 음운학에 밝았다고 하지만, 그 어려운 문자를 혼자의 힘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대왕을 도운 숨은 공로자 있을 것이다. 바로 당시 음운학에 능통하고 세종과 소통했던 불교의 학승이며 실록에도 기사로 69건, 이름으로 139번 등장하는 신미…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집현전 학사들과 세종이 함께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이는 교과서의 영향이 클 것이다."(p. 154)





『훈민정음 비밀코드와 신미대사』는 이러한 의문을 가감 없이 풀어냈다. 교양서적이지만 어느 정도 합리적 의심으로 다가간 연구 보고서라고 한 말이 맞을 것 같다. 한글 창제의 진실에 대하여 화두를 던진다. 특히 신미대사와 관련된 실록 기사를 낱낱이 해부하여 실었다. 이러한 시도는 모름지기 최초일 것이다. 저자는 신미의 조선왕조실록 기사를 접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한다. 역대 왕들은 신미를 왕사급으로 대우하는데, 대소신료들은 승냥이처럼 그를 물어뜯는다. 실록 기사에 온통 비난과 질시로 가득하다는 것. 도대체 왜 그랬을까? 단지 억불숭유의 시대였기 때문에? 그렇다면 신미는 한낱 승려로서 천민 신분이었는데, 역대 왕들의 존중을 받으며 어떻게 실록에 당당히 등장할 수 있었을까?

독자도 이 책의 내용을 읽고 의문이 풀리는 부분이 많았다. 저자의 노력에 공감이 가고, 유의미한 주장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은 4부로 이루어졌다.

1부는 ‘영화 〈나랏말싸미〉 그 후’다.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후 저자 나름의 의문을 SNS에 올린 글을 다시 풀어썼다. 현장에 직접 가보기도 하고, 지인들과 함께 토론한 내용도 담았다.

2부는 ‘훈민정음을 공부하다’이다. 이런 의문을 바탕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하고 알게 된 내용을 글로 썼다. 여기서 백미는 단연 ‘훈민정음 비밀코드’다. 이곳에서 코드를 다 설명하지는 못했다. 비밀코드는 여러 곳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나타난다.

3부는 ‘훈민정음에서 신미를 보다’이다. 이 글은 연구 논문이다. 공부하다 보니 공모 논문을 썼는데, 이것이 지역 학술지 ≪충북학≫ 21집에 실렸다.

4부는 ‘조선왕조실록에서 훈민정음과 신미를 보다’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조선왕조실록에서 훈민정음 10건, 신미대사 69건의 기사(신미대사 이름으로 139번 등장함)를 샅샅이 뒤져서 하나하나 해설을 붙였다. 그리고 가감 없이 상상과 추론을 더했다.





세계에는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지만, 자기만의 고유한 문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게 훈민정음, 한글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아마도 삼국시대에 유입되어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사용되었던 한자를 쓰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만국 공용어인 영어를 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나랏말싸미>를 보고 세종대왕과 신미, 그리고 훈민정음에 대해 여러 의문을 품었고, 종내는 궁금증이 폭발하여 훈민정음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훈민정음 공부를 위해 수십 권의 책을 구입하며 훈민정음에 숨겨진 있는 비밀을 밝히기 위한 관련 자료들을 모으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공부하기 위해 두 달을 청주에서 서울을 오갔다고 한다.

저자의 노력이 눈물겹다. 이렇게 해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비밀코드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어제서문 글자 수 : 108자, 정음편의 한자 갈래 수 : 108자

훈민정음 해례본의 종이 장수 : 33장, 불가의 저녁 예불 범종 : 33번

훈민정음 창제 문자 수 : 28자, 불가의 새벽 예불 범종 : 28번

신미대사와 그의 둘째 동생 집현전 학사를 지낸 김수온 그리고 세종, 훈민정음 대중화와 보급을 위한 불경 언해 사업 주관,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신미에 대한 지극한 공경 등 이 책은 훈민정음의 비밀코드를 밝히는 내용들 담고 있다.




저자는 자료를 정리하며 비밀코드를 풀기 위한 세부작업에 돌입한다. 발견한 훈민정음 비밀코드는 모두 15가지이다.

1. '훈민정음' 언해본 세종어제서문 글자 수 108자

2. '훈민정음' 해례본의 정음편(서문+예의) 한자 갈래 수 108자

3. '월인석보' 권1의 종이 장수 108장

4. '훈민정음' 해례본의 종이 장수 33장

5. 훈민정음 창제 문자 수 28자(자음 17자, 모음 11자)

6. 훈민정음 창제 중성(모음) 기본자 3자

7. '훈민정음' 해례본 정음해례편의 '결왈(訣曰)' 칠언고시 형식

8. 문종실록에서 신미와 정음청의 일 언급

9. 세종이 신미에게 내린 26자 칭호 중 우국이세(祐國利世)

10.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신미에 대한 지극한 공경

11. 범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언어학의 대가로서 세종과 소통

12. 훈민정음 대중화와 보급을 위한 불경 언해 사업 주관

13. 훈민정음 창제 후 세종의 두 번에 걸친 청주 초수 행궁 행차

14. 신미가 예종에게 올린 한글 상소

15. 세조의 속리산 복천사 방문과 오대산 상원사 중창 지원





기존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에서도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루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단연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이 주체가 되어 한글을 만들었다.

이 책은 교양서적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선왕조실록 및 개인 문집 등 역사 속 실재자료들을 토대로 실질적인 근거를 가지고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연구 결과물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글 창제에 깊이 관여 되어 있는 신미대사와 관련된 실록 기사를 낱낱이 해부하여 분석한 점이 이 책의 또 다른 읽을거리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훈민정음과 영화에서 다룬 훈민정음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는 달라도 너무 많이 달랐다. 훈민정음, 한글 탄생의 진실은 무엇인가?

이것이 역사의 진실이기에 꼭 읽어보기를 권하기보다 집현전에서 만들어진 하나의 결과물 대신 나라를 돕고 세상을 이롭게 한 한글의 창제에 전해지는 이야기 중에 신미대사라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는 사실과 이 작가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을 보며 책을 읽어본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글 창제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글날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며 독자는 감사한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과 탄생 비밀을 밝히려는 저자의 노력에.




저자 : 최시선


충북대와 한국교원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동안 중ㆍ고등학교 교사, 장학사와 교감을 거쳐 지금은 충북 진천 광혜원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6년 문단에 데뷔하여, 한국문인협회ㆍ충북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청주문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중부매일신문에 10년간 수필을 연재하고 있으며, 틈나는 대로 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명상 이야기≫, ≪학교로 간 붓다≫, ≪소똥 줍는 아이들≫, ≪내가 묻고, 붓다가 답하다≫(개정증보판), 수필집 ≪삶을 일깨우는 풍경소리≫ 등이 있다. 2019년 한 해가 다 갈 무렵, 영화 〈나랏말싸미〉를 본 후 훈민정음이 너무 궁금해 8주간이나 청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훈민정음≫ 해례본 강독 교육을 마쳤다. 현재는 다음 카페 ‘한글 창제와 신미대사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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