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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들 - 주변에서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평범하지 않은 ㅣ 어쩌다 보니, 시리즈 2
안지영 외 지음 / 북산 / 2020년 8월
평점 :
올 가을은 정말 소리 없이 오는 것 같다. 엊그제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 속에 여름이 지나간 줄도 모를 정도였다.
기온도 폭염은 며칠 안 된 것 같다. 작년 여름 유난히 더워 에어컨을 너무 틀었더니 전기요금이 다른 달에 비해 무려 30만원이 더 나와 깜짝 놀랐었는데 올 여름은 독자 기억으로는 한 번도 에어컨을 안 켰다. 폭염의 날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다.
코로나로 엄중한 시기에 왠 계절 타령이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독자가 계절 얘기를 늘어놓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로 일상이 멈춰서고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바로 우리 이웃이었다는 것을 발견해서다.
『보통사람들』. 이 책은 평범하게 살아가던 다섯 명의 저자들이 육.책.만(육 개월 안에 책을 내고 만다)이라는 밴드에 가입해 자신과 자신의 일상을 바라보며 쓴 이야기이다. 특별한 사람이 특별한 주제로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평소 같으면 귀담아 듣지 않을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며 삶의 열정으로 이야기를 끌어내, 책으로 만들고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정감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이런 이야기도 책으로 낼 수 있구나' 하는 의욕도 북돋아주고, '그런 사람들이 우리 이웃이구나' 하는 자성의 시간도 갖게 한다. 그들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그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한 '보통사람들'이다. 지극히 평범해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집 아줌마, 아저씨, 언니 또는 동생인 이들은 어느 날 우연히 방송국 기자단에 지원하게 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밴드에 가입한다.
초대장을 날린 방장의 의무감이었을까? 처음에는 방장의 뭔지 모를 모노드라마와 같은 글들이 올라왔다. 은근슬쩍 무반응을 결심하고 있었던 4명의 멤버, 하지만 올라오는 글들이 자꾸 신경이 쓰였다. 나와 같은 생각, 나와 같은 느낌, 나와 같은 질문들이 슬금슬금 올라와 머릿속 또는 마음속을 거슬리게 했다.
어느 날 제2의 멤버가 글을 올렸다. 그러자 조용하기만 하던 밴드에 속속들이 다른 멤버들의 글이 올라오며 육.책.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올라오는 글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육아의 어려움, 퇴직과 새로운 도전,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발견들, 하나 같이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신기한 건 짧게라도 한두 줄 쓰고 나면, 우울하고 슬프게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위로와 에너지를 얻게 되고, 소소한 일상의 기쁨도 배가 되었다.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나와 같은 보통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든든한 한편이라도 만난 듯 서로에게 왠지 모를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이 책은 기대 없이 시작했던 ‘소소한 시작의 결과물’이자, 무모해 보이지만 있는 힘껏 응원해 주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열정’일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 무슨 이야기를 책으로 쓰나요?’ 하고 글을 쓰는 시작부터 자조 석인 물음표가 가득했지만 이들은 보통의 삶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삶의 균형도 새로운 꿈도 찾게 되었다.
누구든 스스로의 경험만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기가 쉽지 않다. 삶이 가져오는 수많은 질문들 그리고 넘기 힘든 계단과 마주설 때가 많다. 자신의 경험이 그 모든 해답을 갖지 않는다. 그럴 때면 자신의 방법으로 지식을 동원하고, 책을 읽고, 전문가의 도움도 받고 하면서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더 큰 용기를 얻고 삶의 긴장을 내려놓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발견했다. 독자 개인적으로도 저자들을 통해 간접 경험이지만 특별한 경험이다. 책이 삶의 지혜를 직접 말해준 듯한 느낌이다.
우리 주위에는 평범한 일을 앞에 두고 쓸데없이 성실하게, 무모하지만 열정적으로 차곡차곡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혜를 줄 줄이야 생각도 못했다. 바로 우리 이웃인 보통사람들이다. 우리 삶의 대부분을 채우는 것은 이러한 보통사람들의 삶속에서 녹아든다는 평범한 진리도 깨달았다.
어려울 때 위인들의 이야기에 잠시 귀를 기울여도 보지만, 길고 지루한 삶의 미로 속을 걸어가면서도 웃을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은 함께하는 수많은 보통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삶의 지혜를 줄 줄이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우리 이웃이고 평범한 갑남을녀이다.
육.책.만의 다섯 멤버들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분명 위로가 될 것이다. 또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를 읽으며 힘을 낼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는 너무 평범해서 더 특별하다. 전쟁터에서 전우가 왜 소중한지, 전우의 목숨을 내 목숨보다 더 아끼고 보호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군 생활의 경험이 삶터에서 그대로 적용될 줄이야.
겪은 일이나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과 느낌을 자연스러운 언어로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 또 머릿속에 생각이 머물러 있고 미사여구를 끌어다가 입혀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글은 술술 읽힌다. 크게 가공하지 않아서 솔직함과 진솔함,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울림도 주고 감동도 준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의 글은 표현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느껴질 경우 '멋지다' '잘 쓰네' 하는 감탄을 끌어내기에는 좋다. 그러나 읽고 공감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글쓴 사람의 의도를 따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렵게 쓰거나 일관되지 않을 경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는 앞에 말한 내용 중에 보통사람이 삶의 모습 그대로를 표현할 때는 대부분 전자에 가깝다는 것을 안다. 후자는 작가나 학자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목적을 감추고 쓴 글이라고 오해받기 십상이다. 이 책 『보통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사소한 일이나 생각을 아무 수식 없이 독자들 앞에 그대로 내놨기 때문에 많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책이다.
나에게 아빠는 숨구멍 같았다. 고민이 있으면 아빠와 의논하며 숨을 고르고, 잘한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큰 숨으로 아빠에게 알리고, 힘겨운 일이 있으면 아빠에게 긴 숨으로 위로를 받았던 나의 숨구멍. 언젠가부터 그 숨구멍이 하나씩 둘씩 점점 더 막혀 간다. 어느 날 내가 숨을 못 쉬게 될까 봐 겁도 나면서. 오늘은 숨 한번 크게 쉬고 기도한다.“하느님, 지금처럼만이면 됩니다. 지금도 감사합니다.”(p. 54)
다행히 나의 어려운 질문들이 어떻게든 답을 얻는다. 재미없는 나에게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내가 인생을 탐험하는 이 여정이 즐겁고 재미난 이유다. 인생의 귀한 질문들을 구하고 답변을 채록하는 모든 과정, 그 자체가 인생이고 소중한 나의 자산이다. 나는 질문으로 산다.(p. 67)
이웃의 근황을 잘 모르고 사는 사람이 다수일 텐데, 첫 번째 안지영 저자는 이웃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다.
16년 동안 살던 목동의 두 동짜리 아파트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한 순간, 그들이 공유한 기쁨과 서로 나누는 정은 돈독하다. 집을 사서 이사 가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일생의 가장 큰 일이고, 가장 큰 기쁨일 터다.
그가 들려주는 새로운 이웃과의 이야기에 가난하고 어렸을 때 추억도 떠오른다. 서로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았지만 이웃간의 정은 끈끈하게 나누었던 시절의 추억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기억을 되살려주는 이 글은 특별한 사람이 쓴, 특별한 주제의 책이 아니다. 평범하고 보통 사람인 우리 이웃의 평범한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더 공감이 가나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이웃사촌'이란 말을 만들어냈나 한다.
그녀의 글을 읽으며 이웃과 나누는 끈끈한 정이 무엇인지도 더불어 생각해보게 하고, '우리 옆집에 누가 살더라'라는 생각을 한 번 더 해보게 한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의 주변 이웃과 관계를 쌓아가는 모습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인 엄혜령 저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록하기 위해 맞벌이 증명을 위한 출판사를 차린다.
질문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는 저자는 교회의 아는 동생이 다수의 교회 지인들과 다른 의견을 과감하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녀는 가족이 거주하는 집에 아버지를 모시게 된다. 아버지가 오시게 되자 불편한 생활이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족들은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가며 멋진 생활 방식을 찾아간다.
방송국 기자단을 하며 출판사도 창업하고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글을 쓰며 상대방과 소통하는 일이 그녀에게 하는 일이 순행하게 만드는 것 같다.
소소한 어린시절 이야기, 결혼식 헤프닝, 워킹맘으로서의 이야기 속에 자아찾기, 책쓰기 도전 등 평범한 일상이지만 독자가 아는 주변의 어느 누구보다도 깊은 생각을 갖고, 하는 일에 열정적이인 다섯 분이다. 각 글의 주제는 그들의 삶의 모습만큼 다르지만 결국 인간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좀 더 애정을 갖고 친분을 쌓은 다섯 명의 시너지와 열정으로 한 권의 책을 집필했다는 것이 참 멋지다. 누가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한 명을 알게 되면 그 사람으로부터 얻는 에너지, 긍정적인 것이 많은데 이 다섯 분은 서로 잘 만난 것 같다.
평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멋진 글로서 탄생하고 그 글들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고 독자에게 용기도 주었다.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글로 정리되며 의미 있게 재창조되는 모습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다.
사람과 사람은 오랜 인연이든, 잠깐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든 영향을 주고받고 상처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면서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며 한순간 가치관도 바뀌게 할 수 있는 관계도 된다. (...) 결혼을 해서는 배우자에 따라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를 통해 나를 보게 된다. 나에게 사람이란 결국 나인 것 같다. 그들을 통해 내가 형성되고 다듬어지니깐.(p. 208)
신용민 저자는 독자처럼 중년을 맞이한 남성이고 직장을 그만두고 음악에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음악이 목표다는 점과 사는 곳만 독자와 다를 뿐 많은 생각이나 행동이 독자와 너무 비슷하다. 이 때문에 그의 인상과 일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질 정도여서 공감 100%다. 피아노 관련 유튜브도 진행하고, 다른 악기를 배우고 곡도 쓰는 생활 속에 방송국 기자단까지 하는 모습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을 하는 보통사람 그대로다. 그가 강조하는 여유 있는 중년의 삶을 누린다는 말은 엄살인 것 같다. 나이는 모르지만 일하는 모습이 중년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특별한 중년은 다르지만.
내 모든 사정과 속마음을 까발리고 살 순 없지만 소통이 없는 삶은 고인 물 같아서 에너지를 발휘하지 못한다. 물은 움직일 때 촉촉한 비도 되고, 우렁찬 파도도 되고, 태풍을 동반한 폭우도 되고, 시원한 계곡물도 되지 않는가? 내 속의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이 ‘소통’은 정말 중요하다. 소통에는 격려와 화합, 피드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아무리 굳은 결심으로 일을 시작해도 격려가 아닌 비난과 책망을 계속 받으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 잘 알듯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p. 105)
저자 : 안지영
정과 오지랖의 중간 어디메쯤 헤메고 있는, 사업가를 꿈꾸는 전업주부 아줌마. 브런치@anjji624
저자 : 엄혜령
서울에서 30분 거리의, 산, 바다, 갯벌, 포구가 있는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며 산다. 동네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쓴 책, 《생금집에서,우리는》, 《월곶동 책한송이》가 있다. https://cafe.naver.com/gajie2
저자 : 신용민
반백살에 음악하며 곡 하나 팔아보려 용쓰는 백수. 브런치@bamsaee, 오디오클립_아저씨의 피아노 배우기, 유튜브_밤새의 음악놀이, 멜론·지니·벅스_밤새(산허리의 고목아)
저자 : 최미영
사람 좋아하고 발로 뛰는 여자, 유튜버, 브런치 작가, 《비우니 좋다》를 썼다. 브런치@whitelapin, 유튜브_나비토끼씨
저자 : 박세미
다수의 사람을 만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뒤늦게 자아 찾기 삼매경에 빠진 30대 보통여자사람. 브런치@wonder-land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