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락송 1 - 늦은 밤, 피나 콜라다
아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6월
평점 :
‘환락송歡樂頌’은 주인공들이 사는 아파트 이름이자,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에 등장하는 ‘환희의 송가TO ODE TO JOY’를 이르는 말이다.
소설 『환락송』은 하이시라는 대도시를 배경으로 환락송 아파트 22층에서 함께 살게 된 다섯 여자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일과 삶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환락송 아파트 한 채를 빌려 룸메이트로 함께 살고 있는 판성메이, 관쥐얼, 츄잉잉은 옆집에 새로 이사 온 취샤오샤오, 앤디와 만나게 되고, 각종 사건사고를 겪으며 이웃에서 절친이 된다. 이들은 각각 성격도, 집안도, 직업도, 연애관도 다르다. 겉으로는 대도시에 사는 멋있는 커리어 우먼 같지만, 화려해 보이는 이면에는 각자 아픔과 고충을 가지고 살아간다.
『환락송』은 조회수 183억 뷰를 돌파하며 ‘직장인 퇴근시간을 앞당긴 드라마’로 불린 같은 이름의 드라마 ‘환락송歡樂頌’의 원작 소설이다. 드라마 ‘환락송’은 시청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시즌 2까지 방영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고, 방송 1주일 만에 주요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의 조회수가 30억 뷰를 돌파, 방송 5주차까지 평균 클릭수가 200억 회에 달했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각자 다른 환경과 다른 조건에서 나고 자란 5명의 여자가 대도시 하이시 그중에서도 환락송이라는 아파트 22층에 이웃하며 살게 된 계기로 서로 친해지게 되지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 보니 서로 다른 개성과 성격이 가끔씩 마찰을 빚기도 하지만 모두가 미혼이며 독립해서 살고 있고 직장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공통점이 이들을 뭉치게 했다.
어릴 적 고아원에서 자라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앤디는 자신의 기억에만 남아있던 남동생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이곳 중국으로 건너와 환락송 22층에 살게 되지만 어릴 적 봤던 엄마의 모습... 즉 남자에 미쳐 모든 것을 버리고 끝내는 정신까지 놔버린 그 모습이 트라우마로 남아 남자를 사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외모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변변한 연애를 해 본적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지만 우연이 한 채팅방에서 만난 사람인 필명 특이점과는 마음이 통하고 처음부터 편하게 느껴져 자신의 처지를 모두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감정을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다.
또 다른 여자 판성메이는 자신이 일하는 직장에서는 나름대로 인정받는 커리어 우먼이고 어떤자리에서도 자신을 돋보이게 할 줄 아는 관록이 있지만 자신의 뛰어난 미모를 이용해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오랜 숙원이기에 항상 소개팅이나 맞선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판성메이를 경멸하는 부잣집 외동딸 취샤오샤오는 학창 시절을 비롯해 유학 생활 중에도 재벌인 부모를 믿고 마음껏 자유로운 생활을 하다 배다른 오빠들에게 아빠의 회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급히 귀국해 이곳 환락송에 자리 잡고 앤디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회사를 차려 잘나가고 있는 중 그녀에게 있어 자신의 외모만 믿고 남자로부터 명품 선물을 받기 위해 웃음을 팔고 틈을 노려 남의 자리를 뺏는 것도 개념치 않는 여자를 혐오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판성메이는 그런 유형의 여자이기에 둘 사이는 계속 삐걱거린다.
연애다운 연애를 제대로 해보지 못해 회사 내 직장 상사와 한순간 뜨거운 사랑을 했던 또 다른 여자 추잉잉은 그 팀장의 실체를 깨달은 것과 동시에 직장에서도 잘리는 불운한 신세가 되지만 22층 여자들의 격려에 힘 있어 재취업에 성공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마지막 관쥐얼은 넉넉한 집안에 태어나 부모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답게 모든 것에 온화하고 둥글둥글해서 다른 4명의 지지를 받지만 그런 이유로 오히려 뚜렷한 개성이 없다. 지금 다니는 직장의 인턴생활에 고가의 점수를 받아 그대로 취업에 성공하고픈 마음뿐...
이렇게 5명 모두는 각자의 개성과 성격에 맞게 일도 사랑도 열심히지만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이 인생 모든 것에 느긋했던 관쥐얼이 첫눈에 반한 상대가 알고 보니 취샤오샤오와 현재 뜨거운 사이고 모처럼 자신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옛날 동창과 서로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 이별의 아픔을 겪고 있는 판성메이는 가족문제까지 겹쳐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앤디 역시 오랫동안 찾았던 동생의 모습을 확인한 후 자신에게도 정신병이 발병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다가오는 특이점과의 사이가 쉽지 않다.
이렇게 5명 각자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녀들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의 맛보기를 보여준 게 1권이라면 2권에서는 본격적인 그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질듯하다. 요즘 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각자 개성도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할 줄 아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누가 일찍 결혼한대? 여자는 말이야. 연애할 때가 황금기야. 연애 기간을 최대한 늘려서 황금기를 오랫동안 누려야 해.”
환락송 22층에 2201호와 2203호에 새로운 주인이 입주하며, 다섯 여자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복오빠와 경영권을 놓고 경쟁하던 취샤오샤오는 입찰 PT 기회를 따게 되고 앤디의 도움으로 사업 입찰권까지 따게 된다. 회사에서 짝사랑하던 바이팀장과 사귀게 된 추잉잉은 사랑에 눈이 멀어 이성적이지 못한 가운데 결국 상처만 받고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하게 된다. 관쥐얼은 연말 성과평가로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지는 인턴직원으로 사랑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매일매일을 야근으로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앤디는 자신의 과거를 찾기 위해 하이시로 돌아왔다.
인터넷으로 알고 지냈던 친구 특이점(웨이웨이)과 오프라인 만남을 가지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도 모른 채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특이점과 연인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가 나타날지 모르는 자신의 발작증세로 인하여 특이점을 밀어내기만 한다.
대학시절 판성메이를 좋아했던 왕바이첸은 중소기업 사장님이 되어 그녀 앞에 나타나지만 아직 부족한 그의 조건과 끌리는 마음 사이에서 쉽게 결정내리지 못한다. 게다가 그의 차가 렌트카라는 사실을 취샤오샤오를 통해 알게 되자 더욱 자존심이 상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다른 돈 많은 남자와도 데이트를 한다.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의사선생님에게 한 눈에 반한 취샤오샤오는 그를 남자친구로 만들기 위해 여우같은 작전에 돌입하게 되는데….
얼음주머니의 찬 기운에 앤디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가 가까스로 힘을 내어 말했다.
“쭝밍, 얘기해.”
탄쭝밍이 어두운 얼굴로 책상 위에 있는 파일을 열었다. 그는 앤디의 식은땀을 닦아주고 있던 가사도우미를 내보내고 서재 문을 닫았다.
“정신병원에서 사람을 찾지 못했어. 그런데 옌뤼밍이 그 근처 복지시설을 조사하다가 한 요양원요양원에서 너와 DNA가 거의 일치하는 남자를 찾았어. 너와 혈연관계인 걸로 보여. 이 사진 속의 남자야. 잘생겼어.”
“어떻게 요양원에 있지?”
“자라면서 정신지체 성향이 나타나서 가족들이 먼 곳에 버렸다는군. 공안국에서 찾아서 집에 돌려보냈지만 가족들이 다시 어느 요양원에 돈을 주고 맡겼대. 얼마 후부터 가족들이 보내는 돈이 끊겼지만 요양원에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데리고 있었던 거야. 성격이 온순하고 기억력이 비상하대. 특히 숫자를 잘 기억한다는군.”
다시 앤디의 손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숫자에 대한 비상한 기억력이 정상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 의심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다. 앤디가 이렇게 큰 충격을 받을 줄은 탄쭝밍도 예상하지 못했다.
“병원에 가보자.”
“싫어. 싫어. 안 갈래. 날 정신병원에 보내지 마.”
앤디가 바들바들 떨며 몸을 바싹 웅크려 소파 모퉁이로 파고들었다. 탄쭝밍이 앤디를 와락 품에 안았다. 그는 이것이 두 사람 사이의 신사협정을 위반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한참 후 앤디의 떨림이 잦아들었다. 앤디가 탄쭝밍의 품에 안긴 채 말했다.
“쭝밍, 나도 실성하게 될까?”
탄쭝밍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어. 지금까지 아무 문제도 없었잖아.”
「6장」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