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나간 일기도둑 - 미취업 어른이의 세계 사람들 만난 이야기
박모카 지음 / 새벽감성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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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로 세계가 문을 닫았다. 올 겨울부터 시작해 가을 문턱에 들어선 지금까지 그 기세가 전혀 꺾이지 않는다. '여행', '세계여행'이란 말은 금기어가 되어 가고 있고, 여행이 취미이거나 삶을 위한 수단인 사람들은 하릴 없이 예전에 사둔 여행책을 읽고 마음을 달래는 실정이다.

그래도 백신만 나온다면 우리는 딛고 일어나 예전 같진 않아도 일상을 회복할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삶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다행이다. 방역의 성공적인 나라로 꼽힐 만큼 온 국민의 참여 속에 비교적 희생자나 '코로나 확진자'도 적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천만다행이라고 서로를 위로 격려하는 가운데 예전의 일상을 되찾으면 '뭘 가장 먼저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여행'을 꼽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책 『세계로 나간 일기도둑』도 많이 읽히는 여행책이라고 한다.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담겨 있어 코로나 이전의 세상 사는 사람들의 얘기로 향수에 젖어 볼 수도 있고, 코로나 이후 예행 계획에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 많다.



이 책의 화자는 대한민국 '미취업 어른이'다. 일정한 직업이 없지만 여행이 좋아 세계여행을 할 정도로 그쪽엔 숙달된 여행가임에 틀림없다.

독자로서는 저자의 글솜씨보다 세계여행을 겁 없이 떠나는 '객기'가 부럽다. 더욱이 본인 말대로 어른이면 자신의 일로 가족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할 텐데 어떤 배짱으로 무모한 세계여행을 다녔을까. 배짱, 수완 모두 부럽기만 하다. 책 표지 안쪽에 이런 글을 써놓았다.

"아마존은 예뻤다. 내가 방문한 기간은 우기가 끝난 바로 다음날부터 시작했기에 강의 수위가 가장 높을 때였다. 해가 쨍쨍한 낮에도, 하늘이 붉게 물든 후 보라색으로 물들 때쯤에도 아름다웠다. 아쉽게도 밤에는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찍히지 않았다."



예상을 벗어나는 여행을 즐기는 저자가 만난 사람도 참 특이한 사람이 많다. 오스트리아 전 대통령을 돈 많은 할아버지로 착각한 일, 미국 건물주와 3주 같이 살아보기, 바하마 시골 촌놈들과 자전거 타기, 강아지 넬리와 트러플 버섯 사냥하기, 세계 아이스하키 랭킹 선수 아이 돌봐주기, 작은 마을에서 투어가이드 채용 제안 받기, 축구선수 네이마르 볼 생각에 붕붕 떠있기, 위험순위 10위 도시에서 새벽에 길 잃기, 옥상에서 노숙한 이야기, 정글에서 한가운데 모기장 치고 원숭이 우는 소리 들으며 자버리기, 매일 장미꽃과 함께 점심 먹은 3주 등 보통사람들이 해외여행이랍시고 가서 할 일이 아니다. 특이한 만남이어서 더 기억에 남기야 하겠지만 대부분 직접 겪기는 꺼려지는 일들이다.



저자는 고등학생 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럭저럭 만족하는 대학교에 진학을 하였고, 이후 대학원에도 입학을 하여 무사히 졸업을 마쳤다.

그러던 중,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눈 앞에 제시된, 편하고 적당한 길만 골라 살았는데, 이게 정말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 궁금해졌다. 석사 졸업 이후, '백수인생선언'을 했다. 주위 사람들은 당연히 걱정을 했다. 적당한 직업을 찾고, 최대한 어릴 때 인생의 공백기 없이 꽉 채워 사는게 좋다고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저자는 청개구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그래서 만난 사람들과 한 일이 특이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저자가 자신 있게 안내하는 길로 따라가 본다. 저자가 임의로 8개의 챕터로 나눠 소개한다.

1. 바다 소년 니겔 몰타

2. 인스타 2만 팔로워 마누엘 브라질

3. 늙은 축구선수 모하메드 모로코

4. 도시로 온 시골 소녀 리디 브라질

5. 투어버스 인솔자 루이스 미국

6. 음악가와 사업가 알프레도 바하마

7. 60대 IT 전문가 헬리오 브라질

8. 아프리카에서 백인 여성 사진작가로 르네이 모로코



이 책은 여행 에세이다. 하지만 저자가 다니며 얻은 소소한 여행팁이나 정보도 쓸 만한 것들이 많다. 크루즈 여행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좀 의아하지만 인상적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크루즈 여행이 많다고 한다. 크루즈 여행은 이동하는 동안에도 배 안에서 즐길 거리가 많다는 게 강점이다. 우리도 여행을 좋아하고 웬만한 여행을 해봤으면 크루즈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이 길어 여행으로서는 무척 매력적이지만 실현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다. 독자도 버킷리스트에 크루즈 여행을 간직하고 있다. 장소와 시기만 아직 정하지 않은 채. 이외에도 이 책에는 여행지에서 누군가의 집에서 무료로 잘 수 있는 카우치 서핑, 다른 사람과 집을 교환해 숙박하는 홈 익스체인지, 단기간 동안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숙박을 하는 워크어웨이 방법 등에 관심이 간다. 여행책을 많이 읽었지만 돈 없을 때 하는 방법으로서는 알짜 정보인 셈이다.



저자는 위에서 밝힌 것처럼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브라질 아마존 정글에서 7박8일 머물기도 했다. 여행사를 통해 아마존에서 생활하는(독자는 이런 프로그램도 처음 들었다) 프로그램 예약을 했는데, 요즘에는 온수도 에어컨도 잘 나오고 저자가 방문했을 때 벼락 때문에 인터넷이 끊겼지만 원래는 인터넷 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마존에 가서 무슨 인터넷 쓸 일이 있겠는가, 아마 숙소 직원들이 사용하기 위해 설치했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연 경관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느긋하고, 요리는 자연에서 그때그때 구한 재료로 만든다는 사실은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이곳 사람들은 투어 가이드가 지도나 시계, 나침반을 쓰지 않고 나무나 강의 흐름을 보고 길을 찾아간다는 얘기에선 이해하기 어렵지만 아마존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인가 보다.

낚시를 하고 싶으면 그 물고기가 사는 곳으로 가고, 동물이 보고 싶으면 그 동물이 사는 곳으로 가 부르면 된다는 부분에선 실감이 난다. 아마존이라는 사실이.

"투어의 대부분이 환경은 내버려두고 이를 관찰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오래 남는다. 브라질에서 경험은 저자에게 천천히 즐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항상 무언가에 쫒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깨닫기 어려운 즐거움이리라.



이 책은 취업은 하기 싫지만 일은 하고 싶은 당신에게 묻는다. 어쩌면 진짜 원하는 곳을 찾지 못해 정착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나를. 여행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지만 여행하며 만난 세계 사람들을 통해 세상이 더 넓어질 수 있다. 이 책에 담긴,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살이를 만나보자.

그리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만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저자 : 박모카


학부 광고홍보학, 화학나노과학전공.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석사. 강아지를 좋아하며 사람과 동물이 상생하는 문화를 꿈꾼다. 관심사가 많고 복잡해서 웬만한 모든 것에 궁금증과 호감을 보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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