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 타로마스터가 이야기하는 연애관찰기록
김희원 지음 / 책과강연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왜 타로 같은 걸 봐요?”

누군가 묻는다면, 자신의 ‘지금’을 알기 위해서라고 대답해줄 것이다. 인생의 주제는 스스로 써야 하지만 상대의 삶까지 함부로 해석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한 쪽이 관계에 불안을 느끼게 되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의 행동까지도 합리화하고 강요하려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평평하던 두 사람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그 순간 한 쪽이 맹목적으로 감정을 휘두르게 되는 것이다. 감정이 지나치게 고양된 이러한 상태를 사랑이란 언어로 포장해버리고 말 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미 위태로운 시한폭탄을 안고 시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최선을 다해 사랑한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배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당신의 최선이 상대에게 집착으로 읽혔다면 상대의 배신은 배신이 아니라, 집착을 이겨내지 못한 정당한 ‘돌아섬’이라 해야 옳은 것은 아닐까. 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는 타로마스터 김희원 저자의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내담자의 상처와 뼈아픈 진실을 마주하고, 그 아픔을 통해 '나' 자신과 행복을 찾아가는 내담자들이 조금 더 성숙해지는 바람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






위 내용은 저자가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가 타로마스터란 직업을 갖고 약 10년간 만나온 상담자 중 대표적으로 골라 총 2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이 책 『아닌 줄 알면서 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는 이때 만난 상담자들 중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기록이다. ‘타로마스터’ 혹은 ‘심리타로사’라고 불리는 저자. 지친 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정면으로 비춰주는 직업이다.

위험한 사랑에 빠져 고개를 돌려 현실을 외면하는 사람, 왜곡된 자아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사람, 타인에 의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 다양한 심리 상태의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녀를 찾은 사람들과 나눈 위태위태한 연애 이야기. 그들의 심리와 불안정한 행동을 면밀히 관찰한 기록이다.

준비되지 않은 만남과 이별은 누군가에게 메우지 못할 상처로 남는다. 지금 사람을 만나는 것에 아픔을 느끼고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사랑에 빠지면 판단이 흐려지고 시각이 좁아지곤 합니다. 이때 크고 작은 실수들을 저지르고 결국 수습되지 못한 상황에 마음 아파합니다.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금 나의 연애는 안녕한지에 대해 살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고 충언한다.



차례에서 소제목들만 읽으면 대부분 불륜, 사랑해선 안 될 사람, 잘못된 만남, 정신적 외도, 과거를 숨긴 배우자, 제자와 여교수, 장모와 사위의 비밀 등 매우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만남이다. 이 가운데 사랑해선 안 될 사람, 잘못된 만남 등은 비교적 사회 윤리적으로도 이해 가능한 수준이지만 대부분은 시작해서는 안 될 사랑으로 고민하다 저자를 찾아와 상담한 내용들이다.

이 책에서 풀어놓은 주인공들은 일상의 외로움과 형용하기 힘든 허무로부터 자신을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 대안이 연애였다. 그들은 서서히 약물에 중독되듯 그들은 자신의 삶을 그릇된 관계의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맹목적인 사랑, 이기적인 사랑, 사랑이라 말하지만 실은 변질 되어버린 집착, 그녀에게는 사랑, 남자에게는 육체적 재미였을 뿐인 어긋난 사랑, 삶 자체를 파괴할 수도 있는 사랑, 그것이 사랑인지 욕망인지 구별도 못하는 불나방 같은 사랑...

“전 뭐가 문제인 거죠?”

이 이야기는 이 한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을 통해 잃어버렸던 순수를 회복하고 이제는 온전하고 건강한 사랑만 할 수 있게 되기를. 꼭 그렇게 되기를.

“아닌 줄 알면서 또 같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저자가 상담사로서 책 쓴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이고 권유다.





“어떤 게 말이 안 되죠?”

“계속 반복된다는 건 이혼을 안 한다는 거잖아요.”

“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이혼을 안 하고 만나는 사이라면 전 뭐죠? 그냥 즐기기 위한 상대일 뿐인가요?”

“글쎄요. 이혼을 한다 해도 반드시 결혼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에요. 상담하면서 남자들이 상대를 대할 때 말과 달리 진지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설령 진심으로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이혼이 쉬운 일은 아니죠. 자기 뜻대로 되기가 쉽지 않아요.”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이게 끝은 아니라는 타로 결과에 희망을 걸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2개월 동안 이틀에 한 번 꼴로 전화를 걸어와 남자에게서 연락이 올지 확인하기를 반복하는 그녀는 심히 불안해 보였다. 그녀는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어서 퇴사를 고민할 정도로 그와의 문제에 빠져 있었다.

- 「유부남에게만 끌리는 그녀」 중에서





40대 후반의 나이, 지방에 있는 모 대학의 교수였던 그녀는 어느 날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하게 모델을 꿈꾸었던 20대 초반의 제자에게 뜻밖의 사랑고백을 받게 된다. 교수님을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고 밝힌, 호리호리한 체격에 선한 얼굴을 한 제자를 보며 그녀의 가슴이 심하게 요동쳤다.

사실은 그녀도 그 학생이 너무나 마음이 들었던 상태였기 때문이다.

“혹시 교수님도 저를 괜찮게 생각하시면 톡으로 답변 주세요.”

자신의 의사를 당돌하게 밝힌 제자에게 곧바로 연애 감정을 느낀 교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있고, 자녀가 있는 상태였던 그녀는 앞도 옆도 보지 않은 채 제자와의 연애에 뛰어들었고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 「제자를 포기할 수 없는 여교수」 중에서




참 오랜 상담이었다. 그녀는 상담 때마다 수십 번씩 그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내 눈치를 보며 질문했었다. 그와 아내의 사이가 어떤지, 현재 누굴 더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궁금해 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그의 행동이었는데 말이다. 그의 연락만을 애타게 기다렸던 그녀의 마음은 어땠을까를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그녀는 내게 상담을 받지도 그의 연락을 고통스럽게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 「회피 로맨티스트를 기다리는 여인」 중에서


“대체 남자들은 하나같이 왜 그럴까요?”

표면적으로는 어디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데 연애가 잘 되지 않아 매번 좌절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들이 연애에 소극적인 것도 아니다. 남자가 다가오면 적극적으로 상대를 알아볼 의지가 강하다. 나에게 한 달에 몇 차례씩 찾아오던 그녀도 그랬다.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예쁘장한 얼굴에 세련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그녀는 한눈에 봐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새침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호탕하게 잘 웃고 성격은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성들도 많지만 늘 그 순간뿐이라고 했다.

- 「히스테리 미녀의 고민」 중에서




상담을 하면서 동거하는 연인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과거에 동거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중간 입장이었다.

어쩌면 동거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묶이기 이전에 상대와 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는지 체험해볼 만한 쪽으로 더 기울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소 연락을 잘 안 하는 친구라서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녀는 새 애인이 생겼다고 했다.

“축하해. 어디서 알게 된 사람이야? 집은 어디 살아?”

“아는 언니한테 소개 받았어. 본가는 수원인데 나랑 사귀고 부터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아.”

(중략) 그녀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동거 사실을 밝혔다. (중략) 듣고 보니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친구의 말은 현실적이었다. 매일 누군가와 함께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걸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 점은 이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녀가 중요시하는 부분보다 더 감내할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그게 맘에 걸렸다.

- 「동거는 괴로워」 중에서




저자 : 김희원


서울에서 태어났다. 타로카드로 심리를 분석하는 일을 9년째 하고 있다. 평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 남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얻은 결론이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을 즐긴다. 특히 연애 문제를 다룰 땐 프로파일러의 정신으로 돌변한다. 무엇이든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어딜 가든 ‘사람’의 말과 행동을 관찰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과 커피숍에 앉아 차와 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 하는 일이 제일 즐겁다.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산책하는 것도 좋아한다. 현재 천안에서 타로 상담실을 운영하며 글쓰고 놀고 일하기를 반복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