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사이드 - 인종과 계급을 뛰어넘은 기적 같은 만남
마이클 루이스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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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 사회가 세계 최강국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다민족 이민자 사회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엄청난 자원을 안은 미국이 독립하고 서부 개척과 노예 해방이란 국내 당면 문제와 인류 공동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최강국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많은 유럽 및 타 대륙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낯선 땅이지만 자신의 노력만큼 이룰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자신들을 맟춰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꿈을 이뤘다. 그들 덕분에 미국의 부(富)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갔고, 제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최강 최부국이 되었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다. 물론 정치 사회체제는 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다. 이런 미국의 성공은 세계 여러 나라에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고, 20세기 들어 자본주의의 병폐인 '부익부 빈익빈'의 모순을 없앤다는 공산주의 국가체제에 맞서 이겼다. 그러나 아직도 노예 해방한 지 150년이 흘렀어도 미국 사회는 인종차별을 없애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많은 문제들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알고도 변화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알고도 안 하는 걸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이런 미국 사회에서 이 소설 주인공 마이클 오어의 유년기는 도망과 가난으로 얼룩져 있다. 마약중독자 어머니는 그를 비롯한 열세 명의 성이 다른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이들은 위탁 가정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곳에서도 진정한 환대를 받지 못했던 마이클은 어디론가 도망치기 일쑤였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그는 제2의 ‘마이클 조던’이 되리란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친구 아버지인 빅 토니의 도움으로 백인 중심의 브라이어크레스트크리스천스쿨에 전학을 가고, 이곳에서 숀과 리 앤 투이 부부와 만나게 된다. 부부는 이 거구의 갈 곳 없는 이방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른 이들이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이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 책은 유목민과 같은 생활을 하던 빈민가 흑인 소년이 가족을 만나 NFL 슈퍼 루키가 된, 드라마 같은 실화를 담고 있다. 훗날 슈퍼볼 우승 팀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마이클 오어 선수의 감동 실화는 2010년 영화를 통해 국내에 소개돼, 많은 이들의 ‘인생 작품’으로 꼽혔다.

원작 『블라인드 사이드』는 영화 그 이상이다. 영화에서 볼 수 없던 풍부한 에피소드와 생생한 인물 묘사가 저자의 촘촘한 취재를 바탕으로 재현됐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 세계를 관망하는 통찰력 있는 시선까지 읽어 낼 수 있다.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언더독 야구단의 신화를 그린 『머니볼』을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천재 이야기꾼’의 면모를 맘껏 발휘한다. 스포츠 세계의 내밀한 이야기와 주인공 마이클 오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솜씨 좋게 엮어 냈다.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블라인드 사이드』를 두고 “얼핏 보기에는 풋볼에 관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사랑과 구원에 관한 비범한 이야기”라는 극찬을 했다.





이 책은 두 가지 축에서 전개된다. 하나는 미식축구 전술의 변화다. 스포츠에 남다른 감식안이 있는 저자는 러닝에서 패싱 플레이로, 미식축구 전술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통계자료를 동원해 설명한다. 1970년대 후반 빌 월시 감독은 재능이 별로 없는 공격수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고안해 내고, 큰 성과를 거둔다. ‘패싱 붐’까지 일어나지만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선수들의 단독 플레이를 영리하게 제어함으로써 경기 전략을 시스템화하려는 자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할 것이다.

또 다른 축은 한 소년의 성장기다. 두 이야기는 미식축구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미식축구 전술이 변화하지 않았다면 마이클 오어가 수많은 감독과 코치들의 구애를 받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미식축구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선수가 등장하면서 기존 전략을 무력화시켰고, 구단들은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유형의 선수’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그 선수가, 마이클 오어다.




그를 특별하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선 책 제목이기도 한 블라인드 사이드(blind side)의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경기를 주도하는 포지션, ‘쿼터백’의 사각지대를 말한다. 쿼터백의 아킬레스건을 공략하는 시도가 점차 대범해지면서 그를 보호하는 포지션의 몸값이 급격히 상승하게 된다. 커다란 덩치, 민첩한 발놀림, 뛰어난 보호 본능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마이클 오어는 대학 팀 스카우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됐다.

만약 미식축구의 세계에서 이러한 변화가 없었다면 마이클 오어는 어떤 선수가 됐을까? 스포츠 캐스터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그저 그런 선수로 필드를 누비다 경력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거시적인 스포츠 세계의 흐름과 마이클의 개인사를 한데 엮음으로써 한 사람의 인생을 휘어 감은 운명적 사건들을 입체적으로 그려 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인간이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선 부모 혼자가 아니라 이웃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마이클 오어는 보살핌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그를 사립학교로 데려온 빅 토니의 말을 빌리자면, 그의 인생은 “나쁘게 끝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0.6학점은 퇴학을 당하기 딱 좋은 성적이었고, 학교의 울타리 바깥에는 죽음과 감옥과 마약상의 경로만이 있을 뿐이었다. 책에는 마이클의 인생을 뒤바꾼 어른들이 속속 등장한다.

그의 가장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준 ‘투이 부부’는 물론이고, 그를 새로운 세계에 발 딛게 한 ‘빅 토니’, 주 6회 하루 5시간 동안 무료 과외를 해 준 과외교사 ‘미스 수’ 등은 마이클의 인생을 구원한 일등공신이다.

이들의 행동은 얕은 동정심이나 우월 의식이 아닌, 순수한 이타심에서 비롯되었기에 더 큰 감동을 준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인간이라면 지니고 있는 선한 본성을 일깨운다. 미식축구 경기장 한복판에서 전개되는 이 역동적인 이야기는 마이클 오어라는 한 거대한 스포츠 스타의 성공을 좇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 시대 수많은 마이클 오어를 어루만지며 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우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저자 : 마이클 루이스


말콤 글래드웰이 ‘천재 이야기꾼’이라고 극찬한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우연한 기회를 통해 1980년대 월가 최고 투자은행 살로먼브러더스에 입사해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1989년에 『라이어스 포커』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후 저널리스트로 변신해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글을 썼으며,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 미국판 편집인을 맡았고, 《뉴리퍼블릭》 주필로 지냈다. 최근 ‘규칙 위반(AGAINST THE RULES)’이라는 제목의 팟캐스트를 제작했으며 《블룸버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루이스는 경제·금융,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한데 엮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머니볼』에서는 경제학도의 눈으로 가난한 야구단의 성공 신화를 읽어내며 스포츠 논픽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 『블라인드 사이드』 또한 ‘가장 특이한 스포츠 책’이라는 평과 함께 수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이 책에서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된 풋볼 전술의 변화 과정을 추적하는 한편, 빈민가 출신의 흑인 소년이 부유한 백인 가정에 입양되어 풋볼 선수로 대성하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 2009년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현재 루이스는 아내 타비타 소렌과 세 자녀, 퀸, 딕시, 워커와 함께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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