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 - 아름다운 풍경, 낭만적인 문학,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북 잉글랜드 횡단 도보여행 일기
김병두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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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마스크 생활화,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등 개인 위주의 일상으로 바꾸어놓은 듯하다. 그러나 진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우리 의식의 변화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듯한 느낌에 유쾌하진 않지만 이미 물살에 휩쓸려가고 있다는 생각은 든다. 분명 경제적 타격을 입었고, 다가올 타격은 해방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국민도 사력을 다해 살아내고 있지만 세계적 경제 불황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집콕' 시간이 많아져 TV를 보면 온통 코로나 얘기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을 터, 혹시 좋은 소식은 없을까 해서 뉴스가 끝날 때까지 기분 좋거나 유쾌한 소식은 없다. 간혹 들리는 의료진의 필사적인 노력과 응원의 메시지도 집단 휴업의 뉴스 속에 묻히고, 남은 의료진의 엄청난 분투도 코로나 집단 발생과 진단마저 거부하는 사람들의 소식에 빛을 잃는다.

아무래도 책밖에 없다. 국경 봉쇄 상태에서 해외 여행은 계획도 못 잡고 국내 여행마저 될수록 자제를 당부하는 상황에서 '상상 여행'이 최고다싶다.






꼭 읽고 싶은 책이라고 책상 위에 놓아둔 『문학을 따라, 영국의 길을 걷다』를 집어든다.

표지보다 안에 있는 사진들이 더 시원하고 좋은 풍경이 많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러나 관광자료로 만든 책이 아니다. 걷기운동, 문학, 풍경, 역사를 더듬는 '낭만적 걷기'를 위한 책이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로 걷기를 한다면 깊은 사색이 있을 것이고, 그 사유는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줄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와 무지개를 호수 지구에서 만나고, 헤더꽃으로 뒤덮인 광활한 황야지대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황야를 노래하는 시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마주한다.

이처럼 저자의 여정을 따라,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영문학을 따라 거닐어보자. 문학을 따라 걷는 영국의 길은 상상 속으로만 그려보았던 유명 시와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경험을 선사한다.




저자의 발길을 따라 걷는 이번 낭만 여행은 대략 세 가지 관점에서 보면 독서의 의미도, 보람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웨인라이트길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세 개의 국립공원을 거쳐 걸어가는 길이라는 점이다.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Lake District National Park), 요크셔 데일스 국립공원(Yorkshire Dales National Park), 그리고 노스 요크 무어스 국립공원(North York Moors National Park)을 차례로 지난다.

이 길의 총 거리의 2/3가 바로 이와 같은 공원지대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호수 지구인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광활한 황야지대인 노스 요크 무어스는 도보 여행자라면 상상 속을 걷는 경험을 선사하는 이 길에 금방 매료될 것이다.




둘째, 이 길은 또한 영문학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워즈워스부터 브론테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영문학의 작가들을 떠올리며, 문학의 아름다움과 함께 목가적인 풍경에 자연스레 젖어들 수 있다. 대학 시절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워즈워스의 수선화와 무지개를 호수 지구에서 만나고, 헤더꽃으로 뒤덮인 광활한 황야지대에서는 샬럿 브론테의 황야를 노래하는 시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마주한다.

셋째, 영국 서해(아일랜드해)에서 시작해 동해(북해)에서 끝나는 뚜렷함이 있는 이 길은 시작과 끝이 분명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안성맞춤인 길이다. 보다 분명한 목표를 세워 특별한 도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길을 따라 여행하는 영국 도보 횡단길이 하나의 답이 될 것이다.





이후 그곳을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워즈워스 수선화 정원(Wordsworth Daffodil Garden)에 들어갔다. 그라스미어는 시인 워즈워스의 마을이라고 할 만큼 그에 관한 장소가 많다. 이곳도 그중 하나다. 2003년에 개장했고, 그라스미어 교구 목사의 아이디어로 교회 유지보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조성한 공원이다. 일정한 금액을 내어 공원에 야생 수선화를 심어 가꾸는 일에 후원을 하면 원하는 이름을 새긴 석판을 공원길 바닥에 깔아주고, 교회에서 발행한 책자에 이름을 올려주는 등의 혜택을 줬다고 한다. 이 사업은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로 이름이 새겨진 약 3000개의 석판이 깔렸다. 그리고 셀 수 없는 수의 야생 수선화가 지금도 자라고 있다. 주변의 야생 수선화와 발밑에 놓여있는 출신지와 함께 쓰인 이름을 살펴보며 가끔 나타나는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의 구절을 음미하며 걸어보았다. 이는 그라스미어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격조 있는 문학 체험일 것이다.(p. 90)





날씨는 점점 나빠지고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스피커로 관광안내를 하는데 역시 예외 없이 시인 워즈워스, 얼즈워터 호수, 시 수선화와의 관계를 말해 주었다. 10시 10분을 지나서 관광객들은 환성을 질렀다. 호수위로 선명한 무지개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시인 워즈워스 고장다웠다. 그의 시에 무지개가 있지 않는가? 정말 아름다운 정경이었다.(p. 116)

다시 몇 분을 완만하게 더 걸어 오르면 헤더꽃이 우리를 기다리는 전형적인 북부 잉글랜드 요크셔 황야지대에 들어서게 된다. 길은 넓지 않지만 석판이 깔려있고 사방팔방이 헤더꽃으로 장관이다. 우리가 보기에는 드넓은 황야가 연이어 전개되지만 어느 곳을 경계로 이름지어 구분되는 모양이다. 처음 만나는 황야는 라이브 무어(Live Moor) 황야다.(p. 224)






저자는 걷기만이 아닌 여행 도중 관광을 한 후 그 후기도 같이 남겼는데, 특히 영국작가들의 시를 옮겨 담으며 그때의 설렘과 느낌을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위즈워스 박물관에서의 여행담을 길게 남긴 것도 독자와의 소통을 염두해 두었기 때문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런 여행담으로 인해 나중 영국 여행을 할때에 더욱 깊은 감동을 받을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라 생각한다.

무지개를 보고 그때의 위즈워스를 생각하는 저자는 멋진 감성 여행작가임에 틀림없다. 길을 걸으며 만난 안내판은 우리나라와 달리 자연을 정말 잘 관리한다는 생각이 든다.






걷는 중간 만난 사람들과는 같이 걷다가 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하고, 대학생들과의 만남은 좀더 젊어지는 느낌을 만들어내며, 그들과 함께 걷는 내내 행복감을 느낀 것 같다. 저자의 글이 약간의 즐거움과 행복감이 묻어난다. 독자도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일정에 쫒겨 이 여행처럼 사람, 일상을 만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관광만 하고 온 것 같아 아쉽다.

브렌스데일 황야를 소개하는 글은 더욱 영국의 문화를 느끼게 해주어 여행 묘미를 톡톡히 느끼게 해준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이스크 클리프 절벽은 실감날 정도로 잘 표현해 놓았다. 그래서 더욱 인상 깊다.

여행의 끝이 다가올수록 처음 시작할 때의 설렘이 시작되는 것은 독자도 걷기 여행을 잡아 이 길을 '순례길'처럼 돌아볼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세상이 예전처럼 돌아간다면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을 소개받은 것 같아 마음이 충만해진다.


저자 : 김병두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건설,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서 30년을 근무한 후 정년퇴직했다. 현직 때는 해외근무와 출장으로 일찍이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며 방문한 나라의 여행기를 글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중남미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한 이후 동영상과 자료로 KBS TV <세상은 넓다>에 다수 출연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이후 영국 코스트 투 코스트(CTC) 웨인라이트길을 걸었다.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앞으로도 여행을 계속할 계획이며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글로 여행을 기록 및 정리하며 보관할 예정이다.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우수작으로 당선 했으며(1999), 출간된 저서로 <산티아고에서 세상과 소통하다>(2016), <역사로 세우고 전설로 채색한 영국 고성 이야기>(2017)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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