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감별사 - 미스터리 로맨스
마키림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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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에도 균형이 있다'는 이 책의 명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만물이나 인간 존재에도 균형이 있다. 그래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조정해 맞추어야 한다"는 논리인데 선뜻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다. 더욱이 인위적으로 인간이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과연 진리인가라는 의문도 생긴다. 음양이나 자연의 순리는 자연 스스로에게 맡기고 인간은 오히려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고 배워왔는데. 갑자기 이 책에서 처음부터 이 논리를 들이대니 로맨스 추리소설을 기대했던 독자로서는 저으기 당혹스럽다.

“세상 만물에는 균형이 존재하고 있는데 저는 우연히 사랑과 이별에도 균형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쪽이 많거나 적으면 안 되기에 누군가 조정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고 싶어 합니다만 모두가 사랑만 할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실시간 음원 차트를 보면 10위 안의 노래가 대부분은 사랑 노래이고 그중 상당수는 이별 노래다. 그만큼 사랑은 동서고금을 떠나 영원한 주제인데 그 까닭은 누구나 사랑, 특히 이별에 관한 안타까운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9년 전 저자 마키림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아이디어가 있었다고 한다.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긴 세월 동안 숙성돼 드디어 소설로 세상에 나왔다. 『불륜 감별사』는 사랑과 이별에도 균형이 있다는 착상에서 출발한 미스터리 로맨스다.

사랑만 있고 이별이 없다면 균형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별 조정을 통해 사랑과 이별은 평행하게 유지된다는 이 신비스럽고 조금은 당혹스러운 이야기는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 여성이 총을 들고 주차장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야니는 자신이 본 광경을 믿을 수 없었는지 눈에 힘을 주었다.

점점 눈이 커지고 입이 벌어졌다. 시간은 정지해버렸다. 그는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도망치는 여성은 반년 전 헤어진 리헤르였다.”

갑작스럽게 목격한 살인의 현장에서 도망가는 용의자는 그 모습을 절대 잊을 수 없는 헤어진 연인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 동료를 보면서 주인공 야니 존슨은 큰 충격에 빠진다. 서로 엇갈리는 연인들의 운명, 미궁으로 빠져드는 살인 사건, 조금씩 밝혀지는 음모, 충격적인 반전까지를 쉴 새 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미스터리한 상황이지만 그 상황과 대화와 감정이 모두 한때 열렬히 사랑을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만한 내용이기에 전혀 낯설지 않다. 그렇게 격렬해진 감정의 끝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이 소설이 던지는 중요한 질문인 ‘과연 사랑을 포기할 것인가, 지킬 것인가?’를 자신에게 던져보아야 한다.

“형사님, 불륜 뜻이 뭔지 아세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것을 뜻해요. 사랑한다 말만 하고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도리에서 벗어난 게 아닐까요? 저는 그런 사람들을 감별해내고 있어요. 세상에 형사님이나 제가 모르는 일은 많고 많아요.”

당사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별을 한 안타까운 커플도 있지만 보통은 사소한 일로 시작한 다툼이 커져 결국 이별에 이르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러면 한동안 방황을 하다가 ‘우리는 헤어질 운명이었나 보다’라고 한탄하며 사랑을 접는다.



그런데 왜 그 사소한 일을 넘기지 못했고 극복하지 못했는지 자책만 할 뿐 사랑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한 것은 없지 않은가. 이 소설에 나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단순히 한 번 읽고 지나갈 사연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당신에게 사랑을 지킬 기회를 다시 한 번 주는 것이다. 이 작품이 독자들의 불륜을 감별하고 있다.

“이 세계에 균형은 실제 존재합니다. 여러분 주변 미야쇼 요원이 이제 보이나요? 사랑을 과신하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겁니다. 지키는 사랑을 하세요.”

『불륜 감별사』는 ‘사랑을 깨는 미야쇼와 사랑을 지키는 프라젠 사이에서 당신은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아마도 당신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사랑을 방해하는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흘러간 옛 노래에 불현듯 눈물을 흘리듯이 이 책이 당신의 사랑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영감을 얻어 지키는 사랑을 하기를.



연인들을 시험에 들게 하고 그 시험에 빠져 그들이 이별을 하면 성공한 댓가로 돈을 받는다. 연인들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이별을 한다. 주인공 야니는 식품회사에서 일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서 아르바이트로 미야쇼 일을 한다.

타인의 고통을 담보로 댓가를 받는 일이 그의 양심과는 맞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임무를 마치고 그만두려고 한다. 야니 자신도 연인 리헤르와의 갑작스러운 결별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하지막 그 마지막 임무가 커다란 사건으로 비틀어지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로 빠진다. 야니의 임무에 갑자기 리헤르가 총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야니는 혼란에 빠진다. 같이 미야쇼 일을 하던 그란시나, 그녀는 야니를 짝사랑한다.

리헤르와 야니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미야쇼 일에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던 그녀가 변하게 된다. 그리고 그란시나는 야니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려고 한다.



이 책은 독특한 소재로 사랑의 가치를 미스터리 소설로 풀어낸다. 그래서 신선하고 스토리의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뜬 그란시나의 슬픈 사랑이 마음 아프다.

사랑과 이별에도 균형이 있다. 사랑을 깨는 미야쇼와 사랑을 지키는 프라젠 사이에서 당신은 자신의 사랑을 지킬 수 있습니까? 지키는 사랑을 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불륜이란 사랑한다는 말만 하고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독특하고 지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제서야 왜 사랑과 이별에도 균형이 있어야 하는지 겨우 깨닫는다.

제라드 스미스로 변신한 그란시아를 야니가보는 앞에서 리헤르가 총으로 살해한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 리암, 제임스, 지니는 수사를 시작하고, 범인을 좁혀간다. 그 속에서 형사 리암과 에릭의 관계, 그란시아가 밝혀낸 충격적인 진실, 등장인물과의 사랑, 짝사랑 등이 빠르게 전개된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미스터리 로맨스임이 틀림없다. 저자의 치밀한 작품 구성 능력에 흥미는 고조된다.





선생님, 최근 저에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힘들고 슬프고 행복한 날이 한꺼번에 찾아올 것이라 상상도 못했습니다.

혹시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세상 만물에는 균형이 존재하고 있는데 저는 우연히 사랑과 이별에도 균형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한쪽이 많거나 적으면 안 되기에 누군가 조정하고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고 싶어 합니다만 모두가 사랑만 할 수 없습니다.

사랑만 있고 이별이 없다면 균형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해서 이별 조정을 통해 사랑과 이별은 평행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저는 이별을 조정하는 일에 가담 했었습니다. 부여 받은 일은 아주 간단했고 성공하면 돈을 받았습니다.

타인을 이별 속으로 밀어 넣고 받는 돈이라 처음에는 찝찝했습니다. 그러나 반복되니 익숙해지더군요.(pp.4~5)




“사랑,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어린애부터 노인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지키지 않는 사랑은 반쪽짜리입니다. 그녀는 형사님과 만들었던 사랑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그녀가 안쓰럽죠? 형사님이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세요. 저도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할 겁니다.”

야니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사님 심장에 부는 바람을 따라가세요. 주변 눈치만 보다가 진짜 사랑 놓칠 수 있어요.”

조사실 문이 열리고 지미가 커피를 가져 왔다. 촉촉해진 야니 눈을 바라보는 제임스의 표정은 진지했다.

“사랑을 방해하는 것은 세상에 널렸습니다. 유혹하는 이성도 많고, 사랑하는 이가 먹지 말라는 술을 먹자고 떼쓰는 친구도 많습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상대에게 화내기도 합니다. 그런 사소한 것이 쌓여 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작은 이유 때문에 큰 사랑을 놓치게 된다면 그것은 말그대로 바보입니다. 바보.”

지미가 제임스 어깨를 가볍게 주물렀다. 거울 안쪽 방에 있던 리암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형사님, 지키는 사랑을 하셔야 합니다.”

야니가 결심에 찬 듯 제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p. 154)




“직업이 어떻게 되십니까?”

“제 직업요? 후후. 저는 불륜 감별사입니다.”

“불륜 감별사?”

“네, 불륜 감별사.”

“그런 직업도 있나요?”

“있어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녀요. 그리고 시험에 들게 하죠. 시험에 통과하면 사랑을 지속할 수 있어요.

저는 통과 못 한 사람 덕분에 돈을 벌고 있으니 직업인 셈이죠.”

“이해할 수 없지만 재미있는 직업이네요.”

“형사님, 불륜 뜻이 뭔지 아세요?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것을 뜻해요. 사랑한다 말만 하고 사랑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도리에서 벗어난 게 아닐까요? 저는 그런 사람들을 감별해내고 있어요. 세상에 형사님이나 제가 모르는 일은 많고 많아요.”

“불륜 의미가 확장된 느낌이네요. 하하. 좀더 자세하게 얘기 해주세요.”

“오늘 일이 끝나면 전부 말할게요.”(pp. 238~23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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