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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
마틴 에드워즈 지음, 성소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부터 가슴이 설렜다. 책읽기 연한은 오래됐지만 추리소설은 읽기 시작한 지 겨우 1년이 된 독자로서는 '고전' 추리·범죄소설 창고를 뱔건한 느낌이었다. 추리·범죄소설 목록 중 '고전'이라 할 만한 소설을 저자가 엄선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 책의 저자 마틴 에드워즈가 이미 범죄소설 작가로서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다. 그의 안목으로 엄선된 추리소설들은 독자가 추리소설을 계속 읽어갈 작정이어서 훌륭한 목록을 확보해 놓고 독서를 즐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목록뿐만 아니다. 50년간의 비교적 짧은 시기에 나온 추리소설 중 명탐정, '대저택', 런던 범죄, 살인 조롱하기, 범죄 심리, 과학 수사 등 테마별로 정리해 100편을 뽑았기 때문에 머릿속에 쉽게, 오래 기억될 것이고, 소설과 소설 제목, 작가, 연대 등 그물처럼 잘 짜인 추리소설 안내서다. 추리소설 문학적 평가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은 20세기 전반에 출판된 추리·범죄소설의 고전을 담고 있다. 장르의 재미와 다양성을 독자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고전 범죄소설에 정통한 전문가인 저자가 아서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의 사냥개'를 시작으로 흥미로움, 문학적 업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추리·범죄소설 100편을 추렸다.
고전 추리·범죄소설을 즐기는 독자라면 베스트셀러 작가뿐 아니라 잊혔지만 매혹적인 보석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901~1950년에 출간된 추리·범죄소설에는 뜻밖의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저자는 이 50년 동안 장르가 발전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아주 까다롭게 작품을 고르고 추려 이 책에 담았다. 하지만 이 책은 20세기 전반기 ‘최고’ 작품의 목록이 아니다. 또 저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목록도 아니다. 이 책의 목표는 그저 고전 추리·범죄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추리·범죄소설의 주목적은 독자를 재미있게 해주는 것이다. 또 최고의 추리·범죄소설이라 함은 거기에 인간 행위를 꿰뚫어 볼 통찰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문학적 야망과 성취까지 자랑한다. 그러나 아무리 뻔뻔한 상업적인 시시한 추리소설이라도, 과거를 이해할 실마리와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세상을 들여다볼 창되어 줄 수 있다. 과거 세상은 결함투성이지만,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이것은 또 추리·범죄소설이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장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폭넓은 개방성 덕분에 전 세계 독자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다.
이 책에서는 셜록 홈스, 브라운 신부, 제인 마플, 에르퀼 푸아로 등 우리에게 친숙한 탐정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밀실 살인, 대저택이나 휴가지에서 생긴 사건, 과학 수사 등 호기심이 생기는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다. 이런 장르에서 발견되는 패턴을 강조하기 위해 주제에 따라 장을 나누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에 포함된 작품 중 상당수가 기존에 출간되었던 선집 하나 혹은 그 이상에 실렸다. 하지만 이 책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아랑곳하지 않고 포함되어 있다. 왜냐하면 고전 범죄소설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일이 매우 즐거운 법이기 때문이다. 또 장르의 다양성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자에게서 잊힌 책 가운데 일부는 정말로 잊힐 만한 이유가 있어서 잊혔다. 다들 책을 펼치자마자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엉성하고 조잡한 작품이라고 해도, 심지어 저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인물이나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 되어준다.
그래서 문학성을 향한 포부를 숨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탁월한 업적까지 자랑하는 대가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평범한 작가들의 작품도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알지 못했던 재밌는 작품과 끌리는 작가를 찾아보는 것도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추리 스릴러 장르가 주는 재미는 두뇌 플레이는 물론 어느 작품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사회, 문화, 인간의 내면 심리들을 쫄깃쫄깃한 심장 두드림을 선사하는 맛에 읽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시작된 추리의 시작은 언제쯤이며 지금까지 많은 작가들이 쏟아내는 작품들의 발전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이 책은 이 시작점에서 출발하기에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독자도 이 점의 매력에 끌렸다.
이 책은 단지 책 제목을 읽고 100개의 추리 작품을 엄선해 보인 것이 아니라 20세기 전반기부터 출간된 작품들을 다루면서 소제목의 주제로 각기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단순히 추리 작품의 내용만을 다뤘다고 보긴 어려운 책이다.
1장인 '새 시대의 여명'에서 등장하는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유명한 작품인 베스커빌가의 사냥개에 얽힌 탄생비화를 비롯해 본격적인 작가들의 대세 작품들이 등장하는 황금기의 도래 부분들에선 젊은 작가들의 끊임없는 열정, 에너지, 대담함이 곁들여진 결과물이란 사실이 돋보인다. 지금까지의 고정 패턴처럼 여겨지는 흐름의 시작이 되는 작품 소개까지 다른 묘미들을 선보인다.
요즘의 시리즈물에 나오는 형사의 인격 형성이나 성장 배경들이 사건에 집중되면서 개성 있는 캐릭터로 잡아가고 있듯 책에서 보인 여러 주인공의 탐정들의 모습은 완벽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는 점을 그린 반대 개념의 캐릭터 탄생, 여성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주인공들, 각 해당하는 작품들에 등장하는 추리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접할 수가 있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작가의 비화에 얽힌 이야기와 작품이 지금까지 유명한 것이 있는가 하면 바로 사라져버린 작품들의 내용까지를 범위를 확장해가며 읽을 수 있다.
추리소설의 기본이 되는 후더닛의 꼼꼼한 배경과 설정들, 많은 추리 소설을 읽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접해보지 못했던 작가들의 이름들도 들어있을 것이고, 이미 낯익은 작가들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그들의 작품의 탄생 배경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독특함은 '100선'에 대한 설명에 앞서, '고전'이란 단어의 설명을 먼저 하자면, 저자가 선택한 책들, 즉 고전의 시대적 범위를 20세기 초반으로 삼았다. 즉 1901년에서 1950년 사이에 출간된 장편소설이나 단편집을 가리키는 것으로 그 범위를 한계 짓는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출판된 ‘최고’의 작품들을 뽑은 걸까? 이 역시 '아니다'. 저자는 분명하게 밝힌다. 20세기 전반기에 출간된 책들 가운데 ‘최고’ 작품의 목록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자가 개인적 취향에 맞는 애정 작품 목록도 아니라고 말이다. 그럼 어떤 작품들을 선별한 걸까? 이 시기, 즉 50년 동안 장르가 발전한 과정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작품들을 고르고 추렸다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이 가운데는 유명하지 않은 작품도, 때론 금세 독자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작품들도 있다는 점은 앞서 밝힌 대로다. 게다가 여기에 실린 작품은 거의 대부분 영국 작가의 작품들인 점 역시 이 책이 스스로 정한 한계임도 기억해야 한다.(그래서인지 그 유명한 『아르센 뤼팽 시리즈』 역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아무튼 추리소설, 범죄소설의 황금기라 불리는 시기에 출간된 작품들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큰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 책 속에 수록된 102편에 대한 저자의 소개는 작품에 대한 소개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작품 하나에 대한 소개보다는 그 작품의 작가에 대한 소개, 작가에 의해 창조한 캐릭터들에 대한 소개에 더욱 치중하고 있는 느낌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어쩌면 102편에 대해 저자가 성심성의껏 작성한 서평 모음집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역시 코난 도일의 작품이 제일 먼저 소개되는데, 어쩐지 코난 도일의 업적 중 가장 뛰어난 업적은 셜록 홈즈라는 탐정을 만들어낸 것보다는 왓슨이란 보조자를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 점은 언제가 어떤 평론가가 이미 한 말로 기억된다. 수많은 후배 추리소설작가들이 왓슨과 같은 보조자를 탐정 소설의 틀처럼 내세웠으니 범죄추리 소설의 전형이 된 셈이다.
두 번째 책의 소개 역시 개인적으로 재미나게 읽은 바 있는 『네 명의 의인』, 그리고 그 작가 에드거 윌리스가 소개된다. 이 작품에 얽힌 재미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된 것도 큰 수확 중의 하나다.
G. K. 체스터턴, 애거사 크리스티, 존 딕슨 카, 엘러리 퀸 등과 같이 익숙한 작가들과 작품을 만나는 반가움도 있었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대다수의 작가와 작품은 생소하다. 독자의 추리소설 독서 이력 짧고 보잘 것 없는 탓이리라. 그러나 이 책에서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다.
일부 작품과 작가는 익숙하긴 하지만 의외성을 발견하는 놀라움도 있었다. 예를 들어 『곰돌이 푸우』의 작가가 탐정소설을 썼다.
상상도 못한 부분이다.(그의 작품은 책에서 소개하는 제목인 『붉은 저택의 비밀』이 아닌 조금 더 친근한 느낌의 『빨강집의 수수께끼』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있다.
차례대로 정독하는 것도 좋겠지만, 관심 있는 부분이나 작가를 찾아 읽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 102편의 작품과 100명에 가까운 작가들에 대해 알아 가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 서점 홈페이지에 들어가 작품명을 쳐보며 번역 출간된 작품들이 있는지 확인하는 데까지 발전할지도 모른다.
한 번 이 책의 효용가치를 평가하자면 추리소설 마스터 플랜을 짜기에도 적당하고,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는 전문가 수준까지 올라갈 정도의 안내를 받는다. 아무튼 이 책 『고전 추리·범죄소설 100선』은 작품 및 작가에 대한 종합선물세트 같이 귀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