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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파도 속으로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세연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평점 :
세계 2차대전 말 침몰한 일본 배에 어마어마한 금괴가 함께 수몰됐다는 소문을 찾아 나선다는 사건이 있었다. 정확하게 시점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기시감이 드는 내용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예전에 관련 내용으로 한 번 신문지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또 최근엔 러일전쟁 때 침몰된 일본 군함이 동해에서 인양한다는 소식과 정식 인양 요청을 당국에 신고했다는 한 회사가 주식 사기 사건으로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도 있다. 이 책은 당시 실제 사건을 밑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입혀 한 편의 드라마로 엮어낸 긴장감 높은 해양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다.
“이차대전 말기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한 일본군 731부대 병원선에서 어부들이 건져 올린 것은 금괴뿐만이 아니었으니….”라는 한 줄 로그라인에서 예상할 수 있듯 『삼각파도 속으로』의 인물들은 금괴 ‘+α(알파)’를 만난다. 그리고 그 알파가 사람 속의 사람을 드러내도록 작동한다.
또 최근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목숨을 건 한계상황에서 이드(id)를 만나는 셈인데, 이 소설의 백미는 그 이드가 각 등장인물마다 다른 모습으로 표출된다는 데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건 꿈,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의 안녕,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넘어서는 물욕,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식욕…… 등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욕망을 좇아 마린보이호에 오른 인양팀은 산소통 하나에 목숨을 맡기고 오묘하고 기묘한 비밀을 찾아 깊이 더 깊이 내려간다. 이들이 찾는 것은 75년 전에 침몰한 일본군 731부대 병원선에 실린 금괴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 패전을 예상한 일본은 아시아 일본군 점령지 전역에서 금은보화를 약탈해 일본으로 실어 나르는
비밀 작전인 ‘황금백합작전’을 펼쳤다. 1945년 5월, 중국에서 약탈한 28톤의 금괴를 싣고 일본으로 가던 중 미군기의 폭격을 받고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한 일본군 731부대 병원선 ‘초잔마루[長山丸]’. 엄청난 양의 금괴를 싣고 어느 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려 보물사냥꾼들이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초잔마루가 시골 어부에게 발견된 것이다.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을 안고 일확천금을 꿈꾸던 인양팀은 마침내 731부대의 병원선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 배에서 건져 올린 것은 비단 금괴뿐만이 아니었다. 금괴를 발견했다는 기쁨도 잠시 마린보이호는 곧 엄청난 공포에 휩싸인다. 사람들이 의문사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그들의 시체를 뜯어먹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기 때문이다.
1945년 5월, 중국에서 약탈한 28톤의 금괴를 싣고 일본으로 가던 중 미군기의 폭격을 받고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한 일본군 731부대 병원선 ‘초잔마루[長山丸]’. 엄청난 양의 금괴를 싣고 어느 날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려 보물사냥꾼들이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초잔마루가 시골 어부에게 발견된 것이다.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을 안고 일확천금을 꿈꾸던 인양팀은 마침내 731부대의 병원선을 발견한다.
난데없이 침입한 해적, 기름이 떨어져 운행을 멈춘 배, 28톤의 금괴, 해저에서 발견한 약탈 문화재, 선상에 버려진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알, 끔찍한 것들의 부화, 사라지는 시체, 그리고 자살하는 사람들……. ‘이러다가 죽을 것 같다’는 공포와 ‘기어이 살아서 부자로 살리라’, 혹은 ‘목숨만 건지겠다’는 현재의 욕망이 격렬하게 부딪히는 가운데 하나둘 드러나는 끔찍한 과거의 욕망들. 마린보이호의 인물들은 과연 땅을 밟을 수 있을 것인가? 가슴 떨리고 숨 막히는 이야기 『삼각파도 속으로』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깊은 바다에서 키조개를 채취하는 최순석은 재래식 잠수부다. 어느 날 친한 어부인 최동곤이 전설의 보물선 ‘초잔마루’를 발견하고 그 소식을 문자로 순석에게 알린다. 하지만 그날 밤 누군가가 최동곤을 살해한다. 순석은 여러 단서를 조합하여 장소를 알아내고 초잔마루를 찾기 위해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평생 바다를 뒤지던 이도형과 협업을 약속한다. 이렇게 해서 금괴를 인양할 팀이 꾸려지는데 그중에는 뜻밖에도 이윤정이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 순석이 바다에서 그녀의 아버지 시체를 인양해주었던 일로 알게 된 여자다.
초잔마루를 수색하던 금괴 인양팀은 유골함처럼 생긴 항아리를 여러 개 찾아내 인양하고 백금괴로 추정되는 것을 찾아내 기뻐하지만 그날 밤 중국 해적들에게 급습 당한다. 인양팀이 내부의 누군가가 금괴를 독차지하려고 해적들을 불러들인 것 같다며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해적들은 인질들을 위협하며 금괴 인양작업을 시킨다. 한편 해적들은 침몰선에서 인양해 보관 중이던 항아리들을 차례로 깨보는데 거기서 나온 것은 뜻밖에도 일본어가 빼곡하게 적힌 두루마리와 괴생명체 표본, 그리고 물고기 알처럼 생긴 작은 알들이다. 우여곡절 끝에 인양팀은 금괴를 발굴하지만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기름이 떨어져 표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작가가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와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로 미군기의 폭격을 받고 침몰한 배에 금괴 28톤이 실려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든 오류든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2차 대전 때의 금괴나 보물을 찾는 이야기는 흔한 편이어서 소설의 소재로는 식상해 보였다. 그런데 다량의 금괴를 싣고 가다가 침몰한 ‘초잔마루’라는 배가 인간 생체실험으로 악명 높은 731부대의 위장 병원선일 가능성이 크다는 글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야!’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흥미진진한 소설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낯설고 괴기한 분위기의 미스터리 소설 말이다.”
미스터리, 서스펜스, 로맨스 장르를 아우르는 [미스티 아일랜드] 시리즈의 아주 특별한 소설 『삼각파도 속으로』가 출간됐다. 인간 종에 대한 깊은 애정과 융숭 깊은 유머로 극찬을 받는 작가 황세연의 신간이다. 황세연은 26세에 단편 추리소설 「염화나트륨」이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가 짧지 않은 외도 끝에 다시 펜을 잡은 ‘돌아온 이야기꾼’이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수상이라는 놀라운 꼬리표들이 그의 역량을 방증한다. 『삼각파도 속으로』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망망대해를 무대로 펼쳐지는 해양소설이다.
그러나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같은 오락용 어드벤처가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들이 ‘같아 보이는’ 목적을 가지고 모여 깊은 수심만큼 어둡고 음침한 비밀에 다가서는 ‘미스터리스릴러’이자 ‘욕망과 본능이 충돌할 때 사람들은 어떤 길을 선택하는가?’를 거침없는 필치로 담아낸 수작(秀作)이다. 선상에서 벌어진 일들을 일기처럼 기록함으로써 독자들이 마치 표류 중인 마린보이호에 오른 당사자인 듯 긴박감을 조성한 점 또한 이 소설의 장점이다.
(항아리가 깨질 때 종이와 글자가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부분)
…고장 났던 배의 엔진이 수리되었다. 밤이 되자 배가 남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배는 다시 얼마 가지 못하고 엔진이 멈췄다.
누군가가 또 고의로 엔진을 망가뜨린 것이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으나 용의자는 지난번보다 크게 줄어 있었다. 창고에 갇혀 있는 누군가가 밖으로 나와 엔진을 고장 냈을 리는 없었다. 범인은 몸이 자유로운 사람 중에 있었다.
선장은 이곳이 배를 정박하기에 위험한 지점이라고 판단했는지 배가 조류를 타고 흘러가도록 놔뒀다. 배는 밤새 조류를 타고 북쪽으로 흘러가 어느 무인도 인근에 도달했다. 우리는 그 섬 인근에 닻을 내렸다.
엔진을 고장 낸 범인을 잡기 위한 심문이 시작되었다. 선원들이 한 명씩 장교들 앞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단체로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집단 간의 의심과 갈등만 증폭될 뿐 범인은 드러나지 않았다.
5월 16일 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참수를 당한 다나까의 배를 가르고 장기 일부를 가져갔다. 배 안에 인육을 먹는 괴물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항아리가 깨질 때 종이와 글자가 훼손되어 알아볼 수 없는 부분)
…사람들이 모두 미쳐가고 있다. 아니 세상이 미쳤다. 마루타의 저주가 아니고는 이런 일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 우리가 죽인 자들이 괴물이 되어 우리를 지옥으로 잡아가고 있다….
- 「초록」 pp. 206~207
“아침 식사하셔야죠!”
박미경이 오랜만에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순석 씨. 저 고기 자루 건져서 이 고무통에 좀 놔줘.”
순석은 다이빙덱에 묶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겨서 무거운 자루를 물 위로 끌어 올렸다.
“잠깐, 잠깐! 다큐멘터리 찍어야죠. 얼굴 이쪽으로 돌려요!”
김성실이 달려와서 순석을 향해 캠코더를 들이댔다. 오랜만의 촬영이었다.
순석과 박판돌이 돌고래 고기가 든 자루를 갑판으로 끌어올려 고무통 속에 내려놓았다.
박미경이 자루 입구를 묶고 있는 밧줄을 풀었다.
“고기 냄새가 신선하네요…. 어? 아악!”
“아아악!”
자루를 벌리던 박미경과 자루 입구로 캠코더를 들이밀던 김성실이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왜? 왜 그래유?”
순석은 고래 고기를 먹기 위해 자루 속에 뱀장어라도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급히 자루 안을 들여다봤다.
“어헉!”
순석 역시 기겁을 하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자루 속에 상괭이가 아닌 사람의 토막시체가 들어 있었다.
비명을 듣고 다가온 사람들이 번갈아 자루 속을 들여다봤다.
“헉! 도, 도대체 이게 뭐여? 누, 누구여?”
남자의 토막시체는 얼굴이 자루 안쪽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씨팔!”
안길식이 자루로 다가가 자루 밑을 잡고 위로 확 들어 올렸다. 자루 속의 토막시체가 고무통 속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칼자국이었다. 시체는 팔과 다리가 잘려져 있었고 알몸이었는데 몸통 일부의 살이 잘려나가고 없었다.
- 「파랑」 중에서
“언젠가 실제로 그런 사건도 있었잖여. 비행기가 안데스산맥의 설산에 추락하고 생존자들이 칠십여 일을 버티는 동안 생존을 위해 죽은 사람들의 사체를 먹었던 사건…. 그들이 생존해 돌아왔을 때 누구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잖여. 우리도 지금 그들과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거잖여.”
이하민은 정말 시체를 뜯어먹기라도 할 기세로 손으로 벽을 더듬으며 김성실의 시체 쪽으로 다가갔다.
“그건 동물이 아니라 사람요, 사람! 김성실!”
순석이 어둠 속에 대고 소리쳤다.
“시체를 먹고라도 살고 싶은 사람은 시체를 먹는 거고, 시체를 먹느니 그냥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냥 죽으면 되는 거여. 이건 생존과 직결된 일이니, 그 누구도 타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는 겨. 아니, 살 수도 있는 사람을 시체를 못 먹게 해서 굶어 죽게 했다면 그거야말로 살인행위지…. 아닌감? 나는 우리가 살려면 저 시체를 먹어야 할 것 같은디, 윤정이 생각은 어때?”
“그, 글쎄요.”
이윤정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순석은 이하민의 말보다 이윤정의 대답이 더 큰 충격이었다. ‘안 돼요.’가 아니라 ‘글쎄요.’라니?
순석은 빈혈 같은 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뒤로 비틀비틀 물러나 벽에 기대고 앉았다. 무슨 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체력에 한계가 온 것 같았다.
‘그런데 이하민과 이윤정은 왜 나보다 더 멀쩡한 것일까?’
- 「검정」 중에서
저자 : 황세연
충남 청양의 칠갑산 밑에서 태어나 자랐다. 지금은 서울 촌놈이다. 교도소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한 경영학과 재학시절, 세 문제가 인쇄된 세 시간짜리 회계학 시험지를 받아들었는데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었다. 그대로 시험장을 나오는 것이 창피해 한 시간 동안 시험지에 꿈과 미래에 대해 적어보다가 시험지를 구겨 들고 나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6세에 단편 추리소설 「염화나트륨」이 스포츠서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전업작가가 되었다. 소설 몇 권을 출간한 뒤 삼성전자 휴대전화 시리즈 광고의 스토리를 쓰는 등 영화계와 방송계를 기웃거리다가 등 떠밀려 들어간 출판사에서 꽤 오래 편집기획자로 일했다. 다니던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에 합병되며 잘린 것을 기회 삼아 다시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다.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대상,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한국추리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장편 추리소설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국정원 추리퀴즈 모음집 『IQ 추리퀴즈 프로젝트』, 『EQ 추리퀴즈 프로젝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