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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이 들려주는 윤동주 동시집
나태주 엮음 / 북치는마을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시인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 아래 여린 지식인의 고뇌와 심정의 부끄러움을 고스란히 우리에게 나타냈다. 독립 투쟁에 직접 나서지 못한 자신을 꾸짖고 죄의식을 담은 아름답고 맑고, 슬픈 시를 우리에게 남겼다. 일제 하 지식인의 연약한 처지에 대해 죄의식을 표출함으로써 시로 승화시킨 것이다. 시인 자신이 승화시킨 게 아니라 시인 스스로가 시로 승화된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이 저항 정신이 된 것이다.
이처럼 맑고 순수한 마음이 조국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아파하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죄의식이 된 것이고, 영혼을 담아 시로 쓴 것이다.
이 때문에 '시대의 희생자'로 훗날 평자들의 뇌리에 남게 된다. 시인이 짧지만 견디고 지나온 세월과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훗날 평자들이 풀어낼 수 있었다. 시인의 시 한 수 한 수는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는 그의 시 세계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한없이 맑고 순수한 그의 영혼과 시심(詩心)은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지금 우리는 시인의 숨결을 조국의 어디에서나(물론 분단 상황이어서 남한 쪽에 국한될 것이지만) 느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특히 시인의 쉽고 아름다운 시어들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한 자, 한 자에 담아 표출해냄으로써 어린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안겨 준다. 이번 『윤동주 동시집』은 나태주 시인이 선별해 해설을 곁들여 실었다. 소중하고 영원히 되뇌일수록 행복감이 드는 시집이 된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자신을 할아버지로 분장시켜 어린 손자에게 도란도란 얘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주는 선물'을 쓴다.
"두고두고 윤동주 선생의 시는 우리의 자랑이고 자존심이야. 우리 자신을 높이는 자랑스런 마음이란 뜻이지. 우리에게 윤동주 선생의 시가 없었다면 어쨌을까 싶은 때가 있단다. 그래서 할아버지도 어려서부터 윤동주 선생의 시를 읽어 왔단다. 어떤 시를 읽든지 반듯한 그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그분의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지고 어떻게 하든지 바르게 살고 맑게 살겠다는 결심이 생기지.
지원아. 이 책은 윤동주 선생의 시 가운데에서 어린 친구들이 읽어서 좋을 시들만 골라서 엮고 거기에 설명을 단 책이란다. 어린 친구들이 읽고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느낌을 갖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작가의 말 중에서
‘서시’란 시집의 맨 앞에 쓰는 시를 말한다. 머리글이나 마찬가지인 글이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랑하는 시인이 윤동주 시인이고 또 윤동주 시인의 시 가운데서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작품이 바로 이 시란다.
읽으면 무슨 느낌이 들까? 나 자신이 반성이 되고 무엇인가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맑은느낌이 들고 어둡던 우리의 마음까지 환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렇구나. 이 작품은 우리의 마음에 환한 등불 하나를 밝혀주는 글이란다. 우울한 날 읽으면 마음이 좋아지고 쓸쓸한 날 읽으면 마음에 용기가 생기는 글이란다. 누구나 많이, 아주 여러 번 읽어서 외워두었으면 하는 글이란다. 지원아. 그래서 할아버지도 외우는 글이란다.
- 「서시」 해설 중에서
아름답고 맑고 슬픈 이름 윤동주. 시인이 견디고 지나온 세월과 시를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최대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낸 해설들에서는 영원히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는 윤동주의 시 세계에 대한 존경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살아숨쉬는 윤동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바다도 끝없고 하늘도 끝없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이런 말을 통해 우리들 마음이 넓어지고 환해질 거야. 시인이 장난기가 생겼나 봐.
바다에 돌을 던지고 하늘에 침 뱉고. ‘하늘에 침 뱉기’란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제가 한 일이 저한테 돌아온다는 뜻이지. 마치 부메랑처럼 말이야.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런 침 뱉기와는 다른 침 뱉기야. 돌을 던지니까 바다가 벙글 웃는 것처럼 자욱이 생기는데 하늘은 아무런 소리도 없고 변화도 없다는 거야. 이것이 또 하나의 발견이야. 하늘도 넓고 바다도 넓어. 이런 상상을 하면서 사람의 마음도 하늘을 닮고 바다를 닮아가는 것이란다.
- 「둘 다」 해설 중에서
꿈이고 소망이다. 희망이라고도 말한다. 사람은 희망 없이는 살지를 못한다. 오늘은 이만큼이지만 내일은 저만이겠지 믿는 마음이 희망이다.
내일엔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는 마음이 바로 희망이다. 할아버지는 이 작품을 중학교 다닐 때 읽은 적이 있다.
시를 읽으면서 나도 기분이 새로워지고 가벼워지는 마음을 느꼈단다. 너도 이 시를 읽으면서 너의 앞날에 분명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꿈꾸고 마음속으로 간직해 보았으면 좋겠다.
- 「새로운 길」 해설 중에서
누나가 어디 먼 나라로 살러 갔나 보다. 아니면 아예 세상을 뜬 사람인가 보다. 눈을 보니 누나가 그리운 마음이 생겼다.
누나와 함께 눈을 맞던 일이 떠오른 것이다. 누나에게 편지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났던 거야.
그런데 이 편지는 참 특별한 편지야. 편지지에다가 글자로 쓰는 편지가 아니고 편지 봉투에 눈만 한 줌 넣어서 우표도 붙이지 않고 보내는 편지야.
어쩐지 슬픈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그 누나는 이 세상에 사는 누나가 아닌가 보다. 그리움. 이렇게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바로 시를 쓰게 하는 바탕이 되는 마음이란다.
- 「편지」 해설 중에서
시인은 반딧불을 부서진 ‘달 조각’이라고 했네. 아름답고 재미있는 생각이지. 이런 것을 ‘상상’이라고 한단다. ‘그믐밤’은 깜깜한 밤을 말하지.
그런 그믐밤에 반딧불, 그러니까 부서진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고 말하고 있네.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고 동생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지.
이런 마음이 사람의 생각을 자꾸만 부드럽게 착하게 정답게 만드는 마음이란다. 실지로는 깜깜한 밤에 반딧불을 잡으러 숲으로 가지 않더라도 이런 상상을 하면서 우리는 깨끗한 마음, 좋은 마음이 되기도 하는 것이란다. 시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것이란다.
- 「반딧불」 해설 중에서
이 책의 1부는 26개의 시, 2부는 22개의 시, 앞쪽에 서시까지 포함하면 윤동주 시인의 동시 50편 정도를 읽어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나태주 시인의 해설도 50개 정도 읽어볼 수 있다. 설명을 읽으면서 매우 감명 깊다. 윤동주 시인의 마음뿐만 아니라 나태주 시인의 마음도 독자 마음을 흠뻑 적신다.
'이 시는 이런 걸 포함하고 있구나.'
'이 시는 반복, 병치, 변용 등을 생각할 수 있구나.'
'병치는 비슷한 말을 나란히 놓는 것이고, 변용은 모습을 확 바꾸는 것이구나...'
시의 표현과 시적 기법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준다.
특히 책의 뒤쪽 해설에서는 30쪽 가량의 '윤동주 동시의 형태미학적 특성'에 대하여 자세한 설명을 실었다. 이 부분에서 윤동주 시인의 삶, 정형동시, 변형동시 등 형식적인 부분에서 보여지는 시의 아름다움을 깊이있게 설명해 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편저자 : 나태주
1945년 충남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111번지 그의 외가에서 출생하였다.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으 로 근무했다.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향토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에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 펴냈고,
이후 1981년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1988년 선시집 『빈손의 노래』, 1999년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2001년 이성선, 송수권과의 3인 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 2004년 동화집 『외톨이』, 2006년 『나태주 시선집』, 『울지 마라 아내여』, 『지상에서의 며칠』 다양한 분야의 많은 문학작품을 출간하였다.
1972년 「새여울시동인회」 동인, 1995년엔 「금강시마을」 회원,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충남문인협회 회장,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공주문인협회 회장,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공주녹색연합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공주문화원 이사,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격월간 시잡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지역문학인회 공동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부회장)을 지냈다. 지금은 공주에서 살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문학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