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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평점 :
“날 봐야 할 일이 생기면 스타벅스에서 라떼를 사 마셔요. 그리고 24시간 후에 만나는 거예요“
CIA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의 영화보다 더 놀랍고 매혹적인 삶을 담은 『언더커버』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녀가 카라치에서 미행을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핵무기 테러를 막기 위해 혼자서 파키스탄 카라치의 뒷골목을 누빈다. 이유는 테러범들과의 협상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조력자와의 만남은 스타벅스 기프트카드를 건네며 시작되었다.
카드잔액을 체크해 라떼 금액이 빠지면 24시간 후에 접선이 이루어졌다. 혹은 특정한 카페 화장실 변기의 물탱크에 메모를 남겨 정보를 교류했다.
『언더커버』에서는 이처럼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흥미진진한 일화들을 전하고 있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CIA 요원들의 회고록 중에서도 가장 디테일하고 풍성하다!”라고 극찬한 반면, CIA에서는 이 책을 두고 지나치게 정보를 오픈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취하며 출간을 우려했다.
『언더커버』 저자 아마릴리스 폭스는 중국 상하이부터 파키스탄 카라치까지 세계 곳곳에 잠입해 10년간 예술품 사업가라는 위장된 신분으로 살았다.
테러를 막기 위한 포섭과 잠입, 협상이 끝없이 이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면 중국 스파이인 가정부가 있었다. 가족, 친구, 주변인들 누구에게도 그녀가 하는 일을 숨겨야 했다. 때로는 동료 요원에게조차.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1년간 옥스퍼드 대학 입학을 미룬다. 그녀는 버마로 가서 군부에 맞서는 이들의 투쟁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아웅 산 수치와 만나게 되고, 버마 국민들을 향한 그녀의 메시지를 언론사에 전달해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버마 정부로부터 신분을 의심받지 않기 위해 영국인 금융전문가와 위장결혼을 선택하는 대담함도 보여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저자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원 재학 중, 테러범들의 은신처를 알아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본 CIA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22살에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으로 선발되었다. 그 후 가장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작전에 투입되면서,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조직을 추적했다.
정향유 한 병으로 테러를 막은 일화도 눈에 띈다. 테러집단 지도자의 아이가 천식으로 호흡이 힘겨워 보였고, 아마릴리스는 가방 속에 있던 정향유를 건넸다. “우리 딸도 가끔 호흡이 가빠질 때가 있어요. 이걸 써본 적이 있어요?” 다음날, 공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총구를 겨누었지만 아이를 둔 부모라는 순간적인 유대가 두 사람을 감쌌다.
“그러나 그 전쟁을 끝내는 길은 그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테러와 전쟁이 끔찍하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하면서, 그러나 그 전쟁을 끝내는 길은 그들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전한다. 최측근에게조차 비밀에 부쳐야 했던 가짜로 가득한 삶, 끝없이 이어지는 위장 속에서도 유일한 진실은 그럼에도 우리가 모두 인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품에서 느껴져 오는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였다고 말한다. 『언더커버』는 영화보다 더 매혹적이고 첩보소설만큼 흥미진진하다. 긴박한 전개와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한 권이 될 것이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고, 「캡틴 마블」의 여성히어로 브리 라슨 주연의 애플TV 드라마화가 결정되며 연일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책 표지의 느낌은 '여성 비밀요원'이란 점과 '매혹적인 삶'이란 문구가 첩보원의 상징인 무술과 최신 무기를 잘 다루는 요원보다 '미인계'를 쓴 비밀요원인가? 하는 느낌이 든다. 제 2차 세계대전의 마타하리처럼.
그러나 느낌은 희망이나 느낌일 뿐, 책을 펼치면서 '잘못 생각했네'라는 겸연쩍은 미소가 흐른다.
아마 독자가 나폴레온 솔로의 영국 첩보원 등과 책을 통해 나오는 옛날 첩보원을 머릿속의 편견을 지우지 않고 책을 펼쳤기 때문이리다. '역시 아날로그 세대임이 분명하네'라는 자성과 함께다.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첩보원이 아니라면 대단한 액션 가능한 첩보원? 여기에도 고개를 가로젓는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기대했지만 조금은 느슨하다. 액션은 없고 작전 없는 일반적인 삶의 모습이 자주 나와서 그럴 것이다. 지루하지는 않다. 약간의 인내심을 갖고 읽어나가니 곧 훈련, 임무가 반복되어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개인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만히 생각하니 에세이다. 에세이에서 비밀 첩보원의 대단한 활약상을 기대한 것이 선입견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첩보원이 되기 전 만나 첩보원임을 밝히고 결혼한 앤서니나 농장 훈련을 졸업한 동료 첩보원 딘과의 결혼 생활 등이 일반 직장 생활인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표지나 첩보원의 느낌과는 다른.
저자가 CIA를 사임한 결정적 이유는 조이 때문이었을 것 같다는 자연스런 추정도 해본다. 이 책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고, 심리적 변화나 인생관 등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저자가 원하는 대로 살기를 바란다.
국가를 위한 일을 하고, 그 경험이나 노하우를 통해 제 2의 삶을 더 화려하게 살고 있는 비밀요원의 삶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에서 여성의 삶이 부럽기조차 하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정보요원들의 삶과 비교도 해보면서 우리의 실정에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책을 읽어가면서 몇 가지 비밀요원다운 일을 하는 저자를 발견하면서 첩보원의 삶이 쉽지 않으리란 믿음에 더 무게가 간다.
첩보원을 누군가 따라 붙었다면 최대한 상대를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소개자를 통해 만난 소련제 잉여 군수품 조달업자와의 만남 장면에선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긴장감도 준다. 핵 테러와 관련돼 만난 사람에게 미행이 따라 붙으면서 작전을 중단하는 모습에선 '엘리트 비밀요원 맞네' 하며 인정하게 된다. 책을 읽다가 만나는 여러 가지 문구도 스릴 있고 으스스하다. 치밀하고 실전에 유용한 것이란 사실에 대테러 첩보원 생활이 얼마나 어려을지 짐작케 한다.
'오늘은 현장 답사, 작전일은 내일이다'
'상대가 원하는 건 국제 사회에서 관심을 끄는 것이다 - 테러 조직의 목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술에 취해 있는 사람이 타겟으로 적합하다'
"10년간 미술품 사업가라는 위장 신분으로 세계 곳곳에 잠입하여 테러를 막는 임무를 수행하였고, 남편도 동료 요원이었지만 서로의 임무를 역시 숨겨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때로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운 삶일지 상상이 쉽지 않다. 늘 가족과 함께 살면서 일하고 쉬고, 삶의 행복도 같이 느끼고 같이 슬퍼하기도 하는 보통사람의 삶과는 너무 다르다.
또 CIA 요원들도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는다. CIA 로비의 벽에 박힌 희생자를 기리는 별들이 늘 그런 사실을 상기시켜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건 다른 종류의 위험이었다.
우리의 목숨을 지켜주는 건 무기가 아니라 위장신분이었다.
우리가 얻고자 하는 건 상대의 목숨이 아니라 신뢰였다."는 말은 국가 비밀 첩보원의 삶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해준다.
"20년간 벽장안에 틀어박혀 있으면 위장신분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어. 하지만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겠지. 그러니 밖으로 나가. 정보원을 포섭해. 테러 위협을 막아. 그러다보면 언젠가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을거야.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며 빈둥거리는 것보다 그게 낫지."
"잘 기억해둬, 넘어질거면 앞으로 넘어지라고."
저자 : 아마릴리스 폭스
전 CIA 비밀요원이자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이었다. 현재는 작가이자 평화운동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방송활동도 겸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국제법과 신학을 공부한 아마릴리스는 미국 조지타운 대학원에서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이를 본 CIA가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결국 그녀는 22살에 CIA 비밀요원으로 선발되었다.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이었다. 그 후 가장 위험하지만 모두가 선망하던 최정예 비밀작전에 투입되면서, 수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6개국의 테러집단을 추적했다.
대 테러 센터에서 알 카에다에 납치된 포로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범들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테러 조직 출신의 수감자들을 만나는 한편, 국제 암시장에서 무기상들로부터 생화학무기를 구입하기도 했다.
아마릴리스 폭스는 2010년 CIA에서 은퇴 후 CNN,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알자지라, BBC 등 세계적인 뉴스 매체에서 시사 문제를 분석해왔다. 또한 세계 각지를 돌며 다양한 행사와 대학 연단에서 평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그녀의 매혹적이고 놀라운 삶을 담은 책 『언더커버』를 원작으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캡틴 마블」의 여성히어로 브리 라슨이 주연을 맡은 기대작이다. 또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중독의 비즈니스THE BUSINESS OF DRUGS」의 진행을 맡았다. 세 번의 결혼을 거쳐 현재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이자 법무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의 증손자인 로버트 주니어 3세와 결혼을 해 미국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는 남편, 그리고 두 딸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