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무엇이 문제일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2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도대체 맬서스는 어떤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 맬서스는 19세기를 유토피아적 환상으로 낙관하던 사람들의 낭만적인 꿈을 앗아가 버렸다. 그는 인류가 환희에 넘치는 미래를 맞기는커녕 인구 과다로 인하여 사회 붕괴와 소멸을 맞게 되리라고 전망했던 것이다. 언론은 맬서스를 심판하였고 즉각 그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다. 새로운 세기를 맞는 감격적인 순간에 맬서스는 재수 없는 소리만 늘어놓아 흥을 깨어 버렸던 것이다. (...) 맬서스의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 중 일부는 애도하러, 일부는 그가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려고 왔을 것이다.”

세계 유수의 투자 회사들에서 투자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대통령 경제담당 비서관을 지낸 토드 부크홀츠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에서 한 말이다. 『인구론』을 저술한 토마스 멜서스에 대해 당시 지식인들의 태도를 유머로 비판한 것처럼 느껴진다.

인구 팽창 정책은 식량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멜서스의 주장은 당시로서는 꽤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도 멜서스의 인구론은 인구 증가가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오며 식량 부족 사태를 촉발한다는 이론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다.

멜서스가 인구론을 발표했을 때 당시(1798년) 세계 인구 8억 명에서 200년이 조금 지난 70억 명으로 거의 10배 가량 늘었다.





산업혁명으로 부국이 된 영국 정부에서는 인구를 늘려 더욱 강하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고자 자녀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때 『인구론』으로 유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 1766~1834)가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맬서스는 이런 선심성 정책이 인구 증가로는 이어지겠지만 결국에는 빈곤의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인구론』의 내용을 요약하면 ‘인구 증가는 식량 부족으로 연결되고, 급여 인상은 출산 증가를 불러오고, 이렇게 해서 생겨난 과잉 노동력은 결국 임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기술의 발전으로 식량 생산이 급증하면서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는 조만간 우리를 급습할지도 모른다. 지구는 현재도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후로 한쪽에서는 한파가, 한쪽에서는 가뭄이, 한쪽에서는 홍수가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2025년쯤에는 세계 인구 가운데 30%가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18억 명은 물 부족으로 고통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연재해와 전쟁 등으로 식량 생산에 문제가 생겨 굶주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의 빈곤층들은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을 사는 돈도 부족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거나 땅을 마련하는 등의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리게 되고 그들의 굶주림은 그들을 빈곤의 함정으로 또다시 빠뜨리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결국 식량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우리가 먹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단순히 환경 문제와만 연관시킬 수 없는 이유가 이 때문인 것이다.





이 책 『식량 무엇이 문제일까』는 현재 식량 생산 체계의 문제점을 농업 중심으로 짚어 보고 현재 진행 중인 농업의 변화는 이전의 농업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데 초점이 있다. 저자 김택원은 아울러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새로운 농업에는 무엇이 필요할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책에 따르면 농업 기반 시설이 굶주림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농지에 물을 끌어들이는 관개 수로가 부족해서 농지에 물을 대거나 물자를 운반하는 일 등에 너무나 많은 비용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져 식량을 많이 생산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삼림 벌채, 지나친 경작(다작), 과도한 방목 등 환경의 과잉 이용으로 땅의 지력을 떨어뜨리고, 생산량도 감소시켜 결국 굶주림의 원인이 된다. 거기에 기후 재앙 속에서 식량이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누구의 의도대로 움직일까? 자본주의는 본래의 의도를 넘어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자본은 국가를 존엄하게 만드는 일에 앞장서기 위해,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을 대규모화해서 공장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자연을 파괴할수록 재앙이 따른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대규모의 농사는 그래서 위험하다. 단 몇 퍼센트의 손아귀에 먹을 것을 쥐어 주면서 재앙의 시발점이 된다.





저자는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농장 기술은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AI가 생물 상태를 분석해서 가장 적절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직접 농장에 가지 않아도 온도나 습도 등 중요한 정보들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앱을 이용해 음성으로 농장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다. 스마트 기술은 농산물 유통에도 영향력을 발휘한다. 수확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유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거래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서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거래하는 플랫폼 시스템도 도입된다.

블록체인은 변조 걱정이 없는 것이 특징이므로, 소비자도 도축 날짜나 축사 온도 같은 식품 생산 이력을 확인해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보편화된다면 농사를 실패할 걱정도 없고, 산출량을 구체적으로 예측해서 시장 수요에 딱 맞는 작물만을 출하할 수도 있다. 고도화된 식물 공장 시스템 하에서는 소비자 개인과의 계약을 통한 맞춤형 작물 생산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농촌을 기술과는 동떨어진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기술이 농촌에 도입되고 있고, 적용될 예정이다.

덕분에 나이가 많은 농업 종사자는 물론, 늦게 귀농을 선택해 농업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농사는, 농업은 소수만의 것이 아니다. 평화와 안정과 행복이 깃드는 농업, 아이들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먹을 수 있는 농사를 지으면서 다 같이 따뜻하게 나눠 먹을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한다면 농업의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제안은 설득력을 얻는다.

코로나 시대에 농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105개국에서 농산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세계적 식량 위기 가능성에 맞선 국제적인 공동 대응의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수출 제한 조치 확산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유례 없는 식량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물류 및 생산 피해가 누적되면서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발 빠른 진단이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앞다퉈 국경 문을 닫는 많은 나라를 보았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 쌀 수출을 중단했고, 러시아도 곡물 수출 금지 대열에 합류했다. 알제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미얀마, 북마케도니아 등도 일부 먹거리 및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참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코로나19이다. 대한민국은 전방위적인 검역, 그리고 공공과 민간이 어우러진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자발적 참여로 더 빛을 발한 시민 의식 등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전염병 방역을 넘어서서 이제 경제 위기와 식량 위기마저 이겨 내는 대한민국으로 설 수 있을까?

오늘날 우리는 굶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어디에서나 먹을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음식물 쓰레기는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식량 걱정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인구는 약 77억 명인데, 앞으로 30년 동안 20억 명이 더 증가하는 셈이다.

이쯤 되면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식량 조달을 걱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100억 명에 달하는 미래 사람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 공급해야 하는 숙제가 인류 앞에 놓였다.





사실 지구촌 한편에는 비만과 음식물 낭비가 넘쳐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굶주림과 아사가 속출한다. 솔직히, 세계에는 70억 인구의 두 배가 넘는 사람들까지 먹여 살릴 식량이 있다. 따라서 이 지구 위에 굶주림(기아)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갈 현실적인 대책은 없을까. 이제 농업은 옛날과 같은 논 매고 밭 가는 식의 원시 형태가 아니다. 농업도 스마트하게 바뀐 지 오래이다. 이제는 생명공학,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로봇 등을 적용해 먹거리를 효율적으로 생산한다는 의미이다. 저자의 문제 의식 도출, 과정 소개, 해결 방법 대안 제시 등을 꼼꼼이 써내려간 이 책에 크게 공감한다. '주자 10회'가 생각난다. "풍요로울 때 빈곤의 위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한다."


저자 : 김택원


서울대학교에서 과학사를 전공하고 동아사이언스의 기자, 편집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동아사이언스로부터 독립한 동아에스앤씨에서 정부 출연 연구기관 및 과학 관련 공공기관의 홍보 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지휘하며, 다양한 매체에 과학 기술 관련 글을 여럿 기고하고 있다. 취재차 들린 네덜란드 출장 중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방식의 농업을 접하고 식량과 미래의 농업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이 책의 집필에 이르게 되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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