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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 화폐가 세상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서수지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세계 4대 문명은 발전을 거듭해 인류 역사의 흐름을 가름하는 시작점이 됐다.
문명을 이룩한 인류는 문자 발명과 숫자 발명, 천문학 등 각종 학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수천 년이 흘러왔다.
지금은 많이 변했지만 세계의 역사는 이 4대 문명을 토대로 기술되는 것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그리스 로마 문명을 이어 받은 서구의 발전이 오랜 세기 동안 지속되면서 서구 중심의 역사가 인류 문명의 역사가 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론을 제기하기는 독자의 지식 수준으로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미시사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큰 흐름 속의 작은 갈래를 살펴보거나 유럽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난 세계사 기술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사람이 문명을 이룬 이래 '경제'는 언제나 당면 과제였습니다. 그렇기에 항상 경제는 정치와 짝을 이루고 이념과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개념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돈'의 역사가 인류 문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가치의 척도가 되고 이를 저장하면서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켜주는 화폐라는 개념은 도입된 이래로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 중 하나가 되었다.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는 이러한 ‘화폐’를 중심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이 책에서 ‘화폐’를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에서의 돈부터 동전과 지폐, 은행, 보험 등의 탄생 배경, 투자와 투기로 인한 돈의 팽창, 그리고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해온 돈의 역사를 짚어본다.
책에 따르면 돈은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 교환의 매개로 모습을 나타내, 사회를 원활하게 움직이는 문명의 혈액으로서 기능했다. 세계사를 되짚어보면,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따라 세계를 주름잡는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도 결정되었다. 부의 지도가 곧 세계 패권의 지도가 되었던 것이다.
돈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알아보고 부의 지도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를 살펴보는 이 책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교양이다.
돈은 크게 금화나 은화처럼 재질 자체가 가치를 지니는 돈과, 동전이나 지폐처럼 재료 자체에는 별다른 값어치가 없는 돈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라오의 영원한 생명과 불멸성을 상징하는 금이 사용되었고, 교역이 발달했던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은이 주로 사용되었다.
중국에서는 진시황제가 저렴한 금속인 동에 가치를 부여해 '반량전'을 만들었고, 송 시대에 동이 부족해지자 세계 최초의 지폐라고 할 수 있는 '교자'를 발행했다. 돈의 재료 가운데 특히 금과 은은 통화의 표준 단위가 되면서, 금과 은을 향한 강렬한 욕망이 신항로 개척, 신대륙 발견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전 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강대국들은 재정, 즉 돈이 뒷받침되었다. 즉,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따라 세계를 주름잡는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도 결정되었던 것이다. 12~14세기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대표하는 메디치 가문이 은행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문화 부흥을 이끈 르네상스의 기반을 다졌다. 15~16세기에는 신항로 개척과 신대륙 발견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부를 축적했고, 17세기에는 청어 잡이를 통해 해상 패권을 장악한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며 동인도회사라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17세기 후반에는 영국이 대서양 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했으며 근대적인 은행과 보험을 탄생시켰다. 또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전반에 걸쳐 진행된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인하여 세계의 부가 영국으로 집중되었다. 19세기 후반 중공업의 발달과 더불어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부를 축적한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어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
고대국가에서는 이자는 죄악이라는 게 사회적 통념이었다. 돈이 돈을 낳고 이자를 버는 게 정당하다는 생각은 비교적 새로운 시대에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고대 그리스를 대표하는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을 단순한 물건으로 간주했다. 그는 모름지기 돈은 교환의 매개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이자를 받는 행위는 돈의 용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중세 유럽 교회도 '돈으로 돈을 낳는 행위'를 죄로 간주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샤일록처럼 대부업자는 냉혹하고 무정하다는 인식이 일반에 널리 퍼져 있었다.
현대 사회와는 너무나 다른 인식이다. 요즘 은행과 같은 기능을 한 것이 그 시대의 대부업이며 대부업은 사회 악으로 간주했다
'각인 화폐'는 금 혹은 은이라는 귀금속의 가치를 보증하는 각인을 지배자가 새긴 돈으로, 많은 문명이 각인 화폐 제도를 선택했다.
주조 화폐는 가공하지 않은 청동처럼 거의 가치가 없는 재료에 신의 대리인으로 칭하던 황제가 그 권위로 가치를 부여한 돈으로, 추상적인 성격이 높다.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본래 상인 출신으로, 이슬람교는 상업적 면모가 강하여 이슬람 제국은 세계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상업 제국을 이룩했다.
이슬람 제국은 금화를 사용하는 이집트 시리아의 금 경제권과 은화를 사용하는 페르시아의 은 경제권을 계승해 금은 복본위제 체제를 정비했다. 황제의 권위로 돈에 가치를 부여했던 중국처럼, 이슬람 세계에서도 유일신 알라의 권위가 돈에 가치를 부여했던 셈이다. 이슬람 제국의 대규모 교역은 산출량이 많은 은이 뒷받침했다. 이슬람제국의 은 주산지는 이란의 호라산 지방과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던 소그드 지방이다.
동(구리)의 산출량이 적었던 송(宋)은 심각한 원료 부족 상태에 직면했다. 지폐는 송나라 시대에 출현했다.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황제가 발행하는 지폐, 즉 교초를 보고 놀라게 되었다. 종이조각이 금이나 은과 맞먹는 취급을 받는 상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대항해 시대'라고 부르기도 했던 '신항로 개척 시대'는 경제적 욕망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아즈텍 제국과 잉카 제국이 스페인인에게 단기간에 정복된 이유는 스페인인이 들여온 천연두가 창궐하며 발생한 공포 때문이었다. 피사로와 스페인 국왕이 손에 넣은 금은 당시 유럽 금의 연간 산출량보다 많았다.
피사로는 힘들이지 않고 어마어마한 '금'을 챙겼다.
그러나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들어온 귀금속은 대개 은이었다. 막대한 양의 은이 신대륙에서 스페인의 세비야 항구로 흘러들어 왔다고 한다. 약 40%가 스페인 왕실의 수입이 되었고, 나머지는 전쟁 비용과 은행가에게 지급되는 이자, 물품 구매비로 유럽 각지로 흘러나갔다. 신대륙에서 들어온 대량의 은 때문에 은 가격은 폭락했고, 16세기부터 17세기 초반에 걸쳐 유럽의 물가는 3배에서 4배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시중에 돈이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하자 이자를 얻겠다는 목적으로 돈을 운용하는 사업이 활발해졌다.
상인의 나라 네덜란드는 청어가 가져다준 부와 우수한 뱃사람, 대량의 어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조선업을 무기로 패권 확립에 성공했다.
1609년에는 암스테르담시를 등에 업은 암스테르담 상업은행이 설립된다. 암스테르담 은행에서는 예금자의 의도에 따라 결제를 위해 타인의 계좌로 예금을 이체할 수 있었다. 예금된 돈을 은행에서 기호화하고 손쉽게 타인의 계좌로 이체할 수 있었다.
1602년에 동인도회사가 설립되어 네덜란드 경제를 주도하게 되자 암스테르담 은행은 동인도회사의 단기자금을 조율하게 되었고, 은행과 기업의 유착 관계가 심해졌다. 은행은 예금으로 비축된 '돈'을 기호화해 동인도회사 계좌로 옮겨 투자했다. 은행이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버는 방식으로 이자를 벌어들이는 구조가 이렇게 완성되었다.
설탕은 브라질과 서인도제도가 주산지로, 대서양 상권을 먹여 살린 효자 상품은 목돈 마련에 제격이었던 설탕이었다.
설탕 생산이 늘어나자 노예무역의 규모가 덩달아 커졌다. 영국의 리버풀 항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이곳에서는 노예무역이 손쉽게 한몫 챙길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로 여겨졌다.
존 뉴턴은 노예무역에 종사했고 노예선 선장이 되었다. 노예무역에서 손을 씻은 존 뉴턴은 영국 국교회 목사로 거듭났고 55세에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 가사를 썼다.
소설가 대니얼 디포가 1719년에 쓴 로빈슨 크루소라는 해양 소설도 노예무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로빈슨 크루소는 신의 가호를 빋으며 인간의 지혜로 역경을 헤져낸 전형으로 교과서와 아동 서적 등에 많이 실렸다. 소설 속 로빈슨크루소는 브라질에서 농장주가 된 영국인으로, 노예를 사기 위해 아프리카 기니로 향하는 배에 올랐고, 1659년에 무인도에 표류한 것으로 나와 있다.
17세기 후반에 접어들자 영국이 대서양 무역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템스강에는 수많은 범선이 오갔고 런던은 유럽 경제의 심장으로 거듭났다.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에 유럽 경제의 주도권을 영국이 잡은 시기에 체계를 갖춘 로이즈 보험이 탄생했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선박이 가입하는 해상보험의 중심지는 런던이고, 최대 보험을 인수하는 조직이 바로 로이즈다. 보험의 발상지도 런던이다. 보험 제도와 도시 활동의 활성화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민자를 계속 받아들인 미국은 점점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때 미국은 43년만에 저금리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고 이는 주택 장만 기회로 보였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주택 건설 열풍이 일었고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 사이에 주택 가격은 무려 124%나 상승했다. 상승 곡선을 그리는 주택 가격은 빠르게 돈을 불리려는 욕망, 즉 투기와 결탁하게 되었다.
미국 주택 대출은 '논리코스론'이라는, 집을 담보로 하는 대출로 주택을 간단히 전매할 수 있었다. 주택은 담보로 활용되어 자동차 대출을 받거나 주택 가격이 오르면 전매해 갭투자로 돈을 벌 수도 있었다. 주택 가격이 오르는 한 대출은 손쉽게 갚을 수 있었고, 거액의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었다. 여차하면 주택을 내놓으면 된다는 사람도 많았기에 점점 주택은 투자를 넘어 투기의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주택을 파는 영업사원은 성공보수제로 인해 집을 많이 팔아야 했고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심사한 뒤 집을 판매했다.
채권 불이행 확률이 높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상품의 판매 확대가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출발점이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2년 동안 1조 달러의 돈이 서브프라임 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
처음에는 서브프라임론도 유망한 신주택 시장 개척 수단으로 여겨졌다. 대부분의 서브프라임론은 2년만 저금리고 이후엔 가파르게 올리도록 설정하게 되어 있었는데 이는 '티저론'이라 부르는 대출 상품이었다.
저소득층일수록 대출금이 연체될 확률이 높았고 리스크가 높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돈을 빌려주는 쪽도 빌리는 쪽도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집값에 감각이 마비되고 말았다.
서브프라임론에 금리가 오르는 시기가 오자 당연히 대출금 연체, 납부 불능이 빈발했다. 버틸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집을 내놓기 시작했고 2006년 6월을 정점으로 급격히 주택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이다. 주택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부동산 대출회사의 줄도산으로 이어졌고 금융기관에도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통화 위기의 기본 유형은 고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한 신흥국에 하이 리턴을 추구하는 헤지펀드 등의 돈이 대량으로 유입되며 시작한다.
개발 열풍이 일어나 수입이 증가하고, 국가 경제 수지는 적자인데 엄청난 돈이 유입되어 외환 준비액이 상승한다. 일종의 거품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계기로 자금 유출이 시작되면 통화는 하락하고 통화 유출이 연속으로 일어나, 통화 가치가 대폭락한다. 투자가는 동요하고 통화 가치의 폭락을 이용한 투기 자금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판을 키운다.
- 「세계 각지에서 되풀이되는 경제 위기」 중에서
세계적으로 시장에 여유 자금이 흘러들어 와 투자·투기의 비대화, 난개발로 인한 지구 환경 악화, 세계적인 경제·사회 격차 확대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지금, 시야를 넓혀 이상적인 ’돈‘의 모습을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돈이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기화화한 돈이 전 세계를 도는 불확실한 시대에서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의 돈의 흐름,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을 예상하고 대비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 미야자키 마사카츠
1942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 문학부 사학과를 졸업했다. 도립미타고등학교, 구단고등학교, 쓰쿠바대학 부속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를 역임했다. 이후 쓰쿠바대학 강사와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년 넘게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NHK 고교 강좌 〈세계사〉의 전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 퇴임 후, 중앙교육심의회 전문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NHK 방송 문화센터, 아사히 컬처센터, 도큐 세미나 BE 등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며 역사서의 저술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