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
박현주 지음 / SISO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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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는 에세이를 만났다. 경험과 사색, 그리고 오랜 관찰을 하다가 얻은 통찰력일 게다.

작가 박현주에 들은 바도 없다. 당연히 어떤 분인지, 어디에 사는 분인지 몰랐다. 그의 에세이는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귀가 많아 애착이 간다.

삶의 경험과 고독 속의 사색, 생명이나 사물에 대한 애정어린 관찰로 쓴 책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이다.


"하지만 흔들릴 때마다 나는 모든 꽃이 따스한 봄날에만 피어나지 않음을 떠올렸다. 모든 사람의 때가 똑같지 않음을 상기했다. 따스한 기운을 받으며 피어나는 꽃이 있고 추위를 뚫고 맺힌 꽃망울에 하얀 눈을 맞으며 피어나는 꽃도 있다." (p. 17)


이 문장에 사로잡혔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표현이 멋진 게 아니고 말의 내용이... 이름 없는 작은 풀꽃에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가 생명과 삶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 표현이라 믿는다. 마치 풀꽃, 나무, 보잘 것 없는 하찮은 작은 생명에 대한 의지와 삶을 모두 자연의 순리로 보는 통찰력이 생겨야 이 같은 표현이 가능하리라. 그래서 이 에세이는 그냥 나무나 풀꽃이나 사물이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해 낼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그 덕을 볼 수 있음에 어찌 애착이 가지 않겠는가.

이 같은 글은 독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어떻게 해석해도 금과옥조의 신념 하나를 심는 것이 되니까.

제각각 꽃이 피는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이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사람에게 고민과 걱정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삶에의 희망과 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말이어서 독자들에겐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의 작가 박현주는 어릴 때 종교인을 꿈꾸었기에 수도원에서 6년을 보냈다.

이후 우연히 전시회에서 만난 한 화가의 드로잉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탈리아의 미술학교로 진학 후 예술인으로 살고 있다.

이력이 조금은 독특하지만 그러기에 그의 책은 더 독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독특한 이력보다는 사실 그가 삶에서 얻어낸 각종 관찰력과 통찰력이 이 책이 담은 우리가 사는 삶의 지혜다.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은 쉽게 쓰는 작가의 역량이겠지만 누구나 갖고 있는 삶의 의지나 모습을 응축시켜 썼기에 독자들의 가슴에 바로 와 닿아서일 게다.

독자는 재밌고, 즐겁게 마음을 책장을 덮을 때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시간 행복한 느낌과 삶의 기쁨을 얻었다면 최고의 독서 아닐까.

멋진 책이기에 가능할 것이다.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살며 그림을 배우며 느끼고 경험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가볍게 썼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작가의 진실성과 통찰력을 담고 있고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가라면 더 좋은 글을 많이 써내리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공간의 정리와 비움으로 저자가 깨우친 내용에 대해서도 독자에겐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다짐도 준다.





책의 내용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작가의 삶도 그렇게 잔잔하지는 않았다.

작가는 열아홉 살에 수도원에 들어갔다가 여섯 해를 보낸 후 수도원을 떠나 그림을 만나고 예술을 경험하면서 새롭게 마주한 삶에 대하여 담백하고 잔잔하게 고백한다.

삶의 시간이 더해지다 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이 비슷하고 뜻이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좋은 인연들은 나의 공로가 아니라 철저하게 거저 주어진 선물이고 행운이다.

힘들어하던 시절 그림을 만나면서 "예술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마땅히 즐겨야 할 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아무도 이 즐거운 놀이에서 소외되지 않기를, 사람마다 가진 고유함이 예술을 통해 피어나길 바란다는 게 작가의 글쓴 이유다.

책의 목자를 보면 작가의 그동안의 일상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쓰다보니 글이 됐다는 반증이다.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는 어린 시절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던 작가의 삶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Part 1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꿈이었던 수도자의 길을 가다가 떠나온 일, Part 2에서는 나답게 사는 길을 찾던 방황의 끝에서 그림을 만난 이야기, Part 3에서는 이탈리아 예술 학교에서 그림과 사람을 통해 마음속 숨겨진 씨앗들을 발견한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책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저자는 삶을 새롭게 배웠고 마주하고 있다.

모든 사람 안에는 예술가의 씨앗이 숨겨져 있다. 단지 불씨가 아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의 평범한 일상에 예술이 익숙한 얼굴로 자리 잡고, 그리하여 누구든지 창의적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참여하기를 희망한다.





프롤로그_ 낯선 땅에서 무엇을 보았나


Part 1. 수도원을 나오다

모든 꽃이 따스한 봄날에만 피어나진 않는다

작은 생명의 말없는 존재감

세상 모든 일에는 늦은 것도 빠른 것도 없다


Part 2. 이탈리아 예술 학교

예술은 외롭지 않은 길이다

완벽한 삶, 완전한 사람은 없다

혼자 머무는 시간의 힘

어떤 일을 계속하는 것


Part 3. 캔버스 앞에서

나는 이제 노트를 찢지 않는다

변화가 따르지 않는 성장은 없다

예술은 당연한 권리이자 놀이


에필로그_ 매 순간이 선물이고 행운이다


목차에서 독자가 임의로 선택한 소제목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칫 놓치게 될까 두려워 여기에 적는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일치, 시간 순으로 정리했지만 매우 자연스럽게 삶을 따라가며 경험하고 느끼는 것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이 그대로 나타난다. 예술을 중심으로 쓰는 것 같지만 결국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살아가는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면 삶 자체가 선물이다는 뜻으로 읽힌다.




에세이의 전체 흐름을 보면 사실 예술의 면이 크게 중요한 얘기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예술가로서의 삶보다는 새로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의 삶이 더 돋보인다. 독자들에겐 그래서 익숙한 느낌의 이야기가 부담 없이 다가올 듯하다.

"가장 늦은 출발은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마음뿐이다." (p. 81)

"쓸데없는 일이라고 인식되었던 일은 실제로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이었다." (p. 93)

"누구나 처음이 있고 성장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라고 여길 수 있는 넉넉함은

그 배려를 받아 본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다." (p. 173)


저자 : 박현주(글 그림)


열아홉 살에 수도원에 입회했다. 꼬박 여섯 해를 수도원에서 보낸 후 수도원을 떠나 세탁공장 일, 아파트 청소, 일당 잡부 등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무작정 1,000KM나 되는 순례길을 걷기도 했다. 걷는 동안 깨달음을 얻어 가방 하나만 들고 이탈리아로 떠났다.낯선 땅에서 예술학교에 다니며 저마다 가진 고유함이 예술로 피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삶을 새롭게 배웠고 마주했다. 그 여정에서 끌어올린 생각들을 첫 책 『나무는 흔들릴 때마다 자란다』에 담았다. 그가 직접 그린 드로잉도 본문에 수록했다. 저자는 바란다. 모든 사람이 자신답게 살아가기를, 자기 안에 숨겨진 창작의 씨앗을 발견하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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