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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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부제가 훨씬 더 매력적인(책을 써본 적 없는 단순 독자로서의 무지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재미와 몰입성을 빼고도 여러 가지 묘한 느낌을 준다.

영국 소설에다가 범죄소설인데 불교의 연(緣)을 떠올리게 한다. '디 아더 피플'이라는 복수 전문범죄집단의 가동방식이 공짜는 없고 자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의도치 않았으나 인물들간에 연결성이 생긴다. 이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닐까? 범죄가 치밀한 계획이었든, 개인적 욕망이었든 타자와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결된다는 것을...

그리고 법을 넘어선 개인의 복수, 사적 처벌의 범위에 대해서 독자에게 묻고 있다.

과연 공권력이 아닌 개인의 보복 행위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 또 인간의 죽음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속도감있게 전개되는 소설이지만 독자들은 작가로부터 여러가지 질문을 받는다. 그저 재미로 읽고 끝내기에는 질문의 무게감이 묵직해 뇌리에 오래 남는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법의 심판을 제대로 안 받고 넘어가는 권력자와 재력자들은 법 대신에 전문집단이 처단해줬으면 좋겠다는 법의 문외한인 보통 독자의 소망도 있을 거라고.





'서스펜스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을 정도의 범죄 스릴러의 괴물작가 C. J. 튜더가 2020년 다시 돌아왔다. 전작 『초크맨』 『애니가 돌아왔다』가 스릴러와 초자연적인 호러를 접목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다면, 『디 아더 피플』은 좀 더 현실에 기반을 둔다.

사람들은 끔찍한 사건사고를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도 그건 ‘다른 사람들’의 일이고 지극히 평범한 자신에게 벌어질 리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운명의 장난 같은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그때야 ‘다른 사람들’의 일이 언제든 자신의 일이 될 수 있고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잔인한 사실을 깨닫는다. 『디 아더 피플』의 인물들 역시 하나같이 평소와 똑같은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 불쑥 끼어든 비극과 마주한다. 이를테면 평소와 다름없는 퇴근길 고속도로에서 말이다.





게이브는 월요일 저녁 퇴근 시간,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차량 정체로 고속도로 위에서 꼼짝 없이 발이 묶인다. 이때 그의 바로 앞에서 꾸물꾸물 기어가던 차의 뒤 유리창 너머로 여자아이의 얼굴이 나타난다. 여자아이가 입 모양으로 중얼거린다.

“아빠!”

그의 다섯 살 난 딸 이지였다. 그때 경찰로부터 전화가 온다.

“당신의 아내와 딸이 집에서 살해당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딸의 시신을 확인하고 장례까지 치렀지만 게이브는 딸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캠핑용 밴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며 딸을 납치해간 차량을 밤낮으로 찾는 생활을 계속한다. 그러던 도중, 호수에 버려진 3년 전 그 차를 찾아낸다.

하다못해 아이의 시신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차 안을 살펴보는데, 그 안에서 발견된 건 신원미상의 남성 시신과, ‘디 아더 피플’이라고 적힌 수첩이었다.

다크 웹에서 음성적으로 운영되며, 요청한 의뢰가 실행되면 반드시 신세를 갚아야 하는 대리 복수 조직 ‘디 아더 피플’. 게이브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디 아더 피플 사이트에 접속하는 데 성공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 곁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디 아더 피플과 연관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끈질긴 추적 끝에 그날의 살인 사건에 복수 조직 ‘디 아더 피플’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디 아더 피플’ 은 법으로 처단하지 못하는 가해자를 대신 처리해주는 조직이다. ‘디 아더 피플’의 다크 웹 사이트에 접속한 게이브는 자신의 업보를 떠올리며 그날의 사건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게이브는 디 아더 피플 조직을 알게된 후 자신에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생각하며 누가 자신의 가족을 죽이고 싶을 만큼 원한을 갖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이야기는 생각하지 못한 상황으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의 시선을 잡아 끈다.

게이브에게 어떤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었는지 읽다보다 엉켰던 실타래가 풀리듯 천천히 하나씩 풀리다가 다시 어떤 사건들이 연결이 되면서 또 얽힌다. 사건과 사건이 연결성이 떨어지면 추리소설의 재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놀라운 통찰력과 구성력으로 연결성을 독자들의 기억과 함께 합리적으로 이해시킨다. 역시 작가의 탁월한 능력에 기인한다.

적잖은 분량의 책의 두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미스터리 추리소설이 갖고 있는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덕분이리라. 독자들은 결국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몰입해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떼놓지 못하고, 시선도 책에 박아둔 채로 독서를 마친다.





C. J. 튜더의 소설은 늘 독자가 ‘한 장만 더 읽어야지’ 하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보게 만든다. 불필요하게 질질 끌지 않고, 군더더기를 최대한 배제하며, 빠르게 장을 전환하는 글쓰기 스타일 덕분일 것이다. 『디 아더 피플』은 지루할 틈 없이 롤러코스터처럼 치고 나가는 C. J. 튜더 스릴러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작보다 한층 발전된 치밀한 구성력이 만나 완성된 웰메이드 스릴러로, 복수 품앗이 조직 디 아더 피플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억울한 일이 일어났는데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느낄 때, 누구나 한번쯤 사적인 복수를 상상해봤을 것이다.

소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디 아더 피플에 도움을 청하고 거절할 수 없는 다른 복수극에 얽혀든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다른 계획에 참여했는지, 작가가 영리하게 엮어놓은 사건의 진상을 따라가는 게 『디 아더 피플』의 묘미다. 하지만 장르소설이 응당 갖춰야 할 미덕이 재미와 속도감이라면, 이 소설은 장르소설의 미덕 이상을 보여준다.





출간 전 『디 아더 피플』을 먼저 읽은 사전 서평단은 흡인력, 가독성, 촘촘히 엮인 탄탄한 구성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과 함께 최근 논란이 되는 몇몇 범죄들을 언급하며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 할런 코벤은 “C. J. 튜더는 매번 예상을 뛰어넘는다. 대체 다음엔 뭘 쓸지 궁금하다”라고 평했고, 『사일런트 페이션트』의 작가 알렉스 마이클리디스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C. J. 튜더는 이미 한 발 앞서나가 있다”라고 평했다.

디 아더 피플이 추구하는 ‘사적 정의 실현’은 얼핏 보면 정당한 것 같지만, 결국 모두를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들며 상황을 비극으로 치닫게 하기 때문이다. 가독성과 재미는 물론이고, 여러 흉악 범죄와 그에 대한 처벌 수위 논란이 일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생각해볼 만한 화두까지 던지는 『디 아더 피플』은 2020년 여름, 우리 모두가 단연 주목해야 할 스릴러다.





저자 : C. J. 튜더


영국 솔즈베리에서 태어나 노팅엄에서 자랐다. 데뷔작 『초크맨』은 원고 공개 2주 만에 26개국에 판권이 계약되며 에이전시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판매되었고,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최대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총 40개국에 계약되었다. 2018년 1월 영미권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출간된 『초크맨』은 강렬한 도입부와 반전을 거듭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스티븐 킹, 리 차일드 등 장르소설 대가들과 《가디언》, 《타임스》 등 유수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2018년 굿리즈 가장 많이 읽힌 신간, 아마존 상반기 올해의 책에 올랐다. 후속작 『애니가 돌아왔다』는 출간 직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C. J. 튜더를 영국의 여자 스티븐 킹으로 확정한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2020년에 발표한 작품 『디 아더 피플: 복수하는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을 대신해 복수해주는 조직 ‘디 아더 피플’을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복수극으로, 출간 전부터 아마존 베스트셀러 TOP 20에 오르며 독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C. J. 튜더 작품 중 최고”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할런 코벤,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A. J. 핀 등 수많은 작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스릴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역자 : 이은선


연세대학교에서 중어중문학을, 국제학대학원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했다. 편집자, 저작권 담당자를 거쳐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애니가 돌아왔다』『초크맨』『일생일대의 거래』『우리와 당신들』『베어타운』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위시』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라의 열쇠』 『셜록 홈즈:모리어티의 죽음』 『딸에게 보내는 편지』 『11/22/63』 『통역사』 『그대로 두기』 『누들 메이커』 『몬스터』 『리딩 프라미스』 『노 임팩트 맨』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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