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
다카하시 아쓰시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는 스스로가 HSP(매우 민감한 사람, The Highly SensitiveE People)인 것을 깨달은 저자 다카하시 아쓰시가 둔감함을 넘어 무례한 세상에서 내향성 인간으로 살아가는 벅찬 생존기를 담은 에세이다.

식당에 가면 바빠 보이는 점원을 잘 부르지 못하거나 애매하게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사람이 적은 골목길로 다니는 저자의 일상이 얼핏 피곤하게 보이지만, 사실 그는 누구보다 예민함을 현명하게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예민한 만큼 누구보다 위험을 빠르게 감지하고 돌발 상황을 차분히 준비한다.

그에게 예민함은 상대방의 감정을 센스 있게 눈치채고 삐걱거리는 관계를 좋게 풀어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윤활유 역할도 한다.





물론 자신의 예민함을 긍정하기까지 저자도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스스로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닌지 고독 속에서 고민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HSP에 대해 공부하며 자신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터득해 가면서 견뎌냈다. 그때 자신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공감’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4컷 만화를 그렸고 HSP에 대해 꼭 필요한 정보만 녹여내어 『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를 펴냈다. 민감한 기질을 갖고 태어난 것은 선택받은 것일 수 있다는 저자의 즐거운 상상처럼, 책장을 덮고 나면 예민함은 이겨내야 하는 기질이 아니라 키워야 하는 재능이라는 유쾌한 믿음이 생길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나만 불편하게 생각하는 걸까?’ 생각해 왔던 모든 이들이 “난 불편한 게 많아!”라고 당당히 외치길 바란다. 그 불편함이 우리를 위기로부터 구해줄 거라 믿는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학생시절 스스로가 너무 민감한 건 아닌지 고민했다. 사람이 많이 곳에 가면 금방 지치거나, 다른 사람의 기분에 따라 전전긍긍하고, 남들은 괜찮다고 넘어가는 일들이 괜찮지 않았다. “넌 너무 예민한 거 같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마.”라는 말을 주변으로부터 자주 들었고 그럴 때마다 ‘난 왜 이렇게 불편한 게 많지?’라는 물음을 마음 한편에 품은 채 나이를 먹으면 나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하지만 민감한 기질을 가진 많은 이들이 그렇듯, 안타깝게도 나이를 먹는다고 나아지지 않았다. 스스로의 민감함에 대해 고민하던 ‘나’는 온갖 서적과 인터넷을 뒤져보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지구상에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이들을 가리켜 ‘HSP’라고 부른다는 것도.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그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생각해 본 ‘나’는 민감한 기질에 대해 분석한 많은 책들을 뒤로하고 일단 ‘공감’부터 하기로 했다. 어떤 말보다도 ‘여기에도 비슷한 사람이 있다.’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민감한 기질을 갖고 태어나 사회인이자, 부모이자, 배우자로 살아가며 ‘내’가 느꼈던 점들을 4컷 만화에 담아 블로그에 올렸고,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스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알기 쉽게 HSP에 대해 설명한 책은 처음이었다.’

‘살아가는 용기를 얻었다.’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꼭 읽어야 한다.’ ‘읽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다.’ 등 수많은 공감을 얻으며 한 권의 책으로까지 출간될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사회에서 겉돌고, 혼자 있고 싶어 하면서도 외로운 건 싫어하며, 가끔은 스스로의 민감함에 대해 한탄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이제는 ‘내 안의 민감함’을 긍정하기로 했다. 세상에는 많은 민감한 사람들이 있고, ‘나’와 같은 사람들도 사회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생각해 보면 세상을 바꾸는 일은 ‘불편함’으로부터 시작하지 않았던가. 불편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으로부터 발명품이 나오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상은 다수가 행복해지는 쪽으로 향하려 노력해 왔다. 그렇다면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는 것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는 것과 의미상 일맥상통하는 게 아닐까?

세상에 대한 불편함을 빠르게 느끼고 그 불편함을 사회에 말하는 것. 저자는 그 역할을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자신과 같은 ‘민감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민감함’에 대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는 한다. 물론 더 많이 느끼고 더 다양하게 느끼는 건 피로한 일일 수 있지만 그게 잘못된 일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기질이다. 민감한 기질을 활용하여 더 섬세하고 더 빠르게 문제를 잡아낼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받아들이기에 중요한 것을 먼저 발견해 낼 수도 있다.

생각의 전환만으로도 문제라 여겼던 것들이 특별한 것으로 바뀔 수 있다. 예민한 성격을 재앙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어떤 조언보다도 가장 큰 위로와 생존 전략이 되어줄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HSP란 매우 예민한 사람이란 뜻이다.

이 책은 옛날에도 민감한 사람이 있었다는 전제 하에 4단짜리 짧은 만화로 시작되는데추측하기로 그들은 사회에 쉬이 어울리지 못해 무속인이 되었을거라는 추측이다. 왠지 수긍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은 분명 예민함만은 타고 났을 터.

이런 HSP의 감정적 특징은 공감력이 뛰어나고, 우뇌가 더 발달했으며 섬세함이 지나쳐 머릿속이 복잡할 정도라는데 머리가 갸웃거려진다.

저자는 전제에 쉽게 수긍이 안 가는 독자를 위해선지 테스트를 시작한다. 말 그대로 심리테스트다. 테스트 겸 호기심 겸 독자도 한 번 시도해본다. 책을 읽어나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결과는 HSP가 되기에 충분함을 깨닫는다. 심리학적으로 인정된 설문이어선지 믿음이 생길 정도로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생각보다 공감되는 부분은 많았다. 이런 걸 불행 중 다행이다 싶다. 아니면 마른 하늘에 벼락 맞은 셈이 될 테니까. '미러뉴런' '모방세포' '공감세포'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긴장이 더해간다. HSP란 결과를 부정하려 했는데 이 조사 결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독자 자신에 놀라게 된다. 이젠 인정할 만큼 정확한 테스트다는 걸 전제하며 아예 책에 매달릴 심산이다.

고백컨대 사실 어렸을 적 독자는 예민한 성격이라는 점을 담임선생님에게 지적 받은 바 있다. 가정통신란에 적힌 잘 쓴 글씨로 '감수성 짙고 예민한 성격'이란 점을 담임선생님이 쓴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예민함을 반증하는 것 아닌가. 사실 그때는 '감수성'으로 받아들였다.





둔감한 사람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중간 정도의 예민한 사람들과 고도로 예민한 사람들은 장점을 강화하면서 살면 된다.

저자는 너무 힘들면 둔감해지는 연습을 하면 된다고 제시한다. 이젠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본격적으로 인정한다. 스스로 힘든데 주변에서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는 힐난을 받고 '버럭' 화를 낸 일도 많다.

반대로 둔감한 사람들도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자주 듣는다. 왜? 사회나 조직에서 극단은 화합과 협력에 불편하니까 그럴 것이다.

예민한 만큼 누구보다 위험을 빠르게 감지하고 돌발 상황을 차분히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저자는 부각시킨다. 예민함은 상대방의 감정을 센스 있게 눈치채고 삐걱거리는 관계를 좋게 풀어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윤활 유역할도 한다.

객관적인 세계와 주관적인 세계에 구별 없는 상태로 성인이 되면 민감한 성향을 띠기도 한다. 우뇌 발달, 섬세함 등이 특징이라는 것. HSP <사소한 일에 쉽게 동요하는 당신에게>는 예민함이 위화감이나 괴로움에 의한 높은 감수성에서 비롯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타인의 감정이나 시선에 대해 신경쓰느라 스트레스로 인한 어깨 결림, 만성피로, 허약증 같은 원인 불명의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소모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묘한 공감력. 다른 사람이 신경 쓰지 못한 부분까지 신경 쓸 수 있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거지만 주위로부터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면밀하게 시뮬레이션하고 일을 진행한다.

한가지일에 신경쓰기 시작하면 계속 그 생각만 한다. 존재감이 미미하다. 어떤 분위기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존재다. 감상적이지만 감정을 잘 표현하고 전달하지 못한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른 사람이 혼나는 모습을 보면 괴롭다. 화를 자주 안내지만 불공정한 상황에서 화를 낸다. 감춰진 점을 빨리 알아차리고 비수 같은 말을 한다. 주변환경인 나쁘게 흘러가는 것을 빨리 감지한다. 빨리 탈출하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 잡힌다.

지나치게 공감하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둔다. 자신의 감수성을 자각하고 감수성으로 향할 에너지를 행동으로 바꾼다. 제시하는 거의 모든 항목이 독자와 맞아 떨어진다. 놀랍기까지 하다.





이젠 저자의 제안으로 '무례한 일상에서 내향성 인간으로 살아남는 법'을 배운 것 같다.

민감한 성향을 지닌 사람은 인구의 15~20%다. 독자도 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문제는 예민함은 '위기에서 나를 구하는 재능'이라는 저자의 이 책에 쓴 부제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저자 : 다카하시 아쓰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를 배출하는 일본 미술학교 ‘세츠 모드 세미나(セツㆍモ?ドセミナ?)’를 졸업한 후, 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자신의 민감한 기질 때문에 회사에서 근무를 계속하기 어려워져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스스로가 ‘HSP(HIGHLY SENSITIVE PERSON)’라는 것을 알게 된 후, HSP로 살아가는 일상의 곤란함을 기록하고 HSP 기질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앨 수 있도록 4컷 만화를 그려 블로그 ‘중년 HSP 일기에 연재했다. 공저로 출간한 『너무 민감해서 곤란한 나의 대처법(敏感すぎて困っている自分の??法)』이 일본에서 14쇄를 찍으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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