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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시
한산 지음, 신흥식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6월
평점 :
『한산시』는 〈한산자시집서(寒山子詩集序)〉, 〈한산시(寒山詩)〉, 〈풍간선사록(豊干禪師錄)〉, 〈풍간시(豊干詩)〉, 〈습득록(拾得錄)〉 등이 수록되어 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한산시에는 한산을 비롯하여 한산의 친구 습득(習得)과 한산처럼 은둔생활을 하던 풍간(豊干)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삼은시집(三隱詩集)』으로도 불린다. 한산은 전설적인 인물로 본명은 알 수 없고 한산자 또는 한산 성인으로도 불렸다.
한산이란 이름은 절강성에 있는 천태산 국청사(國淸寺) 부근 한암(漢岩)에 숨어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한산은 시와 선(禪)을 일치시켜 당시(唐詩)의 독특한 경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습득은 국청사의 부엌에서 일하던 사람으로 끼니 때마다 한산에게 밥을 지어 먹이고 시간만 나면 한암의 동굴 속에 들어가 한산과 함께 시를 지었다고 한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대개 선을 탐구하는 내용이며, 때로는 전통적인 운율을 무시하기도 하나 뛰어난 문학성을 겸비하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예로부터 선가에서 많이 읽혀졌다.
한산이 지은 시는 314수이고 습득의 시는 57수이며 풍간의 시는 2수로 모두 373수가 전한다.
이들의 작품을 책으로 만든 사람은 여구윤(閭丘胤)으로 한산과 습득·풍간의 행적을 조사한 후 숲속의 바위와 마을 인가의 벽에 적혀 있는 시들을 모아 엮었다. 중국 소주성 밖에 한산을 기념하여 세운 한산사(寒山寺)라는 절이 있다.
이번에 이 책을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펴낸 신흥식 역주자도 서문에서 한산시의 시적 품격과 내용의 심오함을 썼다.
"한산이 평소 보고 들은 고대 설화와 고사를 인용하여 한산 자신이 겪은 일과 사상을 토애도 승려와 불교에 대한 교훈과 비판을 담았고 도교와 선가의 망상이 부질없는 허구임을 일깨워 주었으며 구도자의 탈속(脫俗)하고 청빈한 삶이 진정한 자유임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옛날 보각선사가 산곡(山谷)에게
"한산 시에 화답해보라.' 하니, 산곡이 여러 날이 지나도록 한 구절도 얻지 못하고 보각에게 말하기를,
"다시 십년을 공부한들 어찌 흉내나 내겠습니까" 도연명이 비록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 해도 또한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산곡이 대답하길,
"옛날 두보도 한산시를 한 번 보고 말하기를 어찌 감히 화운(和韻)을 섣불리 하겠는가?"라고 하였답니다.
이를 미루어 한산시에 대한 세상의 평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산곡 황정견은 적벽부로 익히 알려진 소동파의 제자이다.
한산시와 함께 이 시집의 시인 3인은 중국 당나라 시대에 전설적인 세 명의 은자라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한산이라고도 불리는 중국 천태산(天台山)의 나무와 바위에 써놓은 시를, 또 다른 절인 중국의 국청사(國淸寺)의 스님이 편집했다고 전해지는 시집이다. 이 시집에는 대부분의 시들이 자연과 함께 있는 무위도위의 즐거움을 노래한 것 외에 세상과 승려에 대한 비판이나 불교적인 교훈시 그리고 도교에 대한 비판 심지어 여성의 변덕을 노래한 시 등 다양한 내용의 시들이다. 궁극적으로는 허망한 삶을 깨우치고 진정한 도를 구하라는 주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시집에는 세 명의 은자 중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한산에 살았다고 해서 ‘한산’이라고 불리는 은자의 시 316수 외에 풍간의 시 2수와 습득의 시 58수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특히 이 시집의 대표 시인 격인 한산에 대해서는 전설적인 기행이 있다고 한다.
한산은 항상 너덜너덜해진 옷을 입고 나무신을 끌고 다녔고 근처 절에서 나오는 음식 찌꺼기를 얻어먹고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산은 때로는 큰 소리로 외치기도 하고 혼자서 떠들며 말하기도 하고 혼자 껄껄대고 웃기도 하다가 시상이 떠오르면 닥치는 대로 나무, 벽, 바위에 시를 쓰고 읊었다. 자연 그대로 본성 그대로 그다운 삶을 살다가 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떻게 보면 고립된 삶을, 또 다른 면을 보면 초월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풍간의 시는 비록 2수밖에 전하지 않지만 그의 역할은 단순한 참여자 수준이 아니라 한산과 습득에게 스승이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했던 듯하다.
책에 따르면 적성산을 지나가다가 아이를 주워 길러서 습득(拾得)이란 이름을 붙여주고, 습득은 국청사에서 한산과 더불어 주방일을 거들면서 둘 다 머리를 기른 모습으로 정진했다고 전한다. 그래서 한산시에도 한산은 제 한산이요. 습득은 제 습득이라. 어리석은 이들은 어찌 보고서 알 것인가. 풍간이 있어 서로 알아주리라.는 구절이 있다.
한산시는 당나라 시대 이후 수많은 스님들과 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시들을 읽어 나가면서 처음에는 지루했지만 읽어 갈수록 점점 시 하나하가 각 주문처럼 입에 붙어 나오는, 값진 시 감상법을 깨달았다. 이 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欲得安身處 寒山可長保 微風吹幽松 近聽聲逾好
욕득안신처 한산가장보 미풍취유송 근청성유호
下有斑白人 ??讀黃老 十年歸不得 忘却來時道
하유반백인 남남독황로 십년귀부득 망각래시도
이 몸 편히 쉴 곳을 얻고 싶다면
한산(寒山)은 길이 보전(保全)해 주리
미풍(微風)이 고요한 소나무에 부나니
가까이서 들자니 소리 더욱 좋구나.
그 아래 백발(白髮)의 노인(老人)이
중얼거리며 도덕경(道德經)을 읽네
십년동안 돌아가지 않았나니
올 때의 길을 까맣게 잊었다오.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자기수양의 시간이 상당기간 필요하다. 한산 역시 10년 씩 자연에 기대에 도덕경을 읽으며 수양을 한다. 한산은 당대의 노인들에게 가난한 미치광이로 조롱받았다. 하지만 이들은 불보살의 화현으로 풍간선사는 아미타불, 한산은 문수보살, 습득은 보현보살이라고 한다.
凡讀我詩者 心中須護淨 ?貪繼日廉 諂曲登時正
범독아시자 심중수호정 간탐계일렴 첨곡등시정
驅遣除惡業 歸依受眞性 今日得佛身 急急如律令
구견제악업 귀의수진성 금일득불신 급급여율령
무릇 내 시(詩)를 읽는 이여!
마음이 모름지기 깨끗이 되리.
탐욕(貪慾)이 날마다 청렴(淸廉)해지고
아첨(阿諂)은 즉시(卽時) 바르게 되리.
악업(惡業)은 몰아내고 제거하며
불법(佛法)에 귀의하여 진성(眞性)을 수용하리니.
금생(今生)에 부처님 몸 이루도록
서둘러 율령(律令)대로 따르라.
한산시를 읽는 이들에게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고 전한다. 시를 읽는 동안 한산과 습득, 풍간선사가 전하는 내용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세 사람의 시라고는 하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세월이 흘러가서 누구나 늙는다는 것, 돈이 많아도 결국은 죽게 되는 것 등 인생무상을 노래하고 있다. 고기를 먹는 것, 과도한 소비도 좋지 않다는 것도 내용이다. 또 자식은 귀여워하고 어버이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 역시 좋지 않다. 그러니 욕심을 버리고 겸손한 태도로 정진하며 살라는 게 세 사람이 말하는 주 내용이다.
한시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한산시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많은 내용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한자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한시나 종교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이 책의 독서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지식이 모두 부족해도 세 사람이 지향하는 바나, 시의 품격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역주자의 해석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자에 능하지 못한 독자라면 역주자가 풀이해 놓은 우리말로만 읽어도, 읽다보면 얼마나 잘 쓴 시들인지 쉽게 동의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이며 널리 읽힐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시의 내용에 공감하고 실천한다면 충분히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교훈적이기도 하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