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이동진 지음 / 트래블코드 / 2020년 7월
평점 :
누구나 여행을 갈 땐 미리 계획을 세우고, 스케줄도 짠다. 특히 처음 가는 곳일 경우 제한된 기간에 원하는 것을 얻고 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이는 여행의 효율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여행의 효율성이 좋다고 해서 여행의 성과나 재미를 만끽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우리가 업무를 통해서도 이미 경험한 바다. 그렇다면 여행의 묘미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계획한 일정을 숙제하듯 소화할 때가 아니라, 뜻밖의 상황을 느닷없이 마주칠 때라고 이 책의 저자 트래블러 이동진은 주장한다.
예정에 없었던 대화, 있는 지도 몰랐던 공간,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 경험하기 어려웠던 현상, 기대하지 않았던 디테일 등이 여행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강조한다. .
그래서 여행을 할 때 계획을 세우는 건 중요하지만,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둘 필요도 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선물해 준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자, 계획할 수 없었기에 더 소중한 여행의 발견이다.
여행 에세이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에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찾는 여행 문화를 선도했던 베스트셀러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의 대표 저자 이동진이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를 취재하면서 우연히 마주친, 혹은 생각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해외 도시에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저자가 여행을 하는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내일이 기다리는 일상을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
"저녁노을에 물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여행도 이 장면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알려 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면 여행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겠지만, 누가 여행지에 푯말을 꽂아두는 건 아니니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그렇다고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처럼 푯말이 세워져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누구에게도 푯말을 세워둘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여행에서 중요한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가 푯말을 세울 수 있어야 합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우연이 끼어든 순간이다." 트래블러 이동진의 여행 철학이다.
여행은 계획으로 시작해서 우연으로 완성된다.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완벽하게 세울 필요가 없는 이유다.
빈틈 없는 계획대로 다녀온 여행은 실행이지, 여행의 묘미가 담겨 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우연이 끼어들 여지를 남겨두어야 여행이 여행다워진다. 동선을 짤 때 찾을 수 없던 공간, 평소에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의 조우, 눈으로 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장면 등 계획할 수 없던 여행의 발견이 여행의 가치를 결정한다.
이처럼 여행을 여행답게 만드는 건 우연이 끼어든 순간이다. 하지만 우연은 느닷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 순간을 발견해 여행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건 쉽지 않다. 여행지 곳곳에 아름답고 의미 있는 순간들이 아무리 많이 숨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발견할 수 없다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우연이 끼어드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도쿄 여행 중에 어느 동네의 계단에서 힌트를 얻었다. 계단 앞에 '저녁노을이 있는 계단'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는데, 계단을 오르기 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가 계단을 오른 후에 비로소 그 푯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계단을 오른 사람들이 갈 길을 멈추고 노을을 바라보거나,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쳤을 풍경이겠지만, 저녁노을이 있다는 푯말 덕분에 사람들이 노을이 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자 스스로는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라는 푯말을 마음 속에 세우고 여행을 떠난다. 서울에서는 본 적 없었던 혹은 떠올릴 수 없었던 생각이 여행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로 여행을 떠나면, 어김없이 숨어 있던 새로운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기대를 가지고 보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우연이 끼어들어 선물해 주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저자가 여행에서 발견한 건 무엇일까? 도쿄에서는 과거를 감각 있게 재해석하는 방법을, 타이베이에서는 의도된 비효율의 미덕을, 발리에서는 흔한 것에서 흥할 것을 찾은 역발상을, 런던에서는 작품을 베끼고도 떳떳할 수 있는 이유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혁신쟁이들의 관찰하는 습관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기술을 마주쳤다. 이를 포함해 33가지의 여행의 발견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을 읽다 보면 해외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로 떠나기가 여의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을 다시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역시 비행기를 타야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생각이 기다릴 거라는 기대로 일상을 들여다보면, 반복되는 것만 같은 일상에서도 새로운 생각을 마주칠 수 있습니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이라는 푯말 덕분에
도쿄, 타이베이, 발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수도 있었던 생각을 만났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은 여행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푯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주문이기도 하다.
『생각이 기다리는 여행』를 읽으며 해외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어느새 일상을 여행하는 눈을 갖게 된 혹은 갖고 싶은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는 해외 도시를 갈 때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는다고 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책은 기획이 한눈에 보이는 제품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 부제, 표지만 둘러봐도 새로운 기획의 산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기획이 선명한 책들은 표지 디자인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쑥 둘러만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이 잡힌다고.
둘째, 지식 콘텐츠의 글로벌 동향을 어렴풋이나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영역을 살펴보긴 어렵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섹션을 둘러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인다고 한다.
셋째,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정보를 찾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들로 찾은 대만의 서점에서, 작가는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네번째 이유, 마음을 달래주는 뜻밖의 영감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이유야 어쨌든 오랜 여행의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일 것이다.
우리는 많은 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휴식을 위해, 출장으로,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신선한 자극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인간은 여행을 좋아하는 본성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미지의 곳을 탐험하고 알기를 원하는 본성.
2020년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슬픈 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국가 간의 이동이 쉽지 않고, 안전상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불문율이다.
올초부터 가끔 생각날 때 우리나라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이라는 카테고리에 접속하여 세계지도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올해 여행 계획이 세웠던 사람들이 코로나19 상황이 언제쯤 풀리나 하는 기대와 여행할 곳의 출입 상황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곳은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홈페이지에도 마련돼 있다.
이들 사이트엔 거의 빨간색+빗금으로 채워진 지도가 있다. 이 표시는 바로 '특별여행주의보'를 의미한다. 그나마 특별여행주의보가 아닌 일부 지역은 검정색으로 표시되었는데, 이 곳은 분쟁이 심한 여행금지국이라고.
여행을 못가는 것에 아쉬운 마음과 허전한 마음도 분명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번을 기회로 삼아서 평소 활동하는 익숙하고 뻔한 지역부터 새로운 관점으로 새로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보는 것도 일상에 원동력을 넣어주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싶다.
저자 : 이동진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철 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도 분위기 파악은 할 줄 알아 남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기를 즐깁니다.
질문의 중심엔 왜?가 있습니다. 물론 눈 앞에 펼쳐진 현상에 대한 이유를 안다고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데 없어 보이는 '왜?'를 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상의 뒷모습을 알아야 고민의 과정을 디코딩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집한 생각의 재료를 바탕으로 세상에 새로운 기획을 선보이는 일을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여행의 이유를 만드는 트래블코드에서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퇴사준비생의 런던,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등이 대표적인 콘텐츠입니다.
여행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에 대해 고민하고 여행을 갈 일이 많습니다. 큰 마음 먹고 떠나는 일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여행인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하는 일을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요.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