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 3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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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독자로서 큰 행운이다. 부분적으로 알고 있던 대한민국 현대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 책이기 때문이다. 역사 공부라고는 고등학교 때까지가 전부이고, 이후 대학이나 사회에 발을 들인 후 우리 현대사에 대해 따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역사를 모른다고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었고, 또 알려고 해도 어떤 게 정확하고 객관성 있게 기술한 것인지도 모르니 애써 배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산발적으로 읽고 본 것은 있어서 개괄적으로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해도 대화에서 '무식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때로는 대한민국 당당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직접 겪은 것을 굳이 책을 통해 또 배울 필요가 있겠어 하는 오만이 작용한 것을 이 시점에서 고백한다. 많이 아는 척해도 반론을 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오만은 결국 '무지'가 되고 말았지만...

그렇게 한국현대사는 파편 박히듯 몸에 밴 것과 부분적으로 독자의 머릿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누구 앞에서 직접 겪은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도, 책으로 배운 것보다 더 생생하게 머릿속에 살아 있다는 오만한 자의식 속에 감춰졌다. 이런 오만과 무지를 한순간에 바로잡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책 저자 서중석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다.





한국 현대사 분야 최초의 박사학위 수여자이자, 관련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온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가 집필한 한국 현대사. 강단과 연구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민을 위한 한국 현대사'를 펴낸다는 기획 아래, 역사문제연구소와 함께 한 '역사 대중화' 작업의 결실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해방 이후 반세기 동안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서 나아가는 과정을 살피면서, 그간 우리 사회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고, 그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를 보여주는 데 방향을 두었다. 정치사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도 경제,교육, 문화 등의 각 분야를 종합적으로 아우르고자 한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반공, 냉전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역사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한 일관된 시각이다.

해방 공간의 역사서술에서는 좌우의 대결, 중도파의 활동을 고르게 반영하였고, 1960년대 이후 역사에서는 민주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의 역동적 힘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자학사관에 빠지지 않고, 오늘의 현대사가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쉼 없이 발전해왔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반가움이 크다. 250여 컷의 관련 사진과, 지도와 다이어그램을 풍부하게 수록해 이해를 돕는다. 책을 보면서 사진과 그림, 지도, 다이아그램만 모아 전시해도 한국현대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가득 차 있다.





"옛날 왕조시대 임금도 늙은 신하가 호랑이 같이 준엄하게 간하면 함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박정희는 거칠 게 없는 독재자이자 총통으로 군림했다. 국회나 법원은 장식품이었고 헌법은 왕이 백성에게 내리는 서릿발 같은 칙서에 불과했다. 유신으로 박정희는 사실상 박씨 왕조를 세웠다."

한때 박정희의 5.16 군사반란 동지로서 박 정권 시대 중앙정보부장 등의 요직을 역임하다 외국으로 도피한 김형욱이 그의 회고록에서 밝힌 박정희와 유신에 대한 평가이다. 독재자에게 버림받은 인물이 내뱉은 독설이긴 하지만, 박정희 체제의 통치방식을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세 독재자의 통치수단은 무엇이었을까?





이승만은 경찰과 관료, 폭력배 등을 동원해 독재체제를 유지했으나 박정희는 철저하게 중앙정보부를 정치 통제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한다.

정보부는 박정희 체제를 유지 강화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거의 모든 문제에 개입했다. 이 때문에 박정희 체제를 '정보정치', '공작정치'라고 부른다.

정보부는 야당과 저항세력에 대한 통제와 감시뿐만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과 고급 관료 등 친박정희 세력 내에서도 정치적 야심있는 인물에 대해서 늘상 감시하고 통제했다. 박정희는 국회나 행정부를 통한 정치운영과 같은 일체의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했다.

그는 민주적인 토론과 협의절차는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는 일인독재를 유지시키기 위해서 권력 내부의 경쟁을 유도하여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2인자의 도전이나 저항을 결코 용서하지 않았다. 김종필과 그 지지세력들이 공화당 내에서 제거된 것이나 윤필용 사건 등이 이를 잘 말해준다.





상호견제의 원칙은 육영수 저격사건 이후 차지철이 경호실장으로 취임하면서 무너졌다. 경호실은 중앙정보부를 누르고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한다. 차지철은 국회, 행정부, 군 인사 등을 좌지우지했고 국정에도 깊숙이 개입한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과도한 정치개입이 유신시대이 종말을 재촉하는 도화선이 된다.

국민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한 측면에서는 박정희와 전두환은 무척이나 닮았다. 전두환은 먼저 군대를 이용하여 쿠데타를 일으킨 뒤 광주학살을 자행하여 정권을 잡는다.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자신에 비판적인 공무원을 대거 짤라내는(숙정) 한편, 언론을 장악하여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쥔다. 이어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 명의로 '사회악 일소를 위한 특별조치'를 발표한다.

이것이 바로 그 무시무시한 삼청교육대의 시작이다. 깡패를 뿌리뽑는다는 명분하에 정권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군대로 끌고가 개패듯이 패고 혹독한 훈련과 가혹행위를 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부상을 당했다. 당시 신군부의 위세가 워낙 막강하여 어느 누구도 억울함을 하소연할 수조차 없었다.





삼청교육대가 아니라도 전두환의 통치방식은 공포감을 주었다.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이 고문으로 죽었듯이 곳곳에서 불법이 자행되고 정권에 걸림돌이 되는 자들은 탄압을 받았다. 부천경찰서에서는 성고문이 이루어지고, 김대중은 조작된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이철, 유인태 등 젊은 민주인사들도 핍박을 받았다.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고상한 단어는 애초부터 고려되지 않았다.

<모레시계>를 비롯한 드라마와 소설, 영화로 당시 실상이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전두환은 오로지 힘에 의해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믿었고, 그 힘으로 언론과 정부조직, 각급 기관을 장악하고 자신의 똘마니에게 차기 정권까지 넘겨주려 했다.

독재의 원천은 폭력에 의한 공포심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마오쩌뚱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말한 대목은 핵심을 꿰뚫고 있다.





이 책은 해방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한국 현대사를 한 권으로 기술한 책이다. 사진과 삽화, 그림, 다이어그램 등 풍부한 자료들을 이용해 소개하고 있어 매우 실감난다.

잘 알지 못했던 이승만~장면~박정희정권 시대가 가장 인상적이다. 기껏해야 5공화국 이후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옛날 얘기'일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런 독자도 이 책을 보면 '옛날 얘기'가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어떤 어려움을 이겨내며 우리 사회 발전의 주축이 되었는가를 이해할 좋은 기회다. 이미 한국전쟁 후 지금의 자유민주주의 시대가 오기까지 매우 역동적인 민중의 활동이 지속적으로 뒷받침되어 왔던 것이다.

비록 박정희, 전두환 등 군부독재로 우리나라 민주주의 쟁취가 더 늦어진 점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러한 독재 시대를 거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누가 가져다주는 민주주의는 없다. 우리보다 앞선 민주주의를 누리는 선진 외국들도 전부 시민의 피와 땀의 결실이다.

누군가 그랬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순수했고 거룩했으며 생각의 품이 넓었다. 1990년 이후는 기껏해야 등록금 비싸다는 불만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은 내가 알았던 민주주의 고속도로는 우리 부모의 피와 땀으로 기틀을 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는 아직도 독재체제 아래서 허덕여야 하고 있을지 모른다. 바로 위 북한처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들의 시작과 끝을 보면 독재로부터 오는 달콤함을 뿌리치지 못할 때의 결과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책은 민주주의를 누리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두 제시하고 있다.





오늘에서야 현대사를 바르게 쓴 역자학자를 만나게 되었다. 현대사의 개설서인 의 저자 서중석 교수는 현대사를 가장 열정적으로 연구해왔다. 이 책은 그동안의 연구 업적을 정리한 결정이다.

이 책은 대중 역사서의 서술방식으로 씌어졌다. 해방 공간을 시발로 하여 '국민의 정부' 시기까지의 사실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역사관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일제 잔재의 청산을 내걸고 민족 주체적 관점에서 서술하였다. 이어 극우반공 냉전 이데올로기에 짓눌린 역사 왜곡을 '진실의 빛', '사실의 빛'을 비춘다는 관점에서 바로잡으려 노력하였다. 따라서 좌우의 대결과 중도파의 활동을 고르게 반영하였다.

그리하여 여운형, 박헌영도 역사 인물로 살려냈다. 결코 내용을 한쪽으로 치우쳐 서술하지 않았음을 알려주려 했다는 뜻이다. 이를 통일사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 이이화 (역사학자)





저자 : 서중석


서중석1948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동아일보사 기자로 재직했다. 역사문제연구소 소장, 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공동대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올바른 역사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80년대 민중들의 삶과 투쟁』(1988), 『조봉암과 1950년대(상, 하)』(1999),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2001), 『배반당한 한국 민족주의』(2004), 『이승만의 정치 이데올로기』(2005) 등 다수가 있다.기획사단법인 역사문제연구소는 우리 역사의 여러 문제들을 공동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함으로써 역사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하여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목적으로 1986년 설립된 순수 민간 연구단체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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