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백범
홍원식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백범 김구는 한국 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로, ‘독립운동’ 하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생각하게 되고 ‘대한민국임시정부’ 하면 ‘백범 김구’를 떠올린다.

그만큼 독립운동을 초지일관 전개하며 주도하였고 그 중심 기관으로 널리 알려진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이끌었다.

생명의 위협 속에서 임시정부 활동을 하던 김구는 어린 자식들에게 유서를 남기고자 장편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백범일지』의 시작이다.

일종의 유서였던 『백범일지』 〈상권〉은 1929년에 완성되었고, 이어 1942년 『백범일지』 〈하권〉을 완성했으며, 해방된 후 1947년 국사원에서 단행본 형태로 처음으로 『백범일지』가 출간되었다. 이후 백범일지를 바탕으로 백범 김구에 대한 연구가 해방 75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백범의 사상은 독립뿐만 아니라 통일의 측면에서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남북한이 공통으로 존경하는 민족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백범맨'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백범 김구를 연구해 온 저자 홍원식이 혼신을 다해 썼으며, 『백범일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평등과 화합을 주장한 백범의 사상과 정신을 자연스럽게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백범일지』에서 못다 한 이야기, 백범 김구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소설 백범』에 담아냈다.

이는 백범을 최측근에서 모셨던 분들과의 인터뷰와 각종 사료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우리가 몰랐던 백범을 실감나게 재현해 냈다.

문화의 힘을 키워 독립적인 국가의 건설을 그토록 꿈꾸었던 백범 김구. 『소설 백범』은 그가 살았던 시대 상황과 당시 김구의 위상을 디테일하고 흡인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이 소설의 저자 홍원식은 지난 2000년 동학군 애기접주의 파릇파릇한 첫사랑. 아버지를 여의고 맞은 여옥과의 옥과 같은 사랑. 안창호 선생의 여동생과의 혁명가적 사랑. 평생의 반려자일 줄 알았던 아내와의 뼈아픈 사별. 피신의 세월, 장막이 되어 주었던 이국 여인의 백범 사랑. 환국 후 충실한 조언자였던 오주경의 신앙적 사랑. 민족제단에서 순교하기까지의 영원한 겨레사랑. 백범 김구의 못다한 사랑과 위대한 역사를 그린 장편소설 『소설 백범 김구』(상, 하)를 펴낸 바 있다.

당시는 백범 김구의 사랑과 역사에 초점을 맞춰 백범정신의 위대함을 그리는 게 집필 의도였다. 이때 쓴 소설을 토대로 전문가 인터뷰와 자신의 사료 연구를 더하여 한 편의 소설로 압축하고 새로 밝혀진 것을 보충해 다시 펴냈다.





백범 김구의 아명은 김창수다. 적군인 동학 토벌군의 수령인 안 진사(안태훈, 안중근의 아버지)가 동학군으로 활동하는 어린 창수를 보고 담대한 기개를 높이 평가해서 어린 나이에 동학군으로 활동하다가 목숨을 잃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인재라는 판단으로 설득했다.

그때 안 진사와 어린 동학군 창수는 '나를 치지 않으면 나도 치지 않는다'는 불가침협정과 함께 '어느 한쪽이 불행에 빠지면 서로 돕는다'는 공동원조동맹을 맺었다는 일화도 소개한다.

이후 사형수로 수감됐으나 집행 직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고 애국지사들과 함께 민중 교육사업을 한다. 하늘을 우러러 나라와 민족 앞에 부끄럼 없는 삶을 다짐하며 그 길로 백범 김구로 이름을 바꾼다. 3.1독립운동을 계기로 김구의 삶은 상해임시정부와 함께 최전선에서 독립 투쟁을 지휘한다. 윤봉길, 이봉창 의사와 함께하는 장면도 담아내고, 일본 제국주의의 무자비한 침략과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힘쓰는 장면을 문학적 감각을 더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재구성한다.





백범이 광복군을 무장시키고 대일본 공격에 미군과 함께 참여하려 했지만 일제가 예상치 않게 이른 시점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무장 광복군의 대일 전쟁 길이 막히는 안타까움과 앞으로 다가올 우리 운명에 어두운 그림자를 예상하는 듯한 모습도 그려낸다.

그러나 백범은 해방 후 남북분단이 고착화되기 전 통일 국가를 세우지 않으면 남북한간 전쟁을 예고하며 당시 분계선인 38선을 넘나들며 북한 집권층과 통일에 대한 남북간 단합이 필요하다며 설득하지만 끝내 이념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념의 벽에 막혔지만 사실 강대국의 이익에 의해 저지된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백범의 독립과 통일 이외에는 아무 욕심이 없는 진정한 민족 지도자상을 부각시키는 대목에서 독자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머무르던 경교장에서 남한 정부 정적 앞잡이에 의해 암살되면서 백범 김구의 삶은 마감한다.

하지만 그의 사상과 정신은 우리나라 우리 민족이 살아가는 한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그 점을 되살리고자 저자가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소설이다.





김창수가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그의 범 같은 기세에 압도되어 어느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 틈에 창수의 발밑에 밟혀 있던 왜놈은 몸을 빼내어 잽싸게 칼을 거머쥐었다. 그러고는 칼날을 번쩍이며 달려들었다. 그 순간 김창수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칼을 용케도 피하며 왜놈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자가 ‘억’하는 소리를 내며 거꾸러졌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동학군의 접주로 활약하며 민족무예 택견으로 다져진 창수의 몸엔 기선을 제압할 웅기(雄氣)가 서려 있었던 것이다.

김창수는 다시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칼자루를 쥔 왜놈의 손목을 밟아 눌렀다. 언 땅에 칼이 떨어졌다. 옴짝달싹 못한 채 씩씩거리고만 있는 왜놈을 바라보는 김창수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 「치하포 의거」 중에서


김구는 하늘을 우러러 나라와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리라 다짐하면서, 결단코 변절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각오를 심장에 새기고 싶었다. 그러한 결심의 표시로 김구는 이름과 호를 바꾸었다. 그렇게 바꾼 이름이 구(九), 호는 백범(白凡)이었다.

‘백(白), 범(凡), 김(金), 구(九).’

그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이름을 ‘구(龜)’에서 ‘구(九)’로 고친 것은 일제의 민적(호적)에서 이탈하겠다는 강한 의지이기도 했다. 그는 백범 김구로 다시 태어났고, 이 이름은 곧 그의 인생이 되었다.

- 「백정범부(白丁凡夫)로 다시 태어나다」 중에서





백범은 거무스름한 눈자위가 움푹 패이고 거죽뿐인 볼이 오목해진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뼈만 앙상한 손마디와 더욱 작아진 두 어깨를 찬찬히 쓰다듬었다. 수건에 물을 적셔 쩍쩍 갈라진 입술을 닦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들이 너무 늦어 버린 것만 같아 슬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렇게 보내면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백범은 애써 외면하려 안간힘을 썼다. 회한의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가족에게 드리워진 그림자」 중에서


백범은 밤사이 가흥을 빠져나와 엄항섭, 안공근과 함께 남경에 도착했다. 미리 연락을 받고 진과부의 명에 의해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던 요인들이 백범 일행을 숙소로 안내했다. 이튿날 밤 백범은 진과부가 제공한 차를 타고 통역을 해 줄 박찬익을 동행하여 장개석의 자택으로 갔다. 안내해 주는 이를 따라 들어간 방에는 장개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개석은 환하게 웃으며 오래된 친구를 대하듯 아주 반갑게 백범을 맞이했다.

- 「장개석과의 정상 회담」 중에서





당시 일반 노동자의 한 달 급여는 30원 정도였다. 그런데 백범 한 사람 에게 걸린 현상금은 자그마치 60만 원이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액수를 백범의 목에 내걸 만큼 백범에 대한 일제의 두려움과 경계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던 것이다. 곳곳마다 백범의 얼굴이 벽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일제의 감시는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백범의 활동 반경을 조여 왔다. 어딜 가나 정탐꾼들이 득실거렸다. 백범의 신변은 어디서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 「상해 탈출」 중에서


“빛과 어둠 중 지금 우리는 흑운이 짙게 깔린 어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어둠의 마수가 영원할 줄 알고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동족의 피를 빨아 살아가고 있는 ‘어둠의 자식들’이 많다는 것은 고국 생활에서 보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인아, 신아, 잠 못 이루던 밤에 경험해 본 적이 있겠다마는 어둠이 깊으면 깊을수록 새벽은 머지않았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시절의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의로운 이들에게 머지않아 찬란한 광명은 비춰 오게 되어 있단다. 어느 시대에나 두 부류의 사람이 있지. 어둠의 자식들과 빛의 사자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참된 승리는 반드시 빛의 편이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란다. 훗날 너희들의 눈으로 지켜보게 될 것이야. 내가 들려주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역사는 빛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역사다.”

- 「가족과의 재회」 중에서





집무실 안에 정오의 햇살이 가득 차고 있었다. 안두희는 분노도 위협도, 하다못해 두려움조차 없는 백범의 그 눈빛에 담긴 의미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기다릴 테니 떨지 말고 내 가슴을 쏴라! 그래야 산다!”

백범의 육중한 음성이 나직이 울렸다. 안두희는 눈동자의 초점마저 상실한 채 엉거주춤 서 있었다.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던 안두희는 자신의 왼손에 쥐어져 있는 권총을 쳐다보았다.

- 「내 가슴을 쏴라!」 중에서


저자 : 홍원식


<통일헌법 이념으로서의 백범사상>을 연구하여, 국내 최초 백범 전공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중학 졸업 이후 3년 동안 청소년 노동자 생활을 했던 저자는 ‘우리 민족이 인류 행복을 선도하는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백범 정신’에 큰 영향을 받아 학업을 시작해 독학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초빙교수 및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남북공동 백범추모행사와 도서 6,000권의 북한 보급 등을 위해 15회에 걸쳐 남북을 왕래하면서 남북관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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