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원
존 마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운명의 상대를 ‘DNA 매치’ 기술로 찾아준다. 『당신이 사라진 순간』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유명한 소설가 존 마스는 이 흥미로운 설정을 바탕으로 운명의 연인을 찾는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 『더 원』이다. 하지만 모두의 매치 결과가 뜻밖이다.

결혼을 앞둔 남자에게 동성의 연인을 추천하고 심지어는 연쇄살인범에게 경찰을 매치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인위적 사랑의 가능성과 어쩌면, 그 ‘한계’에 대해 말하려고 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스릴러다.

머리카락 한 올, 입속에 넣었던 면봉 하나만 있으면 완벽한 행복을 보장하는 연인과 연결해주는 가상의 사업 ‘DNA 매치’가 소설의 핵심 소재다. 올 하반기에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10부작이 공개될 예정이다. 소설 속 ‘DNA 매치’는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관계로 추앙받지만 주인공들이 반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매치되지 않은 이와 사랑에 빠졌을 때,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해야 과학과 ‘DNA 매치’를 탓하지 않고 가장 인간다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뇌한다.

책은 어쩌면 인간이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순정에 대한 이야기다.





‘DNA 매치’가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스릴러 『더 원』. 사랑에 대한 이 기발한 상상은 굿리즈 4.2점, 영국 아마존 4.5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았다. 또한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2018년 최고의 SF소설’, BBC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더 원』은 참신한 소재, 기존의 어느 작품과도 닮지 않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 인간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고든 심리 묘사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 스릴러다. 장르적으로는 당장 한 페이지 뒤의 일도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 스릴러에, 감정 이입할 수밖에 없는 로맨스, 언뜻 유토피아처럼 보이지만 사실 디스토피아라고도 할 수 있는 입체적인 세계관의 SF까지 환상적으로 버무려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추리소설 종합 세트를 완성한다.

작가 존 마스는 데뷔작 『당신이 사라진 순간』을 출판사들에게 거절당한 뒤 자비로 출판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성공을 거두며 독자들에게 먼저 인정을 받았다.





사랑의 성공률은 100%, 실패율은 제로. 더 이상 실연으로 고통받을 일도, 고독에 몸부림칠 일도 없이 운명의 짝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데...

『더 원』 속 세계는 ‘DNA 매치’가 발명되어 상용화된 지 10년이 지나 이미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매치를 찾아 기존의 배우자 또는 연인을 떠났거나, 자신의 매치를 따라 대륙을 가로질러 이주했거나, 매치를 찾기 위해 유전자를 제공한 뒤 기다리고 있는 시점이다.

이혼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대신에 결혼 역시 신경 쓸 거리도 안 되는 시대, 매치를 찾았다는 것만으로 결혼을 통해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시대, 매치에 대한 신뢰가 인종 차별과 각종 혐오를 무너뜨리는 시대.

『더 원』은 ‘DNA 매치’를 통해 운명의 연인을 만나지만,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하고 마는 다섯 커플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아이를 낳고 싶은 이혼녀 맨디는 매치를 만나러 달려갔지만, 그는 이미 죽고 그의 냉동 정자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런던 전역을 공포에 빠트린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 그의 매치는 놀랍게도 그의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다.

결혼을 앞둔 닉이 여자친구의 권유로 마지못해 받은 테스트에서 지목된 그의 매치는 어느 잘생긴 남자다. 매치를 찾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제이드를 맞아준 연인은 앙상한 몸의 시한부 환자다. 절대적인 ‘영혼의 짝’을 갈구하던 이들이 빠진 딜레마. 예측할 수 없는 연애 블록버스터가 펼쳐진다.





소설 속 ‘DNA 매치’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한 도구적 장치가 아닌, 사랑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인간 본성을 잘 드러내는 설정으로 활용된다. ‘DNA 매치’는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관계로 추앙받지만, 인물들이 거기에 반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아기를 갖는 게 꿈이던 맨디는 매치인 리처드를 찾은 뒤 매일같이 그의 SNS를 염탐하며 자신보다 열 살은 어리고 건강한 육체를 엿본다.

리처드가 죽고 냉동 정자만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우성 유전자를 타고났을 그의 아기를 선뜻 갖기로 한다. 제이드는 케빈이 자신의 매치라는 사실을 알지만, 앙상하고 머리가 벗겨진 그에게 이성으로서의 설렘이 일지 않는다.

또한 연쇄살인범 크리스토퍼는 경찰인 에이미가 자신의 정체를 모른다는 데 희열을 느끼며, 그녀를 예비 희생자와 조우하게 하는 장난을 친다.





그러나 존 마스가 서로 다른 욕망과 결핍을 지닌 인물들을 시니컬하게만 그려내는 것은 아니다.

인물들은 각자 결핍을 채우려 하는 한편으로 순수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갈구한다. 매치된 사람끼리의 관계든 매치되지 않은 사람끼리의 관계든, 자신의 감정과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까지가 사랑임을 실감한다.

책 속에는 5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맨디’ ‘크리스토퍼’ ‘제이드’ ‘닉’ ‘앨리’이다. 각 인물들마다 특징이 있다.

우선 ‘맨디’는 37살 이혼녀이고 두 번의 유산을 경험했다. 그녀는 자신의 DNA 매치인 리처드 테일러 라는 젊은 남성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가 그를 만나기도 전 그는 이미 사고로 죽음을 당해 추도 예배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녀는 한번도 보지 못한 자신의 짝을 알고 싶은 마음에 그곳을 가게 된다. 과연 그녀는 무엇에 이끌려 그곳에 가는 걸까? 그녀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두 번째 ‘크리스토퍼’는 33살 사이코패스다. 살인을 즐기며 자신이 목표로 세운 30명의 여성을 죽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기를 바라며 한 명씩 계획 살인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의 DNA 매치인 31살 ‘에이미 브룩뱅크스’여성을 만나 새로운 감정을 갖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직업이 경찰관이라는 소식을 접한다. 그는 그녀와의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자신의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느끼지만 목표로 했던 살인 계획을 취소하지는 않는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언제까지 지속 될 수 있을까? 그는 과연 목표한 살인을 성공 할 수 있을까?





세 번째 ‘제이드’는 많은 빚에 허덕이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 이다. 그녀에겐 아직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한 지구 반대편 호주에 살고 있는 ‘케빈’이라는 남성이 DNA 매치 이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직접 보기 위해 빚을 내서 과감히 여행에 오른다.

과연 그녀가 바라고 원하는 이상형의 남성 일까? 그는 왜 그녀에게 오랜 시간 연락을 하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을까?

네 번째 ‘닉’은 결혼을 약속한 ‘샐리’가 있는 건실한 청년이다. 그는 DNA 매치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지만 그녀가 결혼 전 확인차 해보자는 끈질긴 권유 끝에 하기로 한다. 하지만 너무나 생뚱맞게 그의 DNA 매치는 남성으로 나왔다.

동성애적 기질을 전혀 느끼거나 생각해본 적 없는 ‘닉’은 불같이 화를 낸다. 그의 약혼자 샐리는 한 발 더 나가 한 번 직접 만나 확인해보자고 한다. 결국 그녀의 성화에 못이겨 ‘닉’은 자신의 DNA 매치인 마사지 사인 ‘알렉스’를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한다.

과연 ‘닉’은 DNA 매치가 틀렸다는 것을 입증 할까? 100% 확률을 자랑하는 DNA 매치는 왜 ‘닉’에게 남성을 추천 한 것일까?





다섯 번째 ‘엘리’는 DNA매치의 유전자를 발견한 과학자이자 4천명의 직원을 둔 CEO이다. 그녀는 자신의 발견한 것으로 초일류 기업을 키웠지만 사람들의 원망과 분노로 사람들과 거리를 둔 채 고립된 생활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자신의 연락처로 처음 DNA 매치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그녀는 ‘티모시 헌트’라는 38살 시스템 분석가을 만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녀는 자신이 계발 한 대로 DNA 매치는 오류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제 건물 속에 갇혀 살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 수 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다섯 명은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결함이 있고 헛점이 있다. 그것을 용인하며 용납하고 포용하며 살아가는 것이 세상이며 이웃이며 친구인 듯 하다. DNA매치라는 것은 이러한 우리의 일상적이고 상식적이며 통념적인 개념을 완전히 무너트리고 100% 신뢰라는 무기로 우리의 나약한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헤어지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던 부부가 갈라서고 심지어 죽은 사람과의 매치로 그의 냉동 정자를 받아 자녀를 낳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의 조언, 충고, 위로는 귀에 들어오지 않은 채 DNA 매치라는 과학적 사실이라고 일컬어 지는 것을 맹신하게 된다.

사이코패스였다고 스스로 생각했지만 사랑하는 이를 만나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 연쇄살인범을 사랑하게 되고 그를 이해해주고 용납해주는 원천은 바로 DNA 매치 바로 ‘단 한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나약함이 얼마나 무서운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방영 된다고 하니 기대 해 봐도 좋을 듯 하다.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순식간에 읽었던 좋은 스릴러 책이다.

전반적으로 참신한 소재와 설정의 매력이 돋보이는 재미진 작품이다. 스릴러적 감성도 나쁘지 않다. 작가의 문학적 역량에 바탕이 됐으리라 추측해본다.

이 소설은 특히 인간의 감성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랑이라는 관점의 상호작용에 대한 스토리도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고 집중력도 높인다. 단순히 흥미로운 관점에서 대중적인 자극만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대한 딜레마들을 상당히 잘 적용시킨 작품이다.





저자 : 존 마스


독자들이 먼저 인정한 천부적인 스토리텔러. 존 마스는 프리랜서 작가 겸 기자, 자유기고가로서 데뷔 소설 『억울한 아들들(THE WRONGED SONS)』이 출판사 수십 곳에서 거절당한 뒤 자비로 출판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두었다. 이 소설은 2017년에 『당신이 사라진 순간(WHEN YOU DISAPPEARED)』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다. 이후 『어디에 계시든 환영합니다(WELCOME TO WHEREVER YOU ARE)』, 『더 원(THE ONE)』, 2018년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선한 사마리아인(THE GOOD SAMARITAN)』, 경찰 수사 스릴러 『그녀의 마지막 움직임(HER LAST MOVE)』과 무인 자동차를 소재로 한 SF스릴러 『승객들(THE PASSENGER)』 등 여러 권의 소설을 발표했다.

존 마스는 또 지난 20년간 전국단위 신문과 잡지에 조니 뎁, 비욘세 등 연예계 유명 인사들의 인터뷰를 실어왔다.

≪가디언 가이드≫ ≪허핑턴 포스트≫ ≪인디펜던트≫를 포함한 열 곳 이상의 정기 간행물에 글을 기고했다. 현재는 『그녀의 마지막 움직임』의 성공으로 전업 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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