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 - 융 심리학이 말하는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만나는 시간 자기탐구 인문학 1
로버트 존슨.제리 룰 지음, 신선해 옮김 / 가나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안에 묻혀 있는 잠재력은 무엇일까?”

"내 안에 내가 모르는 잠재력이 있긴 있는 걸까?"

학교 다닐 때나 직장 생활할 때 가끔씩 생각나던 의문이다.

독자는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았고, 당연히 프로이드나 카를 구스타프 융은 교과서에서 배운 이후 관련 책을 따로 구해 읽은 적도 없다. 다만 대학 때 '꿈의 해석'으로 기억되는 프로이트의 책을 읽은 기억은 있다. 책이 두꺼운 데다 너무 어려웠고, 인내심을 발휘해 절반 이상 읽었다.

이후 프로이트나 칼 융에 관한 내용은 다른 책을 읽다 인용한 부분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 뿐이었다. 그리고 잊었다. 그런데 최근 심리학이나 칼 융의 이론에 관한 책이 서점가에 많이 나와 있다.

아마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많고, 정신력 싸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찾을 거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그러다 이 책 『내 그림자에게 말 걸기』를 보고 꼭 읽겠다는 생각을 다졌다. 요즘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 식으로 이해하기 쉽게 쓰였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정여울 작가 강력 추천>이라는 점도 책 선택에 큰 몫을 했음을 고백한다. 무척 좋아하는 작가니까.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이 말은 융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됐고, 머릿속에 깊이 남아 있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니 선한 사람과 온전한 사람은 완전히 구분된다. 특히 독자는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많은 것을 잃은 적이 있다. 또 누구에게도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할 일을 팽개친 채 의도적으로 함께 있어주기도 해서 손해를 오롯이 감수한 적도 있다. 이른바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져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스위스의 정신분석자 카를 구스타프 융은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자신의 그림자를 자각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성인이 되면 누구나 ‘그림자 대면하기’를 실천해야 하며, 이는 인생에서 수행할 가장 가치 있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만약 자신의 그림자를 돌보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융과 연구를 함께했던 몇 안 되는 융 학파 연구자이자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융 심리학 해석자인 로버트 존슨은 이 책을 통해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인 ‘그림자’의 의미와 그것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내면에 억눌린 채 울고 있는 그림자와 용감하게 대면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그림자를 방치하는 삶’보다는 ‘그림자를 소중히 보살피는 삶’이 더욱 슬기로운 마음챙김의 비법임을 일깨워준다.

로버트 존슨 덕분에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던 자신의 그림자와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을 “융 심리학의 훌륭한 입문서이자 우리의 잠재력과 창조력을 이끌어낼 수 있게 만드는 가이드북”이라고 소개한다. 저자의 조언에 따라 용기를 내어 그림자의 목소리를 소중하게 경청한다면 내면의 그림자는 더 이상 두려운 존재, 나를 아프게 하는 고통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가능성과 잠재력이라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융은 프로이트, 아들러와 더불어 세계 3대 심리학자로 불리지만, 그의 이론은 그 개념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그 인기가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2019년 세계적인 보이밴드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앨범이 융 심리학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이 알려지면서 팬클럽 아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융의 이론에 주목했고, 〈MAP OF THE SOUL〉 앨범 시리즈에 담긴 방탄소년단의 여러 노래를 통해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들이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융 심리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그림자(shadow)’를 집중적으로 설명하는 이 책은 그림자를 이해하고 이를 현명하게 다룸으로써, 그 어두운 에너지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잠재력과 창의력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우리는 모두 엄청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존재로서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자라는 동안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어른들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각, 남들에게 반응하는 방식 등을 배우면서 사회가 허용하는 일과 허용하지 않는 일, 자신의 상황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일과 포기해야 하는 일을 끊임없이 구분하고 선택한다. 이는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선택하지 못한 삶은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림자가 되어 무의식의 어딘가에 쌓이며, 어느 순간 무의식을 뚫고 나와 우리 삶을 이리저리 휘두르려 한다는 데 있다.





성인이 되어 일자리를 구하고 수입을 늘리고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사회생활의 예의범절을 익히고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하며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가면, 즉 페르소나를 벗겨낸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과연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거나, 그동안 믿어왔던 신념과 가치관, 삶의 원칙들이 갑자기 미심쩍어지기도 한다.

일이 재미없어지기도 하고, 그동안 이룬 것들이 다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기력이나 허무함,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낯선 의심과 분노, 불안감이 커지기도 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표를 내던지거나 결혼을 깨거나 갑자기 엉뚱한 상대와 사랑에 빠져들거나 부적절한 욕망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는 그동안 살지 못한 삶이 만들어낸 그림자의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이때가 바로 자신의 그림자들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에 경청해야 할 때이다.


페르소나 : (독자註)) 본래는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그것이 점차 인간 개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철학용어로는 이성적인 본성(本性)을 가진 개별적 존재자를 가리키며, 인간, 천사, 신 등을 페르소나로 부른다.





선택에서 제외된 ‘살지 못한 삶’이 그림자가 되는 것이기에 그림자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하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그림자가 가장 흔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 투사와 콤플렉스가 있다.

혹시 늘 똑같은 현실에 부딪히는가? 애인이 바뀌어도 연애의 주기나 패턴은 항상 비슷한가? 직장이 바뀌어도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한가?

평소의 방식을 너무 고집해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버릇이 있지는 않은가? 만약 자기 삶에 이런 식의 반사적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면 콤플렉스에 휘둘리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또한 그림자는 투사의 형태로 나타나 우리의 인간관계와 감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융은 “자녀가 짊어져야 하는 가장 큰 짐은 부모 내면의 살지 못한 삶”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자녀가 이어받는 건 너무도 흔하게 일어나고 있다.

‘사랑하니까 혹은 자녀를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들의 진로나 삶의 방향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부모의 그림자를 자녀에게 떠넘기는 투사 행위로 볼 수 있다. 연인에게 끌리는 것이나 영웅을 숭배하는 것 또한 자기 안에서 무르익게 될 잠재력을 상대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 또한 투사인데 자기 안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면모를 상대에게 덧씌우는 것이다.

사랑도 미움도 모두 투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결과적으로 관계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더 나아가서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그림자를 자각하고 돌보는 것은 단지 개인의 삶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관계를 회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중년기에는 융이 절묘하게 표현했듯 “품위 있게 무의식으로 가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언제나 의식의 긴장과 부담에 매여 살아가는 현실에서 대안을 찾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품위 있게 무의식으로 간다는 것은 내면으로 쏟아지는 온갖 정보의 잡음을 의도적으로 멎게 함을 의미한다. 단, 과도하고 무감각하게 일하거나 먹거나 취하거나 소비하거나 섹스에 몰두하거나 텔레비전에 빠지는 등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의식을 몰아내려 해서는 안 된다. 주의력을 발휘하면 습관적 패턴에서 벗어나 더 위대하고 완전한 무엇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4장.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중에서


삶을 조정하여 잠재력을 표출하면서 ‘살지 못한 삶’을 현실화하는 방법이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현실성이 없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지금껏 열심히 만들어놓은 삶을 뒤엎을 필요는 없다. 가지 않은 길을 향한 허기는 상징적 경험을 통해 채울 수 있다. 많은 경우 ‘살지 못한 삶’이 현재의 삶보다 딱히 멋지거나 굉장하지도 않고 그저 다를 뿐임을 깨달게 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징을 통해 ‘경험’한다는 것이다. 참된 존재함에 꼭 필요한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표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5장. ‘상징’을 통해 편향된 삶을 바로잡다」중에서





꿈은 콤플렉스로 인한 삶의 매듭을 푸는 데 굉장히 유용하고, 창의력과 혁신, 힘과 지혜의 풍부한 원천이며, 의식의 성숙으로 직행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꿈에 주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마 꿈이 의식의 위세를 누르고 상대화하기 때문일 것이다. 꿈은 자아가 지닌 관점의 틀을 바꾼다. 즉, 자신이 전능하다는 자아의 환상을 부정하고 가능성을 보는 우리의 시야를 확장한다. 다양한 가능성이 넘치는 무의식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꿈은 우리로 하여금 약동하는 생의 신비에 눈뜨게 한다.

-「7장. 꿈 작업을 통해 무의식과 교감하다」중에서


‘영원한 아이’는 기운을 북돋고, 기발하고, 실험적이고, 낙관적이며, 이상주의적이고, 장난기 많고, 창의성이 넘친다.

어떤 이들은 젊음의 열정을 소위 책임감이라는 것과 맞바꾸어 보수적이고 방어적이며 경직된 삶, 다시 말해 ‘영원한 아이’의 창의력을 저버린 삶으로 자진해 들어간다. 나이가 지긋해지면서 과도하게 건강에 신경 쓰거나 좀스러워지거나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게 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영원한 아이’가 활동을 멈춰버리면, 우리는 완고하고 독단적이며 비판적이고 권위적인 사람, 법과 틀과 안전에 매인 이른바 ‘꼰대’가 돼버리고 만다.

-「8장. 내 안에 존재하는 ‘영원한 아이’ 깨우기」중에서





인간 의식이 경험하는 모든 것은 대극의 형태를 띤다. 선과 악은 모순적인 대극이 아니다. 서로 상대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며 둘 다 필요하다. 깨달음의 길로 들어서려면, 삶을 모순의 연속으로 보고 의무적으로 싸우는 대신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운명으로 껴안아야 한다. 자아를 어딘가로 보내라는 얘기다. 자신의 권한과 자유를 운명에 쏟으면 분열된 세상의 끊임없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불안을 없애려면 그저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면 된다.

-「9장. 분리된 삶을 하나로 통합하라」중에서


지금 시작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 온전한 존재로 향하는 첫발을 내디뎌라.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그림자를 의식 차원의 세상으로 데려와야 한다. 대극을 인지하고 통합해야 한다. 통합을 이루기 전에는 자신이 만든 문제를 해치우려 애써봤자 더 많은 문제만 낳을 뿐이다. 끈끈이 덫에 걸린 파리는 벗어나려 몸부림칠수록 덫에 더 달라붙는 법이다. 각자 삶의 특수성을 외면하거나 초연해지려 애쓰기보다 그것을 꿰뚫어 보게 될 때 우리는 온전한 존재로 한 걸음 더 다가선다.

-「10장. 온전한 존재가 된다는 것」중에서





추천의 글을 쓴 정여울 작가는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존슨을 “융 심리학을 가장 쉽고 재밌게 안내하는 학자, 융 심리학의 다정한 안내자이자 고통받는 사람들의 따스한 멘토”라고 소개한다.

그 소개말에 걸맞게 저자는 융 심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스 로마 신화 중 쌍둥이별의 전설인 카스토로와 폴룩스 신화를 차용해 흥미를 돋우기도 하고, 그림자 때문에 고군분투했던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다양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림자와 대면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융이 그림자로 고통받고 있는 내담자들을 위해 개발한 상징 의식, 적극적 상상 기법, 꿈 분석법 등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어서 독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융 심리학 책과 달리 굉장히 실용적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책의 도입부에 있는 검사지를 통해 독자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편향된 부분이 무엇인지, 스스로 내팽개쳤거나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가능성이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확인해볼 수 있게 하고, 매 장이 끝나는 부분에 혼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열 가지 그림자 대면 훈련법을 정리해 넣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