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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 - 삶의 진정한 의미를 던져주는 60가지 장면
정재영 지음 / 센시오 / 2020년 7월
평점 :
독자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분들이 "그럴 리가?" 하면 앞의 말을 다소 수정한다. '내 죽음'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그러나 엄밀히 되돌아보면 딱 한 번 '내 장례식장'을 생각해볼 기회는 있었다. 지금껏 살아온 것을 되돌아보지 말고 "어떤 죽음을 원하는가"를 생각하라는 어느 책을 읽고서다.
그래서 내 장례식장을 떠올려봤다. 식장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을 상상해본 것이다.
우선 장례식장 규모도 상상해보고 누가 왔는지도 살펴본다. 누가 우는지도 살피고 누가 웃는지도 살폈다. 웃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배우자와 딸 이외에는 우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왜 제대로 살피지 못했을까. 독자는 1시간 후, 혹은 오늘 내 죽음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먼 미래, 30년 후의 죽음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번역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정재영의 신간 『삶의 끝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은 삶을 마쳤거나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아무리 큰 불행도 죽음에 비하면 사소하다. 내가 오늘 밤 12시에 삶이 다한다고 상상해보자. 버릇 같던 근심과 걱정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엄마의 지긋지긋한 잔소리가 그리워지고, 연인의 투정도 그리워지고 다시 예전처럼 누릴 수 없는 소소한 일상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것이다.
대장암에 시달리던 36살 엄마 키틀리는 SNS에 가족과 친구에게 남긴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를 읽을 때면 나는 세상에 없을 거예요. 남편 리치는 모닝 커피를 만들며 습관처럼 잔을 두 개 꺼내겠죠. 딸 루시가 머리띠 상자를 열어도 머리를 땋아줄 엄마는 없을 거예요. 여러분은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이를 닦아주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를 거예요. 제발, 인생을 즐기세요. 인생을 받아들이고 두 손으로 꽉 잡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껴안아주세요.”
불안과 절망, 미움, 두려움은 ‘오래 살겠지’ 하는 착각에서 생긴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30분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당장 다툼과 비난을 멈출 것이다. 그런데 50년을 더 산다고 생각하면 어리석고 나쁜 짓을 하게 된다. 100살 노인에게도 인생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그런데 우리는 1000년을 살 것처럼 행동한다.
저자에 따르면 죽음을 늘 의식하라는 현인들의 충고는 사람들을 절망에 빠지라고 하는 게 아니다. 삶의 진정한 우선순위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진짜 바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결국 죽는다고 생각하면 근심은 대부분 무의미하다. 그러면 우리는 좀 더 용감해질 수 있다.
자신을 삶의 끝에 세워보자. ‘내가 사는 이유는 뭘까?’ ‘나한테 가장 소중한 것은 뭘까?’라는 난해한 질문에 대해 빛처럼 빠르게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 앞에까지 간 사람들의 회고, 죽음을 앞두고 남긴 유언들이라고 하니 선뜻 독서가 내키지 않는다.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마음을 보게 될까 두려워서이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될까 겁이 난다.
'죽음'에 대해 그렇게 두려움을 갖고 있으면서 또 관심이 없는 건 왜일까.
나도 언젠가 죽게 될 것을 알지만 미리 준비하고 싶진 않아서일 거라고 추측한다. 앞으로 남은 삶이 온통 죽음에 맞춰지는 것도 원치 않아서이다.
이 책은 삶의 끝에서 쓴 유서와 죽음의 고비 이후 쓴 회고담 200여 편을 상황별 60가지 장면으로 엄선해 소개한다.
다시 삶으로 돌아온 이들은 "삶의 끝을 앞두면 모든 불행은 도토리가 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톨스토이의 말처럼 죽음을 앞에 두면 두려움보다는 현명하고 용감하고 부드럽고 따뜻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것은 죽음 앞에서는 어떤 문제도, 감정도 다 작은 것이 돼버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생이 곧 끝난다는 걸 기억하고 현명하고 기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 떠나는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47p)
이 책에는 호스피스 병원의 간호사가 환자들에게 '삶의 끝에서 후회한 것들'에 대해 물어본 내용이 나온다. 정리해보면 5가지로 나뉜다.
1. 원하는 삶을 살지 않은 걸 후회한다.(자기의 뜻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온 것을 후회한다)
2.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을 후회한다.(대부분 많은 남성들이 이에 해당한다)
3.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4. 친구를 그리워하게 되고, 연락을 끊은 것을 후회한다.
5. 행복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사람들에 따라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일상에서 보통 거의 매일 겪는 일에서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삶은 끝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죽음이다. 죽지 않는다면 삶은 무의미로 가득 차게 된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영생'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영생을 꿈꾸지 않을까?
현실에서 영생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도 종교를 갖는지도 모르겠다. 죽지 않는다면 현재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내일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죽음을 염두에 두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해보게 됐다.
인생은 깨지기 쉽고 소중하며 또 예측할 수 없다고, 하루하루가 선물이라고 하는 우리가 종종 들어보았을 상투적인 말들이 책을 읽다 보면 새삼 가슴에 사무치게 느껴진다.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 이것은 아주 중요한 말이다. 우리가 곧 불가피하게 죽는다는 사실을 마음에 담으면 삶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30분 후에 죽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30분 사이 사소한 일이나 바보 같은 일 그리고 무엇보다 나쁜 일을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마 당신은 죽기 전까지 50년이나 남았을 수 있다. 그런데 50년과 30분이 뭐가 그렇게 다른가?" (톨스토이)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영원히 살지 않는다. 그 사실을 자꾸 잊어버릴 뿐이다.
'죽음'이 가까이에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갖고(늘 죽음을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되지만) 생활 속에서 간간이 느끼는 행복과 사랑, 따뜻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잘 포착해야겠다.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죽음 앞에서 후회하지 않도록.
책은 또 감전 사고로 팔다리를 읽은 19살 밀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죽음'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우리는 한 번쯤 우리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지지 않을까.
저자는 사람들과 싸움을 하는 이유는 자부심과 자존심 때문이하고 한다.
독자도 이 말에 동의한다. 내가 저 사람한테 지기 싫어서 싸우게 되는데 조금만 내려놓고 겸손하게 생각하면 싸우고 부정적인 일도 없어질 것이다.
불운했던 사고들과 사람들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래도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들과 평탄하게 살아가고 있고, 가족의 위로와 격려는 직장 일뿐만 아니라 내 삶의 원천이 되고 지속적인 힘이 되기 때문이다.
『삶의 끝에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들』을 읽고 '모든 불행을 생각하기 전에 당장 내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하루를 즐겁게 살아야겠다'고 깨달았다. 100년을 살더라도 오늘 하루만 살 것처럼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은 앞으로의 내 삶에 큰 방향 전환이 될 수도 있고, 잘못 산 부분에 대해 타인을 위해 애쓰는 삶으로 바뀔 수도 있다.
다 읽고 나서 깨달음을 얻으면 비로소 감사한 마음이 들 것이다.
저자 : 정재영
스스로 운 좋은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칭한다. 《남에게 못할 말은 나에게도 하지 않습니다》 《왜 아이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말투를 바꿨더니 아이가 공부를 시작합니다》 등을 집필했는데 행운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며. 저자는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서 인문학 분야 석사학위를 받았고 번역과 글쓰기를 하면서 살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세상 사람들이 삶의 끝에서 쓴 유서와 죽음의 고비 이후 쓴 회고담 200여 편을 상황별 60가지 장면으로 엄선해 소개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거나, 코앞까지 경험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온 이들은 “삶의 끝을 앞두면 모든 불행은 도토리가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준다. 그들이 스스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한 실연, 무능, 가난, 부부싸움, 자식과의 갈등, 소송, 인기 하락, 심지어 테러 속 혼돈도 삶의 끝에 비하면 한낱 좁쌀에 불과했다.저자는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이 돌연 현명해지고 부드러워지는 모습을 수차례 확인하면서 “좌절, 공포, 불안, 막막함 등은 그래도 살아 있으니까 느끼는 감정이다. 잡다한 불행과 삶의 끝을 견주는 습관이 우리의 삶을 밝게 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삶의 끝을 자주 상상할수록 더 행복해지고 평화로워진다고 믿게 되었다. 가령 내가 오늘밤 12시에 생명을 다한다고 상상해보자. 순간 절망과 미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된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현명해질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