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 가는 당신 - 한국가요 100년, 주옥같은 명곡들에 얽힌 이야기
주현미 글, 이반석 정리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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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란 장르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누구나 나이는 먹잖아요. 젊어선 클래식만 들었다던 분들도 나이 먹으니까 트로트가 좋아진다고..."

가수 주현미가 최근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독자는 트로트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의 트로트 열풍은 갈등을 겪던 신구세대간 화합이라고 그 의미를 확대하고 싶다.

트로트는 옛날 세대, 아이돌음악은 신세대의 전유물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아이돌세대가 트로트에 손을 내밀었다.

이에 화답하듯 트로트세대와 가수 등 종사자들은 우리 전통정서에 자신들의 노래 실력으로 합을 맞춰다는 의미 부여를 한다.

그 점이 트로트 애호가로서만 아닌 2020년 대한민국 현재를 살아가는 보통 정서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트로트 열풍을 평가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도 『추억으로 가는 당신』을 펴낸 주현미의 역할은 매우 크다.

2018년 유튜브 채널 '주현미 TV'를 개설, 한국 트로트사(史)의 아카이브를 구축해온 그가 유튜브 콘텐트와 자신의 음악인생을 정리해 에세이를 펴냈다.

가수 주현미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넘친다. “사연 속 노래를 ‘트롯신’ 주현미의 목소리로 들려드립니다.”

대한민국 가요계의 살아 있는 역사 주현미. 그녀는 최근 ‘SBS 트롯신이 떴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트로트의 여왕임을 입증했으며, 유튜브 채널 ‘주현미TV’에 올린 전통가요 영상들이 조회 수가 2,000만을 돌파해 현재 트로트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추억으로 가는 당신』은 가수 주현미가 한국가요 100년 사를 노래하고 자신의 음악 인생을 들려주는 첫 에세이다.

음악 오디오와 글이 결합된 최초의 책으로, 책 속 QR코드를 찍으면 책을 읽으면서 명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요즘처럼 스포트라이트를 안 받았을 뿐, 그동안도 늘 트로트 공연을 찾아오고 응원해주신 팬들이 많았다"고 주현미는 말한다.

최근의 트로트 열풍이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는 믿음과 자부심을 내보인다.

1985년 '비 내리는 영동교'로 데뷔,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잠깐만' 등의 히트곡을 내며 '트로트의 여왕'으로 35년 노래 인생을 이어온 그답다.

첫사랑이 떠오르는 노래, 청춘이 생각나는 노래,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흥얼거리던 노래…. 옛 노래는 지난 세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부르지 않으면 잊히는 옛 노래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웠던 사람. 대한민국 가요계의 산증인이자 살아 있는 역사인 주현미는 정통 트로트의 계보를 이어오며 전통가요를 보전하기로 결심한다.





불후의 명곡들을 골라 가사를 복원하고,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대중으로부터 신청곡과 사연들을 받기도 했다.

기타와 아코디언으로 꾸민 단출한 반주에 주현미의 청아한 음색이 더해지니 다시 불린 옛 노래들은 반응이 뜨거웠다.

유튜브 ‘주현미TV’에 일주일에 2번씩, 1년 반 넘도록 꾸준하게 올린 가창 영상은 작품마다 댓글이 1,000개 가까이 달리고 전체 조회 수가 2,000만을 넘었다. 그렇게 수집한 노래들이 어느덧 100여 곡, 그 자체로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었다.

이 책의 특장점은 주현미가 데뷔 35주년을 맞이해 ‘비 내리는 영동교’,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추억으로 가는 당신’ 등 히트곡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최초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녀가 중학생이던 시절 청계6가에 위치한 오아시스레코드에서 노래 연습한 이야기, 남대문시장의 리어카 사장님에게 ‘쌍쌍파티’ 수록곡을 불러준 사연, 고운봉, 한복남, 최숙자, 백설희 선생님과 무대 뒤편에서 있었던 일화, 데뷔 후 10년간 첫 휴식기를 가지면서 했던 고민들, 오늘날 가수 주현미가 있도록 도와준 남편과 백봉, 김영광, 정주희 선생님들과의 추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전통가요는 개인의 추억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6.25전쟁, 8.15광복 등 대한민국의 굵직한 역사를 담아내며 오랜 시간 발전해왔다.

주현미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옛 노래와 그에 얽힌 사연을 읽고 더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한다.

“이제 ‘주현미’의 노래가 아니라 ‘여러분’의 노래가 되어 함께 감상하고 따라 불렀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대로 책에는 원곡 가사 전문과 노래 50곡이 수록되어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주현미의 노래 50곡이 수록된 QR코드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노래도 감상할 수 있다.

주현미라는 음색 독특하고 개성있는 가수가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이 지나도 우리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 한이 서린 애환 속에서 즐겨 듣고 불후의 명곡 50곡을 엄선했다. 사연 속에 노래와 글을 읽고 나면 QR코드를 통해 생생하게 주현미TV 영상으로 다시 듣을 수 있다. 책과 노래를 한꺼번에 생생하게 읽고 즐길 수 있는 도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첫 순서로 누구나 첫사랑의 아련함과 젊은 청춘처럼 '청춘은 봄 맞더이다'

첫 곡으로 1953년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라는 노랫말처럼 책에 소개된 주현미TV 구독자의 사연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과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떠 오른다"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 장터에 나가신 어머님을 기다리면서 부르던 노래로 오래 전 고국을 떠나 멀리 호주에서 살면서 한소절 한소절 고향을 그리워하며 위로를 받고 불렀던 노래라는 사연과 함께.

노래의 모티브가 된 유래는 가사를 쓴 손로원의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사별하고 아들의 방랑을 이해하면서도 아들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결국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남긴 말이 모티브가 되었다는데 "로원이 장가 드는 날 나도 연분홍 치마와 저고리를 장롱에서 꺼내서 입을 거야. 내가 열아홉 시집 오면서 입었던 그 연분홍치마와 저고리를..." 눈물이 핑 돈다. 그렇게 쓰여진 가사라는 점을 알고 들으니 더욱 애가 끓는다. 아프고 한이 승화된 노래말이 구슬픈 음색의 주현미가 들려주는 노래에 몰입도도 높아지고 종내 독자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나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다.





루마니아 작곡가인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작곡인 '사의 찬미'. 원곡은 제목이 '도나우강의 잔물결'로 힘찬 행진곡과 팡파르 곡으로 작곡됐다고 한다. 1880년도 4분의3 박자의 왈츠 행진곡을 1926년도 윤심덕에 의해 느린 템포의 비극적인 느낌으로 바뀌었다. 일제 강점기 아래 우리 민족의 심정으로 암울했던 감정과 딱 맞아 떨어져 지독하고 치명적인 사랑의 아픔을 가슴 먹먹하게 전했다. 독자도 한때 이 노래를 많이도 불렀음을 고백한다.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곳 그 어디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절망적인 일제 강점기에 흙먼지 휘날리는 망망대해 드넓은 들판에 거칠게 달려가는 인생살이. 그 시절 목적도 희망도 없이 고통 속에 살아가는 심정 표현이 그대로 전해온다. 마음 둘 데 없는 외롭고 허전하고 험악한 삶을 살아낸 우리 민족이 표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바다처럼 과연 사람들이 그리고 찾으려고 애태우던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윤심덕과 유복한 가정의 김우진이 일본 시모노세키를 떠나서 부산항으로 오는 배 위에서 망망대해 현해탄으로 몸을 던져서 자살했다는 비극적인 사실이 두 사람의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시대적 아픔이 겹치면서 슬픔과 분노가 가슴에 쌓이기도 한다. 이 노래의 히트는 역설적으로 그 시절 콜롬비아 레코드사와 빅터 레코드사가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음반 산업을 이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주옥 같은 노래말 속에 우리가 몰랐던 사연과 눈물과 사랑과 이별이, 그리움과 추억과 원망 속에서도 전해졌다는 사실은 우리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그런 시절을 견디며 버티고 살아낸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되고 앞날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자신은 아니더라도 좀 더 좋은 세상이 와서 자식들이, 후손들이 잘살 수 있다면 지금 자신들이 겪는 고통은 고통이 아니고 보람 있는 삶이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스며들어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오랫동안 함께 부르며 격동의 세월을 살아낸 노래들이 얼마나 우리 삶에 보탬이 됐나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주현미의 책 펴낸 동기도 트로트 정리와 그런 정신을 밝히고 남겨야 한다는 가수로서의 사명감이 발단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트로트의 여왕'이라는 칭호가 노래만 잘 부른다고 붙여지는 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도 강하게 든다. 이 책은 좋아하는 트로트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자 더 좋아하게 되고 '그렇게 깊은 뜻이 담겨 있구나' 하는 인식을 하게 돼 큰 보람이다. 앞으로 트로트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저자 : 주현미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듣고 곧잘 따라 불렀다. 11살에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MBC 이미자 모창대회에 출연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1975년 중학교 2학년 때 작곡가 정종택에게 노래 레슨을 받으며 가수를 꿈꿨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학업에 집중한다. 중앙대 약대를 졸업하고 약국을 개업해 운영하던 중 흘러간 히트곡을 녹음한 앨범 ‘쌍쌍파티’를 내며 가수로 데뷔한다. 당시 하루 평균 1만 장이 넘게 팔리며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다. ‘비 내리는 영동교’(1985)와 ‘신사동 그 사람’(1988), ‘짝사랑’(1989), ‘잠깐만’(1990)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당대 연말 가요시상식 대상 을 휩쓴다. 198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며 정통 트로트의 계보를 잇고 있다. 데뷔하고 35년 간 정규앨범 19집을 낸 그녀는 명실상부 한국가요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전설이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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