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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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테 링크의 소설 『수사』는 추리소설이면서 심리소설이기도 하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도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하게 잘 표현되어 있다.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좋다. 심리는 얼굴 표정이나 동작 등을 '표현'하기보다는 '묘사'하는 것이 더 실감난다. 독자가 이해하기도 쉽다.

이 소설을 읽을수록 샤를포테 링크의 심리 묘사는 탁월해 보인다. 아마 작가를 추리소설의 대가로 불리우게 하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여성이어서 섬세한 문체가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상황을 표현하는 능력도 돋보인다.

덕분에 소설을 읽어가면서 논리가 없이 막연히 느낌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독자에게는 낭패가 될 듯도하다.

그래도 글의 구성 능력이나 전개 능력이 뛰어나 독자가 조금만 관심 있게 추적하면 범인의 단서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범죄 추리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책이 두꺼워 시간이 좀 걸릴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하룻밤에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잘 읽힌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독일 내에서만 3천만 부가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고 있다.

『수사』는 2018년 슈피겔 지 집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독자들로부터 널리 사랑받았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인간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작중인물들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한편 다양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진 허위와 모순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짜임새 있는 구성, 세밀한 심리묘사,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있는 흡인력 있는 내용 전개는 샤를로테 링크 소설 특유의 장점이다. 거의 모든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되었고, ‘스릴러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큼 현재 독일에서 가장 많은 독자들을 보유한 작가이다.

작가로 활동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일찍이 10대 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심리스릴러, 사회소설, 역사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했다.





강명순 옮긴이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샤를로테 링크의 범죄소설은 사건과 수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작중인물들의 감정과 심리변화를 세밀하게 추적하는 가운데 흥미로운 추론과 분석, 허위와 진실의 대비를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와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한다.

샤를로테 링크의 범죄소설에 등장하는 수사관들은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날카로운 추리를 뽐내거나 뛰어난 액션으로 범죄자들을 혼쭐내는 민완형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허점 많은 인물, 지질하고 속물적인 갈등에 매몰되어 있는 인물, 고뇌에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들이고, 그들이 범죄 해결을 위해 분투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샤를로테 링크는 인간의 내면을 형성하는 심리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다. 사람이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이기심과 욕망에 사로잡혀 범죄의 유혹에 휩쓸리기도 한다. 살아가는 동안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상처와 실패가 축적되고, 저마다 겪은 체험에 따라 삶을 대하는 시각과 태도가 다양하게 표출되기 마련이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은 대부분 힘겨운 삶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주어진 생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지만 번번이 좌절을 겪는 사람들, 거듭되는 실패로부터 탈출하길 바라지만 결국 현실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사람들, 선을 추구하며 살아왔지만 한순간 잘못된 판단으로 범죄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람들이다.





샤를로테 링크의 범죄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을 토대로 하고 있고, 범인이 누구인지보다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원인, 인간의 내면을 채우고 있는 욕망과 집착, 불안과 공포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들이 지난날 어떤 경험을 통해 내재화되었는지 치밀하게 추적하고 분석하는 방식을 통해 각각의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해준다. 작중인물들의 어떤 경험이 고통과 상처로 각인되고, 분노와 증오심을 키운 원인이 되었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흥미롭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을 읽다보면 공감능력과 균형 감각, 이해심과 배려, 용서와 화해가 인간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오해와 편견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가하고, 헤어나기 힘든 고통과 절망을 안기는지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샤를로테 링크는 독일 작가이지만 주로 영국을 무대로 하는 작품을 많이 쓰는데, 『수사』 역시 영국의 스카보로가 주요 배경이다.

스카보로에서 열네 살짜리 소녀들이 실종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헐에 사는 할머니 집에 갔다가 스카보로의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기차를 놓친 이후 종적이 묘연해진 한나 캐스웰 실종사건을 시작으로 고원지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스키아 모리스 사건, 엄마와 마트에 갔다가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서 기다리던 중 돌연 사라진 아멜리 골즈비 사건은 스카보로 지역사회를 큰 혼란과 공포에 빠뜨린다. 엄마가 잠시 장을 보러 간 사이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기다리다 사라진 아멜리 골즈비 사건은 가출일까, 누군가에게 납치된 걸까? 고원지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스키아 모리스 사건과 아멜리 골즈비 사건은 별개의 사건일까, 동일범이 저지른 연쇄납치사건일까?

4년 전 최초로 발생한 한나 캐스웰 사건과 두 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연쇄실종사건의 공통점은 범인이 열네 살짜리 아이만을 노린다는 것이다.





스카보로경찰서 강력반의 케일럽 헤일 반장이 동료 형사들과 수사에 나서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언론에서는 연쇄납치범에게 ‘고원지대 살인마’라는 말을 붙여주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변변한 단서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찰 수사를 압박한다. 개인적인 이유로 고향인 스카보로에 내려와 있던 런던경찰국 소속 형사 케이트 린빌이 비공식적인 단독수사에 착수한다. 케일럽 헤일 반장과 케이트 린빌은 샤를로테 링크의 전작 『속임수』에도 등장했던 형사 콤비이다.

원칙적으로 하자면 관할이 아니라서 수사에 개입할 권한이 없는 케이트 린빌은 공식적인 수사팀과 다른 시각과 방향에서 수사를 펼친다. 공식적인 수사 책임자 케일럽 헤일과 비공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케이트 린빌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견제하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매진한다.

수사선상에 오른 용의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천차만별의 경험과 이력을 가진 인물들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풍성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대부분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지질한 인물들이다.

『수사』에서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는 심리기제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집착이다. 누구나 사랑을 한다고 믿는다.

스토커도, 사이코패스도, 정신질환자도 나름 사랑을 한다고 말한다. 인간의 욕망과 집착은 사랑의 변이인가?

『수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구조에서 각자의 욕망과 집착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샤를로테 링크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수사』 역시 분량이 많지만 일단 책을 손에 들면 흥미진진한 전개에 끝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된다. 사건 자체보다는 작중인물들의 심리변화에 천착하는 작가의 깊이 있고 섬세한 묘사는 독자들이 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감정변화를 따라가다 보면 작중인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 의심과 시기, 절망과 분노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이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전개되는 스토리의 끝에서 독자들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반전을 접하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영국 북부 해안도시 스카보로를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주변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상처와 증오심이 어떤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그리고 있는 『수사』는 샤를로테 링크가 빚어낸 또 하나의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바다로부터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알라드의 집은 창문틀이 낡고 오래 되어 외풍이 심했다.

캐롤은 주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어찌나 공기가 차가운지 화들짝 놀랐다. 팻시는 짜증난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고, 말론은 식탁 의자에 앉아 멍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린 아무것도 몰라요.”

팻시가 가스레인지에 기댄 자세로 말했다. 그녀는 절대로 의자에 앉지 않았다. 제발 오래 머물지 말고 돌아가 달라는 나름의 압박이었다.

“저도 상담하면서 알게 된 맨디의 몇몇 지인들을 찾아가봤는데 다들 행방을 모르더군요. 맨디는 분명 누군가의 집에 있을 거예요. 날씨도 몹시 추운데 몇 주 동안이나 길거리에서 노숙할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수중에 남아 있는 돈도 없을 테고, 팔에 화상까지 입었어요.”

“뜨거운 물이 좀 튀었을 뿐인데 화상이라니요?”

팻시가 즉각 반박했다.

캐롤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당신은 딸이 걱정도 안 되나 봐요?”

“대체 내가 뭘 어쩌라고요? 맨디는 제 발로 걸어 나갔어요. 우리 집 현관문은 항상 열려있으니까 원한다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어요.”

캐롤이 생각하기에 맨디는 집으로 돌아오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 같았다.

“사스키아 모리스라는 아이가 납치됐다가 피살됐어요. 아멜리 골즈비는 납치됐다고 겨우 도망쳤고요. 납치범이 어딘가에서 계속 활보하고 있는데 어쩜 이리 무심하죠?”

“맨디는 영악한 아이라서 절대로 납치범을 따라가지 않아요.”

- pp.186-187





알렉스가 어서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게 데보라의 생각이었다. 행색이 단정해야 일자리를 구하는데 도움이 될 듯해 옷을 사주었다. 무슨 수를 쓰든 그를 취직시켜야 했다. 그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계속 기대려고 할 테니까.

알렉스는 오후 늦게 헐에서 면접이 예정돼 있었다.

“건축회사 사무직 일자리인데 그런 분야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문외한이긴 하지만 그냥 면접을 보기로 했어요.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나오길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게다가 헐은 스카보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조금 망설여지긴 하네요.”

데보라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렉스가 그 일자리를 얻게 되면 헐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차를 구입하더라도 날마다 헐까지 출퇴근하는 건 불가능했다. 알렉스가 이번에는 제발 취직해 멀리 사라져주길 간절히 바랐다.

“내가 헐까지 데려다줄게요.”

그런 다음 알렉스를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를 손질하게 하고, 상가를 몇 바퀴나 돌며 비싼 옷을 사주었다.

알렉스는 번번이 분에 넘치는 호의를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며 거부의사를 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은 셈이었다.

데보라는 왠지 그가 입 꼬리를 올리고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는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내심 이 상황을 즐기는 눈치였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새 옷을 구입하게 되어 기분이 좋은 건가? 제이슨의 예상대로 상대의 부담감을 이용해 얹혀살기로 작정한 게 분명했다. 알렉스의 요구는 앞으로도 끝이 없을 것이다.

- p.225





케이트는 노트북을 켜고 이름을 적었다. 라이언 캐스웰과 데이비드 채플랜드.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몰랐지만 만약 수사 담당자라면 그 두 사람에게 승부를 걸고 싶었다.

왠지 그 두 사람을 면밀히 수사해볼 필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케이트는 아멜리가 납치된 직후 케일럽과 대화할 때 한나 캐스웰 사건과 사스키아 모리스 사건, 아멜리 골즈비 사건은 서로 연관되어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동일범이 저지른 납치사건일 수도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케일럽은 시간적으로 너무 차이가 크다며 그녀의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케일럽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겠지만 그녀는 동일범이 저지른 범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련의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라면 한나 캐스웰 사건이 시작이었을 수도 있었다.

케이트는 수사할 때 최초의 발단 지점으로 돌아가는 걸 선호했다. 그래야만 수사에 일종의 구조가 형성되었다.

최초의 범행은 범인의 범행동기를 알아내는 데 용이했다.

- pp.238-239





저자 : 샤를로테 링크


1963년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태어났다. 작가로 활동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1985년《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현재까지 독일 내에서만 3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호평 받았다.

독일에서는 ‘스릴러의 여왕’이라 불리며 높은 인기와 명성을 구가하고 있고, 다수의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인간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로 인간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한편 다양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진 허위와 모순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은 스릴러 마니아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2018년 작 《단독수사》는 출간 직후 《슈피겔》지 집계 베스트셀러 1위에 랭크되며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미궁에 빠진 연쇄실종사건을 해결해가는 여형사의 활약과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각별하다.주요 작품으로 《속임수》, 《다른 아이》, 《죄의 메아리》, 《폭스 밸리》, 《숭배자》, 《착각》, 《침묵의 끝》, 《낯선 손님》, 《섬》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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