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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과 비 1 - TV조선 드라마 <바람과 구름과 비>의 원작소설!
이병주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20년 5월
평점 :
TV조선에서 <바람과 구름과 비>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지난 5월부터 방영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드라마다.
이병주 작가의 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1977년 2월 12일부터 '조선일보'에 연재된 소설로, 이후 10권의 단행본으로 엮었다.
KBS-TV에서 1989년 10월 9일부터 1990년 3월 29일까지 50회에 걸쳐 극화 방영됐다.
소설과 드라마는 모두 정식으로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은 인물, 허구의 인물인 최천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최천중은 "조선 말 허위 장군에게서 구하였으며 특히, 10권 이후에서는 허위를 삼전도장 출신의 인물로 등장시켜 의병활동의 중심을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가 모델로 삼았던 허위에 대해 살펴본다.
이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신용하 교수가 쓴 '허위와 의병활동'(「한국 근대사와 사회변동」)에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허위는 구한국 때의 의병장으로 호는 왕산이며 경북 선산 출생이다.
유가 명문에서 태어나 7세 때 시를 지을 줄 알았고 16세 때 제자백가에 통달하였으며 '육도삼락', '손자병법' 등도 탐독했다고 한다.
1899년 관직에 나아가 영희전 참봉, 소경원 봉사, 성균관 박사, 중추원 의관 등을 거쳐 1904년 오늘날의 대법원장 서리에 해당하는 평리원 서리 재판장이 되었다.
그는 특히 이 기간에 장지연 등과 친교를 맺으면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수구를 해서는 안되고 자주적 개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신학문을 공부하였다. 요즘 말로 하면 양반집 자식이며 지식인이고 개혁진보적 인물이다.
작가 이병주는 일제강점기인 1921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마흔네 살의 늦깎이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이래 한 달 평균 200자 원고지 1천 장, 총 10만여 장의 원고에 단행본 80여 권의 작품을 남긴 그는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일관한, 프로페셔널리즘이 철저하게 몸에 밴 작가였다.
진주중학교에서 민족의 자존심을 짓밟는 식민지 교육에 반발하고 저항하는 학풍 속에서 정신을 키운 이병주는 일본 유학을 떠나 메이지대학 문과를 졸업하고 와세다대학 불문과에 다니던 1944년 학병으로 소집되어 중국 쑤저우蘇州의 일본군 수송대에 배치되었다가 일제 패망 뒤인 1946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1948년 진주농과대학과 해인대학(현 경남대학)에서 영어, 불어, 철학을 강의했다.
1965년 중편 〈알렉산드리아〉를 《세대》에 발표함으로써 등단했다. 대표작으로는 《관부연락선》
《지리산》 《산하》 《행복어 사전》 《소설 남로당》 등이 있다. 1977년 중편 〈낙엽〉 〈망명의 늪〉으로
한국문학작가상과 한국창작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84년엔 장편 《비창》 으로 한국펜문학상을 수상했다.
1992년 《소설 제5공화국》 집필 중 지병으로 타계했다.
"이병주 문학은 '역사가 생명을 얻자면 소설의 힘, 문학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작가적 신념의 소산이다. 대표작《바람과 구름과 비碑》《지리산》《산하》《그 해 5월》등이 그런 신념하에 씌어졌다. 그 가운데 특히 《바람과 구름과 비碑》는 민족의 앞날이 어두웠던 한말을 배경으로, 난세를 사는 시민들의 '기막힌 공화국에의 꿈'과 희망을 탁월하게 형상화함으로써, 회한의 민족사에 뜨거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문학평론가 이어령의 《바람과 구름과 비碑》 작품론이다.
철종 14년 권문호족은 춘흥에 취하고 백성은 춘궁에 곯아 졸고만 있는 을씨년스런 봄. 훗날 대원군이 되는 이하응이 야심을 감춘 채 장동 김문 일가의 문전을 전전하며 유랑걸식을 하고 있던 시기다.
소설의 주인공 관상사 최천중은 곧 망하게 될 조선 왕조의 왕권을 이어 시대의 모순을 혁파하고 새로운 왕국을 세울 자식을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관상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던 그는 주류의 시각으로 보면 세상으로부터 일탈한 존재이다. 화려한 언사로 권문호족의 마음을 홀려 재산을 훑어내고, 천하를 도모하고자 ‘삼전도장’이라는 근거지를 마련하여 전국의 각양각색 인재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 첫 걸음은 자신의 사주를 바탕으로 절호의 상대를 만나 왕재(王才)를 만드는 일이다.
어느 날 여주 신륵사에 불공을 드리러 온 부인을 보고 그 여인이 바로 왕재를 품을 사람임을 알아보면서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최천중은 왕씨 부인에게 반하여 그 뒤를 밟는다.
부인의 남편인 왕덕수는 호학하는 선비로 입신 대신 책 읽는 일을 즐기는 덕 있는 사람이나 자식을 두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천중은 왕덕수의 상에서 자식운을 읽지 못하지만 그에게 곧 후사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하면서 왕덕수의 마음을 산 후 술에 최면제를 섞어 먹인 후 부인의 방으로 들어간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최천중은 기생 여란과 대비의 사촌인 정씨 집에 들러 정계와 세간의 이야기를 모은다. 이렇게 얻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세도가 김홍근과 흥선군 이하응을 찾아 관상을 보아주며 돈을 벌기도 한다.
그러나 이하응은 자신의 아들을 두고, 야심을 품고 있음을 최천중이 읽고 말해주자 그를 제거하려 한다.
최천중은 장안의 인심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점쟁이들이란 사정을 파악하고 여러 점쟁이를 찾아다니던 중 황봉련과 만나게 된다.
황봉련은 억울하게 죽은 어미의 한으로 합을 행할 경우 남자를 죽이는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나, 이하응에게서 화를 입고 구철룡의 집으로 숨어들어 스스로 왕이 되기보다 목숨을 건진 최천중을 보살펴주다 정을 통하게 된다.
역사에 조연은 없다. 모두가 저마다 인생의 주연이다.
이병주의 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碑》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 최천중 휘하에 모여드는 이들은 하나같이 혁명가 기질을 품고 태어났다.
하룻밤 자고 나면 권력의 풍향이 뒤바뀌는 난세에 역모나 사화에 연루되어 일문이 떼죽음을 당하면서 천재일우로 혼자 살아 남았거나, 천주학 혹은 동학에 연루되어 다른 식구들은 죽고 혼자만 목숨을 부지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천중은 조실부모했으나, 천행으로 외가에 살면서 서당에 나가 공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분사회인 조선에서 는 결코 출사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 길로 공부를 접는다. 18세 되던 해에 산수도인을 따라가 10년간 명산승지를 돌아다니며 관상술과 점술을 익힌다. 그 후 속세로 나온 최천중은 나라의 기운이 쇠하고 있음을 명찰하고, 이상국가를 세울 계획으로 재물을 모으는 동시에 천하의 인재와 기재들을 품어 안는다.
최천중과 기이하고도 절박한 남녀의 인연을 맺은 뒤 그의 절대적인 조언자 겸 조력자가 된 황봉련 역시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여인이다. 그 외에 등장하는 소설 속 수많은 인물들은 다들 저마다의 기구한 사연을 지닌 채로 최천중의 대의에 합류되어 간다. 이렇게 주변의 인물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려는 한마음으로 일어서는 것이 《바람과 구름과 비碑》의 중심 서사이다.
나의 운명은 내가 지배하리라
“덩굴나무가 아무리 컸기로소니 정자나무가 될 순 없으나, 덩굴이 정자나무를 만나기만 하면 그 정자나무를 타고 그 크기만큼은 올라갈 수 있을 것 아니겠소. 덩굴나무가 정자나무를 타고오르듯 나는 내가 만든 용의 꼬리를 잡고 하늘에 오를 작정이오.”
2권에는 다른 지역을 돌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담겨 있다. 최천중이 큰 그림을 머리에 꿈꾸며 그리고 있다.
1권에서는 왕재를 가질 수 있는 마땅한 여자를 골라서 임신하게 만들고, 왕재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하니 여기저기에서 관상사로 일하면서 돈을 많이 번다.
땅을 여러 군데에 많이 사놓는데, 2권에서는 그 토지의 주인으로서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살펴본다. 그러면서 생기는 일을 풀어나간다.
사실 1권이 재미있어서 몰아치듯이 순식간에 읽어나갔기에, 2권에서는 약간의 숨고르기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2권 또한 속도를 내어 몰아치기를 해서 읽었다. 그만큼 재미있고 몰입도가 뛰어나다. 그런 소설이기에 오랜 기간 살아남으며 출간되고 드라마로도 제작되는 것 아니겠는가. 저자의 박식하고 풍부한 표현력 앞에서 감탄한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문장들이 나오지만 어렵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이병주만의 글솜씨라는 생각이 든다.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이 책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특히 옛글이 조미료처럼 가미되어 읽는 맛을 깊게하는 묘미가 있다.
스토리도, 등장 인물도 매력적이어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작가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서 소설 읽는 맛을 제대로 누리기를 바란다.
일을 꾸미는 게 문제가 아니라 성사시키는 것이 문제다
“세상 온갖 꽃이 다 다르지 않은가. 모란꽃이 재상의 꽃이라면 호박꽃은 서민의 꽃이 아닌가. 하나의 집을 꾸려나가는 데에도, 위에서 두령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만 측간을 치우는 천업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2권에서는 본격적인 인물들의 특성이나 심리, 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안목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본격적인 사건의 전말, 사회의 한계,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시작된다. 조선왕조는 철저한 유교국가였다. 기본적으로 양반의 권위가 상당했으며, 신분과 계급에 따른 차이가 확실하게 존재했던 국가였다. 물론 조선말로 갈수록 예전과 다르게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상업이나 예술, 기능인에 대한 차별대우가 계속됐다. 사회를 어지럽히거나 왕조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순간 그들에 대한 응징은 가혹할 수준이었다.
책을 통해서도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데 권위와 의식, 예의와 사대 등 보수적인 모습으로 볼 수도 있고 왕족을 비롯해 권력의 최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국가였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에서 아쉬운 감정이 든다. 이 때문에 뛰어난 인재들이 떠났고, 새로운 형태로 국가와 사람을 구하기 위한 다양한 조직의 발전이 엿보인다. 결국 사람들을 하나로 규합해 큰뜻을 펼치기 위한 방법으로 왕재를 고르는 인물들의 심리나 생각들을 통해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복잡한 사회 구조로 얽히고설켜 있음을 알게 된다.
뛰어난 인물들의 모임, 이들을 하나로 규합해 리드해야 하는 리더십의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모임 등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고 믿었지만 기존의 질서나 사회규범을 수호하기 위한 세력과의 갈등에서 결국 조선왕조는 한계치를 넘어선다. 이제는 사라져야 할 예전의 왕조로 인식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생각 차이는 존재함으로써 결국 우리는 좋은 시기를 놓치며 주변국이나 열강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처지게 된 것이다. 책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한계에 대해 공감한다. 소설적 기법을 통해 만약 이들이 원했던 방식으로 변화가 일어났다면 전혀 다른 역사적 결과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소설이나 사극에서 작가가 말하는 약간의 변화, 추상적 의미에 열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미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책이라 드라마와 책을 함께 본다면 인물들의 긴장감이나 뛰어난 심리 묘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시대상과 사회모습에 대한 비판 속에서 뛰어난 인재는 시기를 불문하고 존재하며, 이를 알아보는 안목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왜 중요한지 책을 통해 종합적인 관점으로 지켜볼 수 있다. 바람과 구름과 비, 2권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사건과 역사에 대한 인식도 함께 풍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