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아 吾友我 : 나는 나를 벗 삼는다 - 애쓰다 지친 나를 일으키는 고전 마음공부 오우아 吾友我
박수밀 지음 / 메가스터디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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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은 의리와 지조를 중요시한다. 조선시대에는 어떻게 인간으로서 떳떳한 도리인 '의리'를 지키고, 그 신념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지조'를 일관되게 간직할 수 있느냐가 선비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인간이 무절제한 욕망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선비정신이 강조된 것이다.

요즘은 이런 말하면 '봉건적 시대정신'에 빠진 시대착오적 인물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심지어는 '꼰대'라는 비아냥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 세대나 세태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를 그리워하는 것도 아니다. '선비정신'은 우리 민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사회 주도층의 중심 사상이었다는 말이다.

올바른 건 배워야 한다. 그리고 계승해야 한다. 우리 국민을 지탱하고 우리 국민이 수용했던 정신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가 썩어갈수록 선비정신은 빛났다는 점을 재인식한다면 지나친 억지일까.

'자신의 신념과 다르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굽히지 않는다'는 선비정신은 약자들 편에서 부패 권력에 저항한다는 정신도 담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화려하고 값비싼 물건에 매혹된다. 물질적 풍요는 늘 '더'를 원한다.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은 평범하고 작은 것들이다.

하늘에서 우리 세상을 보면 중심과 주변은 동심의 가치를 가진다. 더 귀하거나 더 천한 것이 따로 없다. 이 세상에 사는 인간들이 구별한 차이일 뿐이다.물질적 풍요에 따른, 그것을 누리는 사람들이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늘 부와 권력을 누리는 자들이 안주하려는 인간 본능에 의해 만들어낸 권위의 상징일 뿐이다.

선비들은 멈출 줄 안다. 누리는 게 지나치다면 그들은 스스로 내려놓는다.

조선시대는 안빈낙도(安貧樂道)라고 했다. 가난하고 구차하더라도 도를 즐긴다고 해서 글만 읽는 선비들을 일컬었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이 가난해 궁핍해도 책에서 진리를 탐구하고 도를 배우는 선비들이다.





이런 진리는 공자로부터 비롯된다. 공자가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가르치는 말을 제자들이 후에 책으로 펴낸 것이 《논어》다. 논어는 동양에서는 서양의 성경과 같다. 우리가 고전이라 일컫는 대부분의 책도 공자의 가르침이 원류다.

원류를 계승하고 더 발전시킨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양의 고전'으로 2500년간 이념으로 이어져왔다.

우리 나라는 이 고전들을 우리 사회에 맞게 정치, 철학,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 정착시킨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유교 계승의 유일한 국가라고 지칭되지 않는가.

공자의 가르침은 자신의 수양부터 시작된다. 당시의 사대부층, 우리의 조선시대 양반, 특히 선비들에게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들은 학문, 즉 지식과 수양을 통해 피지배층인 백성(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야 한다는 이론으로 귀결된다.

권력층, 부유층 등 지배층에게 그것을 요구한 것이다. '민심은 천심이다'도 공자의 가르침을 계승 발전시킨 데서 나온 것이다. 국민을 하늘 대하듯 대접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오우아吾友我》는 고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찾은 삶의 지혜를 전하는 고전문학자 박수밀의 인문에세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의 호이기도 한 ‘오우아吾友我’는 ‘나는 나를 벗 삼는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남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 품위와 내 자존감을 스스로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이들이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주변 눈치를 보며 ‘가짜 나’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찾고, 남에게 보이는 나를 통해 행복을 찾는다.

돈에, 관계에, 욕심에 이리저리 치이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놓치기 일쑤다.

이 책은 이처럼 삶의 길목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잠시 멈춤’을 통해 마음을 살피고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는 길로 안내한다.





《오우아吾友我》를 읽는 재미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는 나를 벗삼는다'는 말은 이들 선비들의 꼿꼿함을 읽어낸 저자가 책으로 펴내기 위해 선택한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조선 시대 학자(선비) 박제가, 박지원, 이덕무, 이용후는 삶이 불안할수록 ‘나’에 주목했다.

습관, 삶의 태도, 늙어감, 욕심, 관계 등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사유하면서 ‘나답게 사는 법’을 평생 고민했다.

그 고민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그들은 먼저 복잡다단한 세상과 인간관계에서 조금 물러나서, ‘나를 벗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시간 속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자기만의 방식을 찾았던 것이다.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세속에 굽히지 않고 떳떳하게 살다간 그들의 지혜가 우리에게도 유효한 이유다.




이 책은 사회가 원하는 욕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옛 지식인들이 끝까지 놓지 않았던 공부의 극치(克治), 마음공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에는 저자가 고전에서 선별한 50가지 명문(名文)의 진수가 담겨 있다.

고전의 문장이 전해주는 깊이와 옛글이 갖는 힘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마음이 고요해지고 맑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우아吾友我》는 총 4부로, ‘잃어버린 나를 찾는 길’, ‘삶의 태도를 바꾸는 길’, ‘욕망을 다스리는 길’, ‘당당히 혼자서 가는 길’로 구성되어 있다.

그 네 가지의 길을 통해 인간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를 보는 눈,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보여준다.

공자와 노자, 조선 시대 학자들이 온 몸으로 증명했던 ‘마음을 지키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통찰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더 나아가 ‘나의 주인은 오직 나뿐’이며 다른 누구도 아닌 ‘너 자신이 되어라(BE YOURSELF)!’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많아진 요즘이다. 그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옛사람들처럼 고요히 즐겨보자.

이리저리 휘둘리는 관계 과잉의 시대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면 ‘나를 벗 삼아’ 지낼 수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내게 속했고 나는 나를 벗 삼는다. 이 마음으로 당당하게 살면 그뿐이다.

더 나아가 남들이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 남들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벗어나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자.

지금, 이곳에서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나의 가장 오랜 친구인 ‘나’를 벗 삼아 당당히 살아갈 일이다.

이 세상에 나는 단 한 사람이므로.





눈 오는 새벽 비 내리는 저녁에 좋은 벗이 오질 않으니,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까? 시험삼아 내 입으로 글을 읽으니, 듣는 것은 나의 귀, 내 팔로 글씨를 쓰니, 감상하는 것은 내 눈이었다.

내가 나를 벗으로 삼았거늘, 다시 무슨 원망이 있으랴.(p. 17)

옛날의 나, 어릴 때는 내면이 순수했지. 지각이 생기면서 해치는 것들이 마구 일어났네. 오래 떠나 있으니 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겼네. 이 한 몸 마치도록 나는 나와 함께 살아가리.(p. 32)

달리던 길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제대로 된 길인지를 가만히 돌아보라.(p. 161)

세상은 어차피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을 터. 마음이 통하고 뜻이 맞는 벗이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벗과 교우하되 벗의 좋은 점을 배우고, 나쁜 점을 서로 고쳐주며 올바르게 사는 길이 진정한 삶일 것이다.

우리는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사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중에는 나보다 나은 이를 모델로 삼아 그를 닮으려고 하거나 혹은 어설프게 흉내내거나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남을 흉내내거나 따라하는 건 남의 삶이지 진정한 자기의 삶이 아니다. 이는 자칫 거짓 인생, 거짓 삶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혹은 자기 자신을 속이며 '거짓 나'로 산다. 주변 눈치를 보며 살기도 한다. 또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찾고, 남에게 보이는 나를 통해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돈, 관계, 욕심에 이리저리 치이고 끌려 다니다가 진정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놓쳐 버리는 이들도 많다.

책을 읽는 동안 조선시대 이덕무의 삶이 참으로 멋진 삶이고 고고한 삶이었다고 느낀다. 선비다운 삶이었다.

그는 비록 가난했지만 한평생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좋아하는 글을 써서 마음에 맞는 벗들과 즐겨 보며 후회 없이 살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은 그리 길지 않다. 눈앞의 이익만 좆다간 평생 허덕이며 살 수밖에 없다. 이익이 될 만한 것은 항상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권력만 좇다간 곧 허무함을 느낀다. 진리를 좇아 하루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정진한다면 그는 영원히 사는 방법을 이미 안 것이다.

저자 : 박수밀

한양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연암 박지원의 문예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조선 후기 지성사의 인문정신, 생태 정신과 생태 글쓰기, 동아시아 문화교류를 공부하고 있다. 박지원의 합리적인 이성, 이덕무의 온화한 성품, 박제가의 뜨거운 이상을 품으려 한다.

옛사람의 글에 나타난 심미적이고 실천적인 문제의식을 오늘의 삶 속에서 인문학적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다. 쓴 책으로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18세기 지식인의 생각과 글쓰기 전략』,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 『고전필사』, 『알기 쉬운 한자 인문학』, 『기적의 한자학습』, 『리더의 말공부』(공저) 등이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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