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
줄리아 새뮤얼 지음, 김세은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코로나바이러스로 영국 사회가 침울해져 있을 때 미디어에서 찾아가 조언을 구한 사람이 바로 줄리아 새뮤얼이라고 한다.

영국은 가슴 아픈 일을 겪을 때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바로 그녀인 것 같다.

줄리아 새뮤얼은 부모를 여읜 아이들을 위한 심리치료에 특히 힘쓰고 있으며 'Child Bereavement UK' 설립하여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2015년에는 훈장을 받기도 했다.

심리학적 통찰과 따뜻한 공감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힐러 줄리아 새뮤얼을 찾는 이유이다.

그녀가 쓴 책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내게 알려준 것들》을 읽게 된 동기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고, 관계를 맺기도 하고 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물건 하나만 잃어버려도 속으로 끙끙대는 소심한 독자로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 끔찍한 일이 설마 나에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피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등을 죽음으로 잃어버린다는 것은 일어나서도 안 되고,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는 것은 억지 표현임을 안다.

가뜩이나 소심한 성격에 닥칠 상실감, 좌절감이 무서워 미리 생각하지 않은 것일 뿐이다. 부모님이 가까운 미래에 돌아가실 것을 알면서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은 당연히 잘 지내고 있다.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할머니, 큰아버지 등 가족 중에서도 돌아가신 분이 있다.

무척 슬프고 괴로워 울기도 했다. 슬피 우는 나에게 친척분들은 '그렇게 슬프냐?"라고 되물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부모님이 곁에 계셔서인지 슬픔의 감정이 그리 오래가진 않았다.

같이 살지도 않았고, 충분히 감정을 주고 받은 시간이 적어서인지 할머니나 친척이 돌아가신 슬픔은 잠깐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부모님은 농담이지만 "이젠 니 애비 차례다"란 말씀으로 할머니나 큰아버지에 대한 슬픔을 없애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나 니 곁에 있겠냐"며 혼자 사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하신 어머니도 같은 뜻이었을 것이다.

가까운 친척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더 가까운 부모가 곁에 계셨기 때문에 슬픔을 일찍 추스렸을 터다.

그리고 거기서 내 생각은 더 나아가지 않는다. 오롯이 부모의 죽음은 혼자 받아들여야 한다는 공포 때문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배우자를 잃은 후 심한 고통에 시달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남편과 사이가 좋았던 케일리는 그를 잃은 후 약물 중독과 분노에 흔들리면서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른다.

삶에 대한 믿음을 잃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케일리는 더 나아지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내려놓는다. 달리기, 명상, 일기 쓰기를 병행하고 마침내 남편의 유골을 뿌리게 된다.

이후 케일리에게 애인이 생겼고 역경을 이겨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한결 생기있고 안정적인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그와 달리 스티븐은 27년간 동고동락한 아내와 사별한 후 4개월 만에 새 인연을 만나 활기차게 살았다.

두 사람은 배우자를 잃은 후 반응이 달랐지만 결과는 삶에의 의지를 되찾는 계기로 인해 새로운 삶에 적응하며 살아간다. 다른 반응, 다른 방법이지만 삶에의 의지가 두 사람을 새 삶으로 이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어머니와의 사별을 겪은 맥스 이야기다. 그의 삶은 생할 태도부터 옛 여인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안정적이지 못했다.

치료자인 저자에게 조언에 따라 맥스는 전천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사별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부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여, 공허함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케일리의 사례처럼 운동하기, 웃기, 명상하기 등의 행동 처방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나타나는 분노를 다스리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그리고 화나는 감정을 일기로 기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행동들을 '일일계획표'로 만들어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슬픔이란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자 넘어야 할 산으로만 치부하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슬픔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내 삶에 흡수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

책 속에서 배우자를 잃고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던 케일리가 행동 처방(일기 쓰기와 명상하기, 달리기)을 통해 조금씩 극복한 모습을 보며, 사별의 순간과 살아가는 동안 닥쳐올 여러 가지 일로 무기력해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계기도 된다.

사별을 겪은 친구나 지인들에게진정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방법도 사별의 슬픔을 헤아리고, 사별자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신중한 말과 정직이로 대하며 오래도록 곁에 있어 주는 것이라 저자는 조언한다.

이 책을 읽는다고 사별로 인한 슬픔이 줄어든다거나 쉽게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방법을 안내하는 역할은 충분히 해주리라 생각된다. 줄리아 새뮤얼이 진심과 공감으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했듯,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도 힘든 일(슬픈 일)이 있을 때 공감으로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책에서 소개한 사례와 인물들은 각각 다른 상황과 성향을 지녔지만, 슬픔(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을 찾는 것, 자신을 인정하는 것, 사별을 주제로 한 책이지만 우울증 등 심리적 불안에 휩싸여 있는 사람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와 위안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거나(사별을 앞두고 있거나), 삶에 지친 분들이 읽기에 매우 적합한 책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도록 태어났으며 생존을 위해 타인이 필요하다. 무탈하고 기쁠 때 누군가 함께 있어주기를 원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읽고 슬플 때도 그렇다. 사별한 사람들에게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존재를 꼽아보라고 하면 하나같이 배우자, 부모, 친구, 형제자매라고 답한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 가족에 대한 역할과 의미 그리고 내가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주는 책이다. 그리고 힘겨운 내 삶의 부분을 잘 해쳐나갈 수 있도록 아낌없고 설득력 있는 조언을 전해준다.





여러 사례를 들었지만 치료자로서의 저자는 자신의 역할을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도왔을 뿐이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으로부터 삶의 의지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주로 권하는 방법도 거의 일치한다. 몸 속의 화를 훌훌 털어내는 방법, 운동, 웃음, 명상이나 호흡운동...

이런 훈련들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들이다. 매일 매일 계획을 세워서 일기쓰기, 달리기, 명상과 재미있는 볼거리나 읽을거리 감상하기 등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주는 것들에 대한 장점을 세밀하게 안내한다.

결국 부정적 감정을 털어내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음으로 치유되고 긍정적 감정과 에너지를 다시 회복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저자 : 줄리아 새뮤얼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심리치료사로 30년 가까이 사별의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전문으로 치유하고 있다. 특히 부모와 사별한 아이들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에 대영 제국 훈장을 받았다. 사별의 아픔을 겪는 아이와 가족의 회복을 돕는 단체 ‘CHILD BEREAVEMENT UK’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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