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모리시마 쓰네오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마녀사냥》은 마녀의 역사를 살펴보며 마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변천 과정을 들여다본다.

저자 모리시마 쓰네오는 '중세 유럽의 잔혹사'라 불리는 '마녀사냥'의 본질과 당시 사회 상황을 들추어가며 설명한다.

과학 사상가로 알려진 저자가 왜 마녀사냥에 대해 주목했을까.

자신의 학문 범위를 넘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학자에게 학문의 범위는 없으니까.

중세 유럽의 가장 아픈 점을 이 시대에 재조명했을까라는 단순한 독자로서의 의문일 뿐이다.

저자가 프롤로그를 통해 두 가지 점에 있어서 마녀사냥을 주목하고 있음을 밝힌다.

"잔학한 마녀 선풍은 중세 전기의 암흑시대가 아니라 합리주의와 휴머니즘의 기치를 나부끼던 르네상스 전성기에 휘몰아쳤다는 것, 그 선풍의 최전선에서 이를 부추긴 사람들은 무지몽매한 시전의 백성이 아니라 역대 교황과 국왕, 귀족,

당대 일류의 대학자, 재판관, 문화인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조직적인 마녀재판에 의해 마녀사냥이 이루어진 것은 오로지 그리스도교 국가뿐이며, 이 시기(1600년을 정점으로 전후 3~4세기 동안)로 한정된다는 것-저자는 이는 지극히 특징적인 사실이다고 전제한 뒤 마녀재판의 본질은 결국 이 '지역' 및 '시기'와 결부돼 있다고 주장한다.

독자로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마녀사냥을 오랫동안 주목해 새로운 시각으로 연구하고 찾아낸 자료를 근거로 주장함으로써 마녀사냥에 대한 믿을 만한 연구가 더해져 독자로서 고맙기도 하다.

합리주의와 휴머니즘의 기치를 내걸었던 15~17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서구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마녀사냥의 광풍이 휘몰아친 이유는 무엇인가.

마녀를 신에 대한 가장 큰 죄악으로 여기며 대대적인 마녀재판이 이루어지기까지 어떤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계기가 있었는지 치밀하게 분석한다.

또한 잔혹한 이단심문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과정도 아울러 살펴본다.





밀고, 고문, 자백 강요, 날조된 증거, 잔혹한 처형으로 점철된 마녀사냥.

더구나 이 모든 것을 부추긴 것은 교황, 국왕, 귀족 및 대학자, 문화인이었음은 앞에서 밝힌 바대로이다.

이 책은 마녀로 지목받고 재판을 거쳐 처형까지, 그 무시무시한 현장을 당시 문서 및 무고한 마녀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들여다본다.

당시에 마녀들이 받았던 고문, 판결이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었고, 그 판단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마녀재판을 둘러싼 무서운 진실이 윤곽을 드러낸다.

우선 저자는 마녀사냥의 광풍이 휘몰아친 이유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마녀를 신에 대한 가장 큰 죄악으로 여기며 대대적인 마녀재판이 이루어지기까지 어떤 역사적, 사회적, 종교적 계기가 있었는지 치밀하게 분석한다.

또한 잔혹한 이단심문제도가 뿌리를 내리게 된 과정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마녀재판의 발단부터 발전 및 쇠퇴까지 전개 양상을 살펴보며 유럽 발전의 이면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 400년 동안 마녀로 몰려 희생된 사람의 수는 무려 50만 명에 달한다.

16세기까지는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이루어졌지만 17세기 유럽 전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마녀사냥으로 희생된 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이 시기에 집중되었는데 왜 하필 17세기였을까?

2010년 중세의 마녀사냥을 연구하던 독일 자를란트 대학의 역사학자 볼프강 베링어 교수는 날씨에서 답을 찾았다.

당시 유럽에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인 섭씨 13도보다 기온이 2도나 낮은 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었다.

여름에도 평균기온이 섭씨 7도를 넘지 않아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했고 그마저도 수확 전에 냉해를 입기 일쑤였다.

잉글랜드 템스강의 경우 완전히 결빙된 것은 26차례인데 그 중 절반 이상이 17세기에 발생했다.

영국 해협에는 폭 5킬로미터의 얼음띠가 생성되어 선박 운항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최근의 연구 결과 추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17세기 중반에 태양의 흑점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기온의 하강은 기상 이변으로 이어졌다.





낮은 기온에 홍수와 우박, 돌풍이 계속됐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리게 된다.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아 평균 키가 100년 전에 비해 2센티미터나 줄었으며 여기에 비위생적인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발진티푸스, 장티푸스 같은 각종 질병에 노출된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황폐해져만 갔다.

굶주린 사람들은 자신들과 다르게 풍족하게 지내는 부자들을 점점 질시하게 된다. 그들은 부자들의 식량을 나눠 갖길 원했고 당시 지배층은 그 방법으로 마녀사냥을 이용했다.

그리하여 추운 날씨를 마녀의 탓으로 돌리고 이에 무관한 여인들을 마녀로 몰았다. 마녀로 고발된 여인들은 대부분 돈 많은 미망인이었다.

여인이 부자면 부자일수록 더 많은 식량을 약탈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녀사냥은 유럽 전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마녀를 재판했던 이들은 교황청 소속의 재판관이었지만 이들은 사람들의 광기 어린 마녀사냥을 묵인했다. 돈 때문이었다.





재판관들은 마녀로 몰린 여인의 재산과 토지를 몰수했고 이는 고스란히 교황에게 전달됐다.

희생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교항청은 더 많은 마녀를 만들어내길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판이 열려야만 했다.

때문에 원래는 종교 재판소에서만 이뤄지던 마녀재판을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곳곳에 재판관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민들과 교황청 및 지배자들의 이해관계 속에 마녀사냥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나갔고 수십만 명의 여인들이 비극적인 현실 앞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떠한 과학적인 검증도 없이 그저 일종의 점과 주술적인 일을 한다고 해서 그들을 죽음 속으로 몰아놓은 것은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의 시대 상황과 사람들의 분위기로서는 그럴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앞서 말한 대로 14세기부터 불어닥친 유럽의 마녀사냥은 17세기까지 대략 50만 명의 사람들을 처형대에 올렸다.

마녀가 악의 화신이 된 건 도미니코 수도회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들은 타락하고 부패한 교회를 질타하기 위해 그리스도와 대립된 존재로 마녀를 만들어낸 것이다.

중세의 마녀사냥은 1484년 교황이 ‘긴급 요청’ 회칙을 발표해 마녀가 있다고 한 데 이어, 1487년 도미니코 수도회 성직자 두 명이 ‘마녀의 망치’라는 마녀사냥 지침서를 내면서 본격화됐다.

주술이나 마술을 믿는 민속 신앙은 있지만 실제 ‘마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수사관들과 판사들이 마녀를 쉽게 구분하고 취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쓴 책이다. 이 책에는 "교회에 가기 싫어하는 여자는 마녀다. 열심히 다니는 사람도 마녀일지 모른다"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녀사냥이 가장 극심했던 때는 가톨릭교회가 가장 약했을 때였고 '근본주의의 창궐은 특정 체제에 위기가 닥쳤음을 반영하는 증상'의 하나다.

13세기에 이르러 시작된 자본과 화폐 경제의 성장은 교회 중심의 중세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마녀사냥 이전의 종교 재판은 믿음을 잃어버린 신자들의 회개와 전향을 이끌어내면 족했는데, 이제는 '도무지 알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적'들을 가톨릭교회는 상대해야 했다.

마녀사냥은 권위 또는 권력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폭발할 수 있는 종교적 광기를 드러내는 사건이었다고 한다.

중세의 몰락으로 시작된 근대는 계몽주의와 합리성으로 포장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마녀 프레임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 : 모리시마 쓰네오

1903~1987년. 과학 사상사 전공. 저서로는 『과학 정신의 행보』, 『갈릴레오의 생애』, 역서로는 조지 사튼의 『과학사와 신 휴머니즘』, 『과학의 생명』, 앤드루 딕슨 화이트의 『과학과 종교의 투쟁』, 존 B. 베리의 『사상의 자유의 역사』 등이 있다.

프롤로그-마녀 선풍

제1장 평온했던 ‘옛 마녀’의 시대

1. 마녀의 역사

2. 관대한 마녀 대책

제2장 험악한 ‘새로운 마녀’의 시대

1. 로마 가톨릭교회와 이단 운동

2. 이단 심문 제도의 성립과 발전

3. 이단자와 마녀의 혼재

4. ‘새로운 마녀’의 창작과 마녀재판의 확립

제3장 마녀재판

1. 마녀는 무엇을 했는가

2. 구원 없는 암흑재판

3. ‘죽음의 제전’――대량 처형

제4장 재판 후

1. 마녀의 ’진실 자백’

2. ‘새로운 연금술’――재산 몰수

3. 재판 비용 명세서

에필로그

1. 마녀사냥과 신교도

2. 르네상스의 보수성

3. 마녀재판의 윤리

4. 암흑재판에 항의한 ‘이름 없는 전사’들

후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