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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어 - 당신의 사랑은 아프지 않나요?
요적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4월
평점 :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을 이룬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음속 깊은 울림을 주는 문장이 있다.
'사랑은 물물교환이 안 되니까'다.
첫장의 제목이자 몇 컷으로 이루어진 내용에 붙여진 소제목도 눈에 쏙쏙 들어오고 재밌다.
<마음은 선불이에요> <잘 모르니까 좋아한 거야> 등 제목만 봐도 기억에 남을 내용이 그림과 잘 어울려 술술 읽힌다.
"강렬한 사랑은 판단하지 않는다. 주기만 할 뿐이다."는 마더 테레사가 남긴 말을 곱씹으며 천천히 읽기에 좋다.
많지 않은 짧은 글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을 울리는 명문장으로 이루어졌다.
다 읽고 난 다음에도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간 눈길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작가의 '사랑'에 대한 깊은 사유에 의해 완성된 문장들이라고 생각하니 한 문장도 허투루 읽고 싶지 않다.
익숙한 단어와 일상의 생활과 별다르지 않은 내용에 공감은 높아만 간다.
전작에서 서툰 어른으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들을 동물들의 입을 통해 들려줘 수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 작가 요적이 이번에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벼운 대화 속에서 느껴지는 찌릿한 감동이 있다’는 평을 받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림에세이 《처음 살아보니까 그럴 수 있어》의 주인공 펭귄 ‘포포’와 금붕어 ‘귤’.
이번에는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다시 한번 긴 여행을 떠난다.
짝사랑하던 이의 마음을 얻지 못한 포포는 텅 빈 마음을 부여잡고 우울해하고, 이를 보다 못한 귤은 포포에게 다른 동물들은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며 여행을 떠나자고 권한다.
"계속 가 보자."
"어디로?"
"외로움을 버리러. 그리고, 진짜 사랑을 찾으러."
- 1장 〈마음은 물물교환이 안 되니까〉 중에서(49P)
둘은 여행 중 만난 여러 동물들에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그들의 대답을 듣고 이를 다시 곱씹으며 텅 빈 마음을 치유하고, 조용히 성장해 나간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든 이때, 귀여운 동물들의 여행에 함께하며 잠시 옆에 놓아두었던 사랑을 다시 껴안아 보면 어떨까?
지금, 당신의 사랑은 잘 있나요?
활기차게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려 했는데, 현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몇 달째 이어지는 코로나 펜데믹의 무거운 분위기에 몸도 마음도 지쳐 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랑을 잊고 지낸 이들의 사랑 세포를 깨워줄 책이 절실한 때다.슬프도록 아린 상처가 온 세상에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이제 세상은 더이상 사랑을 기꺼이 나누고 보여주기 힘든 곳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매일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자꾸만 드리워지는 어둠 속에서도 사랑을 하고, 또 받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힘든 때일수록 사랑의 가치는 빛을 발한다. 단순히 연인간의 사랑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 가족, 내 친구들이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사랑의 한 종류고, 더 나아가 크게 다친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이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좀 더 빠른 회복을 위해 직접 나서는 것 또한 사랑이다.
“저는 사랑이 본능이나 욕망의 포장지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만들고 믿게 해주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 2장 〈오직 단 한 명을 위한〉 중에서(82p)
흔한 사랑 이야기만을 담은 다른 사랑에세이들과 달리, 《처음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어》는 보편적인 연인간의 사랑 외에도 더 큰 의미의 사랑 이야기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한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여기에 요적 작가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체가 부드럽게 어우러져 지금 당장 연애나 사랑을 하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도 다친 마음을 복구해주는 힐링 그림에세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인생도 처음, 사랑도 처음인 당신을 위해 모은 생각들
이 책은 진짜 사랑을 찾으러 가는 여행으로 시작해 완전한 사랑이란 과연 존재하는지로 끝을 맺는다. 그 과정에서 펭귄 ‘포포’와 금붕어 ‘귤’은 다른 동물들이, 즉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고 있는지 듣게 된다.
“사랑에 빠지는 건 사랑의 입구에 들어간 것일 뿐, 사랑을 유지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문제예용.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의 찬란한 모습을 얼마나 애정하는지에 달려 있는 일이지만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찬란함의 그림자를 어떻게 껴안는지에 달려 있는 일이니까용.”
- 3장〈단단한 말뚝〉 중에서(100~101p)
신기하게도 사랑을 그저 달콤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동물은 없다. 자신이 달달한 사랑을 하고 있어도 마음속에서는
끊임없이 그 사랑에 담긴 더 깊은 의미를 파헤치려 한다. 그래서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된 대화는 어떨 때는 철학적으로, 또 어떨 때는 심리학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끝나기도 한다.
어떤 동물들은 단순히 연인관계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관계는 떠날 수 없어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떠날 수 있지만, 함께하기로 선택하는 거니까요.”
- 5장〈관계를 맺는 이유〉 중에서(188p)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똑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건 아니잖아요? 하나의 관계지만 각자의 느낌을 갖는 거죠. 하지만 어느 쪽도 옳거나 틀리지 않아요. 그저 관계의 일부를 체험한 것뿐이죠.”
- 6장〈이해하지 못해서 사랑해〉 중에서(217~218p)
결국 우리가 하고 겪는 모든 사랑 또한 인간관계의 일부이기에, 이런 동물들의 말은 나의 사랑은 좋은 인간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은 건강한 관계인지 등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에서 더 나아가 ‘관계’라는 본질적인 부분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랑은 핑크가 아니다
《처음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어》는 사랑을 주제로 하지만, 사랑하며 생기는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콕 집어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양한 사랑의 성격과 사랑하는 것이 왜 이토록 어려운지에 대해 다뤘으며, 이를 조금 더 쉽게 마음에 와닿도록 여행에 빗대어 풀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저 말랑말랑하기만 한 사랑에세이는 아니라는 말이다.
“깊은 사랑에 발을 내딛는 일은 현명한 사리분별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지. 어리석고 무모하며, 유치하고 미친 짓이야. 그리고 그걸 알아도 자신을 말릴 수가 없지.”
- 8장 〈어쩔 수가 없는 마음〉 중에서(291p)
“마음은 우리의 의지와 선택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의사와 상관 없이 누군가에게 끌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죠. 그 끌림 앞에서 우리의 이성은 한없이 나약한 것이 되어 버리곤 하구요.”
- 8장 〈어쩔 수가 없는 마음〉 중에서(301~302p)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
삶이라는 여행길을 걷다 보면 한번쯤은 사랑과 마주치게 되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삶을 살아내는 과정에서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그 사랑과 언제나 나란히 걷게 된다.
사랑이 내 마음을 앞서거나 내 바람보다 뒤처질 수도 있고, 좁은 길을 사랑 없이 홀로 걷는 것만 같은 때도 있을 것이다. 실연의 아픔에 눈앞이 깜깜해 길을 찾지 못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생겨난 나만의 궤적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종착점에 도착할 것이다.
“우리가 하는 사랑은 완전하기는커녕 후회를 발자국처럼 남기는 어리숙한 사랑이겠지. 그래도 (그 사랑이) 우리가 사랑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거야.”
- 9장 〈우리가 걸어서 북극성에 닿을 수 없듯이〉 중에서(338~339p)
여러모로 힘든 시기,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일은 이처럼 우리 옆에서 함께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북돋아 줄
사랑을 완성해나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랑을 하든, 이 책, 《처음 사랑하니까 그럴 수 있어》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을 위한 조그마한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곳에서 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아름다운 곳을 찾아 뛰어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아름다운 곳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 9장「어쩔 수가 없는 마음」 중에서
저자 : 요적
말이 되지 못한 생각들을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린다.
무거운 이야기들과 귀여운 것들을 좋아한다.
의미를 찾아 헤매고 있지만 찾지 못해서 그냥 헤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