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계절
박경자 지음, 손병두 엮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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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위해(물론 책 속에 나와 있지만) 'ME운동'이 뭔지부터 아는 게 좋다.

영문 이니셜 'ME' 때문에 '미투'를 말하는 것인지 질문이 있어 굳이 설명하는 것이다.

매리지 엔카운터(Marriage Encounter)로 ‘부부 일치 운동’을 말한다.

부부가 서로 마음의 문을 열어, 지금까지 결혼 생활에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검토하면서, 앞으로의 생활을 보다 뜻 있게 하고자 하는 운동이다.(종교및 교파 초월)

이는 1958년 스페인 칼보 가브리엘 신부와 몇몇 부부에 의해, 참된 부부의 만남에서 기쁨을 찾아보려는 데에서 시작되었다. 이 모임은 1968년경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전개되었으며, 우리 나라는 1976년에 시작되었다.

월드와이드매리지엔카운터 (WORLD WIDE MARRAGE ENCOUNTER)를 줄여서 ME라고 한다.

한국ME는 미국 메리놀회 마진학 도널드 신부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저자와 남편은 ‘한국ME’의 초기 가입자로, 이 교육을 통해 결혼생활을 재평가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많은 깨달음을 얻고 ME가족들 카톡방에 에세이 식으로 생각과 느낌을 적기 시작했다. 그것이 이 책의 토대이다.

결혼 52주년을 맞이하여 설득 끝에 나오게 된 책에 정성스러움이 묻어난다.

‘결혼’에 대하여 생길 수 있는 모든 물음에 대하여 답변하는 문장 하나하나에 깊은 사유와 솔직한 심정이 담겨 있다.

결혼에 대해 답하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결혼이란 단순히 두 남녀의 결합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완성을 향한 구도의 길을 걷게 하는 통과의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남편이 못마땅한 모습을 보여 상처 입었을 때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관조하지 못하고 고정된 피해의식을 부린 것이 아닌가,

순수한 현실에 깨어 있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은 아닌가 속상하다’는 말에는 그만큼의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깃들어 있다.





또 ‘이대로 젊기를, 변하지 않는 사랑을 기대하는 것은 순리에 어긋나는, 변화에 저항하는, 시간과 함께 더불어 흘러가는 것을 거부하는 삶이 아닌가.

불만을 누르고 있었거나 섭섭했던 것, 돌아서 있는 남편 때문에 외로웠던 것을 표현할 때, 싸워서 끝장냈을 때보다 기쁘더라’는 말 속에는 오랜 세월을 통해 인생과 관계의 상호작용을 깨달은 내공이 엿보인다.

‘나와 다른 사고를 하는 남편과 물론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의미가 만들어지고 생명의 에너지가 분출되는 것이 아닌가.

분명 낯선 충돌이 생기를 부여해 주는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며 결혼한 배우자를 통해서 넓은 의미로 세상의 이치와 대면하여 깨달음을 얻는 저자의 말투에도 진리가 깃들어 있다.





이 외에도 ‘내가 배우자와 결혼한 이유는 무엇인지’, ‘진실한 동반자가 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좁혀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배우자가 나의 욕구를 채워 주지 못했을 때는 어떤 느낌이 드는지’ 등,

전체적으로 결혼과 인생, 자아에 관하여 통찰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여러 질문 속에서 저자가 이리저리 풀어내는 진솔한 글들이 마음을 움직인다.

때로는 배우자에게 실망도 하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배우자의 사랑에 감싸이며 행복함을 느낀다는 거짓 없는 저자의 말투가 정겹다.

결혼과 삶에 대한 진실한 이해를 바라며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글 속에서 인생과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 이 도서를 통해 많은 이들이 그녀의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결혼이란 이름의 약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부부가 사계절을 함께하며 손을 잡고 걸어갈 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은 50년 이상의 긴 결혼기간에 있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들인데 이 책을 읽고 느끼는 점과 배울 점이 꽤 많다.

'좋은 부부관계의 시작은 겸손'이라는 글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낫또를 자꾸 저으면 끈기가 더 생기듯이 서로 밀어 주고 끌고 가면서 예쁜 정분이 나는 거 아닐까요? 첫눈만큼 기쁨이 충만해지는 듯해요. 저는 차곡차곡 쌓아 갈 사랑의 저금통장을 가지고 살고 싶어요." 저자의 소망처럼 독자들도 살아가면 좋으리라.

'결혼생활의 만족도는 대화시간에 비례'라는 글을 읽을 땐 되돌아볼 점이 많았다. 평소에 나는 퇴근 후 아내와 함께 시간을 가진 적이 손에 꼽을 만큼 없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난 방에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 중 미진한 부분을 살펴보는 시간을 많이 보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는 이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을 텐데 남은 삶이라도 아내와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라는 글에서는 결혼하기 전 거의 30년 가까운 시간을 서로 다른 가정과 지역문화 속에서 살아온 부부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옳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 점은 부부가 서로 같은 생각을 공유할 때 가능할 것 같아서 배우자에게도 이 책을 읽어보도록 권유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다.(책을 별로 안 좋아해 걱정이지만)

'부부의 갈등해결 능력'이라는 글에서는 시사하는 점이 많다.

"정해진 공간에 헌 거울의 설치를 위해서 한 가지 한 가지 차근차근 풀어 나가 마땅하게 설치하듯이, 돈보스코(남편)와 저와의 사이가 부스러지지 않게, 고장 난 기계를 열심히 살피듯이, 남편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살펴보고, 받아 주고 이해하는 폭을 늘려보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결심하는 것이니까요."

부부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닫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가장 큰 부분은 '제왕적 가장'이라는 의식을 강하게 가진 것 같다.

아내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가 오히려 더 꼬였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문제 해결이 더 어렵게 된 적이 많았다. 내가 고쳐야 할 부분을 오히려 아내에게 개선을 강요했던 일도 부끄러웠다.

아내를 부양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삶을 향상시키는 동반자란 의식을 가져야겠다는 결심이다.

이 결심은 이 책을 읽은 보람이자 내 삶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돈보스코는 낙천적인 사람입니다. 분수를 아는 겸손한 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경련 부회장 때였습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돈보스코가 그들의 눈에는 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느 3류 신문에서 하지도 않은 ‘손병두 부회장 사임’이란 기사를 써 놓고 언론 플레이를 하며 기정사실화하려고 조여 올 때, 두말없이 걸어 나왔지만 달리던 기차가 끼익 급정거하듯이 어이없어했습니다. 성당 미사 중에 힘들어해서 겨우 영성체만 하고 집으로 돌아왔죠. 진땀을 흘리며 한숨 자고 평온을 찾았지만 쾌청하지는 않았습니다.남편 주위를 돌면서 주의를 기울였지요. 불편하지 않게 헛소리 같겠지만 위로를 했죠. 캄캄하고 난감한 마음을 이불로 덮어 버리고, 오로지 돈보스코에게만 집중했죠.

꿈을 조율하고 허들을 낮추고는 오로지 남편 쪽으로 생각을 모으고 보살폈습니다. 제 마음도 천 길 낭떠러지에 매달려 있는 듯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돈보스코를 우선으로 했죠. 마치 돈키호테의 사랑이 알돈자를 델시네아로 변화시켰듯이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요.

저는 돈보스코가 회사에 있을 때 신임을 받았던 것을 압니다. 당신이 먼젓번 회사에서 어려움을 당했을 때도, 꿈에도 가고 싶었던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도 무엇이든 마련되어 있지 않겠느냐며 위로했습니다.솜사탕이 녹아내리듯, 별 의미를 남편에게 주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위로해 보려고 애썼습니다.이때 롤러코스터를 타듯, 또다시 덮친 굴곡에 짓눌려 부서져 버렸다면, 지금의 삶이 더 어려웠을 텐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둘이 서로 위로하며 쳐내려오는 날벼락을 용케 피한 것 같습니다. 정말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고, 없어도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그만두고 잘 견디었기에 서강대학교 총장도, 국무총리 후보도 되어 본 것 아닐까요?”

- 본문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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