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 시즌2 : 1 : 우리는 가족으로 살기로 했다 비빔툰 시즌2 1
홍승우 카툰, 장익준 에세이 / 트로이목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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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빔툰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만화라는 제목 때문에 관심을 가졌다.

요즘엔 '만화' 하면 으레 애니메이션이나 무협만화, 에로만화를 떠올린다(나만 그런가).

만화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 책을 보는 순간 부끄럽기도 했다.

다만 어떤 형식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무척 기대됐습니다.

이 책을 펼쳐 든 순간 표지에 두른 띠에 적힌 '14년간 70만 독자들을 울리고 웃겼다'는 말이 실감난다.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단순한 재료들이 어우려저 멋진 비빔툰을 만들었다. 감탄한다. 작가들의 시점과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삶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갈등하는 이 책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즐거움과 소소한 행복감을 안겨줬다.

가슴에 '좋은 작가' 한 분이 또 새겨졌다. 즐겁고 행복한 날이다.





“‘비빔툰’을 평생 그리겠다는 마음이 시즌1을 끝내고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무려 14년을 그렸으니 말이죠. 그런데 홀가분한 것은 잠깐이고 더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지질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비빔툰’은 제 업보인가 봅니다.”라고 시즌2 출간의 소회를 밝힌 홍승우 작가의 말은 진심이지만 엄살이다.

하마터면 비빔툰이 뭔지도 모르고, 《비빔툰 시즌2》의 출현도 못 보고 지나갈 뻔했다.

“시즌1이 만화가 홍승우와 함께 성장해 온 가족만화였다면, 시즌2는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고자 합니다. 지금은 가족의 의미, 가족의 형태가 여러 갈래로 분화되고 확장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시즌2에서는 그런 변화들을 살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1권을 작업하면서도 최대한 많은 분들의 경험을 녹여내려 노력했고요."

앞으로도 직접, 간접으로 알게 된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비빔툰 시즌2》라는 그릇에 담아 낸다는 작가의 말에

그의 활약을 계속 볼 수 있을 것 같아 안도한다.

작가는 시즌1 1권 출간 20년만에 새롭게 출간하는 시즌2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작가는 시즌2를 준비하면서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인 변화도 시도했다. 바로 짧은 글을 만화 옆에 함께 실어 ‘카툰에세이’로 엮었다는 점이다.

즉 8컷 카툰과 짧은 글을 한 편으로 묶어 독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읽을거리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4인 가족’으로 대표되던 시대에서 1인 혹은 2인 가구의 증가와 빠르게 변해 가는 기술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모습이 다양해진 현재를 더 잘 반영하기 위해 홍 작가는 작가 장익준과 협업함으로써 에피소드의 소재를 함께 구상하고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다양한 사회 경험과 소재에 대한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함께 작업하면 만화를 구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라고

장 작가와의 협업의 의미를 말하면서 작가는, 앞으로 시즌2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시즌1처럼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비빔툰 시즌2》는 시즌1과 비교해 몇 가지 변화가 있는데, 우선 정보통 자녀들이 성장해 중학생과 초등 고학년생이 되었다는 것과 강아지 토리의 등장, 그리고 새로 이사한 동네의 다양한 이웃들과 직장 동료들, 학교 친구들 등 등장인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홍승우 작가의 8컷 카툰과 함께 감성적인 짧은 글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 글은 이번 시즌2를 함께 준비해 온 장익준 작가의 글로, 짧은 카툰에 감성을 더해주거나 카툰이 주는 여운을 더 이끌어주기도 한다.

때로는 작가 개인의 이야기로, 때로는 사회적 시선으로, 때로는 이웃의 이야기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홍 작가와 글을 쓴 장 작가는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담기 위해 오랜 시간 관찰하고 논의해 왔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등장과 유행, 이혼 가정의 증가로 인한 가족 형태의 변화, 1인, 2인 가구의 증가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의 증가, 게임과 유튜브, 스마트폰에 빠진 자녀와의 갈등, 치킨집ㆍ편의점으로 대변되는 자영업자의 모습, 아르바이트와 청년 실업의 현실, 벌어지는 빈부 격차 현상 등, 훨씬 다양해진 대한민국 가족살이의 모습을 때론 유쾌하게 때론 가슴 뭉클하게 카툰과 글로 엮어가고 있다.





요즘은 사회가 많이 달라져서

나이라거나 가족에 대해서는 서로 묻지 않게 되었다.

좀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묻게 되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다짜고짜 신상명세부터 물었다간 큰일날 일이다.

이혼도 많이 대중화가 되어서?

아무튼 전보다 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예전처럼 굳이 쉬쉬하는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가족이 해체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다고 봐야 하겠지?

가족이 되기로 한 이유가 다양해지고,

가족이 모여 사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가족이 흩어지는 방식까지 다양해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을 거야.

원래 가족이라는 게 어딘가 끈적끈적한 사이인데

그래서 좋기도 하고, 그래서 질리기도 하는 건데...

어찌어찌 떨어져 지낸다고 해서

그 끈적끈적함이 쉽게 가시지는 않겠지.

- p.93, 39. 아빠끼리 1





어려서 부모님께 혼이 날 때면

그것도 억울하게 야단맞았다고 생각할 때면

나는 커서 그러지 않겠다고 마음먹곤 했었다.

나 어릴 때 생각하면서 아이에게 공감하려 하지만

어째 갈수록 그때 우리 부모님도 이런 기분이었나 싶으면서

오히려 어른들 마음에 공감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커서 꼭 너 같은 자식 낳아 봐라!”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대사를 하게 된다.

음... 이렇게 되지 않겠다던 어른이 되고 말았다.

- p.129, 54. 나도 그랬지

외향성과 내향성이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어느 것이 옳고 그른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기가 바라는 방향과 자신의 기질이 맞는다면 맞는 대로 가고

기질과 현실이 부딪힌다면 나름대로 생존방식을 찾을 일이다.

문제는 자신만의 기준을 고집하며 남을 대할 때다.

자신이 사교적이라 해서 무조건 모으려 하고 앞세우려 하거나

자신이 내성적이라고 다른 이들의 사교성을 부정적으로만 본다면

배려한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새로운 공격이 될 수도 있다.

조금만 존중하자. 깜빡이는 좀 넉넉하게 켜고 들어가자.

- p.141, 60. 제대로 된 사회





“사장님! 여기 맥주요!”

순간 식당 안은 조용해졌다.

누가 점심시간에 맥주를 시키지?

부러워하는 것이 분명한 눈빛들이 우리에게 모여들었다.

(중략)

친구는 분명 즐기고 있었다.

우리를 향해 쏟아지는 시샘 어린 시선들을 말이다.

친구는 여유롭게 잔을 채우고는 꿀꺽꿀꺽 넘겨 버렸다.

평소보다 조금은 더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어제만 했더라도 친구는 맥주를 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못했겠지.

누군가 맥주를 시켰다면 부러워하고 말았겠지.

하지만 오늘은 할 수 있다.

퇴직 처리가 완료되어 회사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돌아갈 곳이 없어졌으니까.

그날 함께 마셨던 맥주 맛이 가끔 입가에 떠오른다.

시원하면서도 쌉쌀했던 그 맛이...

- p.157, 68. 치수성찬





친구는 만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드는 것일까?

부모들은 아이가 좋은 친구와 사귀었으면 하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내 아이는 다른 부모 눈에 좋은 친구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어딘가 작아지게 된다.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와

아이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다.

(중략)

친구를 대하는 것도 배울 수 있다면

그걸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 부모 자신일 것이다.

친구를 대하는 것을 말이나 글로 가르칠까?

전혀. 지금까지 부모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쌓여

지금 자식이 친구들을 대하는 기본기가 되었을 것이다.

자식이 좋은 친구를 사귀길 원한다면

부모가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 자신은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일까?

혹시 우리들은 누군가에게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

자식을 가르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식으로 인해 우리가 배우며 산다.

- p.189, 81. 솔직해서





우리는 가족(家族)이다.

우리는 식구(食口)다.

가족은 피를 나눈 사이,

식구는 밥을 나누는 사이...

가족은 끈끈하고, 식구는 따뜻하다.

닮은 얼굴들이 모여

그렇게 나누며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 사이.

우리는 가족으로 살기로 했다.

- p.227, 100. 그래 이 맛이야

‘비빔툰’은 여러 면에서 제 인생작입니다. 저를 만화가로 만들어주었고, 과분한 사랑을 받게 해 주었죠.

처음에는 ‘정보통’ 한 사람 회사원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결혼을 하면서 ‘비빔툰’으로 진화했는데요,

제 인생 경험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었죠. 시즌1이 만화가 홍승우와 함께 성장해 온 가족만화였다면,

시즌2는 오늘을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고자 합니다.

- p.233. Commentary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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