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펜션
김제철 지음 / 작가와비평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그린펜션》은 두 개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 김제철은 「그린펜션」, 「끝나지 않은 계절」 두 작품을 통해 역사를 생각하며 사는 삶을 강조한다.

깨어 있어 역사의 아픔을 각성하고 진실에 다가서는 게 집필 목적이다.

그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회구성원들 서로의 화해와 용서를 통해 공동체적 삶의 평화를 기대하는 것이다.

소설이 끝난 후 '작가의 말'에 소설쓰기의 이유와 취지를 밝혔다.

"늘 역사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 그 펜션은 슬픔과 아픔을 통한 각성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얼마나 주변의 진실을 묻고 살고 있는가.

한 집단이 내부적으로 갈등하면서 소멸의 길을 걷는 것은 당대의 공동체적 삶에 대한

무관심과 외면에 그 원인이 있다고 여겨진다. 그 현장을 그리는 것이 작가의 몫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있는 '작가의 말'을 리뷰 첫머리에 올린 이유는 독자들이 글의 성격을 미리 짐작케 하기 위해서다.





"현대사에서 성천은 역사적으로 기억될 만한 두 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두 가지 일이라면?"

"해방 직후 시월폭동과 육이오 때 성천전투입니다."

"시월폭동과 성천전투라...."

백경훈이 이지환의 말을 나직이 되뇌었다.

"혹시 시월폭동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이지환이 백경훈의 얼굴을 보며 슬척 물었다.

"얼핏 들어는 보았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p. 17)

"저는 시월사건의 폭력성을 정당화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명백히 그 사건은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유혈참사였습니다.

다만 내부적으로 구조적 모순이 없었다면 그런 참사가 가능했을까 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상존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이 어떤 계기로 폭력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게 아닌가 싶은 거지요."

"그러니까 그 어떤 계기란 게...?"

"당연히 좌익세력이 그 구조적 모순에 불을 지피는 도화선 역할을 했겠죠. 그래서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에겐 스스로도 미처 몰랐던 폭력적 성향이 내재되어 있고 어떤 경우 그걸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같아서요." (p. 39~40)





"학도병은 틈만 나면 중대장의 막내 사촌형을 죽이려고 기회를 노렸소.직접 아버지를 죽인 원수는 아니지만 원수 무리의 동생이었고 또 스스로 적 치하에서 앞장서서 적을 도운 좌익이었으니까 얼마든지 죽여도 된다고 생각했던 거요."(p. 87)

"그렇지만 묘하잖소? 부잣집 사촌형은 좌익이었고 가난한 집 사촌동생은 우익이었소. 그러면서도 서로 아껴주고 따랐다는 게 신기하잖소?"

"그러네요."

"그땐 모두 뭐가 뭔지 제대로 몰랐소. 그래서 올바른 선택도 못했던 거요. 지금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모두 스물 남짓한 어린 사람들의 일이었소."

(p. 92)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많은 전쟁을 치렀고, 민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도 경험했다.

6.25 한국전쟁 이후 남북으로 나뉜 우리 민족은 서로 다른 이념 체제 아래서 70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전쟁을 겪은 분들은 별로 남지 않았고,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됐던 독일도 통일되고, 갈라져 싸웠던 베트남도 통일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린 아직도 휴전 상태일 뿐 전쟁중이다.

때문에 민족 동질성은 확인하지만 오고가지도, 서신마저도 왕래할 수 없는 아픔의 세월을 살고 있다.

소설 <그린펜션>은 바로 그런 우리 사회에 내재된 고통과 한국전쟁의 상흔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책에서는 성천이라는 작가가 만든 지명을 내세우고 있으며, 6.25 전쟁의 변곡점이 된 성천전투, 시월 폭동에 대해서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소설은 허구와 사실 사이의 경계에 있으면서, 좌익과 우익을 동시에 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서로 다른 이념이 민족을 어떻게 분열시켰는지 , 그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늠하게 한다.

소설 속에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이들은 돌아가셨고, 30년이 지나 그 후손들이 다시 모에게 된다.

그 후손들은 서로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한자리에 모여 그때의 상처와 고통을 기억하게 한다.





죽음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인간의 나약함과 잔혹함, 자신의 생존을 위해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처참한 결과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다.

성천전투와 시월폭동의 진실은 비극이지만 역사적인 교훈을 남긴다.

전쟁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불과하지만 이후 개인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전쟁은 전쟁의 당사자에게는 물론 그 후손에게도 고통이 이어지며,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보여주고 있다.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가 전쟁이 준 교훈을 망각하고 변질될 경우 엄청난 왜곡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전쟁은 특히 민족간의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유를 형상화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다.





두 번째 이야기 「끝나지 않은 계절」의 주인공 현수는 자신이 맡은 환자의 죽음에 의구심을 갖는다.

그 환자는 회복 가능성이 전혀 없던 터라 모두는 그의 죽음을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박 회장이라는 그 환자의 복부에서 두어 군데 수상한 부종을 발견하면서 현수는 머릿속이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된다.

결국 현수는 한 동료에게 은밀하게 이 사실을 알리고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저지른 걸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