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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소나기 은빛 구름
박종원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평점 :
제목은 동화책 같지만 스릴러 장편소설이다.
로맨틱 스릴러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약 600페이지에 달하는 긴 분량이지만 막힘없이 읽힌다.
전개가 빠르고 긴장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스릴러가 맞은 것 같다.
읽을수록 궁금증이 배가돼 쉽게 손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박종원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지만 문체도 간결하고 매끄러워 쉽게 읽히는 데 한몫 단단히 한다.
스릴러 소설이지만 작가가 일부러 분위기나 배경이 으스스하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얘기를 소재로 삼았기 때문에 거부감도 없다.
작가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춤과 음악, 그리고 사랑
인간의 삶이 시작되고 진화하면서
개인 간의 관계를 맺고
집단 무의식에 똬리를 튼 생명의 문화이다.
노래하며 춤을 통해
삶을 축복하거나 욕망의 몸짓을 표현했다.
심지어 슬픔과 고통을 삼켰다.
인간이 드러낼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감성적인 표현이다.
때로는 사랑의 언어로 나타난다.
춤과 음악의 매력은
이러한 감정의 자유로움이다.
춤과 음악이 결혼이라면,
그것을 지속하고 꽃피우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순수하다.
관계가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신의 축복인 사랑을
인간의 경계에서 구속하고 속박하는 것은
자연의 재앙처럼 늘 범죄의 원인이다.
인간은 광대한 대우주의 한 생명체에 불과하다.
찰나의 순간밖에 되지 않는다.
신의 영역은 금기이다. 하지만
대우주는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고 축복을 내렸다.
삶은 축복이고 현재는 축제이다!
길기도 하고 일상에서 연속된 긴장을 끌어낸다는 건 소설만 읽어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의 소설관과 이 소설을 탈고하기까지 산고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마라톤 경주를 하는 것이었다. 한 번이 아닌, 수십 번의 인고의 과정을 겪는 고통이자 희열이었다.
첫 작품으로 욕망의 몸짓인 춤과 표현의 언어인 음악을 무대로 초청하여 ‘로맨틱 스릴러 장편소설’을 썼다.
글은 재미있게 쓰고 싶었다. 무대는 행복의 바이러스를 쏟아내야 했다. 사랑은 축복이고 금기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경계이다.
번데기가 되고 완연한 나비가 되어 훨훨 창공을 나는 그날까지 책을 쓰고 싶다."
줄거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게 요약된다.
갑작스런 아내의 자살을 경험한 남자에게 춤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심리 표현은 조금 아쉽다.
객관성을 확보한 설득력이 약간 미흡하다. 물론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독자의 어설픈 평이다.
남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공존한다.
이른바 춤꾼들의 세계와 그들의 사랑, 그들의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뛰어나다.
보이는 것 이면에 감춰진 비밀은 궁금증으로 남아 이어지고, 개성 강한 인물들이 부딪치고 상처를 낸다.
이 가운데 사랑과 또 다른 감정들로 충돌을 일으킬 때 서서히 비밀이 밝혀진다.
작가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탁월해 보인다. 이 때문에 긴 소설이 쉽게 읽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시작으로 춤이 완성되는 동안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이면의 진실로 서서히 다가간다.
현재와 과거를 적절하게 오가며 배치한 소설의 탄탄한 구성 능력도 돋보인다.
그만큼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했을지 새삼 박수가 나온다.
자칫 책을 덮을 독자들을 다시 끌어들이는 작가의 능력이 스토리 전개와 탄탄한 구성력을 갖기 위해서는
디테일하고 객관적인 설득력을 갖는 요소들이 덧붙여져야 한다.
춤을 소재로 댄스 학원, 행사무대, 무대 뒤의 모습, 콜라텍, 카바레까지 다양한 춤의 공간에 대한 현장 묘사가 뛰어나다.
인물들이 자신의 감정을 춤과 동작으로 표출하는 묘사도 인상적이다. 작가가 춤에 상당한 조예가 있을 것으로 유추되기도 한다.
슬프고 쓸쓸한 느낌은 어쩌면 독자의 삶(그것이 우리들의 삶이라 해도 좋을)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 같아 진한 여운이 남는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