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힐링 스페이스(치유 공간)을 말하면 난 늘 명상이 생각난다.

갑자기 명상을 꺼내드는 이유는 힐링 스페이스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다.

처음 명상을 시작한 이유가 단순히 은퇴를 앞두고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해서 시작했다.

또 삶을 되돌아본다는 일은 앞으로의 삶을 바꾼다는 의미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했다.

결정적 계기는 어느 명상가(명상전문가라고 해야 되나)가 쓴 책 한 권 때문이었다.(이 글은 힐링 스페이스의 서평이기 때문에 그 책의 저자와 제목은 생략한다)

그 책을 읽을 당시 내 마음 상태가 힐링이 필요하다는 점을 그 책이 강조했다.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명상 이전에는 생각, 지식뿐이지 경험이 없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그 지식, 생각들이 '경험'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명상의 첫 단계를 넘어가는 과정입니다."

그 책 속의 이 문장은 꽤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더욱 그 책을 깊이 있게 정독했다.

물론 시작하자는 내심에서 비롯해 당장 다음날부터 시작했지만 쉽게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서 달쯤 지나자 뒤죽박죽이던 생각의 공간이 차츰 정리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명상에 들어가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지 않아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커다란 수확이었고, 지속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이렇게 매일 한 번씩은 5분만이라도 명상을 하는 습관이 들었다.




요즘 우리는 미세먼지의 위험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살고, 환경오염을 줄이은 세계적 움직임이 커지는 등 매우 심각한 위험에 놓여 있다. 이것은 한 개인이나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 전 세계의 문제이다.

거기에 특히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한 세계적 대유행(펜데믹)으로 왕래가 막히고 경제가 늪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이 문제는 인류 생존의 위기로까지 다가갈 수 있는 엄청난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에필로그를 통해 저자가 쓴 내용이 지금 우리 인류에 대한 경고를 하는 부분이 있어 미리 차용해 쓴다.

19세기가 도시 전염병의 시대였고 20세기 초반은 도시 전염병이 소탕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전염병 확산이 증가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질병을 심화시키는 사회 기반시설과 환경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 지도자와 보건정책 전문가들이 할 일이 될 것이다. (중략)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인 마거릿 챈(Margaret Chan)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강연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후는 전염병의 지리적 분포를 규정하고, 날씨는 그 심각도를 결정합니다.”

챈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금세기를 규정하는 건강문제”다. -「에필로그. 이제 도시와 세계를 바꿔라」중에서



스턴버그는 《힐링 스페이스》를 통해 지금껏 감각, 정서, 면역체계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들을 밝혀낸 심리학과 뇌과학, 의학 연구의 역사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그 첫머리에 나오는 한 가지 예는 바로 ‘창밖으로 자연 경관이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들이 창밖으로 콘크리트 벽만 바라봤던 환자들보다 빨리 나았다’는 1980년대 연구다. 쾌적한 풍경이 보인다고 해서 어떻게 병이 빨리 나을 수 있었을까?

저자는 감각의 뇌과학적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일련의 장소와 상황들을 탐색하며 이 질문의 답을 찾아나간다.

뇌과학과 심리학, 건축학의 소중하고 경이로운 연구결과들을 섭렵한 끝에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권하는 것은 각자에게 치유의 힘을 불러일으키고 스트레스를 사라지게 하는 장소를 찾는 것이다. (그녀의 경우 그것은 어린 시절에 뛰놀던 정원이다).

스턴버그의 설명에 따르면, ‘감각’이 우리를 ‘치유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끌 수 있다면, 우리가 어떤 공간, 어떤 장소에 있는지가 우리 삶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환경의 건강함은 개인의 행복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 책에서 선보이는 수많은 발견들은 병원, 공동체, 그리고 근린 환경이 모두의 치유와 건강을 증진하도록 설계할 때 고려할 가능성들을 보여준다.




경쟁과 도시와 신자유주의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은 책, 음식, 여행, 대중문화, 각종 제품 등 의식주 전반에 걸친 트렌드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더 크고 더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치유시켜주고 자신에게 더 잘 맞는 것을 본능적으로 찾기 시작한다.

획일적인 주거형태를 향한 갈망을 버리고 작은 단독주택이나 개성 있는 공간에 관심을 보이며, 신종 전염병에 긴장하고, 길어진 삶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어 한다.

좀 더 내면적으로는, 온몸의 감각에 관심을 기울여 마음을 어루만지고 균형을 되찾는 것 역시 현대인이 갖춰야 할 삶의 기술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삶의 요소들은 자연과학, 심리학, 의학 등의 수많은 연구결과와 맞물려 발전해 왔다.

상식적인 믿음이었던 치유의 지혜는 이제 뇌과학을 비롯한 새로운 지식과 결합해 사람들의 삶을 바꾼다.

《힐링 스페이스》는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과 몸속의 변화, 감정과 기억 사이에서 어떤 놀라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공간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는 상식적인 믿음에 근거를 제시하고, 집, 마을, 도시, 세계로 시각을 넓혀가며 좀 더 근본적인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힐링 스페이스》는 우리를 둘러싼 외부 환경과 몸속의 변화, 감정과 기억 사이에서 어떤 놀라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밝히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가는 공간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끼친다는 상식적인 믿음에 근거를 제시하고, 집, 마을, 도시, 세계로 시각을 넓혀가며 좀 더 근본적인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순히 내가 존재하고 이용하는 공간의 의미로 그치는 것이 아닌 파생되는 공간의 에너지와 흐름이 나의 몸속의 변화까지 작용한다는 정보는 이 책을 통하여 처음으로 알게 되었기에 많은 부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주제가 유독 흥미로웠고 일부를 발췌하여 전달한다.

미궁이 그 속에 들어오는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한 가지 더 있는데, 그것은 해리 포터가 스트레스 반응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한 가지 비법과 관련이 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숨을 깊이 쉬었고, 다시 일어나서 서둘러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다. 호흡이다.

미궁 속을 걸으면 걸음에 맞추어 숨을 천천히 쉬게 된다.

천천히, 마음이 진정될 수 있도록 숨을 쉬는 것은 스트레스 반응을 관리하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 호흡법이 교감신경계의 반응에 대응하는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였던 그러한 일로 인하여 공간에 대한 소중함과 중요성이 나의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음에 분명하다.




디즈니와 창안자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 방법을 구상해냈다. 사람들의 뇌가 주변 환경에서 얻은 감각적 단서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이용하고, 랜드마크를 이용해 사람들이 특정 방향, 곧 성으로 가도록 만든다.

향기와 알록달록한 장식, 흥겨운 음악을 이용해 메인 스트리트를 따라 천천히 내려오도록 유혹한다. (중략)

매력적이고 안전한 상상 속 과거에서 편안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가, 불안하고 놀라게 만들었다가, 다시 안전한 느낌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테마파크 안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과 속도를 그들이 의도한 대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말은 단 한마디도 없이. -「6. 현대 건축의 심리학적 모험」중에서

루르드의 순례자들이 치유가 일어난 첫 순간에 느꼈다는 기분은 ‘자애명상’이라는 티베트의 명상기법을 수행할 때

느끼는 기분과 그 심적 태도, 성격, 강도가 놀라우리만치 닮아 있다.

자애명상법은 불교 승려들이 모든 생명체에게 큰 연민을 느끼는 상태인 ‘대자비 삼매’에 도달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이런 명상을 할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는 최근 들어 많이 알려졌는데, 주로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의 심리학자 리치 데이비슨Richie Davidson과 부처의 환생인 14대 달라이 라마(본명은 텐진 갸초다)의 공동 작업 덕분이었다. -「8.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로 떠나는가」중에서




힐링 스페이스라는 책을 통하여 궁금했던 많은 것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자는 집이라는 공간이 이토록 소중한 영역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고, 단순한 이론이 아닌 많은 과학적 실험과 심리적인 이론에 접근하였기에 더욱 믿을만 하였다.

굉장히 유용하고 좋은 정보가 많이 함축되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공간에 대한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항상 이 책을 곁에 두고 지내려 한다.

내가 머무는 공간과 그 속에서 지내는 시간은 어떤 가치로도 환산할 수 없기에 말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쓴 말이 기억에 생생하다. 책을 덮었다가 이 부분만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우리는 자신을 위한 치유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바쁜 삶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작은 섬을 만들 수 있다. 치유의 공간은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_ ‘프롤로그 : 삶의 안식처를 찾아서’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