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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안음 - 외로움.상처.두려움과 당당히 마주하기
타라 브랙 지음, 추선희 옮김 / 불광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이 책을 처음 접할 때 제목이 주는 부드럽고 꽉찬 느낌의 포옹이 생각났다. 당연히 부부나 연인 사이의 끌어안음이다.
혹은 우정의 친구를 오랫동안 못 만난 채 지내다가 갑자기 조우할 상황도 그려진다.
자신과 가장 소중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포옹은 그만큼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다.
부제를 보는 순간 다소 당황했다. '외로움 상처 두려움과 당당히 마주하기'란 부제는 의외였고, 깊이 생각한 후에 비로소 마음을 치유하는 책이란 걸 깨달았다.
지은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 책의 제목과의 연관성을 다시 연결지어 보았다.
이 책의 만남과 다 읽고 난 후 얻은 것은 다소 다른 것이었다.
저자의 의도와 다른 것일지 몰라도 '자기 사랑' '자기애' '자존감' 등에 관한 나름대로의 정의 확립이었다.
그것은 수행자에게만 발견되는 고도의 마음가짐이 아닌 일반인들이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스로 삶에 최선을 다할 때 자신감이 생기고, 더 큰 자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자존감도 확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자존감은 자신이 하는 일이 여러 사람의 삶에 힘이 되어 줌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다.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자기 자신만 아니라 남에게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할 때 얻어지는 것은 스스로를 귀한 존재로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2003년 미국에서 발행된 타라 브랙의 첫 책 『받아들임(Radical Acceptance)』은 출간된 해부터 2020년 현재까지 미국 아마존닷컴의 장기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이어 2013년 발행된 그녀의 두 번째 책 『호흡하세요 그리고 미소지으세요(True Refuge)』 역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두 권의 책 출간 이후 그녀는 지속적으로 온오프라인 강의와 수련회를 통해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자책과 후회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세계적인 명상 지도자, 심리 치료사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120년 전통의 세계적인 영성 잡지인 영국의 [왓킨스(Watkins)]지(誌)도 이런 그녀의 활동을 인정해 매년 선정하는
‘현존하는 영적 스승 100인’에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 달라이 라마(Dalai Lama),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등과 함께 타라 브랙의 이름을 빠뜨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어떤 독자가 읽어도 깨달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타라 브랙이 두 번째 책 이후에 7년 만에 『끌어안음』으로 돌아왔다.
영문 도서 출간 전 원고를 읽어본 혜민 스님, 대니얼 시겔 등 많은 치유 마스터, 심리학자, 뇌과학자 들이 책의 내용에 대해 극찬을 했으며, 2020년 1월 1일 미국에서 공개되자마자 아마존닷컴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그런데 그녀의 글이 독자들에게 이렇게 유독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들은 이구동성 “내 얘기를 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말한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엇박자, 연인과의 갈등, 차별과 배제의 고통 등 누구나 한번은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들이 그녀가 살펴보는 대상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긴 외로움·상처·두려움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하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끌어안음』에서도 역시 그녀 특유의 고요함 속의 따뜻함으로 독자들과 만난다.
차이점이라면 두 번째 책 그리고 이후 수행 과정에서 제시했던 RAIN, 즉 인지하기(Recognize)-인정하기(Allow)-살펴보기(Investigate)-보살피기(Nurture)로 이어지는 치유 수행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도 직접 실천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지도’가 제시된다.
책 속에 간간히 삽입된 ‘성찰 연습’, ‘명상 연습’은 독자들에게 스스로 실천해 볼 수 있는 매뉴얼을 제공하며 또 질의응답을 통해 누구나 일상이나 수행 중 자주 일어나는 궁금증이 다른 사람의 질문을 거쳐 타라 브랙을 통해 설명된다.
왜 이런 수행이 필요한지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타라 브랙은 씨줄과 날줄을 엮어 촘촘히 답변하고 있다.
무엇인가 잘못됐을 때 우리는 두 가지 딱지를 준비한다. 하나는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다.
‘너 때문에’, ‘그 사람 때문에’ 혹은 ‘네가 그렇게 하지만 않았어도’ 같은 것들이다. 또 하나의 딱지가 있다. 바로 자책 혹은 자기-비난이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야.”, “나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됐어.”,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한다.
마음챙김의 수준에서는 이런 식의 대응을 ‘자동 반응’이라고 부른다.
타라 브랙은 이 책에서 이런 자동 반응을 ‘무가치한 트랜스(trance) 상태’라고 명명했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는 상태다.
딱지 붙이기는 사실 인류의 발전과 함께 성장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친숙함은 안전을 의미했고 낯선 사람은 잠재적 위협이었다.
차별과 배제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언어-의사소통-협업의 단계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공감과 연민, 생존 뇌의 자동반응을 가라앉히거나 조절하는 전두엽 피질의 능력이 절정에 달했다. 우리는 적자생존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보살핌이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예를 들어 숲속을 산책하다가 나무 옆에 앉아있는 개를 본다고 상상해 보자. 반갑게 다가가는데 갑자기 개가 어금니를 드러내며 달려든다. 놀라고 겁이 난 당신은 뒤로 물러난다.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그때 개의 한 발이 덫에 걸린 것을 보게 된다.
당신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 걱정이 한가득이다. 그렇지만 위험할지 모르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정말 개를 도와주고 싶다. 그 개가 상처와 고통 때문에 공격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난이 보살핌으로 변한다.
타라 브랙은 이런 ‘딱지 붙이기’ 행동을 멈출 수 있는 것은 트랜스에 맞서 현존감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제시하는 현존감은 “근본적인 연민(Radical Compassion)”이다. 넓혀 말하면 이 책의 제목으로 제시한 “끌어안음”이다.
근본적인 연민은 마음챙김적 현존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모든 존재에 대한 보살핌을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된다.
치유제에서는 늘 보살핌, 연민, 용서의 향기가 난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제발, 좀 친절하게 대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이 가득한 현존감을 향하는 것이 진정한 자신의 삶으로 가는 입구이다.
트랜스 상태에 빠지면 우리는 안전감을 느끼지 못한다.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안전감을 느끼지 못하면 권력이나 돈을 좇는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계속 인정을 추구하거나 애정을 받을 거란 희망으로 성취를 쌓아올린다.
욕구가 근본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 고착이 강화되고, 욕망은 갈구와 중독 행동으로 변하는 것이다.
트랜스 상태에 빠지게 되면 생각에 함몰되고 몸과 단절되며 가슴과 따로 논다. 외로움·상처·두려움이 반복된다.
자동반응적인 트랜스 상태에 있는 것은 자전거 페달을 밟아 현재 순간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낄수록 페달을 더 빨리 밟는다.
자녀를 무시한 것, 중독의 광란, 사고를 낸 것, 학대받는 관계를 유지했던 것 등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 무엇이든, 모든 것은 자동반응적 트랜스 상태에 갇혀있을 때 일어난다. 트랜스 상태에서는 방향을 바꿀 수 없고 자신과 타인에게 친절할 수 없다.
현존감을 위해 멈추는 것은 여기 존재하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페달 밟기를 멈출 때 시작된다.
우리는 습관적인 통제, 즉 불쾌함과 불편함을 회피하고 쾌감을 추구하려는 전략에서 벗어나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일상에서 비공식적으로 이런 멈춤을 연습하는 것은 불편하거나 두려울 수도 있고, 활력을 주거나 편안할 수도 있다.
기분이 어떻든, 멈춤은 자신의 가슴과 함께 하는 삶, 현존감으로 가는 입구다.
그런데 자신이 트랜스 상태라는 걸 스스로 알아차리는 게 쉽지 않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살펴보자. 트랜스의 징조를 알아차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사소한 것이 “너무 크게” 느껴지거나, 온라인상의 링크를 따라가다가 한 시간을 허비했거나, 목이 불편해지고 어깨가 올라가면서 딱딱해지고, 몇 시간째 불안한 상태임을 깨닫거나 가게에 들렀는데, 눈에 보이는 모든 여자들의 몸과 내 몸을 비교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모든 사람이 싫고 세상에 트집을 잡고 싶다.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알려고 계속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저자는 이런 트랜스에서 유턴할 것을, 그리고 그 방법을 우선 제시한다.
타인, 잡념, 혹은 지금 진행 중인 일에 대한 지나치게 정서적인 이야기 등의 외부적 고착에서 벗어나 실제적이고 생생한 몸의 경험 쪽으로 집중을 돌릴 때마다 우리는 유턴을 하는 셈이다.
이는 공포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에 흐르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드는 것과 같다.
괜찮아, 그냥 영화일 뿐이야. 수백 명과 함께 보고 있는데, 뭘. 의자도 느낄 수 있고 숨도 잘 쉬고 있잖아.
그러고는 자신의 현존감을 알아차리고 현실로 돌아온다.
타라 브랙은 이런 트랜스 상태에서 유턴하는 방법으로 RAIN 수행을 제시한다.
RAIN 수행은 인지하기(Recognize), 인정하기(Allow), 살펴보기(Investigate), 보살피기(Nurture)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각각은 이렇다.
R :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인지하기
지금 일어난 상황을 떠올리면서 자신에게 질문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감각을 가장 잘 감지하는가? 어떤 정서를? 마음에 생각이 휘몰아치고 있는가?
잠시 동안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나 그 상황의 전반적인 정서를 자각한다.
A :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이 모든 경험을 “그냥 두라”는 메시지를 가슴으로 보낸다.
멈추고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본다.
“예스.”, “동의합니다.”, 혹은 “그대로 둬.”와 같은 말을 속으로 되뇌어도 좋다.
당신은 아마 내면의 거대한 “노”, 즉 저항하느라 고통스럽게 오그라든 몸과 마음에 예스, 라 할 것이다.
"나는 이게 싫어!"라고 하는 그곳에 예스, 라고 말할 것이다. 이는 진행상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RAIN의 이 지점에서는 그냥 사실을 인지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판단하거나 내치거나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
I : 부드러우면서 호기심에 찬 주의집중으로 살펴보기
자신의 경험에 다정하게 집중하라.
수많은 수강생들이 처음에는 "샆려보기"가 상황이나 자신을 분석하고 괴로움의 뿌리를 찾는 인지적 기술을 가동시키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는 흔한 오해이며, 신체적 자각을 깨우는 살펴보기의 본질이 아니다.
마음의 탐험은 이해력을 높여주고, 몸의 경험에 열리는 것은 치유와 자유로 향하는 입구가 된다.
N : 사랑이 가득한 현존감으로 보살피기
무엇이 필요한지 느껴질 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자신의 가장 지혜롭고 따뜻한 부분을 불러들여 스스로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내면으로 부드러운 포옹을 보낼 것이다.
가슴에 가만히 손을 얹을 수도 있다. 자신의 어린 부분이 은은하게 반짝이는 빛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을 그려볼 수도 있다.
말이나 접촉, 이미지나 에너지 등 마음 내키는 대로 자신의 내면의 생명과 친해지는 방법을 시도하라.
어떤 것이 가장 상처받기 쉬운 부분에게 사랑과 관심, 안정감을 주는지 찾아보라.
시간을 충분히 갖고 마음에게 보살핌을 전달하고 수용하게 하라.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RAING의 각 단계에 대한 개요 ▲2부는 당신의 내면으로 RAIN을 불러들이도록 안내 ▲3부에서는 인간관계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저자는 “자신의 가슴을 깨우려는 노력은 이 소중한 세상을 치유하는 데 필수적이다.
폭력, 피지배층에 대한 압박, 지구를 위협하는 지속불가능하고 중독적인 소비와 같은 고통의 양상들은 모두 두려움에서 비롯되며 단절과 배타성의 감정에 뿌리를 둔다”고 설명한다.
그는 “근본적 연민은 상호의존성과 상호소속감이라는 진실을 표한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다운 진정한 삶은 치유와 자유라는 공동의 길, 평화롭고 사랑 넘치는 세상을 향한 공통된 열망에 진실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