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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유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0년 2월
평점 :
"삶에 가치를 주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 두는 일을 행복으로 생각합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일로 합니다. 은유를 즐겨합니다.
4권의 시집과 2권의 산문집 그리고 1권의 우화집을 썼습니다."
이 책의 저자 이광호가 자신의 캐리커처 밑에 자기소개를 했다.
서너 문장으로 이뤄졌지만 '사랑'과 '은유', '글쓰기'와 '7권의 책'으로 압축된다.
다른 소개는 필요없고 그냥 이광호를 이와 같이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의 이번 책은 사랑과 은유, 사유에 대한 책으로 읽혀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고 흔히 사용하는 단어들에 대한 깊은 사색의 결과를 은유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썼다.
이광호는 모르지만 그가 이런 마음에서 이 책을 쓴 게 좋아 난 이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수많은 단어들로 제목이 됐다. 하나의 단어 혹은 두세 개의 단어로...
은유를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이 아니더라도 응축된 제목에는 쉽게 글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제목만 따로 떼놓고 자세히 보면 사색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작가가 밝힌 대로 사랑, 은유, 사유를 연결해 조용히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보면 뭔가 머릿속으로 잡힌다.
그것이 작가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것은 독자의 자유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리뷰에도 그가 제목으로 택한 단어들을 한 번 나열해 보기로 한다.
사랑의 정의 14/사랑의 부속물 16/애도 18/동력의 고향 20/열두 달의 이름 24/최고 삶의 장치 26/사이와 관계 28/동행 30/삶의 조형 32/
노력의 시작 34/의지의 조건 36/이해의 근거 38/시대의 놀이 40/한 해의 끝에서 42/함께를 위하여 44/최선의 종교 48/귀여움의 가치 50/
겸손한 섹시미 52/잘못에 대하여 54/자기파괴의 기원 56/주변의 아군들 58/예언가들 60/무늬와 얼룩 62/겸손의 효용 64 /지워내는 일 66/
버릇을 바라며 68/무료한 상상 70/나를 위한 일 72/기적의 요정들 74/하나용(하루 한번 나를 활용) 76/사랑의 비밀 80/아픔과 성장 82/
사랑의 언어 84/인생 기획 86/밤의 대화 88/여행의 이유 90/타인의 미래를 위하여 92/믿음의 기쁨 94/즐거움의 확장 96/사랑의 크기 100/
사랑해 102 (이상 ㅣ부)
생일 110/새 112/팔로워 114/자랑대회 116/요즘 사람들 120/컵 122/결혼식 124/2019년 8월 1일 126/부모님 130/정상 132/호텔 134/
개미와 베짱이 138/병원 142/꽃 144/생일2 146/우는남자 148/싸움과 화해 152/아버지에 대한 154/줄리와 로마 156/ 담배 160/벤츠 164/
합리화들 166/사과 168/2019년 8월 2일 170/4월 16일의 기도 174/모르는 여자 둘 176/철로의 꽃 180/사랑에 대해 182 (이상 2부)
나는 타인을 이해하고 싶고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간절히 나를 이해하고 싶었다.
나는 자주 후회했고 금방 실망했다. 즐거움 앞에선 쉽게 흐트러졌고 슬픔 뒤엔 곧잘 무너졌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때마다 반성한다며 너저분한 감정을 뒤적거리는 피곤한 일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알 수 없는 내 행동과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을 분석하고 정돈해야 했다.
‘나를 공부함으로 내일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음엔 더 잘 해낼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어쩌면 나를 이해하는 것은 ‘나’라는 인간을 조금 더 알뜰하고 가치 있게 활용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의 흔적을 오랫동안 사색했다.
어떤 사건들은 인지할 틈도 없이 흡수되어 나의 사유(事由)가 되었고 어떤 사건들은 흔적도 없이 곧장 나를 빠져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라지는 것을 추적하기보다는 남아있는 것을 기록하는 것이었다.
나의 아름다운 사유(思惟)이자, 아름다운 사유(私有)였다.
"인간은 어떤 현상이든 설명하지 못하는 걸 견딜 수 없어하는 동물이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모든 정보를 동원해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만능적인 어떤 개념을 만들어 내서라도 설명을 하는 수밖에. 이를테면 '신'이나 '기적' 또는 '사랑'과 같은.
이처럼 작가는 '사랑의 정의'를 기적이나 신의 행위로 사유해냈다.
얼마 전 읽은 어떤 책에서 그 책의 저자는 "사랑은 하나의 점이다. 선이나 면처럼 이어져 존재하지 않고, 찰나 속에서만 존재한다. 우리가 타인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순간, 그 말을 해주는 사람의 깊고 수줍은 눈빛을 바라보다 보면, 그 사이 눈 몇 번 깜박이다 보면, 사랑한다는 실체는 아득한 신화 속으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살아은 다만 가장 강력한 자장을 내뿜는 찰나일 뿐이다."고 썼다.
이 두 책에서 각각의 저자는 다른 듯하면 비슷한 점을 독자들은 쉽게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순간의 기적처럼 지나는 '사랑'의 실체를 오랜 사색을 통해서 규명해보려 하지만 알 수 없는 기적처럼 이루어지고 사라진다는 의미로 읽힌다.
에세이의 특징은 저자의 생각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설과 다르게 저자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에세이의 특성상 저자의 성격을 조금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글쓰기의 마음, 일상 생활,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성향도 엿볼 수 있다.
<아름다운 사유>를 쓴 이광호 저자는 아직 젊어서인지 몰라도(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글이 발랄하고 명쾌한 힘을 가졌다.
그의 성격이 책 속에 묻어 있어서일까.
수 많은 이야기 들을 저자는 풀어내고 있지만, 각 글이 의미하는 바가 깊은 사유의 결과라고 믿기에 저자의 글이 더욱 와닿는다.
열두 달의 이름은 누구나 생각했지만 막상 실천하지는 못했던 일을 한 것처럼 마음에 와닿았다.
'혼자 열두달에 이름을 붙였다.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이름인 것처럼.' 이라고 말을 하지만 각 달에 붙여진 이름이 그 달에 꼭 맞아서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사진은 예쁘게 찍혀서 좋고, 예쁘게 찍어서 좋다고 했는데, 나는 사진을 찍히는 것이 싫었는지 계속 <예쁘게 찍혀서 좋다고>만 읽혔다.
아~ 사진은 찍히는 것만 아닌 찍는 것의 미학도 있는데, 찍히는 게 싫은 나머지 찍는 것까지 잊고 산 건 아닌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주위의 인물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아는 것, 그 무게를 알기까지 겪은 시간은 결코 그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내 생애의 한 조각 보물 같은 시간이다.
아는 사람을 만날 때 만나서 꼭 밥 한번 먹자는 말처럼,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말도 그냥 입에 붙어 나오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진정의 여행을 떠난다면 그것만큼 귀중한 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책을 받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저자는 독립출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아이의 독립출판을 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저자는 그 속에서도 자신의 입지뿐 아니라 그 학생 주위의 일들도 같이 걱정한다.
아이를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독립출판을 사랑하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가려는 저자의 마음을 담고 있어
독립출판에 대하여 생각하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저자의 유쾌함은 '컵'이란는 글에서 나타난다.
컵과 커피의 대화 내용이 꼭 서로 아웅다웅하는 아이들의 대화 같기도 하고, 컵의 외침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저자의 목소리 같기도 해서 더욱 그런 것일까.
중간중간 가족과 동료들의 일상과 삶으로 자신을 설명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우리 주위를 살아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이며, 독립출판을 걱정하는 사회인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글의 울림은 더욱 크다.
벌써 7권의 책을 낸 시인이자, 작가인 저자의 앞으로 나올 책들도 기대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