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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평점 :
이 책은 사진처럼 글이 빽빽이 쓰인 교육학 책 같은 느낌이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먼저 든다.
더욱이 주제가 배움이라니... 첫 느낌은 교육 관련 교재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요즘처럼 에세이는 많은 글보다는 여백과 그림 등으로 출간되는 터라 이에 익숙한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좀 부족한 듯 보인다.
그러나 첫 인상을 조금 뒤로 하고 읽다보면 어느덧 책 내용에 빨려들어가듯 술술 읽히는 내용이 가득하다.
배움과 가르침, 그리고 잘못된 종교적 신념이 우리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각심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화자인 타라 웨스트오버는 1986년 미국 아이다호에서 7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였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타라는 아버지 말에 따라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고, 밤에는 '산속 피신용' 가방을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산파이자 동종 요법 치유사인 어머니를 도와 약초를 끓이며 여름을 보냈고, 겨울에는 아버지의 폐철 처리장에서 폐철을 모으고 자르는 일을 했다.
타라의 가족은 주류 사회로부터 너무나 고립된 상태로 살았고, 이 때문에 자녀들은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도, 가족 간의 은밀한 학대에도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심지어 현대 의학을 믿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의사나 간호사를 만나 본 적도 없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 심각한 뇌진탕, 심지어 폭발로 인한 화상도 모두 엄마가 만든 약초를 써서 집에서 치료했다.
타라가 처음 교실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열일곱 살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셋째 오빠가 집에 돌아와서 산 너머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자 타라는 새로운 인생을 향해 발걸음을 떼겠다고 결심했다.
열여섯 살이던 타라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 대입자격시험(ACT)에 필요한 과목들을 독학으로 공부했고, 기적처럼 브리검 영 대학(모르몬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대학으로 홈스쿨링 학생들을 뽑는다)에 합격했다.
타라의 대학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녀는 기초 교육 과정을 모두 건너뛴 채로 대학에 입학했기 때문에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역사적 인물이고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 구분하지 못할 만큼 기초 지식이 부족했다.
수강 신청하는 법, 처음 치르는 쪽지 시험, 미술 교과서는 단순히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라고 나눠 준 그림책이 아니라 밑의 캡션도 읽어야 한다는 것도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다.
외딴 산골에서 부모의 일을 돕거나 주말에 교회에 가는 것 말고는 거의 사회생활 경험이 없었던 타라는 친구, 지인, 이성을 대하는 법, 커피를 마시는 방법까지 모두 다시 배워야 했다.
새롭게 경험한 대학은 아버지의 입을 통해 들은 세상과 너무나 달랐다.
성경과 모르몬 경전 이외에는 다른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던 타라에게 대학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홀로코스트라는 단어도 처음 알았고, 흑인 민권 운동도 처음 배웠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누군가를 질책하는' 표현이 아닌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도 처음 봤다.
위대한 선지자의 말이나 역사학자가 제시하는 해석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을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다는 생각(그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을 처음으로 했다.
아버지는 세상 사람들을 '이방인'이라고 불렀지만, 타라는 점점 자신의 가족이야말로 진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타라는 아버지의 왜곡된 신념 때문에 자신과 가족들이 얼마나 큰 희생을 치러 왔는지 깨닫고, 깊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타라는 '아버지가 기른' 그 소녀와 배움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지금의 '나'가 공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타라는 강의실에서 교수가 칠판에 쓴 물음을 떠올렸다. [누가 역사를 쓰는가?] 그녀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배움을 향한 열정은 타라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 주었고, 그녀는 바다와 대륙을 건너 케임브리지와 하버드 대학교에 가서 공부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가족과 끊어진 삶은 그녀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은 아닌지, 아직 집으로 돌아갈 길이 있는지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만약 이 책이 시골에서 열여섯까지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않았던 소녀가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입지전적 경험을 쓴 비망록이었다면, 이만큼 주목받긴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한 여성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 가는 투쟁의 이야기이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는 데 따르는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며, 가족과의 연결 고리를 잃지 않고 세상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담은 이야기이다.
타라에게 배움은 단순히 좋은 대학에서 학위를 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 깊고 더 넓게 보는 눈을 뜨고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이었다.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 각 매체를 소개한다.
눈을 열게 하고, 인생을 변화시키는 교육의 힘을 아름답게 증명한다.
- 에이미 추아, [뉴욕 타임스 북리뷰]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
- [하버드 크림슨]
출생의 제약과 환경을 뛰어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간다.
- [USA 투데이]
그녀의 역사는 (…) 놀랍도록 인상적이다.
- [이코노미스트]
정신의 형성에 관한 회고록. 그녀의 쓰라린 시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애틀랜틱]
우리 자신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우리가 사랑하는 저들에게 내주여야 할까? 또 우리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얼마나 많이 그들을 배신해야 할까?
- [보그]
책의 내용을 잘 담은 책 처음 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표현이 감동을 더해준다.
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우리를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일곱 자녀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의료 기록도 전혀 없다. <p.12>
[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p.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