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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 - 행복의 비밀을 찾아 떠난 한 대한민국 청년의 인문학적 행복 관찰기
전병주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1월
평점 :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지위나 명예도 행복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행복의 최우선 조건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할 때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문구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가난할 땐 잘사는 것이 행복의 제 1조건이었다.
먹고 입고 자는 데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는 게 행복의 필요조건이었다. 당연한 말이다. 굶고 살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면 100% 진심이 아닐 것이다.
우리 나라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3천달러도 안된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 1위라는데 우리는 한 번 빙긋 웃고는 만다.
'행복한 삶'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 때문이다. 요즘은 많이 달라지긴 했다.
행복지수 1위인 나라를 선정할 때 기준이 달라져서 그럴 것이다는 생각이 든다.
덴마크 등 북유럽 나라들이 탑 10에 주로 들어간다. 그들은 물론 우리 국민소득의 2배가 넘는다.
우리는 이렇게 행복지수 평가 때 숫자에 의존한다. 국민소득, 만족도, 환경지수 등이 그렇다.
여기서 행복의 조건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나도 행복할까?>의 저자 전병주의 의문처럼...
“행복한 나라로 평가되는 나라들은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만약 그들 모두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졌는데 공통된 답변이 발견된다면 어떨까?
그것이 또 다른 국가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사실’일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나와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의지가 잘 드러난다.
이렇게 조금은 엉뚱한 가설과 5가지 공통 질문을 들고 배낭 하나 달랑 멘 채, 저자는 8개월 동안 9개국을 돌며 전 세계 전문가들과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5개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행복의 이유를 찾아다녔다.
행복 순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행복 국가의 모델 덴마크부터 국가 부도 상황에서도 행복한 나라로 불리던 아이슬란드, 1만 2천 달러의 국민소득으로도 6만 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이웃나라 미국보다 행복하게 산다는 코스타리카, 정치·경제적인 위기 속에서도 행복을 위해 투쟁하던 베네수엘라, 가장 날것의 행복이 존재하는 미지의 섬나라 바투아투까지.
이른바 가장 행복하다고 불리는 나라에서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왜 행복한지 물었고, 마침내 서로 다른 조건과 환경이라도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우리에게 매우 흡족한 설명을 해주고, 우리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듯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행복의 비밀’을 두 손에 쥐고도 당시에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당장 실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냥 묻어두었다고 했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삶은 딱히 여유 있거나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바쁘고 경쟁적으로 살고 있는 것을 보며, 저자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의 기본 원리가 중요해졌음을 깨달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 사람들은 왜 그렇게 행복할까?
나도 지금 당장 대한민국을 떠나 덴마크로 이민 가서 살면 행복해질까?
누구나 한 번쯤 가졌을 부러움과 궁금증이다. 요즘 사람들은 개인의 행복에 점점 더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워라밸, 욜로, 소확행, 가심비……, 마치 행복의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말초신경까지 작동시키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정말 유행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다시 형태만 살짝 바꿔 등장하는 이런 행복의 방식들이 우리에게 진짜 행복을 가져다줄까?
잘 알다시피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 즉 GDP는 세계 205개국 중 12위이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이제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또 세계에서 7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한 인정받는 경제 강국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천지가 개벽한 수준의 부유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왜 우리는 행복에 있어서만큼은 자랑할 것이 별로 없을까.
이 책은 개인적인 궁금증에서 출발한 책이지만, 저자는 실제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나라들을 찾아가 사람들을 만나고, 세계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H. 프랭크 코넬대학 교수, ‘행복에 관한 세계 데이터베이스’ 센터장 루트 벤호벤 교수, 행복나눔재단 창립자 미키 클라센 등 수많은 전문가에게 직접 조언을 구했다.
그 과정을 통해 왜 덴마크,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 베네수엘라, 바누아투 사람들은 행복한지, 반면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쉽사리 행복을 느끼지 못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는지 그 이유와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할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 땅 대한민국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해 그 답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매년 발표되는 여러 행복차트에서 대한민국은 몇 위인지, 행복지수 1위 나라에 가서 살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지가 더 이상 궁금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코스타리카에 처음 도착했을 때 궁금하고 복잡했던 퍼즐도, 이곳의 다양한 삶들을 하나씩 경험하면서 맞아 들어갔다.
무엇보다 소유에 대한 관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은 단순히 경쟁하듯 돈을 벌고, 더 많이 소유하려는 삶에서 행복을 찾지 않는다.
크기나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이 소유한 무언가를 감사히 여길 줄 알고, 심지어 그것을 자기 주변 사람들과 아낌없이 나눈다.
을 버는 것보다 얼마를 가졌든 그것을 쓰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잘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남들과 비교해 덜 가진 것에 집착하고, 지금보다 나은 삶만을 위해 공부하고 일을 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의 이런 삶의 태도가 1만 2천 달러의 국민소득으로도 6만 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이웃나라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누리게 만드는 가장 주된 이유가 아닐까. < p.67 >
행복한 삶은 지구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그 행복을 내 삶에 끌어들이기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은 너무나 다르다.
누군가는 완벽한 복지국가에서, 누군가는 전쟁 중인 국가에서, 누군가는 굶주림이 당연한 국가에서, 누군가는 무한 경쟁이 강조되는 국가에서, 이렇게 똑같이 행복을 꿈꾸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따라서 어쩌면 행복한 삶을 앞에 두고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불공평한 게임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바누아투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만난 후, 당장 주어진 환경의 차이를 뛰어넘는, 그 사회와 문화가 가진 특별한 의식의 영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 p.123~125 >
당시 내가 만난 거의 대부분의 젊은 친구들은 국가부도라는 극단의 경제 위기 속에서 당장의 금전적인 문제나 취업에 대한 여러 불안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개인과 사회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통적으로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다.
혹시 내가 이방인이라서 스스로의 감정을 숨기는 건 아닐까,
아니면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자라온 젊은이들이 자국의 힘든 상황을 낯선 동양인에게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에 대한 질문에 ‘YES’로 일관했다. (중략)
지금 당장은 상황이 좋더라도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언제든 부정적이고 불안한 환경을 다시 맞닥뜨릴 수 있다.
아이슬란드를 방문하고 궁금해진 것은 동일하게 부정적인 환경과 상황을 만났을 때, 서로 다른 태도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과연 무엇인가이다.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지만 전혀 다른 해석과 반응이 나타나는 건, 결국 그것을 해석하는, 개인에게 내재된 필터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 p.145~146 >
이 몇 가지 인터뷰에는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돈에 대한 언급도 찾아볼 수 없다.
그보다 핵심을 찌르는 공통점은 그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가족, 친구, 여자친구, 오늘의 날씨, 자연, 사회제도, 국가처럼 이미 나와 내 주변에 있는 것들 말이다. (중략)
어찌 보면 억울할 정도로 매우 간단한 개념이자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그 누구도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로부터 지금 행복할 수는 없다.
이렇듯 당연한 개념인데 왜 우리는 가지지 못한 무언가로부터 얻게 될 행복에만 집착해왔을까.
정말 언제 찾아올지 모를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이렇게 힘들고 불행하기만 해야 할까. < p.200~201 >
치열하게 투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베네수엘라에서도, 실업률 90%의 나라 바누아투에서도, 그리고 세계 최강 복지 국가로 손꼽히는 덴마크에서조차도, 대부분 자신의 인생 목표를 묻는 질문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꿈을 묻고, 인생 목표가 무엇인지 요구 받고, 매년 초가 되면 올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건설적인 일이라 믿는 우리에게는 참 낯선 모습일지 모르겠다. < p.208 >
여기서의 소소하더라도 꾸준하고 자주 일어나는 행복은 소위 말하는 ‘소확행’과는 다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소확행은 어려운 삶 속에서 행복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소소하더라도 쉽고 확실하게,
개인의 마음을 달래는 소비나 행동을 통해 행복을 쟁취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전혀 다른 개념이다.
소확행이 자기중심적이고, 소비지향적이고, 일종의 허탈감을 동반한다면, 진정한 행복은 정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 p.220
우리 모두는 행복의 일용직이다. 행복에 관해서만큼은 모두 하루 벌어 하루 행복할 수 있는 일용직으로 살도록 동등한 조건에서 태어났다. 오늘 행복했으니 내일도 분명 행복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보장받지 못했으므로, 행복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도 정규직일 수 없다. 행복에 관해서만큼은 누구나 코스타리카에서 만난 알레한드로가 말했던 ‘YA!’의 개념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행복’ 말이다.
가끔은 예전에 행복했던 기억이 현재 불행한 상황에 놓인 당신에게 새롭고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 넣어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이 당신의 고통스러운 현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p.227~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