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 - 일제 강점기, 나라와 이웃을 사랑한 젊은 지식인 현성 이야기
이준태 지음 / 도토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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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 전 1915년의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라를 빼앗긴 설움과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뒤섞여 한반도 전역이 혼란에 휩싸였던 시기다.

이 책 제목을 보면서 암울한 당시 시대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건 그나마 TV나 예술작품에서 많이 보여주었기 때문에 짐작은 가능했다.

또 독립을 이뤄내려 했던 열사들에 대해서도 책이나 각종 영상물 등을 통해 많이 접했기 때문에 무척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름 없는 순국열사나 우국지사 등에 대한 조명은 어려워 묻힌 것은 못내 아쉽고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또 활자나 영상으로 본 것이 뒤늦게 발견된 자료로서 확인되고, 재조명될 땐 그 시대를 '조금 안다'고 생각했던 무사고(無思考)에 대해 후회를 거듭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지냈을까?

시대의 아픔이 느껴지는 이야기를 듣고, 보고, 배우고 했지만 늘 일부분이라는 느낌은 이 책 <1915>라는 장편소설에서 읽으면서 더 뚜렷해졌다.

아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주인공 ‘현성’이 남원의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혜화동에 있는 중앙고보(중앙고등학교)에서의 학창시절을 시작으로 절친 경식과 현성의 첫사랑 이야기.

선후배들과 지식과 철학을 공유하는 이야기.

보성전문학교(고려대학교)에 진학하고 변호사로서의 꿈을 이루는 과정.

지하조직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이 책의 내용은 사실 오래 전 먼 이야기가 아니다.

내 이야기 일 수도, 내 이웃의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자신을 사랑하며 살아가기가 참 힘든 세상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우리의 이웃과 먼저 가신 분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소설은 현성이라는 당시 실존 인물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을 쓰는 데 4년간의 시간을 들였다고 밝힌다.

그 들인 시간만큼 분량도 거의 600페이지에 가깝다. 물론 더 쓸 수 있겠지만 지면이 허락하지 않아 못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워낙에 작가가 정성을 쏟아서인지 긴장감이 넘치고 그 시대의 모습을 눈에 선하게 그려볼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했다.



전체적으로는 현성이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글이기에 그가 서울에 있는 중앙고보(중앙고등학교)로 올라오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여느 학생들처럼 그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좋은 친구도 만나고, 사랑을 하게 되고, 학교 선후배들과 지식과 사상을 나누면서 점점 더 성장해간다.

그 시대가 일제 강점기라는 사실만 빼놓고 본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시대가 만드는 아픔은 그에게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 부었던 이름 모를 수많은 선열들처럼 현성이라는 인물도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일부 일제에 협력하고 심지어 독립투사를 잡아 가두고, 처형하는 데 협조한 사람도 있지만...



읽다보니 60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의 대하소설이지만 한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을 그려내기에는 그렇게 많은 분량이 아닌 것 같다.

아마 일제강점기가 길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엄청나게 묻혀간 얘기가 더 많을 텐데... 그렇다면 더 욕심을 더 세세하게 그려내었으면 좋았을 거란 느낌(작가의 글솜씨 때문인지 더 절절한 내용 때문인지 모르지만)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우리 역사가 남긴 한 시대와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보람있었다.

그 분들이 바로 우리에게 이 땅을 남겨주신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얘기니까.



책의 일부를 발췌해 적어본다. 독자들의 사전 이해를 위해서다.

작가가 쓰고자 하는 얘기를 잘 그려낸 듯하다.

-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면 나뭇가지들은 바람에 휘고 풀잎들은 땅에 잠시 눕기도 하지만, 바람이 잔잔해지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지금 총칼의 위세에 눌려 굴복하고 있지만 우리 영혼마저 정복당했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혼이 살아있는 민족은 다시 일어나게 되어있습니다.

- ‘내가 내 근본을 부정한다면 누가 나를 올바르게 인정해줄 것인가.’ 그런 대화에 끼어 인정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 닥쳤을 지라도, 어떤 사람에게 터무니없는 꼴을 당했어도 조선놈이니, 조센징이니, 노예근성이니, 하는 말은 삼갔다.



- 일본 후생성이 여자 정신근로령을 공포하고 시행하였다.

사탕발림과 교언영색으로 속였지만 여자정신대가 무엇 하는 것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숭고한 뜻에 같이하라고 독려했던, 여성계의 친일인사들 황 모, 박 모 여사들 그들의 친인척들이 정신대에 보내졌을 리는 단연코 없었다.

가지고 있을 수도 내려놓을 수도 없는 뜨겁고 더러운 불을 돌리 고 돌리다보니,

결국은 이 추악한 음모를 알 길 없는 힘없고 줄 없는 서민층 여식들이 다 뒤집어썼다.

저 세상에 가서도 씻을 수 없는 상흔을 입게 되었다. (위 내용은 본문 중에서 발췌, 줄 바꾸기는 편의상 임의로 했음)



다음은 독자를 이해를 돕기 위한 유명인들의 작가 이준태와 작품 <1915>에 대한 평이다.

그 시대 를 살고 그런 역정을 걸어온 것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입심 좋게 펼쳐 보인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장렬하고 슬기로운 독립항쟁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는 시기에 이 소설을 만난 것은 불현듯 가슴이 달아오르는 첫사랑이라도 본 듯하다.

김용균 (시인)

이 작품의 뿌리는 첫째는 역사요, 둘째는 민족이다.

이 묵직한 서사를 읊어내는 데는 투박한 문체가 오히려 잘 어울린다.

오랜 밤을 묵히며 속으로 영근 작가의 문학세계가 찬란한 동을 틔울거라 확신한다.

신기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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