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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아리아 - 스물세 편의 오페라로 본 예술의 본질
손수연 지음 / 북랩 / 2019년 11월
평점 :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아름답다'이다. 책이 아름답다는 뜻보다는 문자와 소리와 색이 어우러진 예술품을 대한 것 같다는 의미다.
이 책에 실린 스물세 곡의 아리아와 스물세 편의 그림에서 내가 가장 많이 느꼈던 감정은 아름다움이다.
하긴 오페라 감상은 지금까지 10편을 넘지 못한 주제다. 그러나 거기서도 소리와 사람 몸짓, 동작 등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아리아의 주인공에 대한, 오페라의 등장인물에 대한, 그림 속 인물에 대한, 화가와 작곡가
그리고 그들의 운명에 대한 측은한 마음으로 가슴이 아팠던 적이 많았다.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저자는 에필로그나 책 곳곳에 '연민'을 말하고 그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의도에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의 감상이다.
저자의 말대로 버트런드 러셀이 자서전에서 말한 것처럼, 오페라 아리아와 그림은 내게 천국을 보여주었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연민은 다시 저자 자신을 지상으로 내려오게 했다.
인간과 존재에 대한 연민은 예술의 본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게 했다고 고백한다.
Aria 01 에우리디체 없이 어찌 살리오?
Aria 02 그리운 그 이름, 내 마음 가운데 자리한 그 이름
Aria 03 오묘한 조화로다 23
Aria 04 오늘밤 산들바람이 부는 소나무 아래로 오세요, 편지의 이중창
Aria 05 축배의 노래
Aria 06 미쳐버린 나약한 그녀의 노래, 광란의 아리아
Aria 07 어떤 갠 날
Aria 08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Aria 09 의상을 입어라
Aria 10 달에게 보내는 노래
Aria 11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
Aria 12 내 이름은 미미, 봄날의 첫 햇살은 제 것이에요
Aria 13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네
Aria 14 아, 믿을 수 없어라. 꽃이여 이렇게 빨리 시들 줄이야
Aria 15 이 천벌 받을 가신놈들아!
Aria 16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시지요?
Aria 17 그렇다면 저는 먼 곳으로 떠나겠어요. 성스러운 종소리가 저 하얀 눈 사이로, 저 황금빛 구름 사이로 메아리쳐 사라지듯이
Aria 18 내 운명의 여인이여!
Aria 19 5월의 아름다운 어느 날처럼
Aria 20 아씨, 제 얘기 좀 들어보시라니까요?
Aria 21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
Aria 22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이 책의 소제목을 일일이 소개하는 건 아리아의 제목부터가 아름다움과 무관치 않아서다.
심지어는 외로움과 처절함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길지 않은 책을 다 읽고 난 후 곧바로 다시 천천히 그림 위주로 읽고 아리아 제목과의 연관성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우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었고, 감동도 꽤 있었다. 음악에 대한 새로운 애정도 커졌다.
시나 오페라, 미술 등 모두 예술이다. 창작이 있고, 대중에게 전해졌을 때 감동도 주고 아름다움도 느끼게 해준다.
인간의 수많은 감정의 응어리를 정화시켜 주는 역할도 예술이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문자로, 소리로(읽다 보면 머릿속에 소리가 맴돈다), 눈으로 창작 예술품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멋진 일이다. 책을 선택해 읽은 보람도 느낀다.
끝으로 저자의 에필로그를 겸한 설명을 들어본다.
"이번 작업에서 찾은 아리아와 그림 사이의 접점은 ‘연민’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사랑한 많은 아리아의 주인공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 했다.
그리고 그 아리아에 공명했던 그림 속 인물이나 화가들의 삶 역시 불행했던 경우가 많았다.
이런 가련한 인생의 행로를 보면서 느꼈던 안타까움과 페이소스를 스물세 편의 에세이에 담았다.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느꼈던 리골레토의 울분과 비원을 우리 화가 이중섭의 그림 [흰 소]에서 보았고,
[나비부인]에서 흐르던 초초상의 애타는 절규가 모네의 그림 속에서 그저 아시아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으로 소비된 것은 씁쓸한 일이었다.
이렇게 아리아와 그림을 하나의 공간 속에 두고 있노라면 오페라의 등장인물 혹은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미처 못다한 이야기를 아리아는 그림이, 그림은 아리아가 대신 전해주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