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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 산다는 것 - 융 심리학으로 보는 남성의 삶과 그림자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지난해부터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사회적 이슈 중의 하나가 '페미니즘'이다.
미투운동으로 촉발된 여성으로서의 삶의 어려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동의하진 않지만 긍정적인 면도 크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남성들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남성으로서의 삶'이라는 끝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는 그 압박에 힘들다는 표현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른바 역차별을 의식하지만 내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남성들은 물려받은 허상과 기대로 인해 내면에서의 어려움을 드러내거나 나타내기를 어려워한다.
전 생애에 걸쳐 역할과 기대, 경쟁과 적개심, 자질이나 역량에 대한 평가 등을 겪으며 상처와 압박을 받는다.
결국 이것이 자기소외와 자아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새턴(토성, 태어나면서부터 겪게 되는 상처와 억압)의 그림자는
어느 나라의 남성이나 동일하게 겪게 되는 삶의 일부란 주장에 동감한다.
책을 읽으면서 어렴풋이 느껴왔던 남성으로서의 어려운 삶을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에 공포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직시하고, 상처를 숨기려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치유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억압과 상처 속에 살아가는 남성들의 삶을 돌아보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한 사람의 남성으로 정의되는 데 필요한 것들, 즉 남성이라는 역할과 기대, 경쟁과 적개심, 자질이나 역량에 대한 평가 등은 모두 남성에게 압박이 된다. 남성을 평생 따라다니는 짐이자 부담거리, 이것을 융 심리학자 제임스 홀리스는 ‘새턴(토성)의 그림자’에 비유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 대다수는 여기서 자유롭지 못했다. 타락한 권력에 고통받고 두려움에 쫓기며 자신도 모자라 타인까지 상처 입히면서, 모두가 공범이 되어 서로 모멸감을 주기도 하고 때로 스스로 괴물이 되기도 한다. 과연 모든 남성이 이를 반드시 견디고 살아야 할까?
이런 삶 말고는 대안이 없을까? <남자로 산다는 것>의 저자 제임스 홀리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이 자신의 영혼을 잠식한 어두운 신화를 이해하고, 또 외롭고 겁에 질린 자기 마음속 상처에서 조금씩 벗어나도록, 홀리스는 ‘남성의 마음속 여덟 가지 비밀’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독자는 남성 자신이기도 하고, 그 남성 곁에서 상처받는 여성 또는 다른 남성들이기도 하다.
남성의 마음속 여덟 가지 비밀
1. 남성의 삶은 (여성의 삶과 마찬가지로) ‘남성’이라는 성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대에 구속되고 지배받는다.
2 남성의 삶은 근본적으로 공포가 지배한다.
3 여성성의 힘은 남성의 정신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4 남성은 ‘침묵의 음모’와 결탁한 상태다. 자신의 정서적 진실을 억압하는 것이 이 음모의 목표다.
5 남성은 불가피하게 상처를 입는다.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면서부터 어머니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머니란 일반적인 의미가 아니라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원형 상징을 가리킨다.)
6 남성의 삶은 폭력적이다. 자신의 영혼부터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7 모든 남성은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무의식의 원형으로서) ‘종족선조’를 향한 깊은 갈망이 있다.
8 남성이 치유되려면 외부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무언가를 내면에서 스스로 깨워야 한다.
남성의 근원적 공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공포’(예를 들어 일, 가족부양),
다른 하나는 ‘물리적/심리적 시련에 대한 공포’(예를 들어 전쟁)다. 안타깝게도 남성들은 자신이 얼마나 공포에 취약한지를 자신에게든 타인에게든 거의 털어놓지 못한다(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라면 남성은 치료 후 1년은 지나야 겨우 여성이 치료를 시작할 때의 수준에 도달한다고까지 말하는 정신분석 치료사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치유를 위해서라면, 남성은 자신의 공포를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남자로 사는 게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일과 가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을 다했으나 정작 자기 삶을 사는 일은 잊었던 그 사람에게 잃어버린 통과의례를 거쳐 어른의 세계로 소년은 내면의 여성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림자를 의식적으로 짊어져야 한다.
감정에 솔직해지는 방법을, 얻어맞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싸움에 뛰어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것은 ‘겪어야만 하는 상처’다.
이 상처들은 ‘내면을 변화시키는 상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전통적인 통과의례는 사라졌고 멘토는 멸종동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런 현대를 살아가는 남성을 괴롭히는 주범은 결국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 상처’, 즉 상처는 입지만 그로 인해 건설적으로 변신하지도, 깊이 숨겨진 의식을 끄집어내지도 못하는 경우다.
한 사람의 남성으로 정의되는 데 필요한 것들, 즉 남성의 역할과 기대, 경쟁과 적개심, 남성이 지닌 더 나은 자질과 역량에 대한 모욕과 폄하 등은 모두 남성에게 압박이 된다. 이런 부담은 언제나 있어왔지만, 오늘날 몇몇 용기 있는 남성들이 과연 이를 반드시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서문. 새턴의 그림자 아래서」중에서
거대한 무지 속에 갇혀 살아왔다는 걸 알아차리고 자신이 연기해온 역할에 분노하는 남성이라면, 마음 속 공포를 더는 부끄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게 상처가 있음을, 그리고 그 상처가 매일의 삶에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 삶을 지배하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남성은 타인에게도 알게 모르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 스스로가 허락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자신을 지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영혼의 여정이 지닌 가치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남성들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나설 때 비로소 폭압의 그림자는 힘을 잃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세상의 잘못된 모습이 자기 자신에게도 깃들어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그림자를 제대로 다루는 방법만 배워도 세상에 실제로 공헌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는 우리 시대의 거대하고도 해결되지 않은 여러 사회 문제 중 아주 미미한 몫이나마 스스로 짊어진 것이 아닌가.”
카를 구스타프 융이 1937년 예일대학교에서 강의 중 했던 유명한 말이다.